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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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이영주
• 엮은이 : 이영주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6,800원
• 책꼴/쪽수 :
125×195mm, 292쪽
• 펴낸날 : 2023-04-14
• ISBN : 9788958079545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시 #문학 #감성 #일상 #에세이
저자소개
지은이 :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108번째 사내』『언니에게』『차가운 사탕들』『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 『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공동 산문집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등을 냈다. 영문 번역시선집『cold candies』로 2022년 미국 루시엔 스트릭상을 수상했다.
엮은이 :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108번째 사내』『언니에게』『차가운 사탕들』『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 『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공동 산문집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등을 냈다. 영문 번역시선집『cold candies』로 2022년 미국 루시엔 스트릭상을 수상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불면의 밤, 천천히 자신만의 템포로 읽는 위로의 시 100편
많고 많은 시들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건드리는 시가 있다. 그러한 시는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지난한 일상을 새로이 보게 만든다. 이영주 시인이 오랫동안 보듬어온 백 편의 위로 시와 시인만의 깊은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 에세이를 담아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를 펴냈다. 고전이 된 시부터 현대 시까지, 이영주 시인의 감탄하는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백 편의 시가 마음에 내려앉아 한참을 머물게 된다. 백 일 동안 하루 한 편, 시를 읽는 삶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이 책은 불면의 밤, 위로와 안온이 있는 ‘시라는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많고 많은 시들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건드리는 시가 있다. 그러한 시는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지난한 일상을 새로이 보게 만든다. 이영주 시인이 오랫동안 보듬어온 백 편의 위로 시와 시인만의 깊은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 에세이를 담아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를 펴냈다. 고전이 된 시부터 현대 시까지, 이영주 시인의 감탄하는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백 편의 시가 마음에 내려앉아 한참을 머물게 된다. 백 일 동안 하루 한 편, 시를 읽는 삶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이 책은 불면의 밤, 위로와 안온이 있는 ‘시라는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목차
1일 밤 내 청춘의 영원한 • 최승자
2일 밤 사랑 1 • 김남주
3일 밤 소년 • 윤동주
4일 밤 자왈 • 강지혜
5일 밤 밤의 독서 • 이장욱
6일 밤 묵화 墨畵 • 김종삼
7일 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8일 밤 꽃잎 • 에이미 로웰
9일 밤 정든 병 • 허수경
10일 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잉게보르크 바흐만
11일 밤 나는 • 진은영
12일 밤 엄마 걱정 • 기형도
13일 밤 유리병에 담긴 소식 • 남진우
14일 밤 감자 먹는 사람들 • 김선우
15일 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16일 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17일 밤 동경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8일 밤 묘비명 • 김광규
19일 밤 노라 • 나혜석
20일 밤 산문시 · 1 • 신동엽
21일 밤 격언 •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22일 밤 검은 신이여 • 박인환
23일 밤 거울 • 이상
24일 밤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 기욤 아폴리네르
25일 밤 꿈자리 • 김소월
26일 밤 수라 修羅 • 백석
27일 밤 가을 • 강경애
28일 밤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29일 밤 뱀 • 미즈노 루리코
30일 밤 죽음의 아이-꿈 • 앤 섹스턴
31일 밤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32일 밤 고통, 거기엔 망각의 요소가 있어 • 에밀리 디킨슨
33일 밤 역방향 • 손미
34일 밤 아이디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35일 밤 이수역 7번 출구 • 최정례
36일 밤 친구들-사춘기 6 • 김행숙
37일 밤 행복을 찾는 사람 • 루시 모드 몽고메리
38일 밤 별과 침 • 최문자
39일 밤 밤바다 • 마울라나 잘랄루딘 루미
40일 밤 死[사]와 生[생]의 理論[이론] • 김우진
41일 밤 나의 마음 우울해지면 • 하인리히 하이네
42일 밤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 유반농
43일 밤 국어선생은 달팽이 • 함기석
44일 밤 해당화 • 소동파
45일 밤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46일 밤 비 오던 그날 • 백국희
47일 밤 괴로운 자 • 김언
48일 밤 꿈 • 에드거 앨런 포
49일 밤 신은 웃었다 • 유계영
50일 밤 나는 환영을 친구 삼아 살았었네-소네트 26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51일 밤 해 지고 별 뜰 때까지 • 크리스티나 로제티
52일 밤 개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53일 밤 다시, 불쌍한 사랑 기계 • 김혜순
54일 밤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레오폴드 보비에게 • 프랑시스 잠
55일 밤 비 오는 날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56일 밤 비수 • 프란츠 카프카
57일 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죽었답니다 • 에밀리 디킨슨
58일 밤 황혼 • 빅토르 위고
59일 밤 감각 • 아르튀르 랭보
60일 밤 강과 눈雪 • 기오슈 카르두치
61일 밤 같은 이야기 • 세사르 바예호
62일 밤 예언자 • 알렉산드르 푸시킨
63일 밤 래트맨 Ratman • 오은
64일 밤 작은 과꽃 • 고트프리트 벤
65일 밤 허니밀크랜드의 영원한 스무고개-나는 무엇일까요? • 유형진
66일 밤 곤충 • 사가와 치카
67일 밤 상처 • 조르주 상드
68일 밤 고단한 • 엘라 휠러 윌콕스
69일 밤 슬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70일 밤 수학자의 아침 • 김소연
71일 밤 나의 방랑 • 아르튀르 랭보
72일 밤 금양피 金羊皮 • 장 콕토
73일 밤 죽지 않는 문어 • 하기와라 사쿠타로
74일 밤 희망 • 에밀리 브론테
75일 밤 삿포로 시 • 미야자와 겐지
76일 밤 청시 靑柿 • 백석
77일 밤 눈 雪 • 루이스 맥니스
78일 밤 꿈 • 사가와 치카
79일 밤 후회 • 엘라 휠러 윌콕스
80일 밤 외로움과 싸우다 객사하다 • 나혜석
81일 밤 지상의 시 • 임화
82일 밤 수탉과 진주 • 장 드 라 퐁텐
83일 밤 거리의 움직임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84일 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85일 밤 역설 • 에이미 로웰
86일 밤 마왕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87일 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88일 밤 자작나무 •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89일 밤 저녁 별 • 사포
90일 밤 여름밤 • 안토니오 마차도
91일 밤 나는 황금의 교회당을 보았다 • 윌리엄 블레이크
92일 밤 간판에게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93일 밤 시기리야의 길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94일 밤 고독의 깊이는 잴 수 없는 것 • 에밀리 디킨슨
95일 밤 석양 • 폴 베를렌느
96일 밤 흡흡게 恰恰偈 • 우두법융
97일 밤 안빈낙도 • 이자현
98일 밤 리처드 코리 •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
99일 밤 집시 세 사람 • 니콜라우스 레나우
100일 밤 교감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에필로그
시 출처
2일 밤 사랑 1 • 김남주
3일 밤 소년 • 윤동주
4일 밤 자왈 • 강지혜
5일 밤 밤의 독서 • 이장욱
6일 밤 묵화 墨畵 • 김종삼
7일 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8일 밤 꽃잎 • 에이미 로웰
9일 밤 정든 병 • 허수경
10일 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잉게보르크 바흐만
11일 밤 나는 • 진은영
12일 밤 엄마 걱정 • 기형도
13일 밤 유리병에 담긴 소식 • 남진우
14일 밤 감자 먹는 사람들 • 김선우
15일 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16일 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17일 밤 동경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8일 밤 묘비명 • 김광규
19일 밤 노라 • 나혜석
20일 밤 산문시 · 1 • 신동엽
21일 밤 격언 •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22일 밤 검은 신이여 • 박인환
23일 밤 거울 • 이상
24일 밤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 기욤 아폴리네르
25일 밤 꿈자리 • 김소월
26일 밤 수라 修羅 • 백석
27일 밤 가을 • 강경애
28일 밤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29일 밤 뱀 • 미즈노 루리코
30일 밤 죽음의 아이-꿈 • 앤 섹스턴
31일 밤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32일 밤 고통, 거기엔 망각의 요소가 있어 • 에밀리 디킨슨
33일 밤 역방향 • 손미
34일 밤 아이디어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35일 밤 이수역 7번 출구 • 최정례
36일 밤 친구들-사춘기 6 • 김행숙
37일 밤 행복을 찾는 사람 • 루시 모드 몽고메리
38일 밤 별과 침 • 최문자
39일 밤 밤바다 • 마울라나 잘랄루딘 루미
40일 밤 死[사]와 生[생]의 理論[이론] • 김우진
41일 밤 나의 마음 우울해지면 • 하인리히 하이네
42일 밤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 유반농
43일 밤 국어선생은 달팽이 • 함기석
44일 밤 해당화 • 소동파
45일 밤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46일 밤 비 오던 그날 • 백국희
47일 밤 괴로운 자 • 김언
48일 밤 꿈 • 에드거 앨런 포
49일 밤 신은 웃었다 • 유계영
50일 밤 나는 환영을 친구 삼아 살았었네-소네트 26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51일 밤 해 지고 별 뜰 때까지 • 크리스티나 로제티
52일 밤 개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53일 밤 다시, 불쌍한 사랑 기계 • 김혜순
54일 밤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레오폴드 보비에게 • 프랑시스 잠
55일 밤 비 오는 날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56일 밤 비수 • 프란츠 카프카
57일 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죽었답니다 • 에밀리 디킨슨
58일 밤 황혼 • 빅토르 위고
59일 밤 감각 • 아르튀르 랭보
60일 밤 강과 눈雪 • 기오슈 카르두치
61일 밤 같은 이야기 • 세사르 바예호
62일 밤 예언자 • 알렉산드르 푸시킨
63일 밤 래트맨 Ratman • 오은
64일 밤 작은 과꽃 • 고트프리트 벤
65일 밤 허니밀크랜드의 영원한 스무고개-나는 무엇일까요? • 유형진
66일 밤 곤충 • 사가와 치카
67일 밤 상처 • 조르주 상드
68일 밤 고단한 • 엘라 휠러 윌콕스
69일 밤 슬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70일 밤 수학자의 아침 • 김소연
71일 밤 나의 방랑 • 아르튀르 랭보
72일 밤 금양피 金羊皮 • 장 콕토
73일 밤 죽지 않는 문어 • 하기와라 사쿠타로
74일 밤 희망 • 에밀리 브론테
75일 밤 삿포로 시 • 미야자와 겐지
76일 밤 청시 靑柿 • 백석
77일 밤 눈 雪 • 루이스 맥니스
78일 밤 꿈 • 사가와 치카
79일 밤 후회 • 엘라 휠러 윌콕스
80일 밤 외로움과 싸우다 객사하다 • 나혜석
81일 밤 지상의 시 • 임화
82일 밤 수탉과 진주 • 장 드 라 퐁텐
83일 밤 거리의 움직임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84일 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85일 밤 역설 • 에이미 로웰
86일 밤 마왕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87일 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88일 밤 자작나무 •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89일 밤 저녁 별 • 사포
90일 밤 여름밤 • 안토니오 마차도
91일 밤 나는 황금의 교회당을 보았다 • 윌리엄 블레이크
92일 밤 간판에게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93일 밤 시기리야의 길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94일 밤 고독의 깊이는 잴 수 없는 것 • 에밀리 디킨슨
95일 밤 석양 • 폴 베를렌느
96일 밤 흡흡게 恰恰偈 • 우두법융
97일 밤 안빈낙도 • 이자현
98일 밤 리처드 코리 •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
99일 밤 집시 세 사람 • 니콜라우스 레나우
100일 밤 교감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에필로그
시 출처
편집자 추천글
누구에게나 시가 필요하다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시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이 있는 한 시는 영원하지 않을까. 많고 많은 시들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건드리는 시가 있다. 그러한 시는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지난한 일상을 새로이 보게 만든다. 시에는 설명이 불가한 부드러운 힘이 내재되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영주 시인이 오랫동안 보듬어온 백 편의 위로 시와 시인만의 깊은 시선으로 적어 내려간 에세이를 담아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를 펴냈다.
백 편의 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위로’다. 시의 형식과 문체, 쓰인 시기는 다 달라도 백 편의 시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괴테부터 하이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윤동주, 나혜석, 최승자, 김남주 시인의 시까지 삶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시들을 모았다. 이 책은 백 일 동안 한 편씩 시를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때로는 소리 내어 읽고, 때로는 필사를 해도 좋다. 백 편의 시들은 죽음 옆에 삶이, 이별 옆에 사랑이, 절망 옆에 희망이 공존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뒤섞어 결국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100일 동안 누리는
1일 1시 1위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문학의 터 위에서 성실하게 시를 지어온 이영주 시인은 백 편의 시를 고르고 읽고 에세이를 쓰는 동안 밤이 덜 가혹해졌으며, 자신이 경험한 풍요로움과 매혹의 순간들을 이 책 속에 펼쳐 보이고 싶다고 고백한다. 평소에 시를 어려워했던 이들이라도 고전이 된 시부터 현대 시까지, 이영주 시인의 감탄하는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백 편의 시가 마음에 내려앉아 한참을 머물게 된다.
하루에 한 편씩 백 일 동안 시를 읽는 삶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늦은 밤 매일 새로운 시어詩語들을 만나다 보면 시와 나만 존재하는 시공간詩空間이 생겨난다. 음미를 잃어버린 시대, 안온이 절실한 시대에 이 책은 행과 연 사이에 흐르는 시의 의미를 곱씹고 자신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 책 속으로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
내가 가진 이것 말고 다른 것. 내가 있는 여기 말고, 다른 곳. 그리고 괴로움과 외로움과 그리움. 이것을 청춘의 힘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분명히 청춘을 지나왔는데, 내 청춘은 왜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지? 이번 생에서 청춘의 목록들을 지울 수 있을까?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을 꿈꾸고, 내게 있는 것들 말고 또 다른 세계가 담긴 것들이 있으리라 믿는 것, 그래서 찾아드는 세 ‘움’의 마음들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청춘은 마음이기 때문이겠지!
(12~13쪽)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너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 성큼성큼 골목 밖으로 사라졌지. 나는 너를 붙잡고 싶었지만, 커다란 덫에 걸린 것처럼 발을 뗄 수가 없었어.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어. 누구의 잘못인지도 이제 기억나지 않아. 다만 그때 우리가 서로의 시간을 슬픔으로만 물들이고 있었던 것, 그것만 남아있어. 어느 계절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그 순간 우리, 각자의 마음에 폭설이 몰아치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덫
에 걸린 채로 너를 기다리고 싶었어. 영원히 오지 않을 너를.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 기다림은 정말이었을까.
(28~29쪽)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
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가끔은 생각한다. 이상 시인은 내 몫의 시까지 다 써내느라 병에 걸렸던 것은 아닐까. 한 세기 이후의 후배 시인들 목소리까지 다 담아내느라 고통받았던 것은 아닐까.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사로잡혀 삶이 중단된 것은 아닐까. 저 거울 속의 나, 또 다른 나와 마주 보는 마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일 것이다. 결국엔 혼자라는 인식, 그 끝없는 고독 속에 던져진 현대인의 운명일 것이다.
(72~73쪽)
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
과일을 깎고 나서 무심코 과도로 찍어 먹기도 한다. 종종 있는 일. 무심하게 칼의 날카로움인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 적이 있다. 종종 있는 일. 인간은 무심해서, 칼이 될 때가 있다.
(94~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