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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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박철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9,000원
• 책꼴/쪽수 :
173x206, 256쪽
• 펴낸날 : 2004-12-30
• ISBN : 9788958071198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저자소개
지은이 : 박철
1955년 한 여름, 강원도 철원 전방 고지에서 태어났다. 1985년 뒤늦게 신학교 문을 나온 후, 박 목사는 그의 관념론적인 생각을 직접 몸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농촌현장을 선택, 그때로부터 20년 동안 줄곧 농민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가 20년 목회에서 발견한 삶의 지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느릿느릿’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박 목사의 이러한 뜻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보이지 않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 <봄여름가을겨울>,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등이 있다. 박철 목사는 현재 [느릿느릿 이야기(slowslow.org)]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내 김주숙(49), 아들 아딧줄(호빈) 넝쿨(의빈), 딸 은빈을 두고 있다. 2004년 10월 박 목사는 농촌목회를 접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산으로 그의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그가 만난 새로운 삶의 울타리는 부산 수정동에 위치한 좋은나무교회(구 성광교회)이다. 그가 20년 동안의 농촌목회를 통하여 체득한 진솔한 삶의 경험을, 도시목회에 어떻게 접목하고, 꽃을 피울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박 목사는 감리교농촌선교목회자회 전국회장을 역임하고 각종 신문과 잡지에 프리랜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편집자 추천글
이 책을 말한다.
자연 그리고 사람에 마음을 빼앗기다!
20여 년간 시골목회에서 퍼올린, 자연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은 박철 목사의 산문
느림의 철학을 실천하며 물 흐르듯 사는 시골목사의 행복 엿보기!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는 급박한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잊고 있는 것과 놓치고 있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를 느릿느릿 되짚어 보게 하는 시골교회 목사님의 산문집이다. 진솔하고 담백한 여러 이야기 속에 어린 시절 눈물겨운 추억들과 그동안 만나 온 아름다운 사람들, 현재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는 정겨운 이웃들의 삶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지은이는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고 자잘한 실수, 털털하다 못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고를 치기도 하는, 구제불능 건망증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소박함이 목사인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는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열정으로 20년 가까이 농민들 삶에 뛰어든, 소외된 이웃과 작고 소중한 것의 의미를 농촌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낮은 자들의 벗이다.
또한 시인이기도 한 지은이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자신과 주변의 소소한 삶을 쉬운 언어로 소중하게 건져 올리며 살고 있다.
농부들에게 배운 진정한 행복의 의미
지은이는 진솔한 이야기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올려 [느릿느릿 이야기]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느릿느릿'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작은 울타리를 형성하면서 정신없는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의 길을 꿋꿋이 나아가며 진정한 행복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느릿느릿'을 외치는 저자 자신도 실상은 얼마나 '느릿느릿' 살아가기가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허둥대고 급하게 달려가는지 고백한다.
약속시간이 촉박하여 도로에서 앞차를 앞지르다가 오히려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이야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간다고 허둥지둥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아내를 태우지도 않고 달려간 이야기, 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다가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야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이 집에 그대로 있었던 이야기 등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에피소드들이 천천히 살아가기 힘든 우리의 자화상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가 말하는‘느림의 철학’은 자연의 리듬에 온 몸을 맡기는 삶의 방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시골 농부들에게 배운 진정한 행복의 모습은 땀 흘리는 순간에 시작된다는 것, 흙 묻은 고무신 한 켤레나 잘 익은 홍시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소중한 사물에 담겨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한 구석마다 물꽝이 자리한 논자락, 교동 섬사람들의 소박하지만 넉넉한 인심, 한겨울 청청하게 서 있는 청송의 푸르름을 보면서 우리는 곳곳에 널린 신의 얼굴을 만난다.
<느릿느릿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한동안 연재순위 1위 기사로 각광을 받았다.
1장 느림의 발견, 느림의 행복
느림의 발견을 통해 행복을 찾는 지은이 삶의 철학이 쉽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2장 목사의 유쾌하게 사는 이야기
황당하고 즐거운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지은이의 모습을 통해 친구 같은 목회자의 이상을 보여준다.
3장 강화 교동 섬에 가보셨나요?
강화 교동 섬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사연들이 물 흐르듯 펼쳐진다.
4장 만나다, 헤어지다, 그리워하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은이의 성찰과 애정이 담겨 있다.
천천히, 그리고 앞서가는 사람의 땀 냄새 나는 글
천천히, 나에겐 달팽이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은 느릿느릿, 천천히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다.
숨차지 않게 어떤 삶의 지름길을 걸어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 그 사람은 박철 목사다.
그의 글은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아서 화사하지 않으며 다소 직설적이다.
그런데 그 직설법 속에 다시 곱씹어보지 않으면 안 될 복선들이 깔려 있다.
무슨 말인지 확 들어오지 않는 그런 글들보다 박철 목사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상상 속에서 쓰인 글이 아니라 발로 쓴 글이며, 이마에 소금땀을 흘려가며 쓴 글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것은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하는 기억들이 내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바라보아도 그 자리인 것만 같은데 어느 날 훌쩍 자란 나무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왔건만 뒷걸음치며 살아온 것 같은데 나무는 아주 천천히 자라면서도 나보다 훌쩍 자라버렸으니 그 천천히, 느릿느릿의 힘을 보게 된다.
- 김민수(제주종달교회 목사, 수필가), 추천 글에서
박철 목사 그를 일러 열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반면 그의 삶은 과격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아침을 사랑한다. 작고 소중한 것들이 눈뜨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며 산에 자신을 맡기는 연습을 한다.
산책길에 만난 풀잎의 이슬, 교회 종탑을 찾은 딱따구리는 모두 그의 스승이다.
―한겨레신문 이유진 기자
그가 20여 년간 농촌과 산골 교회를 섬기며 농민에게서 배운 것은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화려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 마음은 선택받은 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내면에 가지고 있지만 가슴속에 꽁꽁 파묻어 두고 꺼내 쓰지 않아 잠시 녹이 슬어 있는 것일 뿐이다.
- 소설가 공지영
그는 말한다.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마주하는 삼간(三間)의 접점에 왜 내가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묻지 않고서는 나는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느릿느릿’은 바로 그 삼간의 접점에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 그가 세운 표지판이다.
그 표지판은 그 자신의 말로는 아직‘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겸손이다.
각박한 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그 표지판은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수필가 정철용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 자연 속에 나를 맡기는 일
6개월 동안 비워둔 집이어서 사람 대신 쥐새끼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한밤중 쥐새끼들이 찍찍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들만하면 쥐새끼들이 연애를 하는지 사각사각거리다가 별안간 우당탕하고 뛰어다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다가 약이 올라 베개를 냅다 천장을 향해 집어 던지면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4년 6개월 쥐새끼들과 같이 살았다.
교회 마당 앞에 나가서 “이 아무개야!”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면 다 들릴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인정이 많고 선량했다.
전화도 없었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여름이면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겨울이면 산이 깊어서 밤이 일찍 찾아오고 한없이 고즈넉했다.
―본문 중에서
어사지간 내 나이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10년 전 불혹(不惑)의 나이를 맞을 때 나는 심한 몸살을 했다.
그 심한 몸살의 흔적이 나의 첫 시집 <어느 자유인의 고백>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강물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세월만 빠르게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수많은 부침을 견뎌내기 위하여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바로 그 작전은 자연 속에 나를 맡기는 일이었다.
자연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는 것을 배웠으며 내 몸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도 배웠다.
숲 속에 들어가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마주치는 삼간(三間)의 접점에 왜 내가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날카로운 의식의 칼날이 많이 무뎌졌음을 나는 다행으로 생각한다.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가 지난 10년 동안 내가 걸어온 길이었다.
여기 책으로 엮어진 이야기는 최근 1-2년 사이에 교동 섬에서 쓴 이야기이다. 주로 아침 산책이나 달리기를 하고 와서 쓴 것이다.
내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적어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글은 <오마이뉴스>나 <뉴스앤조이>에 연재되었다.
이 책의 원고가 <뜨인돌>에 넘겨졌을 때만해도 나는 강화 교동섬에 있었다.
지난 10월 중순 나는 교동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무슨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오게 된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교동에 있는가, 부산에 있는가 하는 것은 내겐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한 삶의 귀퉁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지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축적된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느릿느릿’이라는 표지는 지금도 유효하고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까지 내가 가야 할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 2004년, 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