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VIVAVIVO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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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O.T. 넬슨
• 옮긴이 : 박중서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152x210, 276쪽
• 펴낸날 : 2007-10-11
• ISBN : 9788958071853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2008년] 어린이문화진흥회 ‘좋은 어린이 책’
[2008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2008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O.T. 넬슨
아이들의 사회라는 모티프를 상상력의 끝까지 데리고 간 이 작품은 O.T. 넬슨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에게서 태어났다. 넬슨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주택도색 전문회사인 칼리지 크래프트 사의 설립자이다. 이 회사는 자유주의적 철학을 직장에 적용한 곳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넬슨은 1976년 회사를 매각하고 이후 여행과 작품활동에 전념한다. 이 작품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더불어 인간다움에 대한 철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까닭에 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성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들에 의해 아직도 즐겨 읽히고 있다. 넬슨은 순수해 보이기만 한 아이들의 세상에 약탈과 폭력, 분쟁을 대입한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인간 고유의 본성이 어둠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믿음과 애정, 협동이라는 가치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아주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옮긴이 : 박중서
출판 기획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중서는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에이전트로 일했으며, ‘책에 대한 책’ 시리즈를 기획했다. 세상에 숨어 있는 의미와 가치를 찾아 책으로 펴내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찬 옮긴이의 역서로는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가 있다.
목차
어차피 집 열쇠가 필요하진 않으니까
쥐는 계획을 세울 수 없지
내 머릿속 테이프에 운전법이 있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논리적’인 방어계획
도둑질할 상대가 없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은 당분간 비밀이야
너랑 나는 뭐 어린애 아니니?
일단은 오늘의 승리를 기뻐하도록 해
오전의 소풍과 한밤의 화재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마법의 성이 나타났어!
글렌바드에서의 모든 전투는 곧 방어
리사의 도시, 주인을 잃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 총을 쏜 거야?
696명을 잃었지만, 네 명이 있으니까 괜찮아
연 날리기를 잊은 5월의 하루
도시를 운영하는 게 장난인 줄 알아?
자야 할 시간이지만, 일단은 연설을 해야지
쥐는 계획을 세울 수 없지
내 머릿속 테이프에 운전법이 있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논리적’인 방어계획
도둑질할 상대가 없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은 당분간 비밀이야
너랑 나는 뭐 어린애 아니니?
일단은 오늘의 승리를 기뻐하도록 해
오전의 소풍과 한밤의 화재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마법의 성이 나타났어!
글렌바드에서의 모든 전투는 곧 방어
리사의 도시, 주인을 잃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 총을 쏜 거야?
696명을 잃었지만, 네 명이 있으니까 괜찮아
연 날리기를 잊은 5월의 하루
도시를 운영하는 게 장난인 줄 알아?
자야 할 시간이지만, 일단은 연설을 해야지
편집자 추천글
어른이 멸종된 시대,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사회에 투영된 어두운 힘의 논리….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깊은 이해의 폭으로 인간다움의 가치를 깨달아 간다.
가까운 미래, 의문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어 어른들은 모두 죽고 12세 이하의 어린이만 살아남는다. 아이들은 빈집이나 상점을 털어 먹을 것을 구해 살아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와중에 힘센 아이들 몇몇은 갱단을 조직하여 약탈과 폭력을 일삼는다. 주인공 리사는 이 갱단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친구들을 모아 의용군을 조직한다. 그러나 곧 의용군의 한계를 느낀 리사는 오래된 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새 보금자리로 삼는다. 아이들은 리사의 지휘 아래 방어계획을 세우고 식량을 조달하며 새로운 미래를 구상한다. 그러나 리사의 라이벌이자 갱단의 두목인 탐의 계략에 말려 리사는 총상을 입고 도시에서 도망치게 된다. 그러나 리사는 오랜 친구와 동생의 도움으로 부상에서 회복되고 글렌바드를 재탈환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구상한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서 순수를 찾을 수 없다. 다만 매우 ‘어른스러운’ 어둠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뿐이다. 아이들의 세계에 투영된 어른들의 힘의 논리는 이렇게 인간다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존자들은 서로 돕고 신뢰하는 것이 인간임을, 그리하여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 간다.
홉스와 루소의 고민, 아이들만 사는 도시에서 재현되다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바이러스로 인해 기존의 세상이 무너지고부터 일어나는 혼돈과 갈등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인물을 통해 접하게 되는 사상의 충돌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홉스 VS 리사
대표회의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 도시는 리사의 소유니까. 물론 리사는 다른 아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종적 권한은 리사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 - 본문 중에서
“…하지만 글렌바드가 공동의 소유가 된다면 우리는 대표회의를 열어서 매사를 투표로 결정해야 할 거야. 그러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할 거고.” - 본문 중에서
영국의 철학자 홉스. 그는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학자로, 사람들은 자연상태에서 모두 자기의 이익을 좇느라 서로 물고 물린다고 생각했다.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 쟁’이라 칭하고, 이를 벗어나려면 개인이 모든 권리를 1인 또는 소수에게 모두 맡기고 강력한 전제 군주제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주인공 리사가 선택한 도시 운영 체제는 홉스의 주장과 닮아 있다. 리사는 폭력과 약탈을 일삼는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용군을 조직하고, 아이들만 사는 도시를 세웠다. 그리고 도시를 자신의 것이라 칭하며 결정권을 나누기를 거부했다. 또한 ‘글렌바드 헌법’을 만들어서 여기에 동의하는 아이들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등, 강력한 독재 권력 체제를 만들어 갔다. 도시 시민들은 물론이고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들조차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갖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리사에게 모두 넘기다시피 한다.
루소 VS 질
“여기를 네 소유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야. 이 도시는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리사, 투표란 좋은 거야.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모두가 의견을 보탤 수 있다는 건 공평한 거 아니니?” - 본문 중에서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학자 중에 종종 홉스와 비교되곤 하는 루소. 그는 홉스와 달리 인간이 자연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조화롭게 살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국가는 개인이 권리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국가에 양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계약설이라는 큰 틀 안에서 루소는 홉스와 같은 집합에 묶이지만, 루소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했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에서 홉스의 역할은 주인공 리사의 친구인 질이라고 볼 수 있다. 리사의 결정적 원조자이기도 한 질은 자신도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보호하려 애쓴다. 질은 리사가 도시를 개인의 재산으로 본다거나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질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만사에 반영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협조하되 개인의 권리도 중시하는 질의 생각은 루소와 맥을 같이한다.
아마존 서평
-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지만 아직까지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꽂혀 있다.
- 세상에 단 두 사람만 남아도 분쟁은 일어난다. 그것이 사람이다.
-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거리를 주기 위한 책을 고르라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출판사 리뷰 - 아이들만 사는 도시, 낙관과 절망 사이에 서다
아이들만 사는 도시, 낙관과 절망 사이에 서다
‘아이들의 사회’는 지금까지 여러 소설가들을 매혹시킨 모티프 중 하나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는 그중 대표적이다. 후자가 고난을 극복하고 인간적인 성장을 이룬다는 낙관적인 이야기인 반면에, 전자는 그 반대다. 자연상태에서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잔혹함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간 소설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순수함은 생존이라는 과제 앞에서 무력해진다. 어른이 모두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은 힘센 아이들 위주로 재편성된다. 결국 폭력과 약탈이 횡행하고, 이에 대한 죄의식도 희미하다. 주인공 리사가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용군을 조직하자고 동네 아이들에게 건의하자, 아이들은 공격당하기를 기다리느니 먼저 공격을 하자고 우긴다. 그러나 글렌바드라는 도시를 세우고 난 뒤 리사가 라이벌의 계략에 말려 총상을 입고 도망치는 처지에 놓이자 아이들은 리사와의 신의를 지키고자 새 지도자에게 협조하기를 거부한다. 천신만고 끝에 도시를 되찾고 나자 글렌바드 시민들은 환호하지만 정작 리사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보다 더 강력한 갱단의 위협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두움, 혹은 희망의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다. 마음속에 공포가 차지할 자리가 큰 만큼, 믿음이나 애정, 희망 같은 가치들이 자리할 곳도 크다.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라이벌에게 느끼는 리사의 감정은 분노나 증오가 아니라 연민과 애정이다. 도시를 되찾은 아이들은 지금의 평화가 영원하지 않으나, 지킬 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그러나 매우 어른스러운 방어계획
아이들이 세우는 방어계획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 중 하나다.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갖가지 기상천외한 방어계획을 세운다. 어떤 것은 지극히 아이답게 어설프지만, 어떤 것은 어른이 생각하기에도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깜짝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돌 투하장치 - 침입자가 대문을 열었을 때 침입자의 머리 위로 돌이 떨어지도록 하는 장치. 의용군을 조직하고 난 뒤 리사네 동네의 모든 집에 이 장치가 설치되었다.
2 끓는 기름 공격 - 적이 새로운 도시, 글렌바드의 벽을 타고 올라오면, 준비된 기름을 끓인 뒤 벽을 따라 흐르게 한다. 실제로 주인공 리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탐은 이 공격으로 인해 화상을 입고 험상궂은 얼굴을 갖게 된다.
3 경비견을 이용한 보안 시스템 - 옥상의 보초는 30분에 한 번씩 밖으로 돌을 던진다. 건물 밖의 경비견이 그 소리를 듣고 짖으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뜻! 그러나 훗날 리사는 이 보안 시스템의 덫에 도리어 걸려들고 만다.
4 덧문 달기 - 행동을 관찰당할 우려가 있는 1층 창문은 철판으로 용접한다. 비록 햇빛이 잘 들지 않겠지만, 창문 사이로 화염병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5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비밀창고 작전 - 확보한 식량 및 생필품은 6개의 비밀창고에 안전하게 나누어 보관한다. 그래야 어느 한 곳이 발각되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다. 비밀창고의 위치는 적의 고문에 의해 발설될 수 있으니 최소한의 정예 멤버만 알 고 있을 것!
VIVAVIVO 시리즈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VivaVivo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VivaVivo는 ‘살아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 어입니다.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입니다.
책 속으로
우선 먹을 게 필요했다. 보관해 둔 것들은 얼마 안 가서 떨어질 게 뻔했다. 리사 말마따나 ‘다이어트’ 식으로 아껴 먹는다 해도, 지금 같은 상태로는 4주를 버티기도 빠듯해 보였다. 게다가 4주란 시간은 얼마나 눈 깜짝할 새였던가. 그나마 도둑질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제는 빈집과 상점도 대부분 털린 상태다. 직접 사냥을 하면 어떨까? 하지만 자신이 엽총을 들고 숲속을 누비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무서운 것은 둘째치고 사냥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설령 운 좋게 토끼라도 한 마리 잡는다 한들, 과연 그 가죽을 벗길 수나 있을까. 24P
운전석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좌석을 끌어당기는 일이었다. 좌석에는 두툼한 쿠션이 있었지만 그래도 리사의 작은 체구는 계기판 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게다가 발은 페달에 겨우 닿을락말락 했다. 리사는 또다시 겁이 났다. ‘열 살짜리 여자애가 차를 몬다니!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을까?’
리사는 말없이 한참이나 떨며 앉아 있었다.
“웬 눈물이야, 제길!”
자기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는 사실이 우스워서 리사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40P
“근데 ‘논리적’이란 게 뭐야?”
토드에게 그 단어는 뭔가 어마어마해 보였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신도 ‘방위대장’으로 임명받았으니, 자기도 그런 어른스러운 말을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59p
글렌바드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1월 1일 밤을 기해 그랜드빌은 유령도시가 되었다. 그곳에 살던 시민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소중한 보물들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아니, 얼핏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뒤늦게 그곳을 습격한 치데스터와 엘름 연합군의 눈에 말이다. 168p
“… 아, 질. 처음에는 나도 소유권 같은 게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글렌바드가 공동의 소유가 된다면 우리는 대표회의를 열어서 매사를 투표로 결정해야 할 거야. 그러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할 거고.”
“나빠진다고?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리사? 투표란 좋은 거야.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모두가 의견을 보탤 수 있다는 건 공평한 거 아니니? 너… 생각하는 게 정말 이상하구나?” 191p
아이들의 사회에 투영된 어두운 힘의 논리….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깊은 이해의 폭으로 인간다움의 가치를 깨달아 간다.
가까운 미래, 의문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어 어른들은 모두 죽고 12세 이하의 어린이만 살아남는다. 아이들은 빈집이나 상점을 털어 먹을 것을 구해 살아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와중에 힘센 아이들 몇몇은 갱단을 조직하여 약탈과 폭력을 일삼는다. 주인공 리사는 이 갱단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친구들을 모아 의용군을 조직한다. 그러나 곧 의용군의 한계를 느낀 리사는 오래된 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새 보금자리로 삼는다. 아이들은 리사의 지휘 아래 방어계획을 세우고 식량을 조달하며 새로운 미래를 구상한다. 그러나 리사의 라이벌이자 갱단의 두목인 탐의 계략에 말려 리사는 총상을 입고 도시에서 도망치게 된다. 그러나 리사는 오랜 친구와 동생의 도움으로 부상에서 회복되고 글렌바드를 재탈환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구상한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서 순수를 찾을 수 없다. 다만 매우 ‘어른스러운’ 어둠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뿐이다. 아이들의 세계에 투영된 어른들의 힘의 논리는 이렇게 인간다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존자들은 서로 돕고 신뢰하는 것이 인간임을, 그리하여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 간다.
홉스와 루소의 고민, 아이들만 사는 도시에서 재현되다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바이러스로 인해 기존의 세상이 무너지고부터 일어나는 혼돈과 갈등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인물을 통해 접하게 되는 사상의 충돌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홉스 VS 리사
대표회의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 도시는 리사의 소유니까. 물론 리사는 다른 아이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종적 권한은 리사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 - 본문 중에서
“…하지만 글렌바드가 공동의 소유가 된다면 우리는 대표회의를 열어서 매사를 투표로 결정해야 할 거야. 그러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할 거고.” - 본문 중에서
영국의 철학자 홉스. 그는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학자로, 사람들은 자연상태에서 모두 자기의 이익을 좇느라 서로 물고 물린다고 생각했다.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 쟁’이라 칭하고, 이를 벗어나려면 개인이 모든 권리를 1인 또는 소수에게 모두 맡기고 강력한 전제 군주제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주인공 리사가 선택한 도시 운영 체제는 홉스의 주장과 닮아 있다. 리사는 폭력과 약탈을 일삼는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용군을 조직하고, 아이들만 사는 도시를 세웠다. 그리고 도시를 자신의 것이라 칭하며 결정권을 나누기를 거부했다. 또한 ‘글렌바드 헌법’을 만들어서 여기에 동의하는 아이들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등, 강력한 독재 권력 체제를 만들어 갔다. 도시 시민들은 물론이고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들조차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갖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리사에게 모두 넘기다시피 한다.
루소 VS 질
“여기를 네 소유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야. 이 도시는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리사, 투표란 좋은 거야.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모두가 의견을 보탤 수 있다는 건 공평한 거 아니니?” - 본문 중에서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학자 중에 종종 홉스와 비교되곤 하는 루소. 그는 홉스와 달리 인간이 자연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조화롭게 살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국가는 개인이 권리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국가에 양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계약설이라는 큰 틀 안에서 루소는 홉스와 같은 집합에 묶이지만, 루소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했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에서 홉스의 역할은 주인공 리사의 친구인 질이라고 볼 수 있다. 리사의 결정적 원조자이기도 한 질은 자신도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보호하려 애쓴다. 질은 리사가 도시를 개인의 재산으로 본다거나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질은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만사에 반영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협조하되 개인의 권리도 중시하는 질의 생각은 루소와 맥을 같이한다.
아마존 서평
-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지만 아직까지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꽂혀 있다.
- 세상에 단 두 사람만 남아도 분쟁은 일어난다. 그것이 사람이다.
-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거리를 주기 위한 책을 고르라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출판사 리뷰 - 아이들만 사는 도시, 낙관과 절망 사이에 서다
아이들만 사는 도시, 낙관과 절망 사이에 서다
‘아이들의 사회’는 지금까지 여러 소설가들을 매혹시킨 모티프 중 하나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나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는 그중 대표적이다. 후자가 고난을 극복하고 인간적인 성장을 이룬다는 낙관적인 이야기인 반면에, 전자는 그 반대다. 자연상태에서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잔혹함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간 소설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순수함은 생존이라는 과제 앞에서 무력해진다. 어른이 모두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은 힘센 아이들 위주로 재편성된다. 결국 폭력과 약탈이 횡행하고, 이에 대한 죄의식도 희미하다. 주인공 리사가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의용군을 조직하자고 동네 아이들에게 건의하자, 아이들은 공격당하기를 기다리느니 먼저 공격을 하자고 우긴다. 그러나 글렌바드라는 도시를 세우고 난 뒤 리사가 라이벌의 계략에 말려 총상을 입고 도망치는 처지에 놓이자 아이들은 리사와의 신의를 지키고자 새 지도자에게 협조하기를 거부한다. 천신만고 끝에 도시를 되찾고 나자 글렌바드 시민들은 환호하지만 정작 리사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보다 더 강력한 갱단의 위협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두움, 혹은 희망의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다. 마음속에 공포가 차지할 자리가 큰 만큼, 믿음이나 애정, 희망 같은 가치들이 자리할 곳도 크다.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라이벌에게 느끼는 리사의 감정은 분노나 증오가 아니라 연민과 애정이다. 도시를 되찾은 아이들은 지금의 평화가 영원하지 않으나, 지킬 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그러나 매우 어른스러운 방어계획
아이들이 세우는 방어계획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 중 하나다. 갱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갖가지 기상천외한 방어계획을 세운다. 어떤 것은 지극히 아이답게 어설프지만, 어떤 것은 어른이 생각하기에도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깜짝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돌 투하장치 - 침입자가 대문을 열었을 때 침입자의 머리 위로 돌이 떨어지도록 하는 장치. 의용군을 조직하고 난 뒤 리사네 동네의 모든 집에 이 장치가 설치되었다.
2 끓는 기름 공격 - 적이 새로운 도시, 글렌바드의 벽을 타고 올라오면, 준비된 기름을 끓인 뒤 벽을 따라 흐르게 한다. 실제로 주인공 리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탐은 이 공격으로 인해 화상을 입고 험상궂은 얼굴을 갖게 된다.
3 경비견을 이용한 보안 시스템 - 옥상의 보초는 30분에 한 번씩 밖으로 돌을 던진다. 건물 밖의 경비견이 그 소리를 듣고 짖으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뜻! 그러나 훗날 리사는 이 보안 시스템의 덫에 도리어 걸려들고 만다.
4 덧문 달기 - 행동을 관찰당할 우려가 있는 1층 창문은 철판으로 용접한다. 비록 햇빛이 잘 들지 않겠지만, 창문 사이로 화염병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5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비밀창고 작전 - 확보한 식량 및 생필품은 6개의 비밀창고에 안전하게 나누어 보관한다. 그래야 어느 한 곳이 발각되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다. 비밀창고의 위치는 적의 고문에 의해 발설될 수 있으니 최소한의 정예 멤버만 알 고 있을 것!
VIVAVIVO 시리즈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VivaVivo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VivaVivo는 ‘살아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 어입니다.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입니다.
책 속으로
우선 먹을 게 필요했다. 보관해 둔 것들은 얼마 안 가서 떨어질 게 뻔했다. 리사 말마따나 ‘다이어트’ 식으로 아껴 먹는다 해도, 지금 같은 상태로는 4주를 버티기도 빠듯해 보였다. 게다가 4주란 시간은 얼마나 눈 깜짝할 새였던가. 그나마 도둑질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제는 빈집과 상점도 대부분 털린 상태다. 직접 사냥을 하면 어떨까? 하지만 자신이 엽총을 들고 숲속을 누비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무서운 것은 둘째치고 사냥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설령 운 좋게 토끼라도 한 마리 잡는다 한들, 과연 그 가죽을 벗길 수나 있을까. 24P
운전석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좌석을 끌어당기는 일이었다. 좌석에는 두툼한 쿠션이 있었지만 그래도 리사의 작은 체구는 계기판 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게다가 발은 페달에 겨우 닿을락말락 했다. 리사는 또다시 겁이 났다. ‘열 살짜리 여자애가 차를 몬다니!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했을까?’
리사는 말없이 한참이나 떨며 앉아 있었다.
“웬 눈물이야, 제길!”
자기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는 사실이 우스워서 리사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40P
“근데 ‘논리적’이란 게 뭐야?”
토드에게 그 단어는 뭔가 어마어마해 보였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신도 ‘방위대장’으로 임명받았으니, 자기도 그런 어른스러운 말을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59p
글렌바드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1월 1일 밤을 기해 그랜드빌은 유령도시가 되었다. 그곳에 살던 시민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소중한 보물들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아니, 얼핏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뒤늦게 그곳을 습격한 치데스터와 엘름 연합군의 눈에 말이다. 168p
“… 아, 질. 처음에는 나도 소유권 같은 게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글렌바드가 공동의 소유가 된다면 우리는 대표회의를 열어서 매사를 투표로 결정해야 할 거야. 그러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할 거고.”
“나빠진다고?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리사? 투표란 좋은 거야.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모두가 의견을 보탤 수 있다는 건 공평한 거 아니니? 너… 생각하는 게 정말 이상하구나?” 19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