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부탁했어 (VIVAVIVO 09 | 원제 Malka 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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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미리암 프레슬러(Mirjam Pressler)
• 옮긴이 : 유혜자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152x210, 256쪽
• 펴낸날 : 2009-04-27
• ISBN : 9788958072553
• 십진분류 : 문학 > 독일문학 (85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독일서적협회 선정 독일도서상 수상작
저자소개
지은이 : 미리암 프레슬러(Mirjam Pressler)
1940년에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 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제2의 루이제 린저’라는 평을 들으며 독일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학 작가이자 번역가로서 꾸준하게 활동해 왔다. 1994년에 번역 전집으로 독일 청소년문학상 특별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전체 작품에 대해 칼 추크마이어 메달을 받았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와 번역가로 일하면서 뮌헨에 살고 있다. 대표작으로 『씁쓸한 초콜릿』,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어서 말을 해』, 『자전거 도둑 니켈』, 『너무나 그리운- 안네 프랑크의 생애』 등이 있다.
옮긴이 : 유혜자
스위스 취리히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였다. 독일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15년째 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글에 감동을 받으며 사는지 늘 궁금해하며 자란 그녀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책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그 동안 옮긴 책으로는 「좀머 씨 이야기」, 「단순하게 살아라」,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등 150여 권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1943년, 유대인 여의사 한나는 독일군의 탄압이 심해지자 민나와 말카, 두 딸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너무 갑작스레 떠난 피난길이라 여름 샌들을 신은 채, 셋은 산을 넘어 헝가리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말카는 무리한 행군 끝에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 만다. 한나는 역시 피난길을 떠난 고향사람들 무리를 만나 거기에 합류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아픈 어린아이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한다. 결국 생전 처음 보는 농부에게 말카를 맡기고, 말카가 회복되는 대로 자신에게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다음 민나와 길을 떠난다. 그러나 말카는 병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군의 시선을 두려워한 농부에 의해 버림받고 폴란드로 강제이송된다. 그때부터 거리를 헤매면서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한편 민나를 데리고 헝가리 내의 폴란드 난민촌에 들어간 한나는 말카가 폴란드로 강제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커다란 슬픔에 휩싸인다. 어떻게 아이를 버리고 올 수 있었냐는 주위의 냉소, 자신의 편리를 위해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자 애썼던 젊은 날에 대한 회한, 성공을 위해 가족을 외면했다는 후회가 한나를 지배한다. 한나는 결국 폴란드로 돌아가 말카를 직접 데려오기로 결정한다.
편집자 추천글
혼자가 된 여덟 살 소녀의 홀로코스트 생존기 그해 겨울, 말카와 함께 거리에 있었을 소년소녀들의 이야기
홀로코스트를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된 여덟 살 소녀의 고난을 다룬 소설. 『씁쓸한 초콜릿』,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로 국내에 익히 알려진 미리암 프레슬러의 2002년 독일도서상 수상작이다.
귀하게만 자라온 소녀 말카는 어느 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헝가리로 피난길을 떠난다. 말카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에 병을 얻자, 엄마는 어느 농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큰딸과 먼저 길을 떠난다. 그러나 독일군의 시선을 두려워한 농부는 말카를 길 한가운데에 버리고 만다. 말카는 그때부터 길 위에서 추위와 허기, 외로움과 싸운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어린 소녀가 혼자 살아가는 모습은 비참하기만 하다. 그러나 작가는 아이의 시선을 빌려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그러면서도 우리 안의 인간성을 자극하도록 그 시절을 묘사해 냈다. 누군가에 대한 동정, 혹은 비난을 강렬하게 드러내지도 않고, 메시지를 전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오직 순수하게 세상을 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홀로코스트의 참상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바로 미리암 프레슬러라는 작가의 저력이다.
『바람에게 부탁했어』는 동명의 실존인물로부터 얻은 얼개에 작가가 픽션을 더해 완성한 소설이다. 말카 마이는 현재 이스라엘에 살고 있으며, 피난길에 겪었던 일들을 거의 잊었다고 한다.
분명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뜨인돌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VivaVivo》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이다.
소녀가 묻는다. “당신이라면 나의 손을 잡아 줬을까요?”
인류 최악의 대학살이라고 불리는 홀로코스트. 이런 고난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가해자의 위치에 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오스카 쉰들러 같은 의인은 못 되었을지라도, 최소한 소설 <더 리더>에 등장하는 한나처럼 수동적 복종형이거나 아니면 방관자 정도였을 거라고 추측하지 않을까? 그러나 1960년대 비윤리적 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 복종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인간은 아주 약한 정도의 권위에도 쉽게 상식과 윤리를 배반한다. 괴롭고 부끄럽지만, 그것이 인간이다. 상황이라는 것은 교육받은 지성, 몸에 밴 친절을 간단히 벗겨 버리고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소설 속 농부는 말카 또래의 딸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 작은 소녀를 버렸다. 그것도 길 한가운데에. 집단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성당으로 뛰어든 말카를 데려다가 먹여 주고 재워 준 할머니는, 말카가 갈 곳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제 집에 가라며 길에 내버려 두었다. 독일군을 피해 기차 안으로 숨은 말카는 어떤 남자가 “독일군이 한 가지만큼은 잘한 게 있”다면 “유대인을 싸그리 없애 버리는” 일이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우리 중 누가, 나는 이들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말카는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 1960년대 예일대학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는 ‘징벌에 따른 학습효과’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실험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했다. 그들에게는 시간당 4불의 임금이 제시되었다. 참가자는 칸막이 건너편에 있는 사람에게 문제를 내고 그가 오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게 되어 있었다. 오답이 반복될수록 전기충격의 강도는 점차 강해진다. 그런데 이 실험의 실제 목적은 참여자에게 밝힌 것과 달리 사람이 권위에 복종하는 양상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밀그램 교수는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450볼트까지 전압을 높일 참가자가 몇이나 될 것인지 보고 싶어 했다. 건너편에서 전기충격을 받고 소리를 지르며 내보내 달라 애원하는 이들은 모두 실험팀의 일원이었다. 실험결과는? 실험 전에는 450볼트 전압까지 높일 이들이 전체 실험 참가자 중 0.1퍼센트 미만일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져 있었다. 상식적으로, 또한 ‘인간적으로’ 누가 시간당 4불을 받으면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겠는가?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체 참가자 중 무려 65퍼센트가 최대 전압까지 올렸다. 실험 장소에는 아무런 속박이 없었으므로 참가자는 언제든 실험실을 박차고 나갈 수 있었다. 다만 실험을 주관하는 이, 즉 권위자의 몇 마디 압박이 참가자에게 끊임없이 가해졌다. 실험 주관자는 참가자가 실험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걱정하지 말고 계속하라. 당신이 전압을 올리지 않으면 실험은 마칠 수 없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희망이 두려웠던 아이, 말카를 소설 속에 불러들인 이유
홀로코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매해 4월 20일에는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가 벌어진다(*4월 20일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에서 1943년에 봉기가 시작된 날이다). 희생자는 600만 명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숫자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한참 논쟁 중이다. 관련서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소설·영화 등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낳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류가 저지른 참혹한 살상을 끊임없이 반추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를 꼽아 보자면 이 커다란 범죄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누가 누구를 용서할 것이며, 죄의 대가는 어떻게 치를 것인가? 『바람에게 부탁했어』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말카는 누구로부터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자기 자식을 지키고자 남의 자식을 버린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들이 비인간적이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을 취했다고 할 것인가?
용서는 누가 대표로 구할 수도 없고, 누군가를 대신해서 해줄 수도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통은 어떤 식으로든 정의롭게 정리되지 못할 것이다. 대신 우리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겨울, “깡마른 허벅지가 남의 다리처럼 낯설게 느껴”졌던,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아 걱정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차라리 그렇게 되었으면 싶”었던 말카를 소설 속에 불러들인 이유다.
미리암 프레슬러에게 더해진 또 하나의 명성, 2002년 독일도서상 수상작 『바람에게 부탁했어』
미리암 프레슬러는 올덴부르크 청소년도서상 수상작인 『씁쓸한 초콜릿』,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등으로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독일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학 작가다. 『바람에게 부탁했어Malka Mai』는 그녀에게 2002년 독일도서상 수상작이라는 또 하나의 명성을 더해 준 소설이다. 독일도서상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독일서적상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책에 수여하던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었다. 2005년부터는 그해 출간된 책 중 최고의 작품에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수상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가 고안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들
“나도 집에 갈래. 나 헝가리에 안 가. 엄마,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그건 안 돼.”
한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시는 못 가요?”
말카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응. 다시는 못 가.”
“내 방하고, 내 침대하고, 내 옷도 다 집에 있는데도요?”
“이제 그런 것 없어.”
- 43페이지
“헝가리 사슴이다!”
말카가 외치고는 한나에게 물었다.
“사슴은 국경선 넘어 다녀도 돼요?”
그러자 민나가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우리처럼 몰래 가지도 않아.”
“그럼 우리도 사슴이면 좋겠다.”
말카가 말하자 민나가 벌컥 화를 냈다.
“으이그,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
- 48페이지
“너 처음 맞아 봤냐? 그렇게 무서워서 난리를 피우게?”
요셀이 물었다. 말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은 아니었다. 민나 언니는 성격이 불 같아서 자신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종종 때렸다. 하지만 이번은 그때와 많이 달랐다. 뭘 잘못했거나 까불어서 맞은 게 아니었고, 스스로 너무 부끄럽게 맞았다. 마치 개를 때리거나 파리를 잡아 죽이는 것 같았다. 말카는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 114페이지
어느 순간부터 말카는 날짜를 세지 않았다. 대신 하루하루를 ‘뭔가 먹은 날’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날’로만 구분했다. 뭔가 먹은 날은 무심코 지나가는 회색 날들에 드문드문 있는 환한 불빛 같은 날이어서 다양한 이름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픔에 시달린 날은 ‘다른 날’이라고 불렀다. 말카가 특히 좋아하는 날은 ‘빵 한 덩이의 날’이다.
- 172페이지
창밖으로 하얀 풍경이 지나갔다. 산, 나무, 들, 그리고 집. 말카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머릿속을 텅 비우고 싶었다.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더구나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위험했다.
- 249페이지
뜨인돌 청소년 문학 《비바비보》 시리즈
비바비보는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입니다.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입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들
“나도 집에 갈래. 나 헝가리에 안 가. 엄마,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그건 안 돼.”
한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시는 못 가요?”
말카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응. 다시는 못 가.”
“내 방하고, 내 침대하고, 내 옷도 다 집에 있는데도요?”
“이제 그런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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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사슴이다!”
말카가 외치고는 한나에게 물었다.
“사슴은 국경선 넘어 다녀도 돼요?”
그러자 민나가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우리처럼 몰래 가지도 않아.”
“그럼 우리도 사슴이면 좋겠다.”
말카가 말하자 민나가 벌컥 화를 냈다.
“으이그,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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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처음 맞아 봤냐? 그렇게 무서워서 난리를 피우게?”
요셀이 물었다. 말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은 아니었다. 민나 언니는 성격이 불 같아서 자신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종종 때렸다. 하지만 이번은 그때와 많이 달랐다. 뭘 잘못했거나 까불어서 맞은 게 아니었고, 스스로 너무 부끄럽게 맞았다. 마치 개를 때리거나 파리를 잡아 죽이는 것 같았다. 말카는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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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말카는 날짜를 세지 않았다. 대신 하루하루를 ‘뭔가 먹은 날’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날’로만 구분했다. 뭔가 먹은 날은 무심코 지나가는 회색 날들에 드문드문 있는 환한 불빛 같은 날이어서 다양한 이름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픔에 시달린 날은 ‘다른 날’이라고 불렀다. 말카가 특히 좋아하는 날은 ‘빵 한 덩이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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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하얀 풍경이 지나갔다. 산, 나무, 들, 그리고 집. 말카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머릿속을 텅 비우고 싶었다.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더구나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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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인돌 청소년 문학 《비바비보》 시리즈
비바비보는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입니다.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