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 (VIVAVIVO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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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캐런 쿠시먼(Karen Cushman)
• 옮긴이 : 이다희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0,000원
• 책꼴/쪽수 :
152x210, 288쪽
• 펴낸날 : 2010-12-09
• ISBN : 9788958073253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절판
저자소개
지은이 : 캐런 쿠시먼(Karen Cushman)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영미권에서는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중견 작가다.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을 쓰기 전에는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썼다. 중세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대표작 『산파의 조수The Midwife’s Apprentice』로 뉴베리상을, 『소녀, 발칙하다!』로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하였다. 남편과 시애틀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에 살고 있다
옮긴이 : 이다희
1999년 이화여대 철학과에 입학, 200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신화의 역사』,『사막의 꽃』 등 다양한 청소년 소설과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중견 문학가이자 번역가로 잘 알려진 아버지 이윤기 씨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역하기도 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중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열다섯 소녀 프랜신은 자타공인 착한 아이다. 시대적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가톨릭 학교만의 엄격한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프랜신은 선생님한테 한 번도 대든 적이 없다. 부모님한테 말대꾸도 하지 않으며, 친구들의 짓궂은 부탁에도 수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하지만 용기 없고 소심한 프랜신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다. 프랜신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반짝거리는 빨간 구두를 신고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소피가 프랜신을 찾아온다. 프랜신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피는 키도 크고 곱슬거리는 금발 머리에 어여쁜 미모를 지녔지만 공립 학교와 기숙 학교에서 쫓겨날 만큼 굉장한 말썽꾸러기다. 프랜신이 예상했던 대로 소피는 가톨릭 학교에서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킨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프랜신과 소피는 친한 친구가 된다. 프랜신에게 소피는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삶의 짜릿한 ‘일탈’과도 같다. 생애 처음 땡땡이도 치고, 할리우드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권위 없이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소피네 아빠, 넉넉한 웃음을 지닌 유쾌한 영화배우 제이콥 아저씨도 프랜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친구들이다. 이들을 통해 프랜신은 조금씩 변하게 된다.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어른들의 명령과 사회의 규칙을 생각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 나만의 판단을 통해 세상의 옳고 그름에 눈을 뜬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프랜신 부모님의 눈에는 ‘착한’ 프랜신이 ‘나쁜’ 소피와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미국 사회에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자 제이콥 아저씨는 자살을 택한다. 소피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사회의 비난과 오해에 시달리는 소피네 가족은 어디론가 떠난다. 소피가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비겁함과 용기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 프랜신. 어두운 밤, 불 꺼진 학교로 발을 옮긴다. 소피를 위해, 우리들의 잃어버린 권리와 자유를 위해, 프랜신은 교장실 문을 두드린다. 이제 프랜신이 이야기할 차례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프랜신과 소피는 친한 친구가 된다. 프랜신에게 소피는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삶의 짜릿한 ‘일탈’과도 같다. 생애 처음 땡땡이도 치고, 할리우드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권위 없이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소피네 아빠, 넉넉한 웃음을 지닌 유쾌한 영화배우 제이콥 아저씨도 프랜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친구들이다. 이들을 통해 프랜신은 조금씩 변하게 된다.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어른들의 명령과 사회의 규칙을 생각 없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 나만의 판단을 통해 세상의 옳고 그름에 눈을 뜬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프랜신 부모님의 눈에는 ‘착한’ 프랜신이 ‘나쁜’ 소피와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미국 사회에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자 제이콥 아저씨는 자살을 택한다. 소피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사회의 비난과 오해에 시달리는 소피네 가족은 어디론가 떠난다. 소피가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비겁함과 용기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 프랜신. 어두운 밤, 불 꺼진 학교로 발을 옮긴다. 소피를 위해, 우리들의 잃어버린 권리와 자유를 위해, 프랜신은 교장실 문을 두드린다. 이제 프랜신이 이야기할 차례다.
편집자 추천글
우리 학교 최고의 소심 걸 프랜신이 교장실에 쳐들어갔다고?
용기 없고 겁 많은 열다섯 소녀 프랜신,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습격했다.
소중한 친구 소피를 위해, 우리들의 잃어버린 권리와 자유를 위해!
프랜신의 당당하고 솔직한 자아 찾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소심한 소녀,
마음껏 누리고 당당하게 외치는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누려야 할 많은 자유를 억압받는다. 그저 좋은 대학과 높은 수능 성적만을 위해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랜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랜신은 한마디로 ‘바른 생활’ 소녀다. 규율을 어긴 적도, 엄마 아빠에게 말대답을 한 적도, 치마를 짧게 줄이거나 머리를 염색한 적도 없다. 겁 많고 소심한 프랜신이 남몰래 품고 있는 장래 희망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다. 영화를 하도 좋아해서 또래 친구들은 잘 모르는 영화배우와 영화 제목을 줄줄 외운다.
프랜신이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지 예쁜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유로운 자기 모습을 꿈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프랜신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차단당한 채 그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심한 아이니까 말이다.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반항’으로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당당히 딴지를 건다. 소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주인공 프랜신이 자기만의 목소리와 힘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읽는 내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입시 현실에 억눌리고 강요와 명령에 길들여지는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자기 안의 당당한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 사회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매카시즘, 즉 평범한 시민들을 나라에 위협이 되는 존재인 ‘빨갱이’로 몰아 자유를 억압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낮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잃어버린 권리를 말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 자체가 현 세기의 매카시즘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매카시즘이라는 한정된 사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악으로 치부하는 생각에 대한 경계다. 따라서『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의미를 깨닫게 한다. 혼돈과 공포로 얼룩진 시대를 용기 있게 살아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이 무엇인지, 정의롭고 지혜로운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목표를 향한 경쟁자가 아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알려주는 소설
“걔는 공부를 못하니까 가까이 어울리지 마.”
“어제 너랑 있던 아이, 교복 치마가 짧고 불량스러워 보이더라.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지?”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친구를 판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 즉 머리 길이나 교복 치마 길이 등에서 풍기는 인상이고 또 하나는 바로 성적이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생각할 때 청소년에게 필요한 ‘친구’는 단 하나인 것만 같다.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학생.’ 이에 해당되지 않는 친구는 모두 ‘나쁜 아이’가 되어 버린다.『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에도 골치 아픈 친구가 하나 등장한다. 프랜신의 이웃집에 사는 소피가 그 주인공이다. 소피는 선생님한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기도 하고, 억울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어른들의 미움을 독차지한다. 어른들의 판단에 의하면 이보다 더 ‘나쁜 아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프랜신은 소피 덕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소피를 통해 자기만의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분명한 판단을 통해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다. 프랜신과 소피는 어른들의 선입관과 사회의 편견을 넘어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판단하고 외면해 버리지 않고, 따뜻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가장 소중한 친구 사이가 된다.『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친구가 아닌 ‘경쟁자’ 되는 법을 강요당하기에 바쁜 우리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진정한 우정을 배워 나가는 지침서가 되어 주는 소설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테마 세계 문학 《비바비보》 시리즈
비바비보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로,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1권 『티모시의 유산』은 백인 소년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2권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아이들만 남은 세상에서의 생존과 권력 구조를, 3권 『황허에 떨어진 꽃잎』은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의 정체성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 뒤를 이어, 미래 환경 문제를 다룬 『태양이 없는 땅』, 어린이 인권의 아픈 현실을 밝힌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12살 소년의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트레버』, 말로 전할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운 『기관차 선생님』,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두 소년의 삶을 조명한 『굿바이, 찰리』, 홀로코스트 당시 버려진 9살 소녀의 생존기를 다룬 『바람에게 부탁했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우리 옆집에 요정이 산다』, 양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알게 되는 『그래도 언제나 캡틴』, 축구 소녀 레아를 통해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값진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열아홉의 프리킥』이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테마 문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 속으로
“수녀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말대답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렇게 벌을 줘. 내가 말했잖아. 수녀님은 애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해. 아주 악독하다고. 그러니까 잠자코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런 일은 더 없을 거야.”
“상관없어. 더 심한 선생님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야. 나는 질문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대체 뭐가 문제지? 지적 호기심이 죄야, 프랜신?”
“죄야. 여기서는. 작년에는 수전 머피가 임마쿨라타 수녀님한테, 수녀들은 속옷도 검은색을 입느냐고 물었어. 그랬다가 일주일 내내 2학년들과 수업을 들어야 했다니까. 수녀님들은 질문을 싫어해.”
소피는 이마를 천천히 문지르며 앞머리를 흩뜨리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빗어 넘겼다.
“알고 싶어 하는 게 그렇게 나쁜가? 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헌법 수정안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거야? 이런 게 바로 파시즘이야.”
- 22쪽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저씨는 신문을 집어 들었고 소피와 나는 식탁을 치웠다.
“뉴욕 타임스에 난 기사를 보니 북대서양 조약 기구가 뉴욕에서 모임을 한다더구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협의하는 국가들이라….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기구 덕에 세상이 좀 더 안전해질까?”
아저씨의 말을 들은 나는 두 손 가득 접시를 들고 할 말을 잃은 채 서 있었다. 어른이 내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내 의견이 중요할 때가 있다면 기껏해야 초콜릿과 바닐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때였다.
- 35쪽
나는 겁쟁이지만 소피는 용감하다. 소피는 벌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베이즐 수녀님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소피가 할 말을 다하고 베이즐 수녀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나까지 휘말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 92~93쪽
“이런 거란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실수할까 봐 걱정하고, 사람들이 지켜본다고 겁을 내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우익수 자리에 있든 영화 세트에 있든 긴장을 풀고 공이 내게 오도록 기다려. 수줍음을 떨치고, 사람들이 바라본다는 생각도 잊어. 그냥 편안하게 모든 게 마법처럼 굴러가기를 기다리면 돼. 그게 야구고 그게 연기야. 아마 인생도 그럴 거야.”
나는 아저씨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요란하고 생각도 독특한 아저씨는 우리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공산당을 옹호하는 말이나 연기가 야구와 비슷하다는 이론은 그 누구에게도 들은 적 없는 것들이었다. 소피와 해리 아저씨가 냄새 나는 시가를 피우는 제이콥 아저씨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109~110쪽
‘난 어떨까? 내가 정말 영화배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영화 세트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찍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입술을…. 그게 다였다. 나는 상상 속에서도 입맞춤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영화배우가 되려면 기적이 필요할 터였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네.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그런 것 말이야.”
내가 소피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게 더 나다웠다.
- 140쪽
내가 딴생각을 하는 동안 수녀님은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버릇이 없고 수업을 밥 먹듯이 방해하고 그 아이 아버지의 정치 성향도 의심스럽더구나. 그러니까 지금 당장부터 그 아이와 만나지 않는 것이….”
“수녀님, 소피 말씀이세요?”
내가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프랜신. 그럼 누구겠니?”
소피라고? 소피는 버릇이 없거나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데. 아니, 그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친구였다. 똑똑하고 재미있는 내 친구. 게다가 소피는 내게 필요한 사람이었고 나는 소피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다. 수녀님은 소피의 그런 면을 모르고 있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프랜신.”
- 225쪽
여전히 소피를 만날 수 없었다. 말려들면 안 된다는 명령이 있었으니까. 나는 다시 구두를 바라보았다. 즐거움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으니 빨간 구두가 생긴 것도 그다지 신나지 않았다.
‘소피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학교에는 다닐까? 해리 아저씨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을까? 제이콥 아저씨를 위해 야구장에 가서 시가를 피웠을까? 아직도 슬퍼하고 있을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246쪽
용기 없고 겁 많은 열다섯 소녀 프랜신,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습격했다.
소중한 친구 소피를 위해, 우리들의 잃어버린 권리와 자유를 위해!
프랜신의 당당하고 솔직한 자아 찾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소심한 소녀,
마음껏 누리고 당당하게 외치는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누려야 할 많은 자유를 억압받는다. 그저 좋은 대학과 높은 수능 성적만을 위해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랜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랜신은 한마디로 ‘바른 생활’ 소녀다. 규율을 어긴 적도, 엄마 아빠에게 말대답을 한 적도, 치마를 짧게 줄이거나 머리를 염색한 적도 없다. 겁 많고 소심한 프랜신이 남몰래 품고 있는 장래 희망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다. 영화를 하도 좋아해서 또래 친구들은 잘 모르는 영화배우와 영화 제목을 줄줄 외운다.
프랜신이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지 예쁜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유로운 자기 모습을 꿈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프랜신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차단당한 채 그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심한 아이니까 말이다.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반항’으로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당당히 딴지를 건다. 소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주인공 프랜신이 자기만의 목소리와 힘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읽는 내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입시 현실에 억눌리고 강요와 명령에 길들여지는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자기 안의 당당한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 사회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매카시즘, 즉 평범한 시민들을 나라에 위협이 되는 존재인 ‘빨갱이’로 몰아 자유를 억압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낮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잃어버린 권리를 말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 자체가 현 세기의 매카시즘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매카시즘이라는 한정된 사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악으로 치부하는 생각에 대한 경계다. 따라서『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의미를 깨닫게 한다. 혼돈과 공포로 얼룩진 시대를 용기 있게 살아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이 무엇인지, 정의롭고 지혜로운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목표를 향한 경쟁자가 아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알려주는 소설
“걔는 공부를 못하니까 가까이 어울리지 마.”
“어제 너랑 있던 아이, 교복 치마가 짧고 불량스러워 보이더라.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지?”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친구를 판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 즉 머리 길이나 교복 치마 길이 등에서 풍기는 인상이고 또 하나는 바로 성적이다.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생각할 때 청소년에게 필요한 ‘친구’는 단 하나인 것만 같다.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학생.’ 이에 해당되지 않는 친구는 모두 ‘나쁜 아이’가 되어 버린다.『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에도 골치 아픈 친구가 하나 등장한다. 프랜신의 이웃집에 사는 소피가 그 주인공이다. 소피는 선생님한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기도 하고, 억울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어른들의 미움을 독차지한다. 어른들의 판단에 의하면 이보다 더 ‘나쁜 아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프랜신은 소피 덕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소피를 통해 자기만의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분명한 판단을 통해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다. 프랜신과 소피는 어른들의 선입관과 사회의 편견을 넘어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판단하고 외면해 버리지 않고, 따뜻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가장 소중한 친구 사이가 된다.『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은 친구가 아닌 ‘경쟁자’ 되는 법을 강요당하기에 바쁜 우리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진정한 우정을 배워 나가는 지침서가 되어 주는 소설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테마 세계 문학 《비바비보》 시리즈
비바비보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로,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1권 『티모시의 유산』은 백인 소년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2권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아이들만 남은 세상에서의 생존과 권력 구조를, 3권 『황허에 떨어진 꽃잎』은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의 정체성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 뒤를 이어, 미래 환경 문제를 다룬 『태양이 없는 땅』, 어린이 인권의 아픈 현실을 밝힌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12살 소년의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트레버』, 말로 전할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운 『기관차 선생님』,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두 소년의 삶을 조명한 『굿바이, 찰리』, 홀로코스트 당시 버려진 9살 소녀의 생존기를 다룬 『바람에게 부탁했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우리 옆집에 요정이 산다』, 양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알게 되는 『그래도 언제나 캡틴』, 축구 소녀 레아를 통해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값진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열아홉의 프리킥』이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테마 문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 속으로
“수녀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말대답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렇게 벌을 줘. 내가 말했잖아. 수녀님은 애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해. 아주 악독하다고. 그러니까 잠자코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런 일은 더 없을 거야.”
“상관없어. 더 심한 선생님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야. 나는 질문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대체 뭐가 문제지? 지적 호기심이 죄야, 프랜신?”
“죄야. 여기서는. 작년에는 수전 머피가 임마쿨라타 수녀님한테, 수녀들은 속옷도 검은색을 입느냐고 물었어. 그랬다가 일주일 내내 2학년들과 수업을 들어야 했다니까. 수녀님들은 질문을 싫어해.”
소피는 이마를 천천히 문지르며 앞머리를 흩뜨리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빗어 넘겼다.
“알고 싶어 하는 게 그렇게 나쁜가? 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헌법 수정안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거야? 이런 게 바로 파시즘이야.”
- 22쪽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저씨는 신문을 집어 들었고 소피와 나는 식탁을 치웠다.
“뉴욕 타임스에 난 기사를 보니 북대서양 조약 기구가 뉴욕에서 모임을 한다더구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협의하는 국가들이라….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기구 덕에 세상이 좀 더 안전해질까?”
아저씨의 말을 들은 나는 두 손 가득 접시를 들고 할 말을 잃은 채 서 있었다. 어른이 내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내 의견이 중요할 때가 있다면 기껏해야 초콜릿과 바닐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때였다.
- 35쪽
나는 겁쟁이지만 소피는 용감하다. 소피는 벌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베이즐 수녀님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소피가 할 말을 다하고 베이즐 수녀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나까지 휘말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 92~93쪽
“이런 거란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실수할까 봐 걱정하고, 사람들이 지켜본다고 겁을 내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우익수 자리에 있든 영화 세트에 있든 긴장을 풀고 공이 내게 오도록 기다려. 수줍음을 떨치고, 사람들이 바라본다는 생각도 잊어. 그냥 편안하게 모든 게 마법처럼 굴러가기를 기다리면 돼. 그게 야구고 그게 연기야. 아마 인생도 그럴 거야.”
나는 아저씨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요란하고 생각도 독특한 아저씨는 우리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공산당을 옹호하는 말이나 연기가 야구와 비슷하다는 이론은 그 누구에게도 들은 적 없는 것들이었다. 소피와 해리 아저씨가 냄새 나는 시가를 피우는 제이콥 아저씨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109~110쪽
‘난 어떨까? 내가 정말 영화배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영화 세트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찍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입술을…. 그게 다였다. 나는 상상 속에서도 입맞춤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영화배우가 되려면 기적이 필요할 터였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네.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그런 것 말이야.”
내가 소피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게 더 나다웠다.
- 140쪽
내가 딴생각을 하는 동안 수녀님은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버릇이 없고 수업을 밥 먹듯이 방해하고 그 아이 아버지의 정치 성향도 의심스럽더구나. 그러니까 지금 당장부터 그 아이와 만나지 않는 것이….”
“수녀님, 소피 말씀이세요?”
내가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프랜신. 그럼 누구겠니?”
소피라고? 소피는 버릇이 없거나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데. 아니, 그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친구였다. 똑똑하고 재미있는 내 친구. 게다가 소피는 내게 필요한 사람이었고 나는 소피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다. 수녀님은 소피의 그런 면을 모르고 있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프랜신.”
- 225쪽
여전히 소피를 만날 수 없었다. 말려들면 안 된다는 명령이 있었으니까. 나는 다시 구두를 바라보았다. 즐거움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으니 빨간 구두가 생긴 것도 그다지 신나지 않았다.
‘소피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학교에는 다닐까? 해리 아저씨는 다른 일자리를 찾았을까? 제이콥 아저씨를 위해 야구장에 가서 시가를 피웠을까? 아직도 슬퍼하고 있을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