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1도 모르는데 4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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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마스이 준코
• 옮긴이 : 이현욱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2,500원
• 책꼴/쪽수 :
152×210mm, 148쪽
• 펴낸날 : 2023-01-05
• ISBN : 9788958079446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청소년출판모임 책꽂이 추천도서(2023 상반기)
• 태그 : #음악 #밴드부 #성장 #우정
저자소개
지은이 : 마스이 준코
홋카이도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손톱 안의 물고기』로 제1회 분케이창작아동문학상, 『계산대 블루스』로 제51회 고단샤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샤인로드』 『하늘을 차 버려라』 『도넛의 육교』 등 다수의 청소년 소설을 썼다.
옮긴이 : 이현욱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쓰쿠바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과학연구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통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프리랜서 일본어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북유럽이 좋아!』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쓰는 습관』 등이 있다.
편집자 추천글
‘학교는 싫지만 밴드부는 하고 싶어!’
자발적 아싸의 매콤달콤한 중학교 적응기
학교생활 무관심, 친구 없음, 오로지 7살 터울의 형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녀 가족들의 걱정거리였던 ‘나오히로’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음이 심란하다. 해가 바뀌면, 형이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떠나기 때문이다! 홀로서기에 내몰린 나오히로에게 형은 자신이 치던 기타를 물려주며 혼자 힘으로 쳐 보라고 말한다.
드디어 시작된 새 학기, 모든 게 낯선 나오히로는 도망칠 곳을 찾다가 형이 준 기타를 발견한다. 계이름을 차근차근 익히고 기타 코드를 하나씩 외우기 시작하자 그의 주변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어? 뭐야. 너 기타 칠 줄 알아?” 나오히로는 엮일 일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친구와 함께 ‘밴드부 결성!’에 눈을 뜨게 되는데….
『기타 1도 모르는데 4인조 밴드』는 소심하고 겁 많은 소년이 기타 한 대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가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자신을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청소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 보자.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으며, 필요한 건 도망치고 싶은 순간순간을 이겨 내는 작은 용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전부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자리를 지키는 용기에 대하여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사회도 비대면 중심 사회로 변화했다. 기나긴 거리두기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회복의 움직임이 꿈틀대는 지금, 많은 사람에게 숙제가 된 건 다름 아닌 ‘관계’다. 학교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청소년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전보다 더 버겁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터다. “나는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프린트를 뒤로 넘길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아는 얼굴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도 보였다. 그런데도 나는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얼어붙어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못했다.”(18쪽)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말주변은커녕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것도 서툰 나오히로에게 새로운 중학생활은 지독한 벌칙과도 같다. 우왕좌왕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잊어버렸던 학기 초의 긴장감이 생생히 되살아나며 손에 땀이 밴다. 결국 나오히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떠맡게 되고 학교생활을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완전히 질려 버리고 만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기 빨려. 학교 정말 너무 지친다.”(35쪽)
이쯤 되면 등교를 거부할 법도 하다. 그런데도 나오히로는 아주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교복으로 갈아입고, 엄마가 끓여 준 죽을 깨끗이 비운 다음 학교에 간다. 다른 친구의 비아냥거림을 한 귀로 흘려듣고는 교실의 자기 자리에 앉는다. 수업에 따라가고자 애쓰면서, 얼떨결에 맡아 버린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나오히로의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깨닫는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손가락을 잘못 짚어도 곡은 앞으로 나아간다.’
큰 성공 대신 작은 성공으로 일상을 채우는 경쾌한 이야기
도망치고 싶은 나오히로를 지탱해 준 건 형이 물려주고 간 기타였다. 학교에서 우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방 한구석에 세워 둔 기타를 집어 들고 더듬더듬 코드를 익히기 시작했다. 형처럼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되겠다거나 친구들을 모아 밴드부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포부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 했던가. 나오히로는 음악실 청소 멤버인 ‘가이토’와 ‘홋토케’에게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사실을 얼떨결에 오픈하며 학교생활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가이토는 나에게 기타를 건네고 자기만 단상으로 올라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모두가 나를 보고 있다. 부끄러웠다. 진짜 부끄러웠다. 그래서 단상으로는 올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걸터앉아 천천히 기타를 잡았다. 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57쪽)
나오히로는 놀랍도록 가까워진 두 친구와 함께 밴드부를 만들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문화제 데뷔를 위해 적극적으로 연습한다. 여전히 남들 앞에 서는 게 어렵고, 친구의 이름을 별명으로 불러도 될지 몰라 우물쭈물하지만 작은 성공을 긁어모은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전진한다.
이쯤 되면 이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결말이 예측되는 이야기는 시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는 결말이 아닌 과정에 있다. 난데없이 떨어진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를 하나씩 늘려 가며 얻는 작은 성공, 더 나아가 ‘기타 1도 모르는데 4인조 밴드’를 만드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용기와 감동과 열정을 지루할 틈 없이 선사한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어려운 게 ‘도전’이다. 크고 작은 도전을 결심하고 스타트라인에 서 있다면, 첫 발을 떼기 전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작고 귀엽고 따뜻한 성공이 당신의 등을 힘껏 밀어 줄 것이다.
▉ 책 속으로
나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전부를. 내 주변 사람들은 항상 밝고 즐거워 보이는데 나는 그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고 늘 겉돈다. 파도가 잔잔할 때도 나는 어쩐 일인지 항상 바다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간다. 사람들이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도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다. 형은 내가 조금이라도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것을 주었을 거다. 분명 변할 수 있을 테니 한번 해 보라고. -7쪽
어찌할 수 없는 부족한 점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나는 생각한 것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다가 불만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이 그대로 쌓이는지 무언가가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아 언제나 다른 사람보다 행동이 느리다. 이제 중학생도 되었으니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 -22~23쪽
자전거를 타고 좁은 길을 달렸다. 신호등은 이미 파란불이었다. 나는 길을 건너는 사람을 빠르게 추월해 다리를 올라갔다. 제2초등학교 쪽은 항상 내려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올라가고 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에 따라 다를 뿐이다. -67~68쪽
화면 속의 형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나도 아직 F코드가 안 된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형은 손으로 F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한테 F는 ‘패밀리’의 F 같아. Family. 영어 시간에 배웠지?”
“응. 배웠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에게 의지하고 있었던 건지…. 거기 있을 때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형은 다시 손으로 F를 만들었다. 나도 만들어 봤다. 형은 이걸 패밀리의 F라고 말했다.
“넌? 너도 F는 패밀리라고 생각해?”
“난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너의 F는 뭘까?” -84~85쪽
모두 조금씩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다 이상하게 말이 많아져 가이토는 홋토케에게 잘한다는 말을 연발했고 다자키는 계속 박수를 쳤다. 나도 노래와 코드 진행이 잘 맞아떨어진 부분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 달아오르는 쾌감을 느꼈다. 이 뜨거움이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