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vivavivo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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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바바라 디
• 옮긴이 : 김선영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52x210, 272쪽
• 펴낸날 : 2021-10-08
• ISBN : 9788958078517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바바라 디
미국의 소설가. 섭식 장애, 암 투병 후 학교 복귀, 성 희롱 같은 청소년 사회 문제를 위트 있게 다룬 소설을 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독자에게는 위로를, 문제 를 겪어 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공감하는 힘을 길러 준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청소년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은 책으로 『My Life in the Fish Tank』 『Everything I Know about You』 등 여러 권이 있다. 뉴욕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에서 가족과 말 안 듣는 고양이 루나, 순한 사냥개 리플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김선영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기획하고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가까이 다가오지 마』 『코딩하는 소녀』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말더듬이입니다』 등 여러 권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내가 싫다잖아! 그게 어떻게 그냥 장난이야?”
성희롱 타깃이 된 중학생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뜨인돌출판사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의 47번째 책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은밀한 성희롱의 타깃이 된 중학교 2학년 ‘밀라’의 마음과 행동과 변화를 꼼꼼하게 그린 성장 소설로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소설”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청소년, 학부모, 교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불합리한 상황에 짓눌려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모든 청소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쓰였다. 밀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에 순응하는 대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성희롱 타깃이 된 중학생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뜨인돌출판사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의 47번째 책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은밀한 성희롱의 타깃이 된 중학교 2학년 ‘밀라’의 마음과 행동과 변화를 꼼꼼하게 그린 성장 소설로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소설”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청소년, 학부모, 교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불합리한 상황에 짓눌려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모든 청소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쓰였다. 밀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에 순응하는 대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내가 싫다잖아! 그게 어떻게 그냥 장난이야?”
성희롱 타깃이 된 중학생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뜨인돌출판사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의 47번째 책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은밀한 성희롱의 타깃이 된 중학교 2학년 ‘밀라’의 마음과 행동과 변화를 꼼꼼하게 그린 성장 소설로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소설”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청소년, 학부모, 교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 저자인 바바라 디는 섭식 장애, 암 투병 후 학교 복귀, 성희롱 같은 청소년 사회 문제를 위트 있게 다루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에 뜨인돌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불합리한 상황에 짓눌려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모든 청소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쓰였다. 밀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에 순응하는 대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냥 장난이었어요. 쟤가 예민한 거라고요.”
피해자의 시선으로 폭력의 모양을 또렷하게 그리기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학교에서 ‘단순한 장난’이라고 포장되며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 중에서도 은밀한 성희롱을 다룬다. “장난인데 왜 정색하고 그래?” “농담 모르냐?” “야,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 하지도 않아.” 밀라에게 일어난 일도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이었다. 친구의 생일 파티 때 초대한 적 없는 남자애들이 쳐들어와 축하 노래를 부르며 곁에 있던 밀라의 어깨를 꽉 감싸 안았던 것이다. 밀라는 자신이 예민하게 느낀 거라며 넘기려 하지만 남자애들의 장난은 더욱 심해진다. 버스 옆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벌리고, 안아 달라고 조르고, 심지어 엉덩이를 만지기까지! 눈에 띄는 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신이 왜 남자애들의 관심 대상이 된 건지 추측해 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그런 밀라를 보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거봐, 걔가 너 좋아하는 거라니까.” “선생님한테 말해야 해.” “그냥 무시해.” 그러던 어느 날, 밀라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접촉하면 점수를 따는 ‘득점표’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애들의 장난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밀라는 그 시간 동안 수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밀라, 너 피해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43쪽) ‘남자애들은 나는 보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걸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 다른 애들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뭔가를?’(45쪽) 싫다는 뜻을 분명하게 내비쳐도, 거절하고 화를 내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어깨가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런 밀라의 고군분투를 보다 보면 폭력은 악의적인 마음 없이도 시작될 수 있으며, 폭력에 침묵하거나 편을 드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해.”
나와 너의 목소리로 상처 없이 온전히 대화하기
불행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밀라에게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밴드부에서는 뒷자리로 밀려난다. 친구들과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고, 학교 상담 선생님은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웠다. 낭떠러지에 발 하나를 걸친 채, 밀라는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 놓는다.
“친구들하고 사이가 다 자꾸 엉망이 돼요.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면 또 엉망이고, 계속 그렇게 반복돼요.”
나는 엄마가 정말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퍼부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라가 못되게 구니?’ ‘오미가 잘난 척해?’ 그렇지만 엄마의 다음 질문은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 딸, 친구들한테 이야기해 봤어? 친구들이 네 마음을 알고 있니?”
“그런 것 같아요. 아니, 그러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잘 듣지 못해. 아니, 듣긴 하는데 귀를 기울이진 않는 거지. 몇 번을 더 이야기할지는 너한테 달린 거야.”
“같은 말을 하고 또 해도 상대가 절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남자애들 이야기로 흐르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애들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지. 단, 옆차기는 날리지 말고.”(198쪽)
이 소설에는 어느 날 갑자기 조력자가 나타나서 남자애들에게 한 방 먹인다거나 하루아침에 장난질을 없애 버리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대신 14살 인생에 처음으로 불어 닥친 폭풍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끝끝내 절망하지 않는 밀라의 꾸준한 성장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밀라는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게끔 만들고 힘껏 외친다.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그리고 나와 대화하자고.
밀라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며, 소설 속에 갇힌 내용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밀라’가 학교와 사회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글을 집중해서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 밀라가 자신과 먼저 대화하자며 손을 내민다. 반신반의하며 한 번쯤 잡아 보는 것도 좋겠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니까.
■ 지은이
지은이 | 바바라 디
미국의 소설가. 섭식 장애, 암 투병 후 학교 복귀, 성 희롱 같은 청소년 사회 문제를 위트 있게 다룬 소설을 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독자에게는 위로를, 문제 를 겪어 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공감하는 힘을 길러 준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청소년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은 책으로 『My Life in the Fish Tank』 『Everything I Know about You』 등 여러 권이 있다. 뉴욕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에서 가족과 말 안 듣는 고양이 루나, 순한 사냥개 리플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김선영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가까이 다가오지 마』 『하얀 깃털』 『코딩 하는 소녀』 등이 있다.
■ 추천사
작가는 우리 문화에서 너무도 흔한 상황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해체한다. 잘 짜인 전개는 밀라의 분노와 혼란, 두려움을 증명하며 그녀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남녀불문, 청소년들의 필독서. -비에라 히라난다니(뉴베리 영예 상 수상작 『밤의 일기』 작가)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읽을거리다. 밀라의 경험은 독자에게 중학교에서 성희롱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시대를 넘어서는 중요한 소설이다. 밀라가 처한 상황은 많은 독자가 어떻게든 엮이게 될 상황이다. 이 소설은 장담컨대 생산적인 대화의 발화점이 될 것이다. -더스티 볼링(『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작가)
밀라의 경험은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한다.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전개와 짧은 챕터를 통해 독자들은 시기적절한 #MEETOO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 책 속에서
뭔가가 내 어깨를 훑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손이었다. 캘럼과 리오, 단테, 토비아스가 우리 바깥에서 서로의 어깨를 단단히 엮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아아아!”
캘럼이 내 머리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그 숨결이 목에 닿자 소름이 돋으며 몸이 떨렸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남자애들은 어깨를 풀지 않았다. 캘럼은 내 초록색 스웨터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 남자애들 특유의 땀 냄새가 피자 냄새와 섞여서 풍겼다. 나는 숨을 되도록 천천히 이 사이로 내쉬었다. -8~9쪽
나는 토비아스가 좋은 형일 수도 있다는 생각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동생의 손을 잡고, 곧 저녁을 먹어야 하니 아이스크림은 먹을 수 없다고 찬찬히 설명하고, 델릴라의 귀를 쓰다듬던 모습은 정말이지 머저리가 아닌 다른 모습이었다. 그건 캘럼이 트럼펫을 불 때 보여 주는 머저리가 아닌 모습과도 비슷했다. 어쩌면 단테가 컴퓨터 앞에서 보여 줄 모습도 비슷할지 모른다.
‘어쩌면 농구부 남자애들에게는 모두 머저리가 아닌 면이 있을지 모르지. 그 애들에게도 어쩌면 낯선 개를 만지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는 엄마가, 자꾸만 놀리고 마는 남동생이 있을지 몰라. 그런데 정도라는 게 있어. 이빨 요정이 주는 용돈을 가져갈 때는 언제 그 장난을 그만둬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 그런데 그게 나일 때는 왜 다른 걸까?’ -92~93쪽
나는 단숨에 사물함 앞에서 토비아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말했다. 그러자 자라가 말했다.
“봤지? 말했잖아. 걔가 너 좋아한다고.”
“아니야! 아니라고! 자라, 넌 지금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있어.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토비아스만이 아니야! 그 멍청한 단테, 캘럼, 리오 다 한통속이야. 걔들한텐 이게 다 장난이야. 내 몸에 대해 말하고, 아무도 안 볼 때 만지려고 한다고!”
“밀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네가 왜 농구부 남자애들이 모두 너한테 집착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돼. 솔직히 말하면 좀 이상해. 우리 학년에 가슴이 나온 애가 너만 있는 건 아니잖아.” -119~120쪽
트럼펫의 특징은 소리가 정말 우렁차다는 것이다. 연습하는 소리가 엄마에게 들릴 정도다. 이 말은 즉, 연습 안 하는 소리도 들린다는 거다. 엄마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악보를 펴고 〈해적 메들리〉를 연습해야 했다. 게다가 〈해적 메들리〉를 연습하지 않는다는 건 플랫 선생님이 말했던 대로… 영역을 넘기는 행위다. 물러서서 패배를 인정하고 캘럼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래, 네가 이겼어. 난 포기할래.”
하지만 나는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내 자리가 어디인지는 상관없었다. -177쪽
리아나를 껴안는 일은 내 머릿속에 작은 폭풍을 일으켰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놔 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렇게 이야기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게 슬펐다.
리아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수영장에서의 그 일 뒤로 자기 몸이 이상해 보였을까? 남자애들이 보는 뭔가를 자신은 보지 못했나 의심했을까? 친구들과 대화하면 날이 서거나 사이가 어색해졌을까? 친구에게 말했다면? 누구에게든 말하기는 했을까? -253쪽
성희롱 타깃이 된 중학생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뜨인돌출판사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의 47번째 책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은밀한 성희롱의 타깃이 된 중학교 2학년 ‘밀라’의 마음과 행동과 변화를 꼼꼼하게 그린 성장 소설로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소설”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청소년, 학부모, 교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워싱턴 포스트〉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 저자인 바바라 디는 섭식 장애, 암 투병 후 학교 복귀, 성희롱 같은 청소년 사회 문제를 위트 있게 다루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에 뜨인돌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불합리한 상황에 짓눌려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모든 청소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쓰였다. 밀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에 순응하는 대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냥 장난이었어요. 쟤가 예민한 거라고요.”
피해자의 시선으로 폭력의 모양을 또렷하게 그리기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는 학교에서 ‘단순한 장난’이라고 포장되며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 중에서도 은밀한 성희롱을 다룬다. “장난인데 왜 정색하고 그래?” “농담 모르냐?” “야,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 하지도 않아.” 밀라에게 일어난 일도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이었다. 친구의 생일 파티 때 초대한 적 없는 남자애들이 쳐들어와 축하 노래를 부르며 곁에 있던 밀라의 어깨를 꽉 감싸 안았던 것이다. 밀라는 자신이 예민하게 느낀 거라며 넘기려 하지만 남자애들의 장난은 더욱 심해진다. 버스 옆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벌리고, 안아 달라고 조르고, 심지어 엉덩이를 만지기까지! 눈에 띄는 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신이 왜 남자애들의 관심 대상이 된 건지 추측해 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그런 밀라를 보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거봐, 걔가 너 좋아하는 거라니까.” “선생님한테 말해야 해.” “그냥 무시해.” 그러던 어느 날, 밀라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접촉하면 점수를 따는 ‘득점표’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애들의 장난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밀라는 그 시간 동안 수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밀라, 너 피해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43쪽) ‘남자애들은 나는 보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걸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 다른 애들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뭔가를?’(45쪽) 싫다는 뜻을 분명하게 내비쳐도, 거절하고 화를 내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어깨가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런 밀라의 고군분투를 보다 보면 폭력은 악의적인 마음 없이도 시작될 수 있으며, 폭력에 침묵하거나 편을 드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해.”
나와 너의 목소리로 상처 없이 온전히 대화하기
불행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밀라에게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밴드부에서는 뒷자리로 밀려난다. 친구들과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고, 학교 상담 선생님은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웠다. 낭떠러지에 발 하나를 걸친 채, 밀라는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 놓는다.
“친구들하고 사이가 다 자꾸 엉망이 돼요.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면 또 엉망이고, 계속 그렇게 반복돼요.”
나는 엄마가 정말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퍼부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라가 못되게 구니?’ ‘오미가 잘난 척해?’ 그렇지만 엄마의 다음 질문은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 딸, 친구들한테 이야기해 봤어? 친구들이 네 마음을 알고 있니?”
“그런 것 같아요. 아니, 그러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잘 듣지 못해. 아니, 듣긴 하는데 귀를 기울이진 않는 거지. 몇 번을 더 이야기할지는 너한테 달린 거야.”
“같은 말을 하고 또 해도 상대가 절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남자애들 이야기로 흐르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애들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지. 단, 옆차기는 날리지 말고.”(198쪽)
이 소설에는 어느 날 갑자기 조력자가 나타나서 남자애들에게 한 방 먹인다거나 하루아침에 장난질을 없애 버리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대신 14살 인생에 처음으로 불어 닥친 폭풍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끝끝내 절망하지 않는 밀라의 꾸준한 성장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밀라는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게끔 만들고 힘껏 외친다.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그리고 나와 대화하자고.
밀라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며, 소설 속에 갇힌 내용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밀라’가 학교와 사회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글을 집중해서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 밀라가 자신과 먼저 대화하자며 손을 내민다. 반신반의하며 한 번쯤 잡아 보는 것도 좋겠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니까.
■ 지은이
지은이 | 바바라 디
미국의 소설가. 섭식 장애, 암 투병 후 학교 복귀, 성 희롱 같은 청소년 사회 문제를 위트 있게 다룬 소설을 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독자에게는 위로를, 문제 를 겪어 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공감하는 힘을 길러 준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청소년의 지지를 얻고 있다. 지은 책으로 『My Life in the Fish Tank』 『Everything I Know about You』 등 여러 권이 있다. 뉴욕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에서 가족과 말 안 듣는 고양이 루나, 순한 사냥개 리플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김선영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가까이 다가오지 마』 『하얀 깃털』 『코딩 하는 소녀』 등이 있다.
■ 추천사
작가는 우리 문화에서 너무도 흔한 상황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해체한다. 잘 짜인 전개는 밀라의 분노와 혼란, 두려움을 증명하며 그녀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남녀불문, 청소년들의 필독서. -비에라 히라난다니(뉴베리 영예 상 수상작 『밤의 일기』 작가)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읽을거리다. 밀라의 경험은 독자에게 중학교에서 성희롱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현실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재미로 무장한, 시대를 넘어서는 중요한 소설이다. 밀라가 처한 상황은 많은 독자가 어떻게든 엮이게 될 상황이다. 이 소설은 장담컨대 생산적인 대화의 발화점이 될 것이다. -더스티 볼링(『선인장의 기나긴 일생에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작가)
밀라의 경험은 중학생들에게 토론의 발판을 제공한다.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전개와 짧은 챕터를 통해 독자들은 시기적절한 #MEETOO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 책 속에서
뭔가가 내 어깨를 훑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손이었다. 캘럼과 리오, 단테, 토비아스가 우리 바깥에서 서로의 어깨를 단단히 엮은 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아아아!”
캘럼이 내 머리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그 숨결이 목에 닿자 소름이 돋으며 몸이 떨렸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남자애들은 어깨를 풀지 않았다. 캘럼은 내 초록색 스웨터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 남자애들 특유의 땀 냄새가 피자 냄새와 섞여서 풍겼다. 나는 숨을 되도록 천천히 이 사이로 내쉬었다. -8~9쪽
나는 토비아스가 좋은 형일 수도 있다는 생각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동생의 손을 잡고, 곧 저녁을 먹어야 하니 아이스크림은 먹을 수 없다고 찬찬히 설명하고, 델릴라의 귀를 쓰다듬던 모습은 정말이지 머저리가 아닌 다른 모습이었다. 그건 캘럼이 트럼펫을 불 때 보여 주는 머저리가 아닌 모습과도 비슷했다. 어쩌면 단테가 컴퓨터 앞에서 보여 줄 모습도 비슷할지 모른다.
‘어쩌면 농구부 남자애들에게는 모두 머저리가 아닌 면이 있을지 모르지. 그 애들에게도 어쩌면 낯선 개를 만지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는 엄마가, 자꾸만 놀리고 마는 남동생이 있을지 몰라. 그런데 정도라는 게 있어. 이빨 요정이 주는 용돈을 가져갈 때는 언제 그 장난을 그만둬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 그런데 그게 나일 때는 왜 다른 걸까?’ -92~93쪽
나는 단숨에 사물함 앞에서 토비아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말했다. 그러자 자라가 말했다.
“봤지? 말했잖아. 걔가 너 좋아한다고.”
“아니야! 아니라고! 자라, 넌 지금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있어.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토비아스만이 아니야! 그 멍청한 단테, 캘럼, 리오 다 한통속이야. 걔들한텐 이게 다 장난이야. 내 몸에 대해 말하고, 아무도 안 볼 때 만지려고 한다고!”
“밀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네가 왜 농구부 남자애들이 모두 너한테 집착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돼. 솔직히 말하면 좀 이상해. 우리 학년에 가슴이 나온 애가 너만 있는 건 아니잖아.” -119~120쪽
트럼펫의 특징은 소리가 정말 우렁차다는 것이다. 연습하는 소리가 엄마에게 들릴 정도다. 이 말은 즉, 연습 안 하는 소리도 들린다는 거다. 엄마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악보를 펴고 〈해적 메들리〉를 연습해야 했다. 게다가 〈해적 메들리〉를 연습하지 않는다는 건 플랫 선생님이 말했던 대로… 영역을 넘기는 행위다. 물러서서 패배를 인정하고 캘럼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래, 네가 이겼어. 난 포기할래.”
하지만 나는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내 자리가 어디인지는 상관없었다. -177쪽
리아나를 껴안는 일은 내 머릿속에 작은 폭풍을 일으켰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놔 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렇게 이야기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게 슬펐다.
리아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수영장에서의 그 일 뒤로 자기 몸이 이상해 보였을까? 남자애들이 보는 뭔가를 자신은 보지 못했나 의심했을까? 친구들과 대화하면 날이 서거나 사이가 어색해졌을까? 친구에게 말했다면? 누구에게든 말하기는 했을까? -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