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존재감 제로 (vivaviv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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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탐신 윈터(Tamsin Winter)
• 옮긴이 : 김인경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52x210, 300쪽
• 펴낸날 : 2021-04-30
• ISBN : 9788958078067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대한출판문화협회 2021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 태그 : #학폭 #소셜미디어 #사이버폭력 #존재감 #성장
저자소개
지은이 : 탐신 윈터(Tamsin Winter)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쓴 글은 대부분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른이 되어서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믿고, 그 믿음이 일으키는 인생의 마법을 경험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아동 도서 상인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다. 브릴리언트 북어워드를 수상했고, 힐링던과 칼더데일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아동 도서 상인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다. 브릴리언트 북어워드를 수상했고, 힐링던과 칼더데일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옮긴이 : 김인경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그룹'에서 공부했고, 어린이·청소년 책을 기획, 검토, 번역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엄마랑은 왜 말이 안 통할까?』『아마도 존재감 제로』『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나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존재감 없던 무명 중학생이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아이들에게 음소거 개미로 불리며, 학폭과 함께하는 중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괴로워하던 로절린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기로 한다. 바로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 규탄 글을 올리는 것. 학폭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한 로절린드는 수많은 학생의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마는데!
이 소설은 학교폭력 문제와 소셜 미디어의 명암을 재치 있게 묘사하면서 존재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현실 중학생의 내면을 날것의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 낸다.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아이들에게 음소거 개미로 불리며, 학폭과 함께하는 중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괴로워하던 로절린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기로 한다. 바로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 규탄 글을 올리는 것. 학폭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한 로절린드는 수많은 학생의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마는데!
이 소설은 학교폭력 문제와 소셜 미디어의 명암을 재치 있게 묘사하면서 존재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현실 중학생의 내면을 날것의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 낸다.
편집자 추천글
“난 투명 인간도, 누군가의 배경 음악도 아니야!”
존재감 없던 무명 중학생이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정신과 상담 결과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병명을 얻고 공식적으로 말을 못 하는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아는 아이 하나 없는 중학교에 들어간 로절린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목구멍에 말이 끼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로절린드에게 아이들은 음소거 개미라는 별명을 붙여 놀리고 기회만 되면 괴롭힌다.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던 로절린드는 굳은 결심을 한다. 자신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기로 한 것.
블로그 이름은 ‘미스 노바디’. 누구도 블로그의 운영자를 알 수 없다. 로절린드는 침묵의 감옥에 갇혀 있던 수많은 말들을 블로그에 쏟아내고, 블로그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선다. 스스로를 배경으로 여기며 무색무취의 존재로 학교에 다니던 노바디들은 미스 노바디의 행보에 용기를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털어놓는다. 학교에는 노바디들의 작은 목소리가 조금씩 울려 퍼지고 가해자들은 당황한다. 그런데 순조롭던 미스 노바디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끼어든다. 누군가 미스 노바디를 사칭하는 계정을 만들어 가해자를 역으로 혐오하고 괴롭히는 일들을 벌인 것. 로절린드는 자신이 만든 블로그가 의도치 않게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로절린드가 해야 할 일은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이 모든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로절린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지 못하고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배경이 아닌 진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성장 소설이자 응원가다.
현실 중학생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왔다!
웃음과 눈물, 공감과 응원이 교차하는 힐링 소설의 탄생
로절린드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특수해 보이지만, 많은 십 대들의 콤플렉스와 불안한 단면을 대표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는 14살 로절린드가 느끼는 불안감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거르지 않는다. 그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십 대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새로운 학교에 다니는 일은 마치 거대한 열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데 선로에 몸이 묶여 꼼짝달싹 못 하는 느낌과 같았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질문이 박쥐처럼 날아다니고 갖가지 어색한 침묵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내 이름도 말 못 하면 어떡하지? 또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새로운 학교의 친구들이 전부 나를 별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 같은 아이가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러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로 한마디도 못 하면 어떡하지?’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본문 중
로절린드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할 뿐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열망으로 똘똘 뭉친 아이다. 14살이라는 변화의 길목에서, 아무렇지 않게 밀치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가도 다시 바로잡을 방법을 찾고, 작은 행동이라도 해 보겠다고 결심하며 고군분투하는 로절린드의 모습은 좌절 속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독자들은 로절린드의 실패와 좌절, 성장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보듬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로절린드의 머릿속은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솔직하고 시크하다. 거기다 한결같이 이어지는 감정기복과 자잘한 걱정, 미워할 수 없는 소심한 허세까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로절린드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누나를 한없이 지지하는 아픈 동생 세브와 언어 치료사 옥타비아 선생님, 생애 처음 사귄 친구 아일사, 괴짜 아버지까지 로절린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간다.
학폭 문제, 소셜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는 성장 소설
소셜 미디어는 십 대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자 소통을 위한 필수 도구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소셜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때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로절린드가 블로그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통해 소셜 미디어 상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소통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학폭 문제를 보는 시선 또한 남다른데, 12년 동안 교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내공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의 위치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전해 준다.
소심하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힘이 약하다고, 만만해 보인다고…. 가해자들이 밝히는 괴롭힘의 이유는 수백 가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괴롭힘과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 책은 로절린드가 ‘존재감 없는 존재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서로 살피면서 좌충우돌 폭력에 맞서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이 자기다움을 찾고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은 유쾌한 감동과 용기를 선사해 준다.
■ 추천의 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싶은 청소년들을 위한 멋진 책이 나타났다. _작가 앤 M. 마틴
아름답게 직조된 의미심장한 소설. _작가 루시 스트레인지
탐신 윈터는 전도유망한 청소년 작가 중 한 명이다. _ <하버러 메일> 신문
■ 책 미리보기
내가 공식적으로 별난 아이라고 진단받은 건 2년 전, 열두 살 때다. 그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별난 아이긴 했다. 부모님도 짐작했던 것 같다. 그날 랭리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말해 주겠니?”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선생님은 오랫동안 우리 가족을 진료했다. 만에 하나 그때까지 내 이름을 몰랐다면, 선생님은 내 이름으로 예약된 진료 시간에 누가 나타나리라 생각한 걸까? 사실 나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별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하려는 말이 머릿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혹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말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변해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곤 한다. 어떤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정확히 아는데 그 말이 어딘가에 걸려 도저히 꺼낼 수 없다.
-8쪽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7쪽
수백 명의 낯선 얼굴들, 수많은 교실, 시간 맞춰 울리는 준비종 소리, 기운이 넘치는 아이들, 영원히 멈추지 않을 듯 내리는 비, 사라져 버린 말과 함께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줄곧 단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그건 바로 ‘친구’였다. 말을 못 하는 아이에게 친구란 유니콘처럼 희귀한 존재다. 하지만 유니콘과는 달리 흔해 빠진 것도 있으니, 이미 나쁜 내 기분을 더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학교에 가서 처음 두 주를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보내면, 일부러 그런다며 무례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과 함께하기 싫거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거나, 굉장히 유별난 아이라고 오해할 것이 뻔하다. 또 누군가는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는, 말도 없고 생각도 없는 텅 빈 인간이라고 여길 것이다. 걸어 다니는 백지처럼 존재감 없는 사람이랄까. 나라는 존재는 한마디로 ‘노바디’였다.
노바디와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49쪽
마침내 나는 학교에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목소리를 말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 메이너 중학교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고통당하는 노바디들을 대변할 만큼 커다란 목소리를. 이 목소리는 내가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말들을 모두에게 들려줄 것이다.
-108쪽
글을 쓰는 내내 마치 실제로 사람들을 보면서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기분 좋았다. 학교에서 다섯 달 가까이 지내는 동안 구데이커 선생님 말고는 누구와도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구데이커 선생님이 더 좋아졌는데, 선생님은 내가 수선 중이라고 한 책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지 않았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책을 수선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에게는 딱히 좋은 일이 아니긴 하다.)
집에 돌아와서 미스 노바디 블로그에 글을 올린 뒤 ‘만세, 내가 별종이라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라거나 ‘우리 반에 늘 벌을 받느라 방과 후에 남는 남자애가 있는데 쿨해서였어ㅋㅋㅋ’라거나 ‘노바디라서 자랑스럽다, 다른 사람 눈물 쏟게 만들면 쿨한 게 아니지’라는 댓글을 읽으며, 내가 변화를 만들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나 역시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나쁜 쪽이 아니었다.
-153쪽
존재감 없던 무명 중학생이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도 말하지 못하는 중학교 1학년 로절린드. 정신과 상담 결과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병명을 얻고 공식적으로 말을 못 하는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아는 아이 하나 없는 중학교에 들어간 로절린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목구멍에 말이 끼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로절린드에게 아이들은 음소거 개미라는 별명을 붙여 놀리고 기회만 되면 괴롭힌다.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던 로절린드는 굳은 결심을 한다. 자신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기로 한 것.
블로그 이름은 ‘미스 노바디’. 누구도 블로그의 운영자를 알 수 없다. 로절린드는 침묵의 감옥에 갇혀 있던 수많은 말들을 블로그에 쏟아내고, 블로그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선다. 스스로를 배경으로 여기며 무색무취의 존재로 학교에 다니던 노바디들은 미스 노바디의 행보에 용기를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털어놓는다. 학교에는 노바디들의 작은 목소리가 조금씩 울려 퍼지고 가해자들은 당황한다. 그런데 순조롭던 미스 노바디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끼어든다. 누군가 미스 노바디를 사칭하는 계정을 만들어 가해자를 역으로 혐오하고 괴롭히는 일들을 벌인 것. 로절린드는 자신이 만든 블로그가 의도치 않게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로절린드가 해야 할 일은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이 모든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로절린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지 못하고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배경이 아닌 진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성장 소설이자 응원가다.
현실 중학생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왔다!
웃음과 눈물, 공감과 응원이 교차하는 힐링 소설의 탄생
로절린드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특수해 보이지만, 많은 십 대들의 콤플렉스와 불안한 단면을 대표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는 14살 로절린드가 느끼는 불안감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거르지 않는다. 그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십 대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새로운 학교에 다니는 일은 마치 거대한 열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데 선로에 몸이 묶여 꼼짝달싹 못 하는 느낌과 같았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질문이 박쥐처럼 날아다니고 갖가지 어색한 침묵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내 이름도 말 못 하면 어떡하지? 또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새로운 학교의 친구들이 전부 나를 별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 같은 아이가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러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로 한마디도 못 하면 어떡하지?’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본문 중
로절린드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할 뿐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열망으로 똘똘 뭉친 아이다. 14살이라는 변화의 길목에서, 아무렇지 않게 밀치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가도 다시 바로잡을 방법을 찾고, 작은 행동이라도 해 보겠다고 결심하며 고군분투하는 로절린드의 모습은 좌절 속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독자들은 로절린드의 실패와 좌절, 성장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보듬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로절린드의 머릿속은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솔직하고 시크하다. 거기다 한결같이 이어지는 감정기복과 자잘한 걱정, 미워할 수 없는 소심한 허세까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로절린드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누나를 한없이 지지하는 아픈 동생 세브와 언어 치료사 옥타비아 선생님, 생애 처음 사귄 친구 아일사, 괴짜 아버지까지 로절린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간다.
학폭 문제, 소셜 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는 성장 소설
소셜 미디어는 십 대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자 소통을 위한 필수 도구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는 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소셜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인정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때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로절린드가 블로그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통해 소셜 미디어 상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소통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학폭 문제를 보는 시선 또한 남다른데, 12년 동안 교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내공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의 위치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전해 준다.
소심하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힘이 약하다고, 만만해 보인다고…. 가해자들이 밝히는 괴롭힘의 이유는 수백 가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괴롭힘과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 책은 로절린드가 ‘존재감 없는 존재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서로 살피면서 좌충우돌 폭력에 맞서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이 자기다움을 찾고 존재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은 유쾌한 감동과 용기를 선사해 준다.
■ 추천의 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싶은 청소년들을 위한 멋진 책이 나타났다. _작가 앤 M. 마틴
아름답게 직조된 의미심장한 소설. _작가 루시 스트레인지
탐신 윈터는 전도유망한 청소년 작가 중 한 명이다. _ <하버러 메일> 신문
■ 책 미리보기
내가 공식적으로 별난 아이라고 진단받은 건 2년 전, 열두 살 때다. 그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별난 아이긴 했다. 부모님도 짐작했던 것 같다. 그날 랭리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말해 주겠니?”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선생님은 오랫동안 우리 가족을 진료했다. 만에 하나 그때까지 내 이름을 몰랐다면, 선생님은 내 이름으로 예약된 진료 시간에 누가 나타나리라 생각한 걸까? 사실 나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별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하려는 말이 머릿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혹은 머릿속에 너무 많은 말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변해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곤 한다. 어떤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정확히 아는데 그 말이 어딘가에 걸려 도저히 꺼낼 수 없다.
-8쪽
중학교에 등교하는 첫날이 오기 전에 선택적 함구증이 마술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 걱정한 나머지 증상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와 상관없이 나 같은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7쪽
수백 명의 낯선 얼굴들, 수많은 교실, 시간 맞춰 울리는 준비종 소리, 기운이 넘치는 아이들, 영원히 멈추지 않을 듯 내리는 비, 사라져 버린 말과 함께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줄곧 단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그건 바로 ‘친구’였다. 말을 못 하는 아이에게 친구란 유니콘처럼 희귀한 존재다. 하지만 유니콘과는 달리 흔해 빠진 것도 있으니, 이미 나쁜 내 기분을 더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학교에 가서 처음 두 주를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보내면, 일부러 그런다며 무례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과 함께하기 싫거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거나, 굉장히 유별난 아이라고 오해할 것이 뻔하다. 또 누군가는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는, 말도 없고 생각도 없는 텅 빈 인간이라고 여길 것이다. 걸어 다니는 백지처럼 존재감 없는 사람이랄까. 나라는 존재는 한마디로 ‘노바디’였다.
노바디와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49쪽
마침내 나는 학교에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목소리를 말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 메이너 중학교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고통당하는 노바디들을 대변할 만큼 커다란 목소리를. 이 목소리는 내가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말들을 모두에게 들려줄 것이다.
-108쪽
글을 쓰는 내내 마치 실제로 사람들을 보면서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기분 좋았다. 학교에서 다섯 달 가까이 지내는 동안 구데이커 선생님 말고는 누구와도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구데이커 선생님이 더 좋아졌는데, 선생님은 내가 수선 중이라고 한 책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지 않았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책을 수선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에게는 딱히 좋은 일이 아니긴 하다.)
집에 돌아와서 미스 노바디 블로그에 글을 올린 뒤 ‘만세, 내가 별종이라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라거나 ‘우리 반에 늘 벌을 받느라 방과 후에 남는 남자애가 있는데 쿨해서였어ㅋㅋㅋ’라거나 ‘노바디라서 자랑스럽다, 다른 사람 눈물 쏟게 만들면 쿨한 게 아니지’라는 댓글을 읽으며, 내가 변화를 만들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나 역시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나쁜 쪽이 아니었다.
-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