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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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다라 매커널티
• 옮긴이 : 김인경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43x215, 300쪽
• 펴낸날 : 2021-03-25
• ISBN : 9788958078036
• 십진분류 : 자연과학 > 자연과학 (400)
• 도서상태 : 정상
저자소개
지은이 : 다라 매커널티
아일랜드의 환경 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다.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매우 과민하고 특별한 뇌를 지니고 있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나 새와 이끼, 곤충과 꽃들, 그리고 가족 덕분에 안정감을 얻고 결국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배운 것들로 오히려 세상을 다독이고 사랑하기로 한 작가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환경생태 책보다 강력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작가는 아일랜드 다운 카운티 몬 산맥 기슭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매우 과민하고 특별한 뇌를 지니고 있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나 새와 이끼, 곤충과 꽃들, 그리고 가족 덕분에 안정감을 얻고 결국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배운 것들로 오히려 세상을 다독이고 사랑하기로 한 작가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환경생태 책보다 강력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작가는 아일랜드 다운 카운티 몬 산맥 기슭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김인경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그룹’에서 공부했고 어린이·청소년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번역한 책으로 『나는 왜 집중을 못할까?』 『예술로 세상을 구하라, 아트 어벤저』 『마음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 『아침에 나 혼자 일어나는 법』 『엄마랑은 왜 말이 안 통할까?』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등이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 출간 즉시 14개국 판권 계약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강력 추천!
15살 자폐 스펙트럼 소년의 투명하고 무해한 자연 예찬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강력 추천!
15살 자폐 스펙트럼 소년의 투명하고 무해한 자연 예찬
목차
■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9
프롤로그 · 12
봄 · 17
여름 · 87
가을 · 171
겨울 · 229
감사한 분들에게 · 287
찾아보기 · 291
한국의 독자들에게 · 9
프롤로그 · 12
봄 · 17
여름 · 87
가을 · 171
겨울 · 229
감사한 분들에게 · 287
찾아보기 · 291
편집자 추천글
방구석 자연 덕후에서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환경 운동가가 되기까지
15살 자폐 스펙트럼 소년이 직접 써내려 간 자연 에세이
“숲과 나비와 새의 편에 서는, 다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추천!
이 책은 15살 청소년이자 자연주의자인 다라 매커널티가 기록한 자연 에세이이다. 작가는 열두 달 동안 정원과 숲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했다. 대륙검은지빠귀부터 개구리, 토끼, 민들레까지 자연에 진지한 경이를 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자연을 흐릿한 배경이 아닌 이 세계의 중심으로 옮겨놓는다.
작가인 다라 매커널티는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안과 상처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연은 다라의 안정제였고 위로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세상 밖으로 문을 열고 나올 용기를 얻었다. 꽤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했지만 글을 쓰거나 공유할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블로그에 자연 일기를 올렸다. 영향력 있는 분들의 독려와 응원이 이어졌고, 작은 일기는 책이 되어 나올 수 있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다라가 한 단락도 제대로 써낼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다라의 목소리는 화산처럼 끓어올라 글로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책 출간 후 수많은 언론과 매체가 책과 작가의 일상을 조명했고, ‘아름다운 영혼이 써내려간 문학적인 자연 에세이’라는 평과 함께 전 세계 독자들의 감동적인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홍보대사에 위촉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며 자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자연 에세이
용기 있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전달하는 따뜻한 위안
다라 매커널티의 글은 문학적이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다. 작가는 괴롭힘과 따돌림의 경험, 불안과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얻는 기쁨 또한 감추지 않는다. 불안의 터널을 지나다가도 제비의 투지를 보며 힘을 얻고,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다가도 작은 식물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왈칵 열어 보인다. 세상에 상처 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연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고 결심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169쪽)
작가의 글에는 오랜 관찰과 몰입이 만들어 낸 섬세한 표현과 날카로운 감수성이 가득하고, 신선하고도 깊은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다.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매해 일어난다. 나도 알고 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 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이런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칼새는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고 이곳에 한참 더 머물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 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 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순간과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박쥐들이 제비를 대신해 선선한 공기를 가르는 모습을 즐기면서 말이다. (114~115쪽)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 출간 즉시 14개국 판권 계약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 베일리 기포드 프라이즈 후보작
영국 웨인라이트 프라이즈 자연 분야 수상작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직접 작사․작곡한 음원 수록
이 책은 영국 최고 논픽션 상 베일리 기포드 프라이즈 후보작, 웨인라이트 프라이즈 자연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BBC, 가디언 등 권위 있는 언론과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필독 자연 에세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출간과 동시에 미국, 중국, 독일, 호주, 스웨덴 등 14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자연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퍼져 나가 자연에 몰입하는 기쁨을 깨치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 앞에서 작은 소리라도 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작가가 이 자연 관찰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누구이고 자연이나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나비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집 주변에 어떤 새들이 언제, 얼마나 찾아오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쓸모없어 보이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자연,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온전한 나 자신을 되찾고 타인과 자연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사랑하자고 속삭이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며 희망의 증거이다.
다라 매커널티는 글뿐 아니라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BBC 스프링워치, 데일리 미러, 버드워치 매거진 등 여러 기관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있고,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와 제인 구달 협회의 홍보 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조류 보호 활동으로 왕립조류협회에서 최연소로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텍스트를 넘어 작가 다라 매커널티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노래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자연을 소재로 다양한 곡을 만들어 온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나의 작은 이름들에게>는 시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독자들이 이 책을 좀 더 직접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원 링크 blog.naver.com/ddstone1994/222264179086)
■ 추천의 글
마지막으로 호박벌을 본 것은 언제였을까? 미끄러지듯 나는 맹금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보거나, 습지의 소리를 듣기 위해 멈춰 섰던 적은? 이 책을 쓴 청소년 환경 운동가 다라 매커널티는 자연 속에 몰입해 머물 때의 연결감에 대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의 파괴와 멸종을 지켜보며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해 나간다. 숲과 나비와 새의 편에 서는, 다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전환이 일어나길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이 투명한 호소를 마주하고 싶다.
정세랑 | 『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이 책은 자연에 몰입하는 기쁨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섬세하고 친밀하고 깊이 있는 자연 관찰기다.”
영국 가디언지
독자들에게 야생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아름다운 글이자 자연을 세밀히 기록한 중요한 기록이다. 놀라운 성취다. 푹 빠져서 읽었다.
로렌 세인트 존 | 저널리스트
다라의 책에는 비범한 목소리와 통찰력이 담겼다. 용기 있고 시적이고 윤리적이고 서정적이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귀 기울여 듣고 동경할 만한 힘을 지녔다.
로버트 맥팔레인 | 작가
■ 책 미리보기
이 일기는 집에서, 자연 속에서, 내 머릿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나의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나의 세계는 북아일랜드 남서부의 퍼매너 카운티에서 동쪽의 다운 카운티로 이동한다.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주로 이사 가서 낯선 환경 속에 나의 감각과 정신을 뿌리내리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내 이름은 다라다.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처럼 커다란 나무로 자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 엄마는 예전에 나를 론두라고 불렀다(론두는 아일랜드어로 대륙검은지빠귀라는 뜻이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나는 자연주의자의 심장과 (지금은 장래희망인) 과학자의 머리와 자연에 가해지는 무관심과 파괴에 지칠 대로 지친 뼈를 지녔다. 나는 이 책에 야생 동물과 나의 접점에 대해 쏟아부었고,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동시에 인생의 폭풍을 가족처럼 여기며 견뎌 내는 모습을 담았다.
-12쪽
지구의 공전 덕분에 특정한 시기에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뻐꾸기 소리를 무척 듣고 싶었다. 나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 모든 것의 처음은 매우 특별하다. 오늘은 바로 그 첫 번째 뻐꾸기 소리를 듣고 싶은 열망으로 움직이다가 가족들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나는 개암나무와 블루벨이 가득한 비밀의 숲에 들어와 있었다. 잊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기억날 때의 느낌을 아는지? 나는 작은 숲에서 막 걸음마를 배우던 때로 돌아갔다. 엄마가 나를 들어 올릴 때까지 라일락꽃을 밟아 뭉개고 있었다. 그 기억을 뒤로하고 빠르게 두 해 정도가 흐르더니 쇠똥구리를 찾으려고 쇠똥을 뒤적이고 이끼 낀 둑에 올라가 뭔가를 찾던 때가 떠올랐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혼자 있으니 평화로운 마음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의 기억이 지금 이곳에서 머리 위로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과 사향 냄새와 겹쳤다.
-59쪽
땅바닥에 누워 참나무 가지를 올려다본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빛이 우거진 가지 사이로 비치고, 나뭇잎이 고대부터 내려온 주술을 속삭인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오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들었을 이 나무는 숱한 멸종과 전쟁과 사랑과 상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텐데. 나무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명을 주관한다. 이 웅장한 거인의 겉과 속과 밑에서는 수천 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나무가 인간 본성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이 참나무가 생태계와 연결된 방식으로 우리도 참나무와 연결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
-88쪽
이야기를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일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관심 있는 것에 관해서가 아니라면 나는 불안해진다. 그냥 나는 내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는 뭔가 학습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소음을 걸러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중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 나는 오후 3시 정도면 완전히 진이 빠진다. 하지만 집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고 기상 알람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나는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나는 대학에 가고 싶다. 그러니 고생을 감내해야만 한다. 분명히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강해질 것이다. 그럼 더 나은 시민이 되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기술면에서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우리가 교육받는 방식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융통성 없이 줄을 맞춘 책상 뒤에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 한다. (내 경험상 드문 일인) 교사가 토
론을 지도할 때가 아니라면 손을 들고 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인다. 왜일까? 순응하고 순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9쪽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매해 일어난다. 나도 알고 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 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이런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칼새는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고 이곳에 한참 더 머물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 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 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순간과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박쥐들이 제비를 대신해 선선한 공기를 가르는 모습을 즐기면서 말이다.
-114~115쪽
집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해먹으로 갔다. 이제 공기는 한결 시원해졌고 정원은 고요했다. 붉은솔개가 상승 기류를 타고 높이 올라 선회하는 모습을 봤던 산 너머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우리의 조류 이웃들은 여전히 날개를 퍼덕이는 중이고 제비들도 아직 이곳에 머물고 있다. 점점 더 숫자가 느는데 곧 있을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함께 먹이를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든다. 이 중엔 여름 늦게 세 번째 번식에 성공해서 새끼를 낳은 제비도 있을 것이다. 막 날기 시작한 어린 새들조차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를 경유해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 서쪽 해안으로 돌아가거나 나일 계곡 동쪽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가는 위험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어른들 틈에 낄 준비를 해야 한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169쪽
나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두 주를 지냈다. 두 주라니. 놀림당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두드려 맞지 않고 가장 오랜 기간을 보냈다. 낯설고 기이했다. 사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내가 겪을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래쓰린 섬의 기억이나 퍼매너에서 가꿨던 정원의 추억을 긍정의 리스트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전략을 짜기도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대화 시작용 문장을 미리 적어 두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내 일상에는 어떤 전략도 필요없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다가 토끼와 떼까마귀와 함께 앉아 서 쉬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펠릭스와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고, 함께 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가 싸우거나 날아오르거나 쉬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러고 집에 와도 에너지가 남았다. 불안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몽땅 써 버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숙제를 하고, 일기를 더 많이 썼다. 새들을 관찰했다. 컴퓨터 게임도 했다. 이상했다. 너무나 평범한 하루다. 평소에는 바람만 조금 불었다 하면 태풍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바람도 잔잔하고,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나는 웃을 수 있다. 행복하다. 동시에 좀 더 까다롭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몇 년에 걸쳐 내 주위에 쌓아 올린 돌담에 예쁜 담쟁이넝쿨이 자라났다. 나는 가족과 야생 동물만 담장 안으로 들였다. 햇살이 이 모든 것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내내 조심스러웠고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담장과 담쟁이넝쿨에 그늘이 드리우면서 의심도 자라났다. 나는 빛과 그림자 둘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은 내 일부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187~188
15살 자폐 스펙트럼 소년이 직접 써내려 간 자연 에세이
“숲과 나비와 새의 편에 서는, 다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추천!
이 책은 15살 청소년이자 자연주의자인 다라 매커널티가 기록한 자연 에세이이다. 작가는 열두 달 동안 정원과 숲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했다. 대륙검은지빠귀부터 개구리, 토끼, 민들레까지 자연에 진지한 경이를 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자연을 흐릿한 배경이 아닌 이 세계의 중심으로 옮겨놓는다.
작가인 다라 매커널티는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안과 상처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연은 다라의 안정제였고 위로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세상 밖으로 문을 열고 나올 용기를 얻었다. 꽤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했지만 글을 쓰거나 공유할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블로그에 자연 일기를 올렸다. 영향력 있는 분들의 독려와 응원이 이어졌고, 작은 일기는 책이 되어 나올 수 있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다라가 한 단락도 제대로 써낼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다라의 목소리는 화산처럼 끓어올라 글로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책 출간 후 수많은 언론과 매체가 책과 작가의 일상을 조명했고, ‘아름다운 영혼이 써내려간 문학적인 자연 에세이’라는 평과 함께 전 세계 독자들의 감동적인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홍보대사에 위촉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며 자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자연 에세이
용기 있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전달하는 따뜻한 위안
다라 매커널티의 글은 문학적이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다. 작가는 괴롭힘과 따돌림의 경험, 불안과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얻는 기쁨 또한 감추지 않는다. 불안의 터널을 지나다가도 제비의 투지를 보며 힘을 얻고,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다가도 작은 식물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왈칵 열어 보인다. 세상에 상처 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연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고 결심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169쪽)
작가의 글에는 오랜 관찰과 몰입이 만들어 낸 섬세한 표현과 날카로운 감수성이 가득하고, 신선하고도 깊은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다.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매해 일어난다. 나도 알고 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 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이런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칼새는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고 이곳에 한참 더 머물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 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 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순간과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박쥐들이 제비를 대신해 선선한 공기를 가르는 모습을 즐기면서 말이다. (114~115쪽)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 출간 즉시 14개국 판권 계약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 베일리 기포드 프라이즈 후보작
영국 웨인라이트 프라이즈 자연 분야 수상작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직접 작사․작곡한 음원 수록
이 책은 영국 최고 논픽션 상 베일리 기포드 프라이즈 후보작, 웨인라이트 프라이즈 자연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BBC, 가디언 등 권위 있는 언론과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필독 자연 에세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출간과 동시에 미국, 중국, 독일, 호주, 스웨덴 등 14개국에 판권이 계약되었다. 자연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퍼져 나가 자연에 몰입하는 기쁨을 깨치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 앞에서 작은 소리라도 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작가가 이 자연 관찰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누구이고 자연이나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나비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집 주변에 어떤 새들이 언제, 얼마나 찾아오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쓸모없어 보이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자연,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온전한 나 자신을 되찾고 타인과 자연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사랑하자고 속삭이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며 희망의 증거이다.
다라 매커널티는 글뿐 아니라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BBC 스프링워치, 데일리 미러, 버드워치 매거진 등 여러 기관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있고,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와 제인 구달 협회의 홍보 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조류 보호 활동으로 왕립조류협회에서 최연소로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텍스트를 넘어 작가 다라 매커널티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노래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자연을 소재로 다양한 곡을 만들어 온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나의 작은 이름들에게>는 시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독자들이 이 책을 좀 더 직접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원 링크 blog.naver.com/ddstone1994/222264179086)
■ 추천의 글
마지막으로 호박벌을 본 것은 언제였을까? 미끄러지듯 나는 맹금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보거나, 습지의 소리를 듣기 위해 멈춰 섰던 적은? 이 책을 쓴 청소년 환경 운동가 다라 매커널티는 자연 속에 몰입해 머물 때의 연결감에 대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의 파괴와 멸종을 지켜보며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해 나간다. 숲과 나비와 새의 편에 서는, 다라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전환이 일어나길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이 투명한 호소를 마주하고 싶다.
정세랑 | 『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이 책은 자연에 몰입하는 기쁨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섬세하고 친밀하고 깊이 있는 자연 관찰기다.”
영국 가디언지
독자들에게 야생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아름다운 글이자 자연을 세밀히 기록한 중요한 기록이다. 놀라운 성취다. 푹 빠져서 읽었다.
로렌 세인트 존 | 저널리스트
다라의 책에는 비범한 목소리와 통찰력이 담겼다. 용기 있고 시적이고 윤리적이고 서정적이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귀 기울여 듣고 동경할 만한 힘을 지녔다.
로버트 맥팔레인 | 작가
■ 책 미리보기
이 일기는 집에서, 자연 속에서, 내 머릿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나의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나의 세계는 북아일랜드 남서부의 퍼매너 카운티에서 동쪽의 다운 카운티로 이동한다.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주로 이사 가서 낯선 환경 속에 나의 감각과 정신을 뿌리내리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내 이름은 다라다.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처럼 커다란 나무로 자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 엄마는 예전에 나를 론두라고 불렀다(론두는 아일랜드어로 대륙검은지빠귀라는 뜻이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그렇게 부른다.
나는 자연주의자의 심장과 (지금은 장래희망인) 과학자의 머리와 자연에 가해지는 무관심과 파괴에 지칠 대로 지친 뼈를 지녔다. 나는 이 책에 야생 동물과 나의 접점에 대해 쏟아부었고,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동시에 인생의 폭풍을 가족처럼 여기며 견뎌 내는 모습을 담았다.
-12쪽
지구의 공전 덕분에 특정한 시기에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뻐꾸기 소리를 무척 듣고 싶었다. 나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 모든 것의 처음은 매우 특별하다. 오늘은 바로 그 첫 번째 뻐꾸기 소리를 듣고 싶은 열망으로 움직이다가 가족들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나는 개암나무와 블루벨이 가득한 비밀의 숲에 들어와 있었다. 잊고 있던 장소가 갑자기 기억날 때의 느낌을 아는지? 나는 작은 숲에서 막 걸음마를 배우던 때로 돌아갔다. 엄마가 나를 들어 올릴 때까지 라일락꽃을 밟아 뭉개고 있었다. 그 기억을 뒤로하고 빠르게 두 해 정도가 흐르더니 쇠똥구리를 찾으려고 쇠똥을 뒤적이고 이끼 낀 둑에 올라가 뭔가를 찾던 때가 떠올랐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혼자 있으니 평화로운 마음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의 기억이 지금 이곳에서 머리 위로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과 사향 냄새와 겹쳤다.
-59쪽
땅바닥에 누워 참나무 가지를 올려다본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빛이 우거진 가지 사이로 비치고, 나뭇잎이 고대부터 내려온 주술을 속삭인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오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들었을 이 나무는 숱한 멸종과 전쟁과 사랑과 상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텐데. 나무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명을 주관한다. 이 웅장한 거인의 겉과 속과 밑에서는 수천 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나무가 인간 본성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이 참나무가 생태계와 연결된 방식으로 우리도 참나무와 연결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
-88쪽
이야기를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일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관심 있는 것에 관해서가 아니라면 나는 불안해진다. 그냥 나는 내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는 뭔가 학습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소음을 걸러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중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든다. 나는 오후 3시 정도면 완전히 진이 빠진다. 하지만 집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고 기상 알람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나는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나는 대학에 가고 싶다. 그러니 고생을 감내해야만 한다. 분명히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강해질 것이다. 그럼 더 나은 시민이 되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기술면에서 놀랍도록 발전했지만 우리가 교육받는 방식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융통성 없이 줄을 맞춘 책상 뒤에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 한다. (내 경험상 드문 일인) 교사가 토
론을 지도할 때가 아니라면 손을 들고 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인다. 왜일까? 순응하고 순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9쪽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매해 일어난다. 나도 알고 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 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이런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칼새는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고 이곳에 한참 더 머물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 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 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순간과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박쥐들이 제비를 대신해 선선한 공기를 가르는 모습을 즐기면서 말이다.
-114~115쪽
집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해먹으로 갔다. 이제 공기는 한결 시원해졌고 정원은 고요했다. 붉은솔개가 상승 기류를 타고 높이 올라 선회하는 모습을 봤던 산 너머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우리의 조류 이웃들은 여전히 날개를 퍼덕이는 중이고 제비들도 아직 이곳에 머물고 있다. 점점 더 숫자가 느는데 곧 있을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함께 먹이를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든다. 이 중엔 여름 늦게 세 번째 번식에 성공해서 새끼를 낳은 제비도 있을 것이다. 막 날기 시작한 어린 새들조차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를 경유해 사하라 사막을 넘어 아프리카 서쪽 해안으로 돌아가거나 나일 계곡 동쪽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가는 위험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어른들 틈에 낄 준비를 해야 한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169쪽
나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두 주를 지냈다. 두 주라니. 놀림당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두드려 맞지 않고 가장 오랜 기간을 보냈다. 낯설고 기이했다. 사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내가 겪을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래쓰린 섬의 기억이나 퍼매너에서 가꿨던 정원의 추억을 긍정의 리스트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전략을 짜기도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대화 시작용 문장을 미리 적어 두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내 일상에는 어떤 전략도 필요없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다가 토끼와 떼까마귀와 함께 앉아 서 쉬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펠릭스와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고, 함께 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가 싸우거나 날아오르거나 쉬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러고 집에 와도 에너지가 남았다. 불안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몽땅 써 버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숙제를 하고, 일기를 더 많이 썼다. 새들을 관찰했다. 컴퓨터 게임도 했다. 이상했다. 너무나 평범한 하루다. 평소에는 바람만 조금 불었다 하면 태풍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바람도 잔잔하고,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나는 웃을 수 있다. 행복하다. 동시에 좀 더 까다롭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몇 년에 걸쳐 내 주위에 쌓아 올린 돌담에 예쁜 담쟁이넝쿨이 자라났다. 나는 가족과 야생 동물만 담장 안으로 들였다. 햇살이 이 모든 것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내내 조심스러웠고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담장과 담쟁이넝쿨에 그늘이 드리우면서 의심도 자라났다. 나는 빛과 그림자 둘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은 내 일부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187~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