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정리학 (뒤죽박죽된 머릿속부터 청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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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도야마 시게히코
• 옮긴이 : 양윤옥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2,000원
• 책꼴/쪽수 :
145x210, 264쪽
• 펴낸날 : 2009-02-25
• ISBN : 9788958072539
• 십진분류 : 철학 > 심리학 (18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한국출판인회의 추천도서
일본 누적 판매 100만 부 돌파
[2008년] 온라인서점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도쿄대, 교토대에서 가장 많이 필린 책
일본 누적 판매 100만 부 돌파
[2008년] 온라인서점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도쿄대, 교토대에서 가장 많이 필린 책
저자소개
지은이 : 도야마 시게히코
도쿄대학 영문학과 졸업. 잡지 《영어 청년》 편집장, 도쿄 교육대학 조교수,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명예교수. 영문학자, 언어학자, 평론가, 에세이스트.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하여 언어학, 수사학, 교육론, 의미론, 저널리즘론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최고의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알기 쉽고 분명하며 논리적인 일본어를 개척한 에세이스트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는 『지적 창조의 힌트』, 『읽기의 정리학』, 『창조의 재발견-망각의 힘』, 『속담의 논리』, 『독서의 방법』을 비롯한 50여 권의 책이 있다.
옮긴이 :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주요 저서로 『슬픈 李箱』, 『그리운 여성 모습』, 『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 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철도원』, 『장미도둑』, 『일식』, 『달』,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게이샤의 노래』, 『연애중독』 등이 있다. 『일식』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전세계의 번역가들 중 일본문학을 가장 잘 옮긴 역자에게 수여하는 상인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하였는데, 한국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목차
한국어판을 위한 저자서문_ 컴퓨터를 이기려면 창조력을 키워라
저자서문_ 가장 사치스러운 즐거움, 생각하기
1장. 아침 두뇌는 낙천적이다
▶글라이더 인간 vs. 비행기 인간 ▶글리이더를 비행기로 전환하는 지혜-가르침을 아껴라 ▶아침 두뇌는 낙천적이다
2장. 칭찬은 뇌도 춤추게 한다
▶창고형 두뇌 vs. 창조형 두뇌 ▶정말 중요한 것은 노트가 아니라 머릿속에 적어라 ▶사고 정리를 통해 ‘생각의 고전’ 만들기 ▶지식의 마라톤 경주 ▶생각의 방을 정리하는 똑똑한 청소도구, 글쓰기 ▶명사에 도달할 때까지 표현을 순화시켜라 ▶칭찬은 뇌도 춤추게 한다
3장. 잠자리에서는 머리를 시끄럽게 하지 마라
▶숙성된 생각이 저절로 찾아오게 만들어라 ▶잠자리에서는 머리를 시끄럽게 하지 마라 ▶칵테일 비슷한 것이 아니라 ‘진짜 칵테일’을 만들어라 ▶머릿속의 칵테일 만들기, 지(知)의 에디터십 ▶마음을 풀어놓아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수사적 잔상(修辭的 殘像)과 아날로지 ▶곁가지로 탈선할 때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기발한 생각, 세런디피티
4장. 목소리는 눈보다 똑똑하다
▶다른 분야의 사람과 토론해야 창조력이 향상된다 ▶‘지적 인브리딩’을 피하라 ▶3상, 3중-뭔가를 하는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생활 속에서 캐낸 지혜가 통찰력을 키운다 ▶“생각한다(I think)”와 “생각된다(It seems to me)”의 차이
5장. 컴퓨터를 이기는 방법
▶2차적 현실에서 내려와 1차적 현실로 들어가라 ▶세 가지 독서법 ▶확산형 독서와 수렴형 독서 ▶컴퓨터를 이기는 방법
6장. 생각의 이앙법, 메타노트
▶정보의 메타화로 입체적인 사고 정리에 도전하기 ▶스크랩을 통한 사고력 강화 ▶카드와 노트 작성법 ▶책 쌓아두고 읽기 ▶수첩과 노트 ▶생각의 이앙법, 메타노트(移秧法)
저자서문_ 가장 사치스러운 즐거움, 생각하기
1장. 아침 두뇌는 낙천적이다
▶글라이더 인간 vs. 비행기 인간 ▶글리이더를 비행기로 전환하는 지혜-가르침을 아껴라 ▶아침 두뇌는 낙천적이다
2장. 칭찬은 뇌도 춤추게 한다
▶창고형 두뇌 vs. 창조형 두뇌 ▶정말 중요한 것은 노트가 아니라 머릿속에 적어라 ▶사고 정리를 통해 ‘생각의 고전’ 만들기 ▶지식의 마라톤 경주 ▶생각의 방을 정리하는 똑똑한 청소도구, 글쓰기 ▶명사에 도달할 때까지 표현을 순화시켜라 ▶칭찬은 뇌도 춤추게 한다
3장. 잠자리에서는 머리를 시끄럽게 하지 마라
▶숙성된 생각이 저절로 찾아오게 만들어라 ▶잠자리에서는 머리를 시끄럽게 하지 마라 ▶칵테일 비슷한 것이 아니라 ‘진짜 칵테일’을 만들어라 ▶머릿속의 칵테일 만들기, 지(知)의 에디터십 ▶마음을 풀어놓아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수사적 잔상(修辭的 殘像)과 아날로지 ▶곁가지로 탈선할 때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기발한 생각, 세런디피티
4장. 목소리는 눈보다 똑똑하다
▶다른 분야의 사람과 토론해야 창조력이 향상된다 ▶‘지적 인브리딩’을 피하라 ▶3상, 3중-뭔가를 하는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생활 속에서 캐낸 지혜가 통찰력을 키운다 ▶“생각한다(I think)”와 “생각된다(It seems to me)”의 차이
5장. 컴퓨터를 이기는 방법
▶2차적 현실에서 내려와 1차적 현실로 들어가라 ▶세 가지 독서법 ▶확산형 독서와 수렴형 독서 ▶컴퓨터를 이기는 방법
6장. 생각의 이앙법, 메타노트
▶정보의 메타화로 입체적인 사고 정리에 도전하기 ▶스크랩을 통한 사고력 강화 ▶카드와 노트 작성법 ▶책 쌓아두고 읽기 ▶수첩과 노트 ▶생각의 이앙법, 메타노트(移秧法)
편집자 추천글
남의 지식을 저장하는 ‘창고형 두뇌’에서
나의 지식을 생산하는 ‘창조형 두뇌’로!
인간의 두뇌는 앞으로도 일부는 창고의 역할을 계속해야 할 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두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창고형 두뇌라면 일단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을 분실하지 않게만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보존 ? 보관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머릿속에 뭔가가 잔뜩 들어 있어서는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 쓸데없는 것은 처분해서 널찍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버려서는 작업이 되지 않는다. 정리 능력이 중요해진다.
창고형 두뇌 역시 정리 작업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확보된 물건(지식)을 순서에 맞게 늘어놓는 정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창조형 두뇌의 입장에서 정리는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치워버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리다. 창조형 두뇌의 정리에 해당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망각’이다. 인간의 두뇌를 창고로 볼 때 망각이란 경계하고 물리쳐야 할 강적이지만, 창조적 기능을 높여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자꾸자꾸 잊어버리지 않으면 창조력도, 통찰력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 출간된 지 25년 만에 아마존 재팬 종합 베스트 1위에 오른 책!
『사고 정리학』은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수사학, 교육론, 의미론, 저널리즘론 등 다양한 분야의 권위자이며, 알기 쉽고 분명하며 논리적인 글쓰기를 개척한 에세이스트로도 이름이 높은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명예교수 도야마 시게히코가 쓴 책이다.
애초 198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가 1986년 문고본으로 개정되었는데 2007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베스트셀러에 진입, 2008년 한 해에만 25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누적 판매부수가 100만 부에 이르렀다. 또한 2007년 10월 이후 일본 최대 오프라인서점 기노쿠니야에서 무려 21주 동안이나 문고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2008년 5월에는 온라인서점 아마존 재팬에서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요미우리 신문》,《아사히신문》,《산케이뉴스》 등 여러 권위 있는 매체로부터 2008년 상반기 내내 ‘일본 최고의 스테디셀러’이자 ‘올해를 빛낸 책’으로 집중 조명 받았다. 출간된 지 20년을 훌쩍 넘은 책이 온·오프라인서점과 언론으로부터 이렇듯 찬사를 받고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일본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도저히 20년 전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새롭다. 오히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한 블로거의 소감처럼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날카롭게 번뜩이는 창조력과 통찰력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의 홍보 및 판매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책을 읽고 크게 자극을 받은 모리오카 사와야 서점의 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써서 내건 손 글씨 POP(“좀더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가 화제가 됨으로써 판매에 시너지가 일어나고 급기야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 1983년 초판 1쇄 발행 이후 누적판매 100만 부 돌파!
● 2008년 5월, 온라인서점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기록!
2.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뒤죽박죽된 머릿속부터 청소하라!
분명히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서류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고, 방금 떠올랐던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깜한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고, 제발 잊었으면 하는 일들은 갈수록 더 또렷하게 떠오르면서 막상 절대로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들은 치매환자라도 된 것처럼 자꾸 잊어버리고…….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딜레마를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또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청소를 안 한 방처럼 뒤죽박죽된 우리의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창조적 열정으로 넘쳐나는 아이디어 뱅크로 만들 수 있을까?
『사고 정리학』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날카롭고 명쾌하며 실질적인 조언과 해답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생각이 흘러가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생각과 지식의 관계는 어떤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통찰력 있는 대답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법 및 사고 정리법에 이르기까지 ‘생각하기’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고법이나 사고 정리에 대해 간단히 그 원리와 노하우를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도 시시콜콜한 방법이나 기술 따위를 독자에게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쓴 것이 아니며, 이른바 how-to 식 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시중에 이미 출간되어 있는 소위 ‘생각 정리 기술’을 담은 다른 그 어떤 책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지혜와 조언들로 빼곡하다.
3. 남의 지식을 저장하는 ‘창고형 두뇌’에서 나의 지식을 생산하는 ‘창조형 두뇌’로!
▣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글라이더 인간’이 아닌 ‘비행기 인간’이 돼라
인간에게는 글라이더 능력과 비행기 능력이 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글라이더 능력’, 자기 스스로 어떤 것을 발명하고 발견해내는 것이 ‘비행기 능력’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한 인간 안에 동거하고 있다. 글라이더 능력이 완전히 빠져버리면 기본적인 지식조차 습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글라이더 능력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혼자 힘으로는 날 수 없게 된다. 즉 누군가가 제시한 문제를 풀거나 남이 생산한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은 있지만 자기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창조해내는 능력은 갖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는 글라이더 인간을 키워내는 데는 적합하지만, 비행기 인간을 키우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공교육으로서 학교 교육이 정비되면서 점점 더 글라이더 인간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21세기에 개인으로서나 사회로서나 국가로서나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글라이더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글라이더에 엔진을 탑재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 컴퓨터를 이기려면 창조력을 키워라, 창조력을 키우려면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인간의 두뇌에는 ‘창고형’과 ‘창조형’의 두 가지가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에서는 인간의 두뇌를 창고 같은 것으로 생각해왔다. 창고는 크면 클수록 좋다. 지식을 더 많이 차곡차곡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안에 물건을 채우듯 지식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데, 새로운 지식을 채우면 채울수록 그 한쪽에서 기존의 지식이 자꾸 빠져나가는 것(망각)이 문제다. 창고로서의 두뇌에게는 망각이 가장 큰 적인 셈이다. 그러니 잊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이따금 재고를 검사해서 기억을 잘 보존하고 있는지 체크한다. 이것이 시험이다.
그런데 이 창고형 두뇌를 위협하는 강적이 나타났다. 컴퓨터다. 컴퓨터는 창고로서의 기능을 빈틈없이 맡아준다. 일단 입력된 것은 거의 사라지는 법이 없고,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다. 정리도 완벽하다. 컴퓨터가 등장함으로써 그동안 지식의 강자로 인식되었던 ‘창고형 두뇌’의 한계가 지적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창조적 인간’이라는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었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인간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창조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도야마 시게히코는 가장 먼저 두뇌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즉, 자신의 두뇌를 창고형이 아닌 창조형으로 보라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를 창고로 볼 때 망각이란 경계하고 물리쳐야 할 강적이지만, 창조적 기능을 높여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창고형 두뇌의 관점에서 정리는 이미 확보된 물건(지식)을 순서에 맞게 늘어놓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창조형 두뇌의 입장에서 정리는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치워버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리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창조형 두뇌의 이런 정리에 해당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망각’이다. 다시 말해, 자꾸자꾸 잊어버리지 않으면 창조력도 통찰력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 저자와 서점직원의 대담
▣『사고 정리학』의 저자 도야마 시게히코와 사와야 서점직원 마쓰모토 다이스케 대담
※ 2007~2008년, 일본의 중견출판사 치쿠마쇼보(筑摩書房)에서 가장 잘 팔린 책은 1986년에 발행된 치쿠마문고 『사고 정리학』이었다. 1983년 ‘치쿠마 세미나’라는 시리즈의 한 권으로 간행된 이래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발행된 지 20년도 넘은 이 책이 최근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모리오카의 사와야 서점에서 근무하는 서른 살의 서점직원 마쓰모토 다이스케 씨가 쓴 POP가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도야마 시게히코 씨의 희망으로 저자와 서점직원 간, 보기 드문 조합의 대담이 실현되었다. 이 기회에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사고 정리학』의 퇴색하지 않는 매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쓰모토 : 제 나이가 올해로 서른인데 ‘사고(思考)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늘다 보니 『사고 정리학』이라는 제목에 확 끌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자서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사실 그런 마음의 여유를 좀체 갖기가 어려웠거든요.
도야마 : “좀더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카피,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뭐랄까. 호소력이 있다고 할까! 확실히 명문구예요.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서점직원이 자발적으로 직접 써서 내걸었다는 점이 설득력을 갖게 한 듯합니다. 가령 “이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식의, 제스처가 큰 말이었다면 ‘글쎄……’ 하며 갸우뚱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카피는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오히려 강하게 어필하는 힘이 있죠.
마쓰모토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책이 20년 전에 나온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다 읽은 후에야 ‘20년 전에 나온 책이야?’ 하고 놀랐죠. 그렇게 오래된 책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해 가는 이 시대에 이 책의 메시지가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시되는 시대인데, 선생님은 이 책에서 “사고에도 숙성이 필요하다”고 말씀하고 계시죠. 이런 메시지는 저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사고 정리학』을 읽은 덕분에, 요즘은 저도 종종 바쁜 걸음을 멈추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야마 : 저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쓴 책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놓았다”는 말보다 더 큰 찬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짧은 시간에 많이 팔리고 마는 책보다는 되도록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자면 우선 생각의 뿌리가 깊어야 하고, 탄탄한 논리와 알찬 내용을 갖춰야 하고, 그러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조건이 다 갖춰진 건 아닙니다. 그런 내적 조건을 갖춘 책도 이런저런 이유로 운 나쁘게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경우처럼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마쓰모토 :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이네요. 20년이 넘도록 오래 살아온 책인데, 제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요. 정말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도야마 : 이른바 스테디셀러는 마음먹는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것이 우연히, 그리고 여러분이 응원해준 덕분에 놀랄 만한 센세이션이 일어났습니다. 참 기쁜 일이에요.
최근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학습참고서에 『사고 정리학』이 자주 인용되고 있어요. 대략 1,000자 정도의 문장으로 설문을 작성해 고교 시험을 준비하는 중학생에게 읽힙니다. 한데, 제가 이 책을 썼을 당시만 해도 대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원생조차 졸업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애를 먹고, 결국 표절논문을 써서 제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죠. 그런 터라, ‘이래서는 안 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써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궁리하게 된 듯해요.
학교 교육은 지식 전달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독서가 중요합니다. 책의 내용을 달달 외우고 빠짐없이 기억하면 그만큼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해서 책에 나오는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머릿속을 정리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고 문제제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차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제가 고민하고 깨달아온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보았어요. 말하자면 『사고 정리학』은 제 머리보다는 제 삶 속에서 나온 지혜를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쓰모토 : 선생님의 책을 읽고 난 후 막연했던 것들이 선명해졌어요.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많지만, 특히 강한 인상을 받은 곳이 「글라이더형 인간 vs. 비행기형 인간」이었어요. 그 부분을 읽은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구입할 거라고 생각했죠.
도야마 : 글라이더형 인간을 만드는 학교에 대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학교가 설 자리도 없어지고 반감이 생길 테니까 글라이더와 비행기에 빗대어봤죠. 때로는 추락도 하고 뜻대로 날지 않는 경우가 있어 글라이더보다는 안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되기 위해, 혹은 ‘비행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책을 읽으면 점점 더 현명해진다고들 생각하는데, 일종의 미신이라고 생각해요. 전후(?後)에는 점수라는 것을 매우 중시했는데, 점수와 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기억’이죠. 머리에 외우고 있는 것을 답안지에 쓰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나 기억과 사고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우등생이 아닌 사람 중에 생각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라이더가 아닌 비행기인 사람을 보면 ‘비행기는 문제가 많다, 글라이더가 낫다’고 생각하기 쉽죠. 비행기는 글라이더에 비해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튈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볼썽사납든 어떻든 스스로 날아보려고 시도하고 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행기와 글라이더의 예가 떠올랐을 때, 사실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단순히 학교교육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죠. 특히 컴퓨터는 글라이더 인간의 극치로, 기억력이 아주 좋고 재생력도 뛰어납니다. 인간은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컴퓨터를 당해낼 수는 없어요. 옛날처럼 컴퓨터가 없을 때는 글라이더 인간이어도 충분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컴퓨터가 그런 사람을 대신해 일하게 됩니다. 아니,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 컴퓨터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요. 그러나 컴퓨터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뭔가를 잊어버리는 것도 할 수가 없죠. 적절히 잊어버리는 것, 즉 ‘망각’이 없다면 창조력도 통찰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남이 만든 곰팡내 나는 지식을 꾸역꾸역 쌓아놓고는 남들보다 지식이 많다고 뻐기기 쉽죠. 그러나 아무리 지식과 정보가 머릿속에 많이 쌓여 있어도 결국 컴퓨터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기려면 기억력이나 지식 축적의 정도가 아닌 ‘창조력’과 ‘통찰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지식 축적 이상으로 머릿속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한데, 여기에서 망각이 큰 역할을 하죠.
편집자 : 맞아요. 각 장(章)을 보면 문제 제기랄까, “이래서 될까?” 하는 식의 문장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말씀하신 대로 ‘망각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 그런 경우입니다. 보통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도야마 선생님은 사물에 대해 늘 대비(對比)로 풀어내세요. 이번 『읽기 정리학』도 그렇지만 대비로 이해가 쉬워지고 논리가 분명해지죠.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써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역동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야마 : 오직 이것 하나뿐이다, 하고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잠깐 옆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거기서 앞도 보고, 다시 돌아가기도 해야 읽는 사람도 저자와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것이 바로 사물을 연구하고 우주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고 봅니다. 그런 독자가 요즘 많이 나타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도쿄 신주쿠, 미디어라인서점 직원의 말]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려요?!”
저희 서점에는 정말 오랜 세월 동안 계산대 앞을 차지하며 ‘끈질기게’ 팔려나가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 『사고 정리학』입니다. 출판사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려요? 무슨 특별한 판매 방법이라도 있나요?”라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죠. 그때마다 “아뇨. 그냥 앞에 내놓기만 했는데, 계속 팔리네요”라고 대답합니다.
『사고 정리학』은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최근까지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지 알기 위해 드디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십 번도 더 무릎을 치며, “아하, 그렇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죠.
‘사고’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저마다의 스타일이 다른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분명한 형태로 ‘정리’하자는 이야기니까, 정말 기대가 되었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창조적인 두뇌를 만들려면 자꾸자꾸 잊어라’ ― 잊는 것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창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메시지는 제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곁가지로 탈선할 때 예기치 않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찾아온다’ ― 주변에서 ‘괴짜’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머리도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는 것을 볼 때마다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납득이 되었습니다.
▶‘주제는 숙성될 때까지 충분히 재워둔다’ ― 쓸데없는 부분, 생각의 군더더기를 풍화시켜주는 시간의 힘은 위대합니다.
▶‘목소리는 눈보다 똑똑하다’ ― 이 책을 읽고 난 뒤 실제로 제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수정해보았는데, 확실히 목소리가 눈보다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뿐이어서는 너무 많다’ ― 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진짜 ‘한 사람’이면 너무 많거든요! 무슨 소리냐고요? 책을 읽어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이 책 『사고 정리학』은 잘 정리된 말끔한 사고로 생각하기 위한 연구, 아이디어를 쑥쑥 키워주는 환경 등, 누구에게나 즉시 적용 가능한 지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섣부르게 내 아이디어를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 아이디어 군은 대단히 겁이 많고 소심해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꽁꽁 숨어버리곤 하니까,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 본문 중에서
인간에게는 글라이더 능력과 비행기 능력이 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글라이더 능력’, 자기 스스로 어떤 것을 발명하고 발견해내는 것이 ‘비행기 능력’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한 인간 안에 동거하고 있다. 글라이더 능력이 완전히 빠져버리면 기본적인 지식조차 습득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내 힘으로 날아보겠다고 덤빈다면 자칫 큰 사고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요즘 글라이더 능력은 충분한데 비행기 능력은 전혀 없는 이른바 ‘우수한 모범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람도 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학교는 글라이더 인간을 키워내는 데는 적합하지만 비행기 인간을 키우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교육으로서 학교 교육이 정비되면서 점점 더 글라이더 인간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모두 서로 비슷한 글라이더 인간이 되면 글라이더의 결점을 잊어버리고 만다. 지식적인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마치 스스로 날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꽃을 바라볼 뿐 그 가지와 잎은 보지 않는다. 어쩌다 가지와 잎을 보더라도 그 중심 줄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하물며 뿌리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꽃이라는 결과에만 시선을 빼앗겨 근간(根幹)에는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한다.
― 본문 19~20p.
비술(秘術)은 감춰둔다. 아무리 사랑하는 제자라도 끝까지 감추려고 애를 쓴다. 제자 쪽에서는 가르침을 받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어떻게든 스승이 가진 것을 훔쳐낼 궁리를 하게 된다. 이것이 옛날 교육의 목표였다. 배우려고 하는 자에게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것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법의 전수는 극소수의 한정된 사람에게만 이루어졌다.
스승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든 빼앗아보려고 애쓰던 문하생은 어느새 자기 스스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글라이더를 졸업하고 비행기 인간이 되어 비법을 모조리 물려받는다. 전통 예능이나 학문 분야가 강한 인습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개성을 만들어낼 여지가 큰 것은 그러한 전승 방식 속에 비밀이 있었다.
수동적으로 흐르기 쉬운 학습을 옛 사람들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글라이더를 비행기로 전환시키는 지혜다. 그에 비하면 요즘의 학교는 가르치는 쪽이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지나치게 친절하다. 뭐가 어찌되었든 아이들에게 샅샅이 가르쳐주려고 한다. 그것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학습자는 그저 입만 떡 벌리고 있으면 원하는 것을 넣어줄 것이라는 의존심을 키우게 된다. 학교가 열성적일수록, 또한 지식을 부여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학습자를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결국 참된 교육에는 실패하고 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된다.
바로 여기에서 뒤늦게나마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글라이더 훈련의 폐해가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주입식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학습자의 의욕을 꺾는 주입식이 나쁜 것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면 얼마든지 지식을 환영하고 얼마든지 주입해주기를 원할 것이다. 거꾸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습자에게는 아주 적은 양의 지식이라도, 이렇게 자꾸 밀어붙이면 도저히 못 견딘다고 반발할 것이다.
― 본문 25~26p.
중요한 것은 우리의 두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지금까지의 교육에서는 인간의 두뇌를 창고 같은 것으로 생각해왔다. 지식을 더 많이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창고는 크면 클수록 좋다. 그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이 채워질수록 바람직한 것으로 통한다.
기를 쓰고 채우려고 하는데 그 한쪽에서 자꾸 지식이 빠져나가니 ‘잊어버리지 말자!’라는 게 우리 모두의 구호처럼 되어버렸다. 이따금 재고를 검사해서 기억이 빠져나갔는지 얌전히 남아 있는지 체크한다. 그것이 시험이다.
창고로서의 두뇌에게는 망각이 가장 큰 적이다. 박식함은 학문이 뛰어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이런 창고형 두뇌를 깜짝 놀라게 하는 강적이 나타났다. 컴퓨터다. 이것이 창고로서의 기능을 빈틈없이 대신 맡아준다. 일단 입력된 것은 결코 없어지는 법이 없다.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쓱싹 꺼낼 수 있다. 정리도 완벽하다.
컴퓨터의 출현 및 보급과 함께 인간의 두뇌를 창고로서 사용하는 것에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컴퓨터 인간을 키워봤자 진짜 컴퓨터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창조적 인간이라는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었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인간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앞으로도 일부는 창고 역할을 계속해야 할 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두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창고형 두뇌라면 일단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을 분실하지 않게만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보존 ? 보관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머릿속에 뭔가가 잔뜩 들어 있어서는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 쓸데없는 것은 처분해서 널찍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내버려서는 작업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정리 능력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창고형 두뇌 역시 정리 작업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확보된 물건(지식)을 순서에 맞게 늘어놓는 정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창조형 두뇌의 입장에서 정리는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치워버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리다. 창조형 두뇌의 정리에 해당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망각’이다. 인간의 두뇌를 창고로 볼 때 망각이란 경계하고 물리쳐야 할 강적이지만, 창조적 기능을 높여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자꾸자꾸 잊어버리지 않으면 창조력도 통찰력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 43~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