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갓난아기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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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마쓰다 미치오
• 옮긴이 : 양윤옥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2,000원
• 책꼴/쪽수 :
148x210, 220쪽
• 펴낸날 : 2010-06-28
• ISBN : 9788958072812
• 십진분류 : 기술과학 > 생활과학 (590)
• 도서상태 : 정상
저자소개
지은이 : 마쓰다 미치오
의학박사. 소아과 의사. 저술가. 교토의대를 졸업한 뒤 20여 년간 교토에서 병원을 개업, 소아과 의사로서 아이들을 보살폈는데, ‘마음의 병까지 치유하는 의사’로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소아과 의사로서 진료를 하는 한편 일본군국주의를 반대하는 평화 문제 담화회의에 참여하였고, 교토대학 인문학부 연구소의 공동연구 〈혁명의 비교연구〉 등에 참가했다. 당시 지식인을 격동으로 몰아넣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가까운 이웃의 문제를 중심으로 실제적인 사상운동을 펼쳤는데, 이는 후에 건전한 시민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되었다. 소아과 의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이미 ‘의사 출신 명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현업에서 은퇴한 뒤 집필에 전념하며 의료, 육아 문제부터 정치 및 사회 문제와 철학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방대하고 심오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나는 갓난아기』는 일본에서 육아서 분야의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를 넘어 하나의 고전이 된 작품이다. 또한 이 책의 후속작인 『나는 세 살』을 비롯한 『나의 육아교육론』,『육아백과』 등 그가 세상에 내어놓은 일련의 육아서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에 직면한 신세대 부모들에게 친절한 상담사이자 훌륭한 멘토가 되어 주었다. 그중에서도 『육아백과』는 처음 발간된 이래 매년 개정을 거듭하며 ‘육아서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어머니를 위한 인생론』,『아버지와 아이』,『자유를 어린아이에게』,『여자와 자유와 사랑』,『나는 여성에게밖에 기대하지 않는다』,『내가 읽은 책』,『재야의 사상가들』,『나의 삶, 나의 사상』,『시골의사의 전후戰後』,『혁명과 시민적 자유』 등이 있다.
옮긴이 :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주요 저서로 『슬픈 李箱』, 『그리운 여성 모습』, 『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 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철도원』, 『장미도둑』, 『일식』, 『달』,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게이샤의 노래』, 『연애중독』 등이 있다. 『일식』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전세계의 번역가들 중 일본문학을 가장 잘 옮긴 역자에게 수여하는 상인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하였는데, 한국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목차
1. 6개월까지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 젖이 잘 안 나와 ― 걱정 말아요, 엄마! 서두르면 안 돼요! ∥ 마침내, 집으로 ― 산후조리원보다 더 시끄러운 아파트 ∥ 나의 체질 문제로 일어난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 ∥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 ∥ 각기병 사건 ― 아이, 열 같은 거 없다니까! ∥ 분유병을 둘러싼 기 싸움 ― 갓난아기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 평균치의 함정 ― 개성을 인정해 주세요 ∥ 전차 안에서 ―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다 ∥ 할머니 집에서 ― 질투대마왕 에미 누나에게 당한 봉변 ∥ 영화관에서 ― 저렇게 남을 깨물면 안 되는데… ∥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 ∥ 엄마는 가장 충실한 관찰자 ∥ 어린이공원에서 ― 고무공에 머리를 얻어맞고 뇌진탕당할 뻔하다 ∥ 대중목욕탕에서 ― 온몸에 뜨거운 물세례를 ∥ 한밤중 수유를 둘러싼 엄마와 아빠의 논쟁 ― 난, 젖이 부족하다니까! ∥ 폭발해 버린 아빠, 엄마에게 반기를 들다 ∥ 기저귀커버 ―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발명한 거야?! ∥ 더운 날 분유 먹기 ― 왜 또 내 탓인데……? ∥ 유원지에서 ― 질 나쁜 예술가를 만나다 ∥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 단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고요! ∥ 큰이모의 방문 ― “나처럼 일곱 명이고 여덟 명이고 키워 봐” ∥ 이유식 ― 가장 똑똑한 심판관은 정확한 체중계
2. 12개월 전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복통 ― “아가, 왜 그랬어? 엄마 깜짝 놀라게 하고…” ∥ 허걱, 장(腸)이 장(腸) 안에 들어갔다고? ∥ 장중첩증 강사가 된 엄마 ∥ “여보, 우리 아기가 손을 놓고 섰어!” ∥ 별난 상담사 ― 뚱보 되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 상담사가 나쁜 게 아니야! ∥ 기차 여행 ― ‘노란 액체’를 마시면 악당이 되는 사람들 ∥ 여관에서 ― 이 세상에 아기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는 어른들 ∥ 동전을 삼키다 ― 혹시 엄마에게 초능력이…? ∥ 한밤중 꿈에 나타난 술주정뱅이들 ∥ 아빠의 ‘폭력’에 완강히 저항하다 ∥ 꿈을 꾸는 건, 지혜가 붙었다는 증거 ∥ 배설 길들이기 ― 엄마와 팽팽한 기 싸움 ∥ 동상에 걸린 아기 ― 엄마, 발가락이 자꾸 가려워요! ∥ 아이들을 공포와 위험에 빠뜨리는 헬리콥터 ∥ 머리를 부딪쳐서 바보가 되면 어쩌지? 작은 탈주자 ― 다로 형의 신나는 모험 ∥ 유아맘들의 모임 ― 탁아소가 필요해 ∥ 드라이 클럽 파트타임 탁아소 ∥ 경기(驚氣)로 정신을 잃다 ∥ 첫 고열 ― “사흘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 지혜 열 ― 열꽃이 피면 다 나았다는 증거 ∥ 보육소 보모로 일하는 요시코 이모 ∥ 감기성 설사 ― 어떻게 하면 설사를 멈추게 할 수 있나요? ∥ 의사가 약자라고? ∥ 떼쓰기 대마왕, 가즈 짱 ∥ 젖 먹이기 ― 엄마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 ∥ 뇌성 소아마비 아이 때문에 가출한 204호 아줌마 ∥ 돌잔치 ―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첫 번째 생일 ∥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의사로서의 조언
3. 1년 6개월까지
보행기 ― 좁은 아파트에서는 너무 위험해! ∥ 동물원에서 ― 아빠 원숭이를 닮은 우리 아빠 ∥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혹시, 이질? ∥ 자가중독 ― 죽을병인가요? ∥ 질병 치료에도 역시 ‘경험의 힘’이 최고 ∥ 자가중독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 ∥ 날씨가 추울 때 오줌이 흐려지는 건 괜찮아! ∥ “왜 이렇게 잠을 안 자! 혹시 유아불면증?” ∥ 허걱, 아기에게 수면제를…? ∥ 두 살짜리 아이는 하루 몇 시간을 자야 할까? ∥ 난 그저, 엎드려 자는 게 편하고 좋을 뿐이고! ∥ “애기 엄마, 눈동자가 크다고 조금 잘라내서 작게 할 거야?” ∥ 침대는 싫어, 엄마 아빠랑 자고 싶어! ∥ 평균 몸무게보다 450그램이 모자란다고? ∥ 식사는 30분 안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맘껏 뛰어놀기 ∥ 450그램 차이가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되는 건 베니스 상인뿐! ∥ 개에게 물리다 ― 광견병에 걸리면 어쩌지? ∥ 개 주인 찾기 대작전 ∥ 흙을 먹다 1 ― “뱃속에 기생충이 있어서 그래!” ∥ 흙을 먹다 2 ― “그럼, 이건 당신네 집안 유전이네!” ∥ 신발 신고 아빠와 난생 처음 나서는 산책길 ∥ 천식에 걸린 에미 누나 ∥ 천식 ― 모르는 척해야 낫는 병? ∥ “아이를 울리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 젖이 잘 안 나와 ― 걱정 말아요, 엄마! 서두르면 안 돼요! ∥ 마침내, 집으로 ― 산후조리원보다 더 시끄러운 아파트 ∥ 나의 체질 문제로 일어난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 ∥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 ∥ 각기병 사건 ― 아이, 열 같은 거 없다니까! ∥ 분유병을 둘러싼 기 싸움 ― 갓난아기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 평균치의 함정 ― 개성을 인정해 주세요 ∥ 전차 안에서 ―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다 ∥ 할머니 집에서 ― 질투대마왕 에미 누나에게 당한 봉변 ∥ 영화관에서 ― 저렇게 남을 깨물면 안 되는데… ∥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 ∥ 엄마는 가장 충실한 관찰자 ∥ 어린이공원에서 ― 고무공에 머리를 얻어맞고 뇌진탕당할 뻔하다 ∥ 대중목욕탕에서 ― 온몸에 뜨거운 물세례를 ∥ 한밤중 수유를 둘러싼 엄마와 아빠의 논쟁 ― 난, 젖이 부족하다니까! ∥ 폭발해 버린 아빠, 엄마에게 반기를 들다 ∥ 기저귀커버 ―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발명한 거야?! ∥ 더운 날 분유 먹기 ― 왜 또 내 탓인데……? ∥ 유원지에서 ― 질 나쁜 예술가를 만나다 ∥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 단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고요! ∥ 큰이모의 방문 ― “나처럼 일곱 명이고 여덟 명이고 키워 봐” ∥ 이유식 ― 가장 똑똑한 심판관은 정확한 체중계
2. 12개월 전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복통 ― “아가, 왜 그랬어? 엄마 깜짝 놀라게 하고…” ∥ 허걱, 장(腸)이 장(腸) 안에 들어갔다고? ∥ 장중첩증 강사가 된 엄마 ∥ “여보, 우리 아기가 손을 놓고 섰어!” ∥ 별난 상담사 ― 뚱보 되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 상담사가 나쁜 게 아니야! ∥ 기차 여행 ― ‘노란 액체’를 마시면 악당이 되는 사람들 ∥ 여관에서 ― 이 세상에 아기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는 어른들 ∥ 동전을 삼키다 ― 혹시 엄마에게 초능력이…? ∥ 한밤중 꿈에 나타난 술주정뱅이들 ∥ 아빠의 ‘폭력’에 완강히 저항하다 ∥ 꿈을 꾸는 건, 지혜가 붙었다는 증거 ∥ 배설 길들이기 ― 엄마와 팽팽한 기 싸움 ∥ 동상에 걸린 아기 ― 엄마, 발가락이 자꾸 가려워요! ∥ 아이들을 공포와 위험에 빠뜨리는 헬리콥터 ∥ 머리를 부딪쳐서 바보가 되면 어쩌지? 작은 탈주자 ― 다로 형의 신나는 모험 ∥ 유아맘들의 모임 ― 탁아소가 필요해 ∥ 드라이 클럽 파트타임 탁아소 ∥ 경기(驚氣)로 정신을 잃다 ∥ 첫 고열 ― “사흘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 지혜 열 ― 열꽃이 피면 다 나았다는 증거 ∥ 보육소 보모로 일하는 요시코 이모 ∥ 감기성 설사 ― 어떻게 하면 설사를 멈추게 할 수 있나요? ∥ 의사가 약자라고? ∥ 떼쓰기 대마왕, 가즈 짱 ∥ 젖 먹이기 ― 엄마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 ∥ 뇌성 소아마비 아이 때문에 가출한 204호 아줌마 ∥ 돌잔치 ―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첫 번째 생일 ∥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의사로서의 조언
3. 1년 6개월까지
보행기 ― 좁은 아파트에서는 너무 위험해! ∥ 동물원에서 ― 아빠 원숭이를 닮은 우리 아빠 ∥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혹시, 이질? ∥ 자가중독 ― 죽을병인가요? ∥ 질병 치료에도 역시 ‘경험의 힘’이 최고 ∥ 자가중독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 ∥ 날씨가 추울 때 오줌이 흐려지는 건 괜찮아! ∥ “왜 이렇게 잠을 안 자! 혹시 유아불면증?” ∥ 허걱, 아기에게 수면제를…? ∥ 두 살짜리 아이는 하루 몇 시간을 자야 할까? ∥ 난 그저, 엎드려 자는 게 편하고 좋을 뿐이고! ∥ “애기 엄마, 눈동자가 크다고 조금 잘라내서 작게 할 거야?” ∥ 침대는 싫어, 엄마 아빠랑 자고 싶어! ∥ 평균 몸무게보다 450그램이 모자란다고? ∥ 식사는 30분 안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맘껏 뛰어놀기 ∥ 450그램 차이가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되는 건 베니스 상인뿐! ∥ 개에게 물리다 ― 광견병에 걸리면 어쩌지? ∥ 개 주인 찾기 대작전 ∥ 흙을 먹다 1 ― “뱃속에 기생충이 있어서 그래!” ∥ 흙을 먹다 2 ― “그럼, 이건 당신네 집안 유전이네!” ∥ 신발 신고 아빠와 난생 처음 나서는 산책길 ∥ 천식에 걸린 에미 누나 ∥ 천식 ― 모르는 척해야 낫는 병? ∥ “아이를 울리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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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희로애락을 엄마 아빠에게 시시콜콜 알려 준다!”
―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엄마학교』 저자)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혹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육아서에 담겨지는 모든 내용도 당연히 엄마보다는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아이가 어떨 때 즐거워하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또 무엇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목말라 하는지…… 아이의 생각과 감정, 구체적인 상황,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말 못하는 갓난아기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는 신생아기와 영아기에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영양 섭취 문제와 여러 가지 질병과 사고, 예방접종까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 봐야 할 조언과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그런 유익한 내용이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며, 때론 감동 넘치는 에피소드와 잘 버무려져 아이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소개되고 있어 읽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합니다.
▷ ▷ ▷ 본문 속으로
나는 그저께 태어났다. 아직 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잘 들린다. 이 산후조리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도 기척으로 알 수 있다. 간호사 누나는 왜 저렇게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다닐까. 아마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모양이다. 게다가 방문을 여닫을 땐 꼭 저렇게 큰 소리를 내야만 하는 걸까. 저건 분명 욕구불만 때문이다. 간호사 대우가 별로 좋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뭔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서로서로 도란도란 상의해서 해결하면 될 텐데, 왜 아무 죄도 없는 문짝에 화풀이를 해대는 걸까.
나는 시끄러운 게 젤 싫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엄마도 그렇다. 우리는 아직 기력이 딸리는 것이다. 아직 한참 동안은 푹 자고 싶다. 근데 또각또각 소리 내며 복도를 걸어가거나 문을 쾅 ― 닫으면 그때마다 화들짝 잠이 깨어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울면 딱하게도 초보 엄마는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 쩔쩔맨다. 그저 조용하게 해주기만 하면 나는 기저귀가 젖었을 때나 배가 고플 때 외에는 울지 않는다. 산후조리원 안이 좀 조용해지면 이번에는 창문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가장 짜증나는 건 광고 차량. 이상한 유행가를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부담스러울 만큼 상냥한 목소리로 상품의 효능을 떠들어 댄다. 무척이나 공손한 말씨지만, 그렇게 남의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대서는 누구라도 불쾌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내가 크면 오늘 광고 차량으로 떠들어 댄 그 상품은 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다. 광고 차량이 떠나고 나면 이번에는 헬리콥터다. 전단지를 뿌리고 다니는지 어린애들이 길 위를 마구 뛰어다니며 그걸 줍느라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이런 살인적인 광고 행태를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겨우 잠잠해지면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일가친척들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찾아온다. 다들 똑같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개중에는 나를 자기 품에 안고 매너 없이 연거푸 기침을 하 가는 사람도 있다. 감기라도 옮으면 어쩌라는 건가. 막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감기가 옮으면 폐렴으로 진행되는 일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그 사람들은 학교의 보건 위생 시간에 분명 병든 닭처럼 끄덕끄덕 졸았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의 원장도 그렇다. 건축 공사장처럼 신생아의 방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여 둬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 걸 붙이면 너무 엄하게 통제하는 산후조리원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참 딱한 직업이다. 또 한 가지 이 산후조리원에서 무척 시끄러운 건 바로 도우미 아줌마들의 수다다. 그 아줌마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평가를 내린다. 6호실 애기 엄마는 지독한 짠순이다, 조리원 원장은 4호실만 특별 대우하는 거 아니냐, 3호실 애기 엄마의 남편은 아내하고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 등등 참 말들도 많다. 왜 그리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걸까. 분명 자신의 삶이 공허한 거다.
― 본문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중에서(19~21p.)
내 인생도 이제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조금씩 앞이 보인다. 엄마는 나를 안고 낮에 10분이나 15분쯤 바깥바람을 쐬어 주었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엄마가 간밤에 아빠에게 강의를 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신선한 공기를 자주 쐬어서 피부를 단련할 거란다.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좋을 때 피부를 단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합성된다고 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진다고 하니까 햇볕을 쬐는 건 나처럼 뼈가 굵어지는 시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하긴 이런 지식은 엄마가 예전부터 여성에게 필요한 교양으로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빠를 출근시킨 뒤 내가 깨어 있을 때는 라디오를 켜 놓는데, 그 라디오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지식인 것이다.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은 온종일 떠들어 대는 라디오 방송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내용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헌법을 개정하면 어떤 불편한 일이 생기는가, 하는 이야기는 낮 시간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엄마는 나를 낳은 뒤로 그런 좋은 내용의 방송을 더욱 열심히 들었다. 비로소 모성을 자각한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아빠는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빈둥빈둥 누워서 놀기만 한다. 라디오도 경음악이나 만담, 코미디 방송 같은 것만 열심히 찾아 듣는다. 엄마와 연애하던 시절에는 제9심포니 LP판을 선물하기도 했다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책장의 문학전집도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읽는다. 아빠가 읽는 활자라고는 기껏해야 신문과 주간지뿐이다. 회사 일에 지쳐서 그런 거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들이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건 우리 아기들에게는 심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결국은 엄마에게 100퍼센트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갓난아기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아빠가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나를 안고 산책도 나가고, 목욕도 시켜주고, 신나게 놀아 주면 좋겠다. 엄마의 일손을 덜어 준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그런 일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엄마 혼자만의 아기가 아니다. 아빠의 아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빠의 품에 안겨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란다. 아기가 한참 성장할 때까지 육아 문제는 온통 엄마에게만 맡겨 두면서 자기 좋을 때만 교육자입네 하고 나타나 이러니저러니 간섭하는 건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100퍼센트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감 없이는 가정교육이라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다.
청소년기에 자녀가 아버지와 거리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불신’의 적립금이 만기가 되어 돌아온 것일 뿐이다.
― 본문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32~34p.)
하지만 목에 가래가 차는 증상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작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아빠와 엄마는 노심초사하며 심하게 맘고생을 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는 의사의 진단이 나빴다. 이 의사에게는 처음으로 감기 때문에 진찰을 받았는데, 대단한 주사파(注射派)여서 만나자마자 한 방 따끔하게 아픈 주사부터 놓았다. 나도 나름할 수 있는 대로 버둥거리며 저항을 해보았지만 직업적으로 이미 익숙해졌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 감기가 나은 뒤에 목에 가래가 차는 것을 보고는 ‘유아 천식’이니 뭐니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
목욕도 하지 마라, 밖에도 나가지 마라……. 게다가 날마다 주사만 맞으러 오라고 한다. 이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요. 열도 없고 기분도 좋고(주사 맞을 때만은 엄청 기분이 나쁘지만) 젖도 잘 먹는 나를 왜 자꾸 환자로 만들려고 하냐고요. 목욕도 하고 바깥바람도 쐬어서 피부와 점막을 단련하면 이런 가래는 저절로 없어진다니까요.
그간 잘 가누지 못하던 목을 어느새 꼿꼿이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다양한 것을 보기도 한다. 딸랑이도 움켜쥘 수 있다. 태어나서 4개월이면 이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이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될 텐데…….
울려 가며 주사를 맞히든 안 맞히든 목에서 그르륵거리는 가래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엄마가 깨닫게 되기까지 족히 열흘은 걸렸다. 덕분에 나는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만 보면 또 주사를 맞는 줄 알고 화들짝 겁을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요즘은 생선가게 아저씨들까지 흰 상의를 입는 바람에 나는 완전히 흰색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다.
하지만 내 목에서 끓는 가래가 그리 큰 병이 아니라는 걸 가장 먼저 발견해 준 것을 보면 엄마는 역시 가장 충실한 관찰자다. 나는 그 수염 기른 흰 가운의 ‘주사파’만 눈에 띄지 않으면 그야말로 유쾌하게 잘 지내는 것이다. 요즘에는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분유도 한 병으로는 부족할 만큼 잘 먹는다. 그저 밤에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새벽녘에 목에서 그글그글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것만이 ‘옥에 티’였다. 그 이외에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
― 본문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50~53p.)
이 이야기의 주인공 ‘갓난아기’네 집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내 친구들의 가정을 모델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름 재미있게 끌고 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아빠가 약간 희극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델이 되신 분들, 부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모델이 된 아빠뿐만 아니라 다른 아빠들도 어딘지 모르게 엄마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나시겠지요. 이런 책은 사 주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빠라는 사람들이 주간지와 코미디 방송과 술집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어서, 신문이나 잡지의 여론조사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그저 모르겠다는 말만 한다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식으로 공은 쳐 보지도 못하고 삼진 아웃을 당하는 아빠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아기들도 인간을 보는 눈이 점점 밝아지기 때문에 술김에 사다 주는 초콜릿만으로는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감동시킬 수 없겠지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정신의 냉수마찰’을 해서 잘못된 생각에 전염되지 않도록 단련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모델이 된 엄마는 이 이야기 속의 엄마보다 훨씬 더 단아한 분이지만, 실제로 이 이야기만큼 적극적인 어머니가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의 주부를 위한 방송은 꼭 들었으면 합니다. 그러다 너무 똑똑해져서 아빠가 오히려 기죽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 쓰이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갓난아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이 아이는 참으로 행복한 아기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차츰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자칫 ‘과잉육아’를 당할 위험이 큽니다. 육아서를 몇 권씩 사다 놓고 서로 비교해 가며 읽는 엄마들도 많은데, 이는 분명한 과잉형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전자제품을 차례차례 구입하고 여가가 늘어나면 자칫 ‘과잉 육아’를 당할 위험이 많습니다. 육아 책을 몇 권씩 사다가 비교해 가며 읽는다는 엄마는 분명 과잉형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되도록 철저히 제거해 주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아기를 잘 키우는 요령입니다.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건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어서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키워 보겠다는 마음에 지나친 열성을 보이다가 도리어 실패합니다.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부모 또한 이 환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환경이 넉넉하게 아이를 품어 안고, 그 속에 부모와 아이의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아이에게 필요한 자연스러운 환경이 상실되면서 이상한 성장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 본문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로서의 조언」(155~157p.) 중에서
■ “갓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희로애락을 엄마 아빠에게 시시콜콜 알려 준다!”
―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엄마학교』 저자)
『나는 갓난아기』는 제목 그대로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가 주인공인 책입니다. 말하자면 ‘육아소설’인 셈인데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소아과 의사이자, 뛰어난 문필가이며, 철학적 깊이에 실천적 면모까지 갖춘 마쓰다 미치오 씨가 갓난아기의 관점에서 유쾌하게 써 내려간 사랑스러운 육아서입니다.【※이 책이 맨 처음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1960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르이건 이른 바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는 그런 세월의 격차나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책을 꼼꼼히 읽어 보시면 충분히 공감하시겠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 주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도 같은 귀중한 메시지와 지혜가 오히려 세월의 더께가 더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이 책이 단순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영역을 넘어 육아서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점, 지금도 웬만한 신간 못지않게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점, 그리고 ‘직장에 다니는 예비엄마들이 출산휴가를 떠날 때 반드시 준비하는 필독서’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정보의 유효성이나 시의성 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띠라서 그런 미세한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유익하면서도 매력적인 책으로 만들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분인 안효섭 박사(현재 대한소아과학회 회장이자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의 세밀한 감수를 통해 번역 과정에서 잘못 번역된 병명을 바로잡고, 0~3세 아기들이 걸리기 쉬운 질병들에 대해서는 독자가 꼭 알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세밀하게 팁 정보를 달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마쓰다 미치오 씨는 단순한 소아과 의사가 아닙니다. 그는 20여 년간 소아과의사로서 진료를 하는 한편 일본군국주의를 반대하는 평화 문제 담화회의에 활발히 참여하였고, 교토대학 인문학부 연구소의 공동 프로젝트인 〈혁명의 비교 연구〉에도 함께했습니다. 이렇듯 그는 사회 개혁적인 면모가 강했으나 당시 일본 지식인 사회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가까운 이웃의 문제를 중심으로 사상운동을 펼쳤지요. 이는 이후 건전한 시민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되어 일본 사회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그런 근원적인 문제의식과 사람(혹은 갓난아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녹아 있습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책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그런 콘셉트의 차별성과 저자의 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단행본 시장에 나온 육아서들은 세부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예외 없이 ‘엄마(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육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갓난)아기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입장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엄마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육아 방식이 일방적으로 적용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혹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육아서에 담겨지는 모든 내용도 당연히 엄마보다는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아이가 어떨 때 즐거워하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또 무엇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목말라 하는지…… 아이의 생각과 감정, 구체적인 상황,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올바른 육아를 위해, 또 아이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고 균형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엄마의 관점을 벗어나 아이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말 못하는 갓난아기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는 신생아기와 영아기에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영양 섭취 문제와 여러 가지 질병과 사고, 예방접종까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 봐야 할 조언과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그런 유익한 내용이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며, 때론 감동 넘치는 에피소드와 잘 버무려져 아이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소개되고 있어 읽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합니다.
■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다!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건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어서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키워 보겠다는 마음에 지나친 열성을 보이다가 도리어 실패합니다.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부모 또한 이 환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환경이 넉넉하게 아이를 품어 안고, 그 속에 부모와 아이의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아이에게 필요한 자연스러운 환경이 상실되면서 이상한 성장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 본문(157p.) 중에서
위의 문안은 본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요(전체 78개 꼭지 중에서 유일하게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로서의 조언」이라는 제목의 이 꼭지만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가 화자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에 오히려 더 절묘하게 들어맞고 절실하게 필요한 메시지가 아닙니까! 대한소아과학회 회장이자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며 이 책의 감수자인 안효섭 박사의 말대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메시지, 혹은 (주인공 갓난아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는 바로 ‘자연스러운 육아’와 ‘형편과 체질에 맞는 양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를 보통의 육아서에서 제시하는 어떤 기준과 틀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 하지 말고 각자의 형편과 체질을 고려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주라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단행본 시장에 무수히 나와 있는 보통의 육아서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콘셉트와 매력으로 무장한 특별한 책입니다. 말하자면 다른 육아서들이 거의 대동소이하게 전문가(소아과 의사, 혹은 소아정신과 의사)나 똑똑한 육아 경험자를 통해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는가에 관한 나름의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거의 100퍼센트 정보성 내용을 담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하면서(이런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때 이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육아서이면서 동시에 ‘간접 태교서’로도 손색없이 읽힐 수 있습니다) 유익한 지식과 노하우도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서’적, ‘정보’적인 장점을 훨씬 능가하는 이 책만의 가장 큰 미덕과 가치가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위에서 인용한 본문 발췌 문안을 통해 잘 드러나듯 “육아의 주인공은 아이이며, 부모조차 아이를 둘러싼 전체 환경의 일부일 뿐”이라는 깨달음과 ‘자연스러운 육아’, ‘형편과 체질에 맞는 양육’의 중요성에 대한 소중한 자각일 것입니다.
『나는 갓난아기』에는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웃음 짓게 만들고 어두운 가슴 한켠에 햇볕 한 조각 비춰 줄 사랑스럽고 따듯한 사진이 25컷 남짓 들어 있습니다【※이 책에 삽입된 사진은 모두 ‘slr클럽(www.slrclub.com)’에서 찾은 것들인데, 일일이 저작권자의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갓난아기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희로애락이 담긴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유쾌하고 감동 넘치는 글과 함께 음미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책 속에 푹 빠져 갓난아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엄마학교』 저자)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혹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육아서에 담겨지는 모든 내용도 당연히 엄마보다는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아이가 어떨 때 즐거워하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또 무엇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목말라 하는지…… 아이의 생각과 감정, 구체적인 상황,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말 못하는 갓난아기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는 신생아기와 영아기에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영양 섭취 문제와 여러 가지 질병과 사고, 예방접종까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 봐야 할 조언과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그런 유익한 내용이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며, 때론 감동 넘치는 에피소드와 잘 버무려져 아이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소개되고 있어 읽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합니다.
▷ ▷ ▷ 본문 속으로
나는 그저께 태어났다. 아직 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잘 들린다. 이 산후조리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도 기척으로 알 수 있다. 간호사 누나는 왜 저렇게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다닐까. 아마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모양이다. 게다가 방문을 여닫을 땐 꼭 저렇게 큰 소리를 내야만 하는 걸까. 저건 분명 욕구불만 때문이다. 간호사 대우가 별로 좋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뭔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서로서로 도란도란 상의해서 해결하면 될 텐데, 왜 아무 죄도 없는 문짝에 화풀이를 해대는 걸까.
나는 시끄러운 게 젤 싫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엄마도 그렇다. 우리는 아직 기력이 딸리는 것이다. 아직 한참 동안은 푹 자고 싶다. 근데 또각또각 소리 내며 복도를 걸어가거나 문을 쾅 ― 닫으면 그때마다 화들짝 잠이 깨어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울면 딱하게도 초보 엄마는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 쩔쩔맨다. 그저 조용하게 해주기만 하면 나는 기저귀가 젖었을 때나 배가 고플 때 외에는 울지 않는다. 산후조리원 안이 좀 조용해지면 이번에는 창문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가장 짜증나는 건 광고 차량. 이상한 유행가를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부담스러울 만큼 상냥한 목소리로 상품의 효능을 떠들어 댄다. 무척이나 공손한 말씨지만, 그렇게 남의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대서는 누구라도 불쾌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내가 크면 오늘 광고 차량으로 떠들어 댄 그 상품은 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다. 광고 차량이 떠나고 나면 이번에는 헬리콥터다. 전단지를 뿌리고 다니는지 어린애들이 길 위를 마구 뛰어다니며 그걸 줍느라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이런 살인적인 광고 행태를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겨우 잠잠해지면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일가친척들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찾아온다. 다들 똑같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개중에는 나를 자기 품에 안고 매너 없이 연거푸 기침을 하 가는 사람도 있다. 감기라도 옮으면 어쩌라는 건가. 막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감기가 옮으면 폐렴으로 진행되는 일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그 사람들은 학교의 보건 위생 시간에 분명 병든 닭처럼 끄덕끄덕 졸았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의 원장도 그렇다. 건축 공사장처럼 신생아의 방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여 둬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 걸 붙이면 너무 엄하게 통제하는 산후조리원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참 딱한 직업이다. 또 한 가지 이 산후조리원에서 무척 시끄러운 건 바로 도우미 아줌마들의 수다다. 그 아줌마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평가를 내린다. 6호실 애기 엄마는 지독한 짠순이다, 조리원 원장은 4호실만 특별 대우하는 거 아니냐, 3호실 애기 엄마의 남편은 아내하고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 등등 참 말들도 많다. 왜 그리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걸까. 분명 자신의 삶이 공허한 거다.
― 본문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중에서(19~21p.)
내 인생도 이제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조금씩 앞이 보인다. 엄마는 나를 안고 낮에 10분이나 15분쯤 바깥바람을 쐬어 주었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엄마가 간밤에 아빠에게 강의를 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신선한 공기를 자주 쐬어서 피부를 단련할 거란다.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좋을 때 피부를 단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합성된다고 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진다고 하니까 햇볕을 쬐는 건 나처럼 뼈가 굵어지는 시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하긴 이런 지식은 엄마가 예전부터 여성에게 필요한 교양으로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빠를 출근시킨 뒤 내가 깨어 있을 때는 라디오를 켜 놓는데, 그 라디오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지식인 것이다.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은 온종일 떠들어 대는 라디오 방송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내용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헌법을 개정하면 어떤 불편한 일이 생기는가, 하는 이야기는 낮 시간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엄마는 나를 낳은 뒤로 그런 좋은 내용의 방송을 더욱 열심히 들었다. 비로소 모성을 자각한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아빠는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빈둥빈둥 누워서 놀기만 한다. 라디오도 경음악이나 만담, 코미디 방송 같은 것만 열심히 찾아 듣는다. 엄마와 연애하던 시절에는 제9심포니 LP판을 선물하기도 했다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책장의 문학전집도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읽는다. 아빠가 읽는 활자라고는 기껏해야 신문과 주간지뿐이다. 회사 일에 지쳐서 그런 거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들이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건 우리 아기들에게는 심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결국은 엄마에게 100퍼센트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갓난아기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아빠가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나를 안고 산책도 나가고, 목욕도 시켜주고, 신나게 놀아 주면 좋겠다. 엄마의 일손을 덜어 준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그런 일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엄마 혼자만의 아기가 아니다. 아빠의 아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빠의 품에 안겨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란다. 아기가 한참 성장할 때까지 육아 문제는 온통 엄마에게만 맡겨 두면서 자기 좋을 때만 교육자입네 하고 나타나 이러니저러니 간섭하는 건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100퍼센트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감 없이는 가정교육이라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다.
청소년기에 자녀가 아버지와 거리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불신’의 적립금이 만기가 되어 돌아온 것일 뿐이다.
― 본문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32~34p.)
하지만 목에 가래가 차는 증상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작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아빠와 엄마는 노심초사하며 심하게 맘고생을 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는 의사의 진단이 나빴다. 이 의사에게는 처음으로 감기 때문에 진찰을 받았는데, 대단한 주사파(注射派)여서 만나자마자 한 방 따끔하게 아픈 주사부터 놓았다. 나도 나름할 수 있는 대로 버둥거리며 저항을 해보았지만 직업적으로 이미 익숙해졌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 감기가 나은 뒤에 목에 가래가 차는 것을 보고는 ‘유아 천식’이니 뭐니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
목욕도 하지 마라, 밖에도 나가지 마라……. 게다가 날마다 주사만 맞으러 오라고 한다. 이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요. 열도 없고 기분도 좋고(주사 맞을 때만은 엄청 기분이 나쁘지만) 젖도 잘 먹는 나를 왜 자꾸 환자로 만들려고 하냐고요. 목욕도 하고 바깥바람도 쐬어서 피부와 점막을 단련하면 이런 가래는 저절로 없어진다니까요.
그간 잘 가누지 못하던 목을 어느새 꼿꼿이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다양한 것을 보기도 한다. 딸랑이도 움켜쥘 수 있다. 태어나서 4개월이면 이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이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될 텐데…….
울려 가며 주사를 맞히든 안 맞히든 목에서 그르륵거리는 가래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엄마가 깨닫게 되기까지 족히 열흘은 걸렸다. 덕분에 나는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만 보면 또 주사를 맞는 줄 알고 화들짝 겁을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요즘은 생선가게 아저씨들까지 흰 상의를 입는 바람에 나는 완전히 흰색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다.
하지만 내 목에서 끓는 가래가 그리 큰 병이 아니라는 걸 가장 먼저 발견해 준 것을 보면 엄마는 역시 가장 충실한 관찰자다. 나는 그 수염 기른 흰 가운의 ‘주사파’만 눈에 띄지 않으면 그야말로 유쾌하게 잘 지내는 것이다. 요즘에는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분유도 한 병으로는 부족할 만큼 잘 먹는다. 그저 밤에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새벽녘에 목에서 그글그글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것만이 ‘옥에 티’였다. 그 이외에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
― 본문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50~53p.)
이 이야기의 주인공 ‘갓난아기’네 집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내 친구들의 가정을 모델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름 재미있게 끌고 가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아빠가 약간 희극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델이 되신 분들, 부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모델이 된 아빠뿐만 아니라 다른 아빠들도 어딘지 모르게 엄마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나시겠지요. 이런 책은 사 주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빠라는 사람들이 주간지와 코미디 방송과 술집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어서, 신문이나 잡지의 여론조사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그저 모르겠다는 말만 한다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식으로 공은 쳐 보지도 못하고 삼진 아웃을 당하는 아빠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아기들도 인간을 보는 눈이 점점 밝아지기 때문에 술김에 사다 주는 초콜릿만으로는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감동시킬 수 없겠지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정신의 냉수마찰’을 해서 잘못된 생각에 전염되지 않도록 단련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모델이 된 엄마는 이 이야기 속의 엄마보다 훨씬 더 단아한 분이지만, 실제로 이 이야기만큼 적극적인 어머니가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의 주부를 위한 방송은 꼭 들었으면 합니다. 그러다 너무 똑똑해져서 아빠가 오히려 기죽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 쓰이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갓난아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이 아이는 참으로 행복한 아기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차츰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자칫 ‘과잉육아’를 당할 위험이 큽니다. 육아서를 몇 권씩 사다 놓고 서로 비교해 가며 읽는 엄마들도 많은데, 이는 분명한 과잉형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전자제품을 차례차례 구입하고 여가가 늘어나면 자칫 ‘과잉 육아’를 당할 위험이 많습니다. 육아 책을 몇 권씩 사다가 비교해 가며 읽는다는 엄마는 분명 과잉형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되도록 철저히 제거해 주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아기를 잘 키우는 요령입니다.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건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어서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키워 보겠다는 마음에 지나친 열성을 보이다가 도리어 실패합니다.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부모 또한 이 환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환경이 넉넉하게 아이를 품어 안고, 그 속에 부모와 아이의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아이에게 필요한 자연스러운 환경이 상실되면서 이상한 성장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 본문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로서의 조언」(155~157p.) 중에서
■ “갓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희로애락을 엄마 아빠에게 시시콜콜 알려 준다!”
―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엄마학교』 저자)
『나는 갓난아기』는 제목 그대로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가 주인공인 책입니다. 말하자면 ‘육아소설’인 셈인데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소아과 의사이자, 뛰어난 문필가이며, 철학적 깊이에 실천적 면모까지 갖춘 마쓰다 미치오 씨가 갓난아기의 관점에서 유쾌하게 써 내려간 사랑스러운 육아서입니다.【※이 책이 맨 처음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1960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르이건 이른 바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는 그런 세월의 격차나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책을 꼼꼼히 읽어 보시면 충분히 공감하시겠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 주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도 같은 귀중한 메시지와 지혜가 오히려 세월의 더께가 더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이 책이 단순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영역을 넘어 육아서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점, 지금도 웬만한 신간 못지않게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점, 그리고 ‘직장에 다니는 예비엄마들이 출산휴가를 떠날 때 반드시 준비하는 필독서’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정보의 유효성이나 시의성 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띠라서 그런 미세한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유익하면서도 매력적인 책으로 만들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분인 안효섭 박사(현재 대한소아과학회 회장이자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의 세밀한 감수를 통해 번역 과정에서 잘못 번역된 병명을 바로잡고, 0~3세 아기들이 걸리기 쉬운 질병들에 대해서는 독자가 꼭 알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세밀하게 팁 정보를 달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마쓰다 미치오 씨는 단순한 소아과 의사가 아닙니다. 그는 20여 년간 소아과의사로서 진료를 하는 한편 일본군국주의를 반대하는 평화 문제 담화회의에 활발히 참여하였고, 교토대학 인문학부 연구소의 공동 프로젝트인 〈혁명의 비교 연구〉에도 함께했습니다. 이렇듯 그는 사회 개혁적인 면모가 강했으나 당시 일본 지식인 사회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가까운 이웃의 문제를 중심으로 사상운동을 펼쳤지요. 이는 이후 건전한 시민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되어 일본 사회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그런 근원적인 문제의식과 사람(혹은 갓난아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녹아 있습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책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그런 콘셉트의 차별성과 저자의 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단행본 시장에 나온 육아서들은 세부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거의 예외 없이 ‘엄마(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육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갓난)아기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입장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엄마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육아 방식이 일방적으로 적용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혹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육아서에 담겨지는 모든 내용도 당연히 엄마보다는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아이가 어떨 때 즐거워하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또 무엇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목말라 하는지…… 아이의 생각과 감정, 구체적인 상황,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올바른 육아를 위해, 또 아이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고 균형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엄마의 관점을 벗어나 아이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갓난아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말 못하는 갓난아기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는 신생아기와 영아기에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영양 섭취 문제와 여러 가지 질병과 사고, 예방접종까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 봐야 할 조언과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그런 유익한 내용이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며, 때론 감동 넘치는 에피소드와 잘 버무려져 아이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소개되고 있어 읽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합니다.
■ 육아서의 주인공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다!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건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어서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키워 보겠다는 마음에 지나친 열성을 보이다가 도리어 실패합니다.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부모 또한 이 환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전체 환경이 넉넉하게 아이를 품어 안고, 그 속에 부모와 아이의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면 아이에게 필요한 자연스러운 환경이 상실되면서 이상한 성장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 본문(157p.) 중에서
위의 문안은 본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요(전체 78개 꼭지 중에서 유일하게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로서의 조언」이라는 제목의 이 꼭지만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 의사가 화자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에 오히려 더 절묘하게 들어맞고 절실하게 필요한 메시지가 아닙니까! 대한소아과학회 회장이자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며 이 책의 감수자인 안효섭 박사의 말대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메시지, 혹은 (주인공 갓난아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는 바로 ‘자연스러운 육아’와 ‘형편과 체질에 맞는 양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를 보통의 육아서에서 제시하는 어떤 기준과 틀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 하지 말고 각자의 형편과 체질을 고려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주라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단행본 시장에 무수히 나와 있는 보통의 육아서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콘셉트와 매력으로 무장한 특별한 책입니다. 말하자면 다른 육아서들이 거의 대동소이하게 전문가(소아과 의사, 혹은 소아정신과 의사)나 똑똑한 육아 경험자를 통해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는가에 관한 나름의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거의 100퍼센트 정보성 내용을 담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하면서(이런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때 이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육아서이면서 동시에 ‘간접 태교서’로도 손색없이 읽힐 수 있습니다) 유익한 지식과 노하우도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서’적, ‘정보’적인 장점을 훨씬 능가하는 이 책만의 가장 큰 미덕과 가치가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위에서 인용한 본문 발췌 문안을 통해 잘 드러나듯 “육아의 주인공은 아이이며, 부모조차 아이를 둘러싼 전체 환경의 일부일 뿐”이라는 깨달음과 ‘자연스러운 육아’, ‘형편과 체질에 맞는 양육’의 중요성에 대한 소중한 자각일 것입니다.
『나는 갓난아기』에는 0~3세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웃음 짓게 만들고 어두운 가슴 한켠에 햇볕 한 조각 비춰 줄 사랑스럽고 따듯한 사진이 25컷 남짓 들어 있습니다【※이 책에 삽입된 사진은 모두 ‘slr클럽(www.slrclub.com)’에서 찾은 것들인데, 일일이 저작권자의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갓난아기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희로애락이 담긴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유쾌하고 감동 넘치는 글과 함께 음미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책 속에 푹 빠져 갓난아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