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청춘, 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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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니시카와 츠카사
• 옮긴이 : 권남희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1,500원
• 책꼴/쪽수 :
145x210, 244쪽
• 펴낸날 : 2011-12-07
• ISBN : 9788958073536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절판
저자소개
지은이 : 니시카와 츠카사
1958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대학 중퇴 후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다. 귀국 한 뒤 일본방송의 〈밤의 드라마하우스〉 각본 공모에 당선되어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의 각본 구성, 만화 원작, 동화,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해바라기 카 짱』과 더불어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고뇌를 실감나게 그린 성장소설 『청춘』이 있다.
옮긴이 : 권남희
1966년에 태어났다. 현재 일본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창이 있는 서점에서』,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오디션』, 『와인 한 잔의 진실』, 『러브레터』, 『무라카미 라디오』, 『빵가게 재습격』, 『멋진 하루』, 『황혼녘 백합의 뼈』,『밤의 피크닉』, 『젖과 알』, 『다카페 일기』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왜 나보다 못난 여자가 잘난 남자와 결혼할까』, 『동경 신혼일기』가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1+1은 11이라고 답했던 12살 카 짱이 전학 간 학교에서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 2년 만에 전교 1등이 되어 졸업생을 대표해서 졸업 답사를 낭독하는 우등생으로 변한다. 카 짱은 중학생이 돼서도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명문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하면서부터 카 짱이 바라던 모든 꿈도 산산조각 나 버린다. 느닷없이 이사 간 홋카이도 굿찬은 날씨도 동네도 비호감. 중학교 내내 목표 했던 고등학교 대신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학교에는 불량 청소년과 샌님만 가득하다. 주변에서 걸어오는 싸움에 자신을 내맡기다보니 공부 짱이던 카 짱의 학교생활은 어느새 싸움으로 가득 차버렸다. 초등학교때 카 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친구들이 명문고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친구가 폭주족이 됐다는 사실도 카 짱의 방황을 멈추게 하지는 못하는데…….
초등학교 시절, 작은 기적을 이뤄낸 카 짱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항과 좌절, 폭력으로 얼룩진 중, 고등학교 생활. 이런 카 짱에게 마침내 나타난 희망은?
초등학교 시절, 작은 기적을 이뤄낸 카 짱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항과 좌절, 폭력으로 얼룩진 중, 고등학교 생활. 이런 카 짱에게 마침내 나타난 희망은?
목차
Ⅰ1972년 봄
Ⅱ 홋카이도의 여름 방학
Ⅲ 안녕, 기타히야마
Ⅳ 굿찬에서의 첫날밤
Ⅴ 굿찬 중학교 신고식
Ⅵ 거친 방황, 덧나는 상처
Ⅶ 격동의 겨울
작가의 말
해바라기가 피지 않던 청춘을 추억하며
옮긴이의 말
카 짱의 거친 청춘 질주
Ⅱ 홋카이도의 여름 방학
Ⅲ 안녕, 기타히야마
Ⅳ 굿찬에서의 첫날밤
Ⅴ 굿찬 중학교 신고식
Ⅵ 거친 방황, 덧나는 상처
Ⅶ 격동의 겨울
작가의 말
해바라기가 피지 않던 청춘을 추억하며
옮긴이의 말
카 짱의 거친 청춘 질주
편집자 추천글
화제작 『 해바라기 카 짱』의 그다음 이야기!
1+1도 몰랐던 12살 카 짱이 졸업생 대표로 졸업 답사를 낭독하기까지 2년간의 변화가 담긴 ????해바라기 카 짱????이 이 책의 전작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생과 그 학생을 훌륭하게 가르친 선생님이 일궈낸 희망에, 그것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 단체에서 ????해바라기 카 짱????을 추천도서로 뽑았고 독자는 착하고 순수한 츠카사가 그 이후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열광했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반항과 좌절, 폭력이 가득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동안 카 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밝고 긍정적인 카 짱을 어둠으로 내몰았을까? 겁과 꿈을 잃은 카 짱의 질풍노도 인생 제2장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의 청춘이었거나 혹은 진행형이거나
모든 사람은 사춘기를 통과한다.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란 울타리 안에서 친구들과 똑같이 사는 걸 안도하면서도 알 수 없는 미래에 진저리를 치며 방황하고 좌절한다. 어른들이 열심히 하라는 공부에 매진해도 내 인생의 앞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는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 방관자로 느껴질 뿐이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 카 짱도 다르지 않다. 숨 쉬는 것처럼 매일 꾸준하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자 카 짱은 자기 정체성을 잃고 만다. 이제 남은 건 체념과 반항, 현실 도피일 뿐. 카 짱은 마음을 조여 오는 내일의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공업과 학생들과 어울리고 하루하루를 때우며 점점 더 신념 있는 반항아로 변한다.
알 수 없는 내일과 사라진 꿈으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모습과 닮은 카 짱의 성장통을 보면서 독자들은 애잔한 공감을 보낼 것이다.
카 짱에게 가족은 슬픔이다
카 짱이 어릴 적, 지적장애아가 모인 ‘해바라기 반’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카 짱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이웃에게 창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타인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의식하는 어머니는 중학생인 카 짱에게 또 상처를 준다. 원하는 명문 고등학교를 못 가게 한 것. 형이 떨어진 고등학교였기 때문이다. 형제 중에서 장남이 단연 으뜸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자신을 감싸주던 할머니도 이젠 쇠약해져서 부모님을 어찌하지 못한다. 슈퍼맨 같았던 형은 이제 무력한 꼭두각시로 변했다. 배우란 꿈을 포기하고 부모님 뜻대로 움직이는 형이 한심할 뿐이다. 카 짱에게 가족은 자기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뛰어 넘어야 할 벽으로 다가온다. 카 짱은 답답한 가족을 보면서 분노와 불신에 휩싸여 자신의 모습을 잃어 가는데……. 카 짱은 본연의 자기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본문 속으로
“왜 내가 오타루 초료 고등학교에 가면 안 된다는 거야? 굿찬 고등학교보다 훨씬 좋은 학교인데? 선생님도 나라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게다가 하숙시켜 주지 않아도 다니겠다고 했고. 그럼 됐잖아. 뭐가 문제야?”
츠카사가 다그치자,
“아까도 말했잖아. 오타루까지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매일 그렇게 다녀야 돼.”
또 물 타기 전법이다.
“난 갈 거야.”
츠카사는 선언하듯이 단호히 말했다. 그러자 입을 다문 채 땅을 보고 걸어가던 어머니가 불쑥 말을 던졌다.
“네가 굿찬 고등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면 형이 어떻게 생각하겠니? 형의 입장이 뭐가 되겠냐고.”
츠카사는 아연실색했다. 주베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어머니가 반대한 큰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럼 내 입장은 어떻게 되는데……?”
“넌 동생이잖아…….”
동생은 형보다 뛰어나면 안 된다.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츠카사 형제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다. 어쨌든 어머니에게는 형이 최고다. 사실 형은 형제 가운데서 무엇을 해도 1등이어서, 츠카사와 동생들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형보다 공부를 잘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 형보다 좋은 학교에 가서는 안 된다는 건가?
p 135-137
“아버지를 원망한 적 없어?”
“아버지를 원망해? 왜?”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나하고 동생들이 싸우면 아무 상관없는 형한테 책임을 지우고 때렸잖아.”
“아, 그랬지. 그렇지만 장남이란 게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별로 원망이고 뭐고 그런 것 없었어.”
형의 말이 거짓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럼…… 고등학교 문제는? 아버지가 억지로 하코다테 주베에 시험 치게 해서 재수하게 됐잖아. 히가시 고등학교를 쳤더라면 붙었을 텐데.”
“그것도 떨어진 내가 나쁘지. 아버지를 원망할 일이 아냐.”
그런가? 형은 어째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지, 츠카사는 신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너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해. 하코다테로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 건 내 탓이니까. 그뿐만이 아냐. 굿찬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도 내 탓이지? 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오타루 초교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한 것……. 알고 있었지만, 가라고 말하지 못했어. 역시 너가 나보다 좋은 학교에 가는 게 싫었던 거야. 형인 내가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네가 나하고 같은 나이인 응원단 녀석들을 어떻게 해달라고 했을 때 알았어. 난 이제 너의 형으로 있을 자격이 없다고. 나 때문에 굿찬 고등학교에 가게 해놓고, 너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츠카사, 이제 네 형 안 할래.”
‘왜 그래, 형…….’
할 말을 잃은 츠카사는 가슴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형은 주베 고등학교에 떨어진 뒤로 줄곧 혼자 고민하고,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한 것이다.
츠카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면에서 형을 비난하자, 지금 형은 형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츠카사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형은 츠카사의 슈퍼맨 노릇에 지쳐서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p 171-172
‘요시자와는 뭘 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츠카사는 아차 했다. 자신과 똑같았다. 각자 처해진 상황과 입장은 다르지만, 요시자와 카나코도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서 아무런 목표도 없이 오로지 공부만 할 수밖에 없는 매일……. 요시자와에게 그런 날들은 매일 고문 같지 않았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츠카사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성적이 떨어지고 또 떨어져, 가고 싶지 않았던 굿찬 고등학교밖에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할 수 없이 허겁지겁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 몇 개월 사이에 맛본 것은 구토조차 느낄 수 없는 허무함이었다.
모든 것에 절망한 요시자와 카나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츠카사는 비뚤어지고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츠카사도 다가와 붙었을 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가네코, 넌 되고 싶은 게 있냐?”
위스키를 마셨다. 몹시 쓴맛이 났다.
“응?”
가네코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해보고 싶은 게 있냐고?”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너는?”
“난… 생각해 봤는데, 없어. 아무것도 없어…….”
가네코는 한참 동안 말없이 위스키만 홀짝거렸다.
“그래도 생각하는 동안은 괜찮을 거야. 분명히.”
가네코가 불쑥 말했다.
“그럼 넌? 괜찮지 않아?”
“난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 괜찮을 거야, 분명히.”
p 210-211
1+1도 몰랐던 12살 카 짱이 졸업생 대표로 졸업 답사를 낭독하기까지 2년간의 변화가 담긴 ????해바라기 카 짱????이 이 책의 전작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생과 그 학생을 훌륭하게 가르친 선생님이 일궈낸 희망에, 그것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 단체에서 ????해바라기 카 짱????을 추천도서로 뽑았고 독자는 착하고 순수한 츠카사가 그 이후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열광했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반항과 좌절, 폭력이 가득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동안 카 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밝고 긍정적인 카 짱을 어둠으로 내몰았을까? 겁과 꿈을 잃은 카 짱의 질풍노도 인생 제2장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의 청춘이었거나 혹은 진행형이거나
모든 사람은 사춘기를 통과한다.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란 울타리 안에서 친구들과 똑같이 사는 걸 안도하면서도 알 수 없는 미래에 진저리를 치며 방황하고 좌절한다. 어른들이 열심히 하라는 공부에 매진해도 내 인생의 앞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는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 방관자로 느껴질 뿐이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 카 짱도 다르지 않다. 숨 쉬는 것처럼 매일 꾸준하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자 카 짱은 자기 정체성을 잃고 만다. 이제 남은 건 체념과 반항, 현실 도피일 뿐. 카 짱은 마음을 조여 오는 내일의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공업과 학생들과 어울리고 하루하루를 때우며 점점 더 신념 있는 반항아로 변한다.
알 수 없는 내일과 사라진 꿈으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모습과 닮은 카 짱의 성장통을 보면서 독자들은 애잔한 공감을 보낼 것이다.
카 짱에게 가족은 슬픔이다
카 짱이 어릴 적, 지적장애아가 모인 ‘해바라기 반’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카 짱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이웃에게 창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타인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의식하는 어머니는 중학생인 카 짱에게 또 상처를 준다. 원하는 명문 고등학교를 못 가게 한 것. 형이 떨어진 고등학교였기 때문이다. 형제 중에서 장남이 단연 으뜸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자신을 감싸주던 할머니도 이젠 쇠약해져서 부모님을 어찌하지 못한다. 슈퍼맨 같았던 형은 이제 무력한 꼭두각시로 변했다. 배우란 꿈을 포기하고 부모님 뜻대로 움직이는 형이 한심할 뿐이다. 카 짱에게 가족은 자기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뛰어 넘어야 할 벽으로 다가온다. 카 짱은 답답한 가족을 보면서 분노와 불신에 휩싸여 자신의 모습을 잃어 가는데……. 카 짱은 본연의 자기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본문 속으로
“왜 내가 오타루 초료 고등학교에 가면 안 된다는 거야? 굿찬 고등학교보다 훨씬 좋은 학교인데? 선생님도 나라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게다가 하숙시켜 주지 않아도 다니겠다고 했고. 그럼 됐잖아. 뭐가 문제야?”
츠카사가 다그치자,
“아까도 말했잖아. 오타루까지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매일 그렇게 다녀야 돼.”
또 물 타기 전법이다.
“난 갈 거야.”
츠카사는 선언하듯이 단호히 말했다. 그러자 입을 다문 채 땅을 보고 걸어가던 어머니가 불쑥 말을 던졌다.
“네가 굿찬 고등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면 형이 어떻게 생각하겠니? 형의 입장이 뭐가 되겠냐고.”
츠카사는 아연실색했다. 주베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어머니가 반대한 큰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럼 내 입장은 어떻게 되는데……?”
“넌 동생이잖아…….”
동생은 형보다 뛰어나면 안 된다.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츠카사 형제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다. 어쨌든 어머니에게는 형이 최고다. 사실 형은 형제 가운데서 무엇을 해도 1등이어서, 츠카사와 동생들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형보다 공부를 잘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 형보다 좋은 학교에 가서는 안 된다는 건가?
p 135-137
“아버지를 원망한 적 없어?”
“아버지를 원망해? 왜?”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나하고 동생들이 싸우면 아무 상관없는 형한테 책임을 지우고 때렸잖아.”
“아, 그랬지. 그렇지만 장남이란 게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별로 원망이고 뭐고 그런 것 없었어.”
형의 말이 거짓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럼…… 고등학교 문제는? 아버지가 억지로 하코다테 주베에 시험 치게 해서 재수하게 됐잖아. 히가시 고등학교를 쳤더라면 붙었을 텐데.”
“그것도 떨어진 내가 나쁘지. 아버지를 원망할 일이 아냐.”
그런가? 형은 어째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지, 츠카사는 신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너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해. 하코다테로 고등학교를 가지 못한 건 내 탓이니까. 그뿐만이 아냐. 굿찬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도 내 탓이지? 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오타루 초교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한 것……. 알고 있었지만, 가라고 말하지 못했어. 역시 너가 나보다 좋은 학교에 가는 게 싫었던 거야. 형인 내가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네가 나하고 같은 나이인 응원단 녀석들을 어떻게 해달라고 했을 때 알았어. 난 이제 너의 형으로 있을 자격이 없다고. 나 때문에 굿찬 고등학교에 가게 해놓고, 너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츠카사, 이제 네 형 안 할래.”
‘왜 그래, 형…….’
할 말을 잃은 츠카사는 가슴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형은 주베 고등학교에 떨어진 뒤로 줄곧 혼자 고민하고,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한 것이다.
츠카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면에서 형을 비난하자, 지금 형은 형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츠카사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형은 츠카사의 슈퍼맨 노릇에 지쳐서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p 171-172
‘요시자와는 뭘 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츠카사는 아차 했다. 자신과 똑같았다. 각자 처해진 상황과 입장은 다르지만, 요시자와 카나코도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서 아무런 목표도 없이 오로지 공부만 할 수밖에 없는 매일……. 요시자와에게 그런 날들은 매일 고문 같지 않았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츠카사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성적이 떨어지고 또 떨어져, 가고 싶지 않았던 굿찬 고등학교밖에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할 수 없이 허겁지겁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 몇 개월 사이에 맛본 것은 구토조차 느낄 수 없는 허무함이었다.
모든 것에 절망한 요시자와 카나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츠카사는 비뚤어지고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츠카사도 다가와 붙었을 때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가네코, 넌 되고 싶은 게 있냐?”
위스키를 마셨다. 몹시 쓴맛이 났다.
“응?”
가네코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해보고 싶은 게 있냐고?”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너는?”
“난… 생각해 봤는데, 없어. 아무것도 없어…….”
가네코는 한참 동안 말없이 위스키만 홀짝거렸다.
“그래도 생각하는 동안은 괜찮을 거야. 분명히.”
가네코가 불쑥 말했다.
“그럼 넌? 괜찮지 않아?”
“난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 괜찮을 거야, 분명히.”
p 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