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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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햐쿠타 나오키
• 옮긴이 : 이기웅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2,000원
• 책꼴/쪽수 :
136x210, 256쪽
• 펴낸날 : 2012-06-12
• ISBN : 9788958073826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햐쿠타 나오키
195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 방송 작가로 데뷔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장수말벌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단서가 되어 장수말벌 제국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게 되었다. 끈질긴 탐구정신과 독특한 발상, 압도적인 흡인력이 돋보이는 『딸들의 제국』은 ‘도쿄대생 100명이 뽑은 책’에 선정되었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2006년 『영원의 제로』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8년 고등학교 복싱부의 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린 『복스!』로 큰 호응을 얻으며 일본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서점대상 5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그의 작품이 일본 서점 대상 후보에 세 차례나 오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 『몬스터』, 『링』, 『닻을 올려라』, 『프리즘』 등이 있다.
옮긴이 : 이기웅
1975년 제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양한 일본 소설을 소개하다가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나와 우리의 여름』, 『사우스포 킬러』, 『안도 다다오의 도시 방황』, 『가모우 저택 사건』, 『통곡』, 『유코의 지름길』 등을 번역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장수말벌 여 전사의 치열했던 출정기’다. 훗날 질풍의 여전사라는 닉네임을 얻게 될 마리아가 첫 사냥을 떠나는 날부터 소설이 시작되어, 마지막 전투 끝에 추락하는 마리아를 그리며 소설은 종지부를 찍는다. 마리아는 장수말벌 제국 최강의 사냥꾼이자 전사다. 암컷이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여동생을 먹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냥감을 물고 오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목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왜 자신들은 사랑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지 못하고, 끊임없이 싸워야만 하는지. 그리고 언니 장수말벌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제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진짜 이유를.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왜 자신들은 사랑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지 못하고, 끊임없이 싸워야만 하는지. 그리고 언니 장수말벌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제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진짜 이유를.
편집자 추천글
『개미』보다 치밀하고 『갈매기의 꿈』보다 뭉클하다
오랜만에 곤충을 주인공으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 탄생했다. 『딸들의 제국』은 장수말벌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일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범상치 않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편견 덕에 먼 존재로만 여겨졌던 장수말벌을 우리 눈앞에 갖다 놓았다. 우리의 오해와 달리 장수말벌의 실상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신기하고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 햐쿠타 나오키는 방송작가 시절 장수말벌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장수말벌 제국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딸들의 제국』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자연 세계의 단순하고도 절대적인 법칙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기발한 상상력으로만 무장된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한 고증과 확인 작업을 통해 장수말벌 제국의 일생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상상력, 현실감 있는 캐릭터 설정,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장수말벌들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제국의 리더인 여왕벌이 없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시스템을 유지하는지를 알게 되면 감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장수말벌을 둘러싼 다른 곤충계들의 이야기도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장수말벌들의 먹잇감이기도 하지만, 장수말벌들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장수말벌 제국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그 이야기들을 쫓아가다 보면 장수말벌 세계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의 저자는 대단히 영민하다.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플롯과 풍부한 과학적 정보, 그리고 장수말벌 제국의 흥망성쇠 속에 삶과 죽음의 문제, 꿈과 정체성의 문제를 자연스레 녹여 독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거리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딸들만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
장수말벌은 곤충계 피라미드 중 가장 정점에 서 있다. 최장의 신장을 자랑하며, 최강의 전투력을 지녔다. 어떤 곤충도 씹어 죽일 수 있는 거대한 턱과 단단한 이빨, 몇 번이나 쏠 수 있는 날카로운 침, 갑충과 필적할 만큼 단단한 외피를 지녔다. 비행할 때 최고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를 넘는다. 그리고 하루에 100킬로미터 넘게 날 수 있는 화수분과 같은 체력을 지녔다. 그래서 이들은 최강의 전투기계라 불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전사들이 암컷이라는 것이다. 장수말벌 제국에는 수컷이 한 마리도 없다(가을 무렵에 잠깐 존재할 뿐). 장수말벌 둥지는 딸들의 제국인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는 워커(일벌)다. 워커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충인 여동생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다. 장수말벌은 육식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충일 때만 육식을 하고 성충이 된 이후에는 몸의 구조상 고형으로 된 고기는 먹을 수 없다. 대신 수액이나 꽃가루를 먹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은 유충들이 내뱉는 타액이다. 어떻게 보면 장수말벌은 서로의 목숨을 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워커들은 자신들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냥감을 찾아 온종일 숲을 헤매고 사냥감들과 사투를 벌인다. 장수말벌의 사냥감은 풍뎅이나 메뚜기부터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왕사마귀에 이른다.
장수말벌은 잔인한 성질이 있다. 배고파 우는 여동생을 먹이기 위해 알을 가득 밴 곤충을 무참히 죽이고 고기 완자로 만든다. 특히 잔인함이 드러나는 지점은 다른 벌과 싸울 때다. 장수말벌은 수벌과 새 여왕벌이 자라는 가을 무렵, 같은 말벌이나 꿀벌 둥지를 집단으로 습격해 유충과 번데기를 약탈한다. 이러한 행동은 다른 말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수말벌만의 독특한 행동이다.
그런데 이 장수말벌 전사들에게 주어진 목숨은 불과 30일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몸을 불사르듯 제국을 위해 바친다. 평생 아이도 낳지 못하고, 자신을 위한 그 어떤 꿈도 없이 말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장수말벌 워커들이 교미하여 자손을 남기는 것보다 동생들을 키우는 편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유전자를 더 많은 세대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딸들의 제국』은 주인공 마리아의 눈을 통해 장수말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들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흡인력 있는 전개와 문체는 읽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출간 즉시 <아사히신문>, 등지에서 큰 반향!
‘도쿄대생 100명이 뽑은 책’ 선정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사히신문>, ‘일본곤충협회’ 등 주요 매체에서 찬사를 보냈고 ‘도쿄대생 100명이 뽑은 책’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일급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장수말벌의 독특하고 놀라운 생태가 충실히 그려지는 동시에 묘한 감동이 남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햐쿠타 나오키는 장수말벌의 생태를 그리되 그들만의 세계에 가두지 않고 인간 사회 위에 포개어 놓았다. 장수말벌은 동생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베풀지만 숲에서는 무자비한 폭군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죽는다. 둥지에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인간 사회에 비유하면 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생태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사회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 자신이 속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포악한 면모와 다른 세상,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 장수말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21세기 인간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장수말벌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 왔고, 실로 흥미진진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오해하고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장수말벌의 세계가 오롯이 펼쳐지고, 인간 사회와 견주어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서평
올해 No.1 소설
재밌는 소설은 매해 몇 십 권 만나지만, 이만큼 ‘놀라움’을 수반한 ‘재밌는 소설’은 처음이다. 망설임 없이 현시점에서 올해 No.1 소설.
이 이야기는 상상을 능가한다
파브르 곤충기보다 이 소설을 읽는 편이 ‘녀석들’을 좋아하게 되리라.
이 작가는 천재다
자연계의 법칙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배우면서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생명을 이어가는 장대한 드라마
자연 속 생존경쟁의 혹독함, 그리고 자연이 탄생시킨 종이 스스로의 종을 존속시키기 위한 수많은 행위에 압도되었다. 한 사람을 전사와 한 제국을 둘러싼 장대한 드라마를 맛볼 수 있는 명작이다.
기적의 소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쓰지 못한 새로운 소설이다. 일급 과학 다큐멘터리라 여겨질 정도로 장수말벌의 놀라운 생태가 충실히 그려지는 동시에 감동적인 소설로서 완벽하다. 이 작품은 '기적의 소설'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추천의 글
이 소설의 배경은 장수말벌 사회이지만 인간 사회와 묘하게 겹친다. 장수말벌들의 무자비하고 포악한 면모,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곳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치는 이중적인 모습이 인간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장수말벌의 세계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상상력을 더하여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대단한 소설이다.
김정환_ 고려곤충연구소 소장
원고를 단숨에 두 번이나 읽었다. 한 마디로 장수말벌의 생태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소설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읽어 보기를 권했다. 복잡다단한 생물학적 지식을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냈기에 책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또렷이 남는다.
이강운_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아이들이 감동받아 눈을 반짝거리고, 어쩌면 ‘아빠 진짜 고생하는구나’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에가미 고_ 소설가, 아사히신문
독특한 소재임에도 재밌다. 이 작품은 뒷동산에서 벌어진 ‘국가 침탈 이야기’다.
이시다 이라_ 소설가, NHK 주간 북리뷰
자연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가 있다. 단단히 굳은 긴장이 풀어진다. 이 책을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요로 다케시_ 도쿄대 명예교수
디테일이 박력 만점! 자연의 혹독함과 장엄한 생태의 진실이 가슴을 울린다.
기타가와 지로_ 서평가
장수말벌은 세계 최강의 벌이다. 그렇기에 엄청난 매력을 지닌 곤충이다. 말벌의 시점에서 본 세계를 그려내다니. 오호, 이런 소설도 있을 수 있구나!
오쿠모토 다이사부로_ 일본곤충협회 회장
책 속으로
베스파 만다리니아의 전사로 태어난 이상 매일 비정한 싸움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설령 돌아오지 못한 전사가 있다 해도 그걸 한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새로운 전사를 키워 내기 위해 사냥에 나가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다.
장수말벌 워커는 알에서 깨나 우화할 때까지 약 30일간 거의 죽는 일이 없다. 안전한 둥지 안에서 성충들의 보살핌 속에 먹이를 풍족하게 제공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화하고 둥지 밖으로 나서면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성충이 됨과 동시에 지금까지 안전을 보장받았던 대가를 치르기라도 하듯 급속히 사망률이 높아진다. 첫 일주일 사이 약 3분의 1이 죽고, 2주 만에 반이 모습을 감춘다. 3주를 넘기는 워커는 1할도 되지 않는다. 천수를 누려도 30일 남짓밖에 안 되지만, 그때까지 사는 워커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워커들은 그 전에 짧은 생명을 불태우고 세상을 떠난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71쪽
“산드라는 전사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늙었어. 그런데도 항상 멀리까지 원정을 나갔지.”
“용감한 언니였어요. 저도 산드라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키르스텐이 마리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산드라는 평생을 제국을 위해 헌신했지. 그런데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죽었어.”
“보상이라니 뭘요? 워커에게 보상이라면 동생들이 훌륭하게 자라는 거죠.”
키르스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산드라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겠구나. 마리아처럼 강한 동생을 키워 냈으니까.”
“산드라 언니가 죽어서 안타까워요.”
“워커의 목숨은 짧지. 나도 이제 멀지 않은 것 같아.”
“우리의 수명은 짧지만 다른 어떤 벌레보다 거침없이 살 수 있어요. 동생들의 단 즙만 마시면 세상 어디라도 날아갈 수 있고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아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유충들의 타액은 마법의 물이야. 우리가 하루 종일 날 수 있는 건 틀림없이 단 즙 덕분이야. 그렇지만 마리아….”
키르스텐이 잠깐 말을 끊었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우리가 그렇게 날 수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무슨 말이에요?”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까지 날 수 없고 그렇게까지 활동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단 즙 덕분에 터무니없이 많은 일을 해. 그러니까 우리는 육체를 혹사하고 목숨을 갉아먹으며 사는 거야.”
“워커의 목숨이 짧은 이유가 단 즙 때문이라는 말이에요?”
키르스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요? 그걸 안다고 뭐가 달라져요? 짧더라도 굵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도 못하고 웅크려만 지내면서 오래 살 바에는 짧은 시간 제 모든 걸 다 불태우고 살래요. 그게 베스파 만다리니아 전사의 삶 아닌가요?”
키르스텐은 아무 대답도 안 했다.
“키르스텐 언니는 죽는 게 무서워요?”
“너 같은 젊은 워커는 이해 못 할 거야.”
“전 죽음이 무섭지 않아요. 사냥에 나갈 때마다 항상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각오해요.”
“넌 강한 전사구나.”
마리아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의 인생을 고민할 때가 올 게다. 워커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 걸까 하고.” -72~73쪽
“왜 워커는 아이를 못 낳을까? 암컷인데.”
마리아는 그렇게 물은 순간 자기가 한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 입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
“글쎄. 타고난 운명이겠지.”
곰개미는 흥미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개미가 하늘을 못 나는 것과 똑같지 않겠어? 당신이 물속에서 살지 못하는 것과도 같고, 장수풍뎅이가 침을 찌를 수 없는 것과도 같아. 못하는 걸 갖고 뭐 하러 고민해? 원래 그렇게 태어난걸.”
“그렇군. 당신 말이 맞네.”
마리아는 멍청한 질문을 한 것을 반성했다.
곰개미가 떠나려다, 돌아서서는 말했다.
“우리 개미나 당신네 장수말벌이나 둥지 전체가 하나의 생물인 거야.”
“무슨 말이야?”
“여왕벌은 난소고 워커는 손발이야. 제각기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 모두 합하면 하나의 생물인 거지.”
곰개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하니 가 버렸다.
마리아는 곰개미가 한 말을 머릿속에서 곱씹었다. 처음에는 무슨 수수께끼처럼 들렸지만 곰곰이 되새겨 보는 사이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커가 손발이라면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 -94~95쪽
마리아는 둥지로 돌아갈 맘이 들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손 쓸 방법이 없는 목숨이라면, 다른 언니들이 그랬듯이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가서 조용히 죽고 싶었다. 그게 베스파 만다리니아 전사의 운명이다.
마리아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날개를 파닥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미 해는 높이 떴고 산에 자욱이 꼈던 안개도 걷혔다.
마리아는 우듬지를 넘어 비상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자, 시야에 넓은 세계가 펼쳐졌다.
산 서쪽 사면으로 덤불이 자그맣게 보인다. 저 덤불 속에 마리아가 태어난 둥지가 있다. 과거 아스트리드가 군림했던 제국이다. 마리아는 저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마리아는 한층 더 높이 비상했다.
남북으로 흐르는 강이 가느다란 흰 실 가닥처럼 보인다. 마리아는 공중에서 크게 선회하며 지상 세계를 내려다봤다. 강 서쪽 언덕에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건너편에 잡목림이 있다. 북쪽으로는 커다란 숲이 있다. 저 숲 깊은 곳에 루치아 제국이 있다. 루치아 제국도 지금쯤 마지막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남쪽에는 큰 산, 그리고 동쪽에는 길게 뻗은 높은 능선이 보인다. 저 능선 너머에서 황말벌들과 사투를 벌였지.
모두 마리아의 싸움터였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살며 이 세계에서 싸웠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과 헤어질 시간이 왔다. 짧은 생, 혼신의 힘을 다하며 살았다. 미련은 없다. -240쪽
오랜만에 곤충을 주인공으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 탄생했다. 『딸들의 제국』은 장수말벌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일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범상치 않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편견 덕에 먼 존재로만 여겨졌던 장수말벌을 우리 눈앞에 갖다 놓았다. 우리의 오해와 달리 장수말벌의 실상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신기하고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 햐쿠타 나오키는 방송작가 시절 장수말벌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장수말벌 제국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딸들의 제국』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자연 세계의 단순하고도 절대적인 법칙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기발한 상상력으로만 무장된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한 고증과 확인 작업을 통해 장수말벌 제국의 일생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상상력, 현실감 있는 캐릭터 설정,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장수말벌들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제국의 리더인 여왕벌이 없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시스템을 유지하는지를 알게 되면 감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장수말벌을 둘러싼 다른 곤충계들의 이야기도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장수말벌들의 먹잇감이기도 하지만, 장수말벌들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장수말벌 제국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그 이야기들을 쫓아가다 보면 장수말벌 세계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의 저자는 대단히 영민하다.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플롯과 풍부한 과학적 정보, 그리고 장수말벌 제국의 흥망성쇠 속에 삶과 죽음의 문제, 꿈과 정체성의 문제를 자연스레 녹여 독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거리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딸들만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
장수말벌은 곤충계 피라미드 중 가장 정점에 서 있다. 최장의 신장을 자랑하며, 최강의 전투력을 지녔다. 어떤 곤충도 씹어 죽일 수 있는 거대한 턱과 단단한 이빨, 몇 번이나 쏠 수 있는 날카로운 침, 갑충과 필적할 만큼 단단한 외피를 지녔다. 비행할 때 최고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를 넘는다. 그리고 하루에 100킬로미터 넘게 날 수 있는 화수분과 같은 체력을 지녔다. 그래서 이들은 최강의 전투기계라 불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전사들이 암컷이라는 것이다. 장수말벌 제국에는 수컷이 한 마리도 없다(가을 무렵에 잠깐 존재할 뿐). 장수말벌 둥지는 딸들의 제국인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는 워커(일벌)다. 워커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충인 여동생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다. 장수말벌은 육식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충일 때만 육식을 하고 성충이 된 이후에는 몸의 구조상 고형으로 된 고기는 먹을 수 없다. 대신 수액이나 꽃가루를 먹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은 유충들이 내뱉는 타액이다. 어떻게 보면 장수말벌은 서로의 목숨을 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워커들은 자신들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냥감을 찾아 온종일 숲을 헤매고 사냥감들과 사투를 벌인다. 장수말벌의 사냥감은 풍뎅이나 메뚜기부터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왕사마귀에 이른다.
장수말벌은 잔인한 성질이 있다. 배고파 우는 여동생을 먹이기 위해 알을 가득 밴 곤충을 무참히 죽이고 고기 완자로 만든다. 특히 잔인함이 드러나는 지점은 다른 벌과 싸울 때다. 장수말벌은 수벌과 새 여왕벌이 자라는 가을 무렵, 같은 말벌이나 꿀벌 둥지를 집단으로 습격해 유충과 번데기를 약탈한다. 이러한 행동은 다른 말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수말벌만의 독특한 행동이다.
그런데 이 장수말벌 전사들에게 주어진 목숨은 불과 30일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몸을 불사르듯 제국을 위해 바친다. 평생 아이도 낳지 못하고, 자신을 위한 그 어떤 꿈도 없이 말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장수말벌 워커들이 교미하여 자손을 남기는 것보다 동생들을 키우는 편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유전자를 더 많은 세대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딸들의 제국』은 주인공 마리아의 눈을 통해 장수말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들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흡인력 있는 전개와 문체는 읽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출간 즉시 <아사히신문>, 등지에서 큰 반향!
‘도쿄대생 100명이 뽑은 책’ 선정
이 소설은 출간 즉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사히신문>, ‘일본곤충협회’ 등 주요 매체에서 찬사를 보냈고 ‘도쿄대생 100명이 뽑은 책’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일급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장수말벌의 독특하고 놀라운 생태가 충실히 그려지는 동시에 묘한 감동이 남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햐쿠타 나오키는 장수말벌의 생태를 그리되 그들만의 세계에 가두지 않고 인간 사회 위에 포개어 놓았다. 장수말벌은 동생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베풀지만 숲에서는 무자비한 폭군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죽는다. 둥지에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인간 사회에 비유하면 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생태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사회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 자신이 속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포악한 면모와 다른 세상,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 장수말벌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21세기 인간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장수말벌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 왔고, 실로 흥미진진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오해하고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장수말벌의 세계가 오롯이 펼쳐지고, 인간 사회와 견주어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서평
올해 No.1 소설
재밌는 소설은 매해 몇 십 권 만나지만, 이만큼 ‘놀라움’을 수반한 ‘재밌는 소설’은 처음이다. 망설임 없이 현시점에서 올해 No.1 소설.
이 이야기는 상상을 능가한다
파브르 곤충기보다 이 소설을 읽는 편이 ‘녀석들’을 좋아하게 되리라.
이 작가는 천재다
자연계의 법칙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배우면서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생명을 이어가는 장대한 드라마
자연 속 생존경쟁의 혹독함, 그리고 자연이 탄생시킨 종이 스스로의 종을 존속시키기 위한 수많은 행위에 압도되었다. 한 사람을 전사와 한 제국을 둘러싼 장대한 드라마를 맛볼 수 있는 명작이다.
기적의 소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쓰지 못한 새로운 소설이다. 일급 과학 다큐멘터리라 여겨질 정도로 장수말벌의 놀라운 생태가 충실히 그려지는 동시에 감동적인 소설로서 완벽하다. 이 작품은 '기적의 소설'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추천의 글
이 소설의 배경은 장수말벌 사회이지만 인간 사회와 묘하게 겹친다. 장수말벌들의 무자비하고 포악한 면모,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곳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치는 이중적인 모습이 인간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장수말벌의 세계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상상력을 더하여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대단한 소설이다.
김정환_ 고려곤충연구소 소장
원고를 단숨에 두 번이나 읽었다. 한 마디로 장수말벌의 생태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소설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읽어 보기를 권했다. 복잡다단한 생물학적 지식을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냈기에 책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또렷이 남는다.
이강운_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아이들이 감동받아 눈을 반짝거리고, 어쩌면 ‘아빠 진짜 고생하는구나’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에가미 고_ 소설가, 아사히신문
독특한 소재임에도 재밌다. 이 작품은 뒷동산에서 벌어진 ‘국가 침탈 이야기’다.
이시다 이라_ 소설가, NHK 주간 북리뷰
자연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가 있다. 단단히 굳은 긴장이 풀어진다. 이 책을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요로 다케시_ 도쿄대 명예교수
디테일이 박력 만점! 자연의 혹독함과 장엄한 생태의 진실이 가슴을 울린다.
기타가와 지로_ 서평가
장수말벌은 세계 최강의 벌이다. 그렇기에 엄청난 매력을 지닌 곤충이다. 말벌의 시점에서 본 세계를 그려내다니. 오호, 이런 소설도 있을 수 있구나!
오쿠모토 다이사부로_ 일본곤충협회 회장
책 속으로
베스파 만다리니아의 전사로 태어난 이상 매일 비정한 싸움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설령 돌아오지 못한 전사가 있다 해도 그걸 한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새로운 전사를 키워 내기 위해 사냥에 나가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다.
장수말벌 워커는 알에서 깨나 우화할 때까지 약 30일간 거의 죽는 일이 없다. 안전한 둥지 안에서 성충들의 보살핌 속에 먹이를 풍족하게 제공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화하고 둥지 밖으로 나서면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성충이 됨과 동시에 지금까지 안전을 보장받았던 대가를 치르기라도 하듯 급속히 사망률이 높아진다. 첫 일주일 사이 약 3분의 1이 죽고, 2주 만에 반이 모습을 감춘다. 3주를 넘기는 워커는 1할도 되지 않는다. 천수를 누려도 30일 남짓밖에 안 되지만, 그때까지 사는 워커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워커들은 그 전에 짧은 생명을 불태우고 세상을 떠난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71쪽
“산드라는 전사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늙었어. 그런데도 항상 멀리까지 원정을 나갔지.”
“용감한 언니였어요. 저도 산드라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키르스텐이 마리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산드라는 평생을 제국을 위해 헌신했지. 그런데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죽었어.”
“보상이라니 뭘요? 워커에게 보상이라면 동생들이 훌륭하게 자라는 거죠.”
키르스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산드라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겠구나. 마리아처럼 강한 동생을 키워 냈으니까.”
“산드라 언니가 죽어서 안타까워요.”
“워커의 목숨은 짧지. 나도 이제 멀지 않은 것 같아.”
“우리의 수명은 짧지만 다른 어떤 벌레보다 거침없이 살 수 있어요. 동생들의 단 즙만 마시면 세상 어디라도 날아갈 수 있고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아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유충들의 타액은 마법의 물이야. 우리가 하루 종일 날 수 있는 건 틀림없이 단 즙 덕분이야. 그렇지만 마리아….”
키르스텐이 잠깐 말을 끊었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우리가 그렇게 날 수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무슨 말이에요?”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까지 날 수 없고 그렇게까지 활동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단 즙 덕분에 터무니없이 많은 일을 해. 그러니까 우리는 육체를 혹사하고 목숨을 갉아먹으며 사는 거야.”
“워커의 목숨이 짧은 이유가 단 즙 때문이라는 말이에요?”
키르스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요? 그걸 안다고 뭐가 달라져요? 짧더라도 굵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도 못하고 웅크려만 지내면서 오래 살 바에는 짧은 시간 제 모든 걸 다 불태우고 살래요. 그게 베스파 만다리니아 전사의 삶 아닌가요?”
키르스텐은 아무 대답도 안 했다.
“키르스텐 언니는 죽는 게 무서워요?”
“너 같은 젊은 워커는 이해 못 할 거야.”
“전 죽음이 무섭지 않아요. 사냥에 나갈 때마다 항상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각오해요.”
“넌 강한 전사구나.”
마리아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의 인생을 고민할 때가 올 게다. 워커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 걸까 하고.” -72~73쪽
“왜 워커는 아이를 못 낳을까? 암컷인데.”
마리아는 그렇게 물은 순간 자기가 한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 입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
“글쎄. 타고난 운명이겠지.”
곰개미는 흥미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개미가 하늘을 못 나는 것과 똑같지 않겠어? 당신이 물속에서 살지 못하는 것과도 같고, 장수풍뎅이가 침을 찌를 수 없는 것과도 같아. 못하는 걸 갖고 뭐 하러 고민해? 원래 그렇게 태어난걸.”
“그렇군. 당신 말이 맞네.”
마리아는 멍청한 질문을 한 것을 반성했다.
곰개미가 떠나려다, 돌아서서는 말했다.
“우리 개미나 당신네 장수말벌이나 둥지 전체가 하나의 생물인 거야.”
“무슨 말이야?”
“여왕벌은 난소고 워커는 손발이야. 제각기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 모두 합하면 하나의 생물인 거지.”
곰개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하니 가 버렸다.
마리아는 곰개미가 한 말을 머릿속에서 곱씹었다. 처음에는 무슨 수수께끼처럼 들렸지만 곰곰이 되새겨 보는 사이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커가 손발이라면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 -94~95쪽
마리아는 둥지로 돌아갈 맘이 들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손 쓸 방법이 없는 목숨이라면, 다른 언니들이 그랬듯이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가서 조용히 죽고 싶었다. 그게 베스파 만다리니아 전사의 운명이다.
마리아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날개를 파닥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미 해는 높이 떴고 산에 자욱이 꼈던 안개도 걷혔다.
마리아는 우듬지를 넘어 비상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자, 시야에 넓은 세계가 펼쳐졌다.
산 서쪽 사면으로 덤불이 자그맣게 보인다. 저 덤불 속에 마리아가 태어난 둥지가 있다. 과거 아스트리드가 군림했던 제국이다. 마리아는 저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마리아는 한층 더 높이 비상했다.
남북으로 흐르는 강이 가느다란 흰 실 가닥처럼 보인다. 마리아는 공중에서 크게 선회하며 지상 세계를 내려다봤다. 강 서쪽 언덕에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 건너편에 잡목림이 있다. 북쪽으로는 커다란 숲이 있다. 저 숲 깊은 곳에 루치아 제국이 있다. 루치아 제국도 지금쯤 마지막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남쪽에는 큰 산, 그리고 동쪽에는 길게 뻗은 높은 능선이 보인다. 저 능선 너머에서 황말벌들과 사투를 벌였지.
모두 마리아의 싸움터였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살며 이 세계에서 싸웠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과 헤어질 시간이 왔다. 짧은 생, 혼신의 힘을 다하며 살았다. 미련은 없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