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도 말해도 (| 원제 꿀먹은 벙어리들의 유쾌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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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사토 다카코(佐藤多佳子)
• 옮긴이 : 서혜영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392원
• 책꼴/쪽수 :
128x188, 392쪽
• 펴낸날 : 2008-01-08
• ISBN : 9788958072195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1997년] 일본 <책의 잡지>선정 베스트 1위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작
야마모토 슈고로 상 후보작
저자소개
지은이 : 사토 다카코(佐藤多佳子)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미지의 재생력을 천부적으로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0년 「서머타임」으로 월간 「MOE」 동화 대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하였다. 『이구아나 야다몽』으로 1998년 일본 아동문학작가 협회상, 1999년 권위 있는 로보노이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제2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4회 서점대상 1위를 수상했다. 사토 다카코는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뽑은 최고의 책에게 주어지는 서점대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말해도 말해도』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외에도 『노란 눈의 물고기』, 『하나님이 주신 손가락』, 『구월의 비』 등의 작품이 있다.
옮긴이 : 서혜영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일어일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7년 현재 전문 일한 통역/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도쿄밴드왜건』, 『보리밟기 쿠체』,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하드보일드 에그』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라쿠고가 좋아서 이 세계로 뛰어든 26세 청년 미쓰바는 라쿠고 배우 8년차이다. 언젠가 자신의 입담으로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드는 것이 꿈인 미쓰바에게, 어느 날 사촌동생 료가 고민을 안고 찾아온다. 료에게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 그 때문에 테니스 코치에서 잘리게 생긴 료는 미쓰바에게 말하는 훈련을 시켜 달라고 조른다.
라쿠고 스승이 게스트로 강연하는 ‘대화법 교실’에 따라가게 된 미쓰바는 료에게 그 강좌를 견학해 보라고 권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검은 고양이같이 퉁명스런 도카와와 마주친다. 료도, 도카와도 ‘커뮤니케이션이 생각처럼 안 된다’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남을 웃기는 이야기 기술인 라쿠고를 배우면 말솜씨가 나아지지 않겠냐는 료의 말에 설득당한 미쓰바는 료와 도카와에게 라쿠고를 가르치게 된다. 이어 왕따를 당하는 초등학생 무라바야시, 전직 야구선수 유가와라가 가세하여 미쓰바의 제자(?)는 네 명이 된다.
그러던 중 미쓰바는 도통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라쿠고 실력과 실연으로 입은 타격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좋아서 시작한 길인데 실은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미쓰바는 라쿠고 교실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현실에서 상처받고 도망친 라쿠고 교실 멤버들이 의외로 라쿠고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추스른다.
그들이 배우는 라쿠고는 현실에는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곰팡내 나는 우스개일 뿐이다. 결국 료는5 테니스 코치를 그만둔다. 도카와는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유가와라는 무라바야시에게 배팅 기술을 가르쳐주고 왕따 상황을 극복하게 하려 해보지만, 왕따의 주범인 미야다와의 야구시합에서 삼진을 먹은 무라바야시는 그만 가출하고 만다.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미쓰바. 그러나 자포자기로 연기한 라쿠고가 난생 처음 스승에게 칭찬을 듣고, 뒤이은 공연에서도 관객에게 인정을 받는다. 들뜬 미쓰바는 ‘우리도 라쿠고 발표회를 하자’라고 충동적으로 제의한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라쿠고 우등생인 도카와와 무라바야시가 미쓰바네 집에서 발표회를 연다. 공연을 보러 온 미야다와 그 졸개들은 무라바야시의 라쿠고를 보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그만 웃어버린다. 라쿠고 자체는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안을 얻은 멤버들은 각자의 인생을 위해 다시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라쿠고 스승이 게스트로 강연하는 ‘대화법 교실’에 따라가게 된 미쓰바는 료에게 그 강좌를 견학해 보라고 권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검은 고양이같이 퉁명스런 도카와와 마주친다. 료도, 도카와도 ‘커뮤니케이션이 생각처럼 안 된다’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남을 웃기는 이야기 기술인 라쿠고를 배우면 말솜씨가 나아지지 않겠냐는 료의 말에 설득당한 미쓰바는 료와 도카와에게 라쿠고를 가르치게 된다. 이어 왕따를 당하는 초등학생 무라바야시, 전직 야구선수 유가와라가 가세하여 미쓰바의 제자(?)는 네 명이 된다.
그러던 중 미쓰바는 도통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라쿠고 실력과 실연으로 입은 타격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좋아서 시작한 길인데 실은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미쓰바는 라쿠고 교실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현실에서 상처받고 도망친 라쿠고 교실 멤버들이 의외로 라쿠고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추스른다.
그들이 배우는 라쿠고는 현실에는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곰팡내 나는 우스개일 뿐이다. 결국 료는5 테니스 코치를 그만둔다. 도카와는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유가와라는 무라바야시에게 배팅 기술을 가르쳐주고 왕따 상황을 극복하게 하려 해보지만, 왕따의 주범인 미야다와의 야구시합에서 삼진을 먹은 무라바야시는 그만 가출하고 만다.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미쓰바. 그러나 자포자기로 연기한 라쿠고가 난생 처음 스승에게 칭찬을 듣고, 뒤이은 공연에서도 관객에게 인정을 받는다. 들뜬 미쓰바는 ‘우리도 라쿠고 발표회를 하자’라고 충동적으로 제의한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라쿠고 우등생인 도카와와 무라바야시가 미쓰바네 집에서 발표회를 연다. 공연을 보러 온 미야다와 그 졸개들은 무라바야시의 라쿠고를 보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그만 웃어버린다. 라쿠고 자체는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안을 얻은 멤버들은 각자의 인생을 위해 다시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편집자 추천글
열혈 라쿠고 청년, 말하기 트레이닝 스승(?)으로 데뷔!
* 라쿠고 : 일본의 전통 만담극. 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연기하는 코미디
라쿠고를 세 끼 밥보다 더 좋아하는 26세의 열혈 청년 곤자쿠테이 미쓰바. 최고의 라쿠고 배우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라쿠고 세계로 뛰어든 지도 8년. 어째서인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라쿠고 실력이 나아지질 않는다.
이런 시기에 느닷없이 라쿠고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낯가림이 심한 탓에 말을 더듬는 사촌동생, 남을 할퀴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새까만 미녀, 사투리 쓴다고 왕따당하는 초등학생, 야구 중계할 때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야구 해설자. 아니,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으면 발성 연습이라도 할 것이지 왜 라쿠고를 배우겠다는 거야?
하지만 그 해 여름, 미쓰바는 깨닫게 된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말해도 말해도, 마음이 입2속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같은 우리나라 말인데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국민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무한도전>. 보고 있자면 어쩜 저렇게 말을 잘 받아칠까 싶어서 부러워진다. 세치 혀로 전 국민에게 큰웃음 주는 그들에게도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란 게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말로 소통하지만, 평생을 해도 어려운 것이 말이라는 녀석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어느 순간 말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고 당황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벽에 가로막혀서 좌절한 사람들이다. 말로 관객들을 웃기며 먹고사는 미쓰바조차도.
타인과의 소통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들의 상처가 라쿠고를 배운다고 치유될 리 없다. 하지만 라쿠고 교실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무라바야시가 말썽을 일으키자, 비로소 사람들은 무라바야시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서툴렀지만 그것이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러한 치유의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의 아픔을 수반해야만 이루어진다. 미쓰바는 말해도 말해도 제자리걸음인 라쿠고 실력에 좌절하고서야, 말 때문에 고민하는 사촌동생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새로운 소통의 시작이었다.
자신감이라는 말에 한순간 가슴속이 찢기는 듯한 날카로운 아픔을 느꼈다.
나는 료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몇 번이나 거듭 말했다. 무책임하게 반복했다. 나는 태어난 이래 할아버지의 물불 안 가리는 지나친 편애 교육 덕인지, 정말이지 나 자신에게 부당한 자신감을 품고 지내왔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손발과 눈코가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은 모든 사람이 당연히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할 것조차 없었다. 스물여섯이 되어 일과 사랑에 걸려 넘어지고서야 비로소 근거 없이 철벽처럼 단단하던 자신감이 흔들렸다.
자신감이란 도대체 뭘까.
- 본문 중에서
20대의 꿈과 방황 사이로 겹3쳐지는 일본 문화 엿보기
『말해도 말해도』에는 라쿠고라는 일본의 전통 1인극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생소한 문화라서 자칫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만, 염려 마시라. 한국인이 모두 판소리를 즐기지 않듯이, 일본인도 대개 라쿠고와 인연 없이 살아간다. 사전지식 없기로는 피장파장이다.
라쿠고, 다도, 기모노, 마쓰리 등 여러 고유문화가 등장하는데도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 미쓰바의 시선 때문이다. 미쓰바는 라쿠고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그 세계로 뛰어든 열혈 청년이다. 그렇지만 망설임이 없을 리야 없다. 암담한 전통문화계의 전망에 대해 걱정하고, 자신에게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일이라 그만둘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는 미쓰바의 방황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겪는 방황이기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또한 미쓰바가 그토록 목매고 있는 라쿠고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스승의 라쿠고도 상당히 오래간만이었다. 서두를 들으니 <화염북>을 할 모양이라 마음이 설렜다. <화염북> 하면 신쇼지만 스승도 십팔번으로 삼고 있다.
관객들은 기분 좋게 들었다. 풋 하고 안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좋다. 유쾌하게 들린다. 어느새 나는 멍하니 듣고 있었다. 술에 살짝 취하여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참으로 완벽하게 좋은 기분이 되었다.
느긋해할 때가 아니지 않나. 세세한 데까지 잘 듣고, 어떻게 하는지, 어디가 좋은지, 잘하는지 훔쳐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윌리 더 라이온 스미스의 피아노를 듣듯이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왜 쇼산몬 스승의 제자로 들어갔는지가 생각났다. 좋아서다. 좋아하는 건 어찌됐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비슷해도 된다. 스승의 라쿠고가 내 원점이다. 원형이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기예의 전승이란 아마도 그런 걸 거다. 그냥 흉내 내는 게 아니다. 빈틈없이 똑같이 이어받아 지키고, 소중히 내 안에서 숙성시킨다.
- 본문 중에서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 작가, 사토 다카코의 대표작
사토 다카코는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나 『노란 눈의 물고기』 등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다. 그녀의 섬세한 이야기 솜씨는 『말해도 말해도』와 같은 초기작에서도 빛이 난다. 20대가 겪는 방황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에는 내면을 깊게 파헤치는 그녀의 장기가 남김없이 발휘되어 있다. 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응시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외적으로는 질감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기교를 보여 준다.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답게 라쿠고 취재에만 7년 이상을 들였다고 한다. 세밀한 풍경화와도 같은 묘사력과 현실감은 사토 다카코 최대의 장점이다.
“거짓말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 픽션입니다만, 거짓말 같은 픽션은 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리얼리티에 집착하게 됩니다.”
- 사토 다카코, 2007년 5월「NEWS ZERO」의 인터뷰에서
『말해도 말해도』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그냥 가벼운 주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개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밝고 재미있다. 작가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끼리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따스하게 바라본다. 라쿠고 교실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암담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의 이러한 시선 덕일 것이다.
* 라쿠고 : 일본의 전통 만담극. 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연기하는 코미디
라쿠고를 세 끼 밥보다 더 좋아하는 26세의 열혈 청년 곤자쿠테이 미쓰바. 최고의 라쿠고 배우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라쿠고 세계로 뛰어든 지도 8년. 어째서인지 벽에 부딪힌 것처럼 라쿠고 실력이 나아지질 않는다.
이런 시기에 느닷없이 라쿠고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낯가림이 심한 탓에 말을 더듬는 사촌동생, 남을 할퀴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새까만 미녀, 사투리 쓴다고 왕따당하는 초등학생, 야구 중계할 때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는 야구 해설자. 아니,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으면 발성 연습이라도 할 것이지 왜 라쿠고를 배우겠다는 거야?
하지만 그 해 여름, 미쓰바는 깨닫게 된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말해도 말해도, 마음이 입2속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같은 우리나라 말인데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국민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무한도전>. 보고 있자면 어쩜 저렇게 말을 잘 받아칠까 싶어서 부러워진다. 세치 혀로 전 국민에게 큰웃음 주는 그들에게도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란 게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말로 소통하지만, 평생을 해도 어려운 것이 말이라는 녀석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어느 순간 말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고 당황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벽에 가로막혀서 좌절한 사람들이다. 말로 관객들을 웃기며 먹고사는 미쓰바조차도.
타인과의 소통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들의 상처가 라쿠고를 배운다고 치유될 리 없다. 하지만 라쿠고 교실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무라바야시가 말썽을 일으키자, 비로소 사람들은 무라바야시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서툴렀지만 그것이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러한 치유의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의 아픔을 수반해야만 이루어진다. 미쓰바는 말해도 말해도 제자리걸음인 라쿠고 실력에 좌절하고서야, 말 때문에 고민하는 사촌동생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새로운 소통의 시작이었다.
자신감이라는 말에 한순간 가슴속이 찢기는 듯한 날카로운 아픔을 느꼈다.
나는 료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몇 번이나 거듭 말했다. 무책임하게 반복했다. 나는 태어난 이래 할아버지의 물불 안 가리는 지나친 편애 교육 덕인지, 정말이지 나 자신에게 부당한 자신감을 품고 지내왔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손발과 눈코가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은 모든 사람이 당연히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할 것조차 없었다. 스물여섯이 되어 일과 사랑에 걸려 넘어지고서야 비로소 근거 없이 철벽처럼 단단하던 자신감이 흔들렸다.
자신감이란 도대체 뭘까.
- 본문 중에서
20대의 꿈과 방황 사이로 겹3쳐지는 일본 문화 엿보기
『말해도 말해도』에는 라쿠고라는 일본의 전통 1인극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생소한 문화라서 자칫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만, 염려 마시라. 한국인이 모두 판소리를 즐기지 않듯이, 일본인도 대개 라쿠고와 인연 없이 살아간다. 사전지식 없기로는 피장파장이다.
라쿠고, 다도, 기모노, 마쓰리 등 여러 고유문화가 등장하는데도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 미쓰바의 시선 때문이다. 미쓰바는 라쿠고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그 세계로 뛰어든 열혈 청년이다. 그렇지만 망설임이 없을 리야 없다. 암담한 전통문화계의 전망에 대해 걱정하고, 자신에게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일이라 그만둘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는 미쓰바의 방황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겪는 방황이기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또한 미쓰바가 그토록 목매고 있는 라쿠고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스승의 라쿠고도 상당히 오래간만이었다. 서두를 들으니 <화염북>을 할 모양이라 마음이 설렜다. <화염북> 하면 신쇼지만 스승도 십팔번으로 삼고 있다.
관객들은 기분 좋게 들었다. 풋 하고 안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좋다. 유쾌하게 들린다. 어느새 나는 멍하니 듣고 있었다. 술에 살짝 취하여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참으로 완벽하게 좋은 기분이 되었다.
느긋해할 때가 아니지 않나. 세세한 데까지 잘 듣고, 어떻게 하는지, 어디가 좋은지, 잘하는지 훔쳐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윌리 더 라이온 스미스의 피아노를 듣듯이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왜 쇼산몬 스승의 제자로 들어갔는지가 생각났다. 좋아서다. 좋아하는 건 어찌됐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비슷해도 된다. 스승의 라쿠고가 내 원점이다. 원형이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기예의 전승이란 아마도 그런 걸 거다. 그냥 흉내 내는 게 아니다. 빈틈없이 똑같이 이어받아 지키고, 소중히 내 안에서 숙성시킨다.
- 본문 중에서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 작가, 사토 다카코의 대표작
사토 다카코는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나 『노란 눈의 물고기』 등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다. 그녀의 섬세한 이야기 솜씨는 『말해도 말해도』와 같은 초기작에서도 빛이 난다. 20대가 겪는 방황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에는 내면을 깊게 파헤치는 그녀의 장기가 남김없이 발휘되어 있다. 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응시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외적으로는 질감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기교를 보여 준다.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답게 라쿠고 취재에만 7년 이상을 들였다고 한다. 세밀한 풍경화와도 같은 묘사력과 현실감은 사토 다카코 최대의 장점이다.
“거짓말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 픽션입니다만, 거짓말 같은 픽션은 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리얼리티에 집착하게 됩니다.”
- 사토 다카코, 2007년 5월「NEWS ZERO」의 인터뷰에서
『말해도 말해도』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그냥 가벼운 주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개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밝고 재미있다. 작가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끼리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따스하게 바라본다. 라쿠고 교실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암담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의 이러한 시선 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