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카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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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니시카와 츠카사
• 옮긴이 : 양윤옥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145x210, 216쪽
• 펴낸날 : 2009-06-10
• ISBN : 9788958072591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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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니시카와 츠카사
1958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대학 중퇴 후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다. 귀국 한 뒤 일본방송의 〈밤의 드라마하우스〉 각본 공모에 당선되어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의 각본 구성, 만화 원작, 동화,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해바라기 카 짱』과 더불어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고뇌를 실감나게 그린 성장소설 『청춘』이 있다.
옮긴이 :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주요 저서로 『슬픈 李箱』, 『그리운 여성 모습』, 『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 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철도원』, 『장미도둑』, 『일식』, 『달』,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게이샤의 노래』, 『연애중독』 등이 있다. 『일식』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전세계의 번역가들 중 일본문학을 가장 잘 옮긴 역자에게 수여하는 상인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하였는데, 한국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저자의 어릴 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감동실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글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써, 지적장애아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는 ‘해바라기 반’에 편성될 정도로 열등생에 ‘바보’ 소리를 듣던 카 짱. 그런 카 짱 때문에 엄마의 치맛자락에는 눈물 자국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그해 봄방학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모리타 선생님과의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꾸준히 변화되어 마침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데…….
1+1이 뭐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11’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하던 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2년 만에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 되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4학년 말 봄방학, 그 2주 동안 모리타 선생님과 카 짱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 짱이 답사를 낭독하던 졸업식장은 왜 눈물바다가 되었을까?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글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써, 지적장애아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는 ‘해바라기 반’에 편성될 정도로 열등생에 ‘바보’ 소리를 듣던 카 짱. 그런 카 짱 때문에 엄마의 치맛자락에는 눈물 자국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그해 봄방학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모리타 선생님과의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꾸준히 변화되어 마침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데…….
1+1이 뭐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11’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하던 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2년 만에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 되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4학년 말 봄방학, 그 2주 동안 모리타 선생님과 카 짱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 짱이 답사를 낭독하던 졸업식장은 왜 눈물바다가 되었을까?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목차
프롤로그
인생을 뒤바꾼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2주간의 ‘특별수업’
1. 해바라기 반으로 가게 된 카 짱
2. 일생일대의 똥 사건
3. ‘엄만 나보다 고양이 치코가 더 좋은가 봐!’
4.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2주 동안의 과외수업
5. 학급 대표 히가시와의 경쟁
6. 이상한 인기투표
7.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 졸업식장
역자후기
‘1+1=11’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선생님
인생을 뒤바꾼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2주간의 ‘특별수업’
1. 해바라기 반으로 가게 된 카 짱
2. 일생일대의 똥 사건
3. ‘엄만 나보다 고양이 치코가 더 좋은가 봐!’
4.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2주 동안의 과외수업
5. 학급 대표 히가시와의 경쟁
6. 이상한 인기투표
7.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 졸업식장
역자후기
‘1+1=11’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선생님
편집자 추천글
“나는 생각한다.
만일 그해 봄방학에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을 거라고―.”
- 프롤로그 중에서 -
“이 책에는 보통 엄마의 모습과 훌륭한 선생님, 그리고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 낸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공담을 뛰어넘는 감동의 눈물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읽을 때마다 다양한 느낌과 깨달음을 주는 것은 작가가 특정한 캠페인성 목적을 갖지 않고 50년 삶의 산전수전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 양윤옥(최고의 일본어 번역자에게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 국내 유일 수상자) ―
▷ ▷ ▷ 본문 속으로
“빨리 대답하라니까!”
어머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험악한 투로 말했다. 그래도 대답을 못하자 어머니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잣대를 천천히 오른손으로 바꿔 쥐었다.
찰싹―!
어머니는 카 짱의 반바지 밖으로 나온 허벅지를 때렸다.
“아야얏!”
카 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올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걸 왜 몰라! 어째서 너는 그렇게 팔푼이냔 말이야!”
팔푼이라는 건 어딘지 좀 모자라다는 뜻으로 바보보다는 약간 나은 말이라고나 할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몇 번을 가르쳐줘야 알겠어, 이 바보야!”
찰싹, 찰싹, 찰싹!
어머니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대나무 잣대를 카 짱의 양쪽 허벅지에 가차없이 내리쳤다. 카 짱은 그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한여름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갈 때처럼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깡충깡충 뛰었다. 양쪽 허벅지에는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자국이 생기고 정말로 아팠지만, 카 짱은 울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매를 맞을 때는 카 짱보다 어머니가 더 괴로운 얼굴을 하며 울었기 때문에 울 기회마저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때리기에도 지쳤는지, 아니면 그제야 좀 정신이 돌아왔는지, 어머니는 발판에서 내려와 카 짱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잘 들어, 츠카사. 공부를 안 하면 진짜로 바보가 돼. 그러면 두고두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엄마가 이렇게 엄하게 하는 거야, 알겠어?”
어머니는 또다시 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며 애가 타는 듯 말했다.
“응…….”
카 짱도 항상 하던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공부를 못하면 어째서 살기 힘들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카 짱이 가장 좋아하는 외할머니는 글자도 못 읽고 산수도 못하지만 살기가 힘든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에 한 번 그런 얘기를 했다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만 골라 하냐며 된통 꾸지람을 듣고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카 짱은 어머니가 하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도록 매번 조심했다.
“츠카사, 제발 엄마 말 좀 들어. 네가 해바라기 반에 들어가면 아버지나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돼. 도저히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단 말이야.”
그제야 카 짱은 어머니가 이토 선생님 앞에서 왜 그렇게 엉엉 울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12-14p.
“그렇겠지. 글씨를 모르면 만화나 책도 못 읽고 편지도 못 써. 산수를 못하면 물건을 사러 갔는데 거스름돈을 슬쩍 속여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자, 그러면 우선 어디까지 모르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줄래? 어디 보자, 이건 알고 있을까?”
모리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칠판에 다가가 분필로 ‘1+1= ’이라고 쓴 뒤 카 짱을 돌아보았다. 카 짱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이거에다 이것을 더하면 얼마가 되지?”
선생님은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먼저 내밀고, 그 다음에는 왼손 둘째손가락을 내밀었다. “2…….”
카 짱이 대답하자 모리타 선생님은 얼굴이 환해졌다.
“뭐야, 잘하는데? 그러면 칠판에 답을 한번 써 봐.”
그렇게, 몹시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 분필을 내밀었다. 카 짱은 분필을 받아들고 11이라고 썼다. 뭘 제대로 알고 쓴 게 아니었다. 갑자기 써 보라고 하니까 얼결에 그렇게 쓴 것이었다.
“아하, 그렇군!”
모리타 선생님은 감탄했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분명 1에다가 1을 더하면 그렇게 되지. 하지만 카 짱, 이렇게 쓰면 십일이라고 읽는 거 아닐까?”
카 짱은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모리타 선생님은 카 짱의 손을 잡았다.
“아, 잠깐. 지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 짱은 이제는 틀렸다 하고 내심 포기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막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하면 2가 되잖아?”
그리고 11의 위아래에 가로선을 그어 Ⅱ를 만들었다.
“이거 봐, 이것도 2야. 하지만 이건 로마숫자라는 거야. 본 적이 있니?”
카 짱은 어머니에게 매를 맞으며 배웠던 벽시계가 생각났다.
“본 적 있어요. 옛날 집에 있었던 벽시계에 그런 숫자가 있었어요.”
그 벽시계는 너무 오래 되어 자꾸 시간이 틀리는 바람에 이사할 때 버리고 왔다.
“그렇구나. 그러면 로마숫자가 아니라 보통 숫자로 답을 한번 써 볼까?”
카 짱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생각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고 Ⅱ를 지운 다음에 2라고 썼다.
“그렇지, 그렇지! 1과 1은 로마숫자가 아니니까 똑같이 아라비아숫자인 2라고 쓰는 게 좋겠지? 카 짱, 산수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자, 그러면 이건?”
선생님은 방금 쓴 덧셈을 지우고 새로 1+2= 이라고 썼다. 카 짱은 오른손과 왼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헤아려본 뒤에 3이라고 썼다.
“정답! 카 짱, 이렇게 잘하는데 산수를 왜 못한다고 했지?”
103-107p.
“달려라~! 모리타 선생님~!!”
저마다 목청껏 응원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던 5학년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환성을 올렸다. 모리타 선생님은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입을 앙다문 채, 마치 도깨비 같은 얼굴로 세 사람, 네 사람, 우엉을 쑥쑥 뽑아내는 기세로 따라잡고도 다시 흙먼지를 날리며 쭉쭉 스피드를 올려 갔다. 선생님의 팔은 육안으로는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미친 듯이 앞뒤로 흔들리고, 다리는 만화 속 인물이 쌔앵 달릴 때처럼 놀랍도록 빨리 회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죽을 둥 살 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질 만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모리타 선생님~! 달려라~!!”
이윽고 다른 선생님을 응원하던 학생과 학부모까지 나섰다.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리타 선생님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앞에 달리는 선생님과 모리타 선생님의 간격은 10미터쯤 되었고 골인 지점은 바로 눈앞이었다.
“모리타 선생니임~!!”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성난 물결과도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모리타 선생님은 뭔가에 들씌운 사람처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맹추격하여 마침내 골인 직전에 1등으로 달리던 선생님과 나란히 섰다. 그때였다.
“니시카와, 포기하지 마! 지고 싶지 않거든 남보다 더 열심히 해! 머리가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키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그딴 거 아무 상관도 없어!”
모리타 선생님은 운동장 저 건너에서 뛰고 있었다. 그런 소리가 들려올 리는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카 짱의 귀에는 그런 모리타 선생님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골인의 순간! 1등으로 달리던 선생님과 나란히 선 모리타 선생님은 마지막 순간, 머리를 쑥 내밀어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테이프를 먼저 끊었다. 그리고 달리던 기세대로 몇 미터나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갔다.
“우와아아아~!”
운동장 전체가 땅울림 같은 환성에 휩싸였다. 그 환성 속에서 얼굴도 몸도 먼지투성이가 된 모리타 선생님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손에 든 바통을 높이 쳐들었다.
‘아아, 굉장하다……!’
카 짱은 모리타 선생님의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선 채로 바라보았다. 달리는 모습도 흙 범벅이 된 모습도 결코 보기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울 만큼 못 생겨서 관객석에서는 피식피식 웃음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모습이 카 짱에게는 그야말로 기적으로 보였다. 감동으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선생님, 멋져요! 정말 멋있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봐요, 모리타 선생님!’
카 짱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눈물은 아프거나 슬퍼서 울 때의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아주 따스하고, 흘리면 흘릴수록 가슴 한복판이 환해지는 그런 눈물이었다.
‘사람은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는구나! 소리도 없이 조용히 울게 되는구나.’
카 짱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저자의 어릴 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감동실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글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써, 지적장애아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는 ‘해바라기 반’에 편성될 정도로 열등생에 ‘바보’ 소리를 듣던 카 짱. 그런 카 짱 때문에 엄마의 치맛자락에는 눈물 자국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그해 봄방학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모리타 선생님과의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꾸준히 변화되어 마침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데…….
1+1이 뭐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11’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하던 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2년 만에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 되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4학년 말 봄방학, 그 2주 동안 모리타 선생님과 카 짱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 짱이 답사를 낭독하던 졸업식장은 왜 눈물바다가 되었을까?
이 책 『해바라기 카 짱』은 라디오, 텔레비전의 각본 구성, 만화 원작, 동화,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니시카와 츠카사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감동실화다.
'1+1=11’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거기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는 선생님
일본 홋카이도의 바닷가 작은 마을. 이 책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름은 니시카와 츠카사, 어린 시절에는 ‘카 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4형제 중 둘째인 카 짱은 말썽꾸러기에 고집쟁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불량하다고 수군덕거리는 동네 형과 어울려 못된 짓을 하고 다니고, 한번 틀어지면 그 울화를 삭이지 못해 이부자리에 억지 똥을 싸기도 한다.
게다가 엉뚱한 생각만 골라서 하는 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같은 반찬을 매일 먹으면 금세 질리는데 밥은 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산수의 =과 한자의 二는 왜 똑같이 생겼는지’, ‘왜 일본 사람들은 귀찮게 히라가나와 한자와 가타가나를 섞어 쓰는지……’. 또한 다른 아이들이 1+1=2라고 의심 없이 생각할 때 카 짱은 1+1을 어째서 11이라고 하지 않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정답인 2를 놓쳐 버린다.
그 결과 정상적인 학습이 불가능한 지적장애아로 규정되어 해바라기 반으로 가게 되고, 어머니는 그런 카 짱을 ‘바보’에 ‘팔푼이’라고 구박하며 속상해 한다. 만일 카 짱이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프롤로그에서 고백한 대로, 그의 인생은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엉뚱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그의 수많은 물음표들은 ‘팔푼이 같은 질문’으로 묵살되고, 결국에는 진짜 팔푼이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모리타 선생님이 카 짱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것이 있다. 선생님은 1+1=11이라는 카 짱의 엉뚱하고 바보스런 대답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낸다. 카 짱이 아무리 황당한 대답을 내놔도 다른 사람들처럼 “틀렸어!”라든가 “그게 아니지!”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사소한 대답 하나에도 진심으로 감탄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맞장구와 칭찬으로 대해 준다. 그러는 사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이나 친구들, 친척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한테마저도 ‘구제불능’에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아이로 낙인 찍혀 늘 주눅 들어 있던 카 짱은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기 시작한다.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등생이었던 카 짱은 초등학교 4학년 말 전학 간 학교에서 모리타 선생님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2년 후 우등생으로 졸업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는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라는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첫 만남에서 모리타 선생님은 카 짱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부를 못해도 반듯하게 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어. 그리고 공부에 소질이 없어도 나중에 훌륭하게 된 사람이 아주 많아…….” 실제로 봄방학 2주 동안의 특별수업은 히라가나 쓰고 외우기, 산수 공부 같은 기본적인 학습 말고도 달리기, 철봉 거꾸로 매달리기, 뜀틀 뛰어넘기, 야구공 던지고 받기 등 카 짱이 잘하고 싶지만 자신 없어 하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이루어진다.
선생님은 카 짱이 무슨 일에서든 주눅 들거나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이끌어 준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빨리 달리고 싶으면 다리만 빨리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팔을 빨리 흔들어.”, “뜀틀을 넘을 때는 앞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천장을 향해 뛴다는 마음으로 해봐.”, “글자를 외우거나 산수공부를 할 때는 머리로만 외우려 하지 말고 몸으로 외워.”…….
모리타 선생님이 카 짱에게 야구공 받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더욱 뭉클하다.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카 짱은 야구공을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그 바람에 날아오는 공을 볼 수가 없어 모조리 놓치고 만다. 이를 간파한 선생님은 처음엔 글러브 대신 포수가 쓰는 마스크만 준다. 그러고는 점점 거리를 띄고 강도를 높여 가며 (포수 마스크를 쓴) 카 짱의 얼굴에 공을 던져 공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준다. 그 결과 카 짱은 야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재미에 푹 빠져 나중에는 반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아이가 된다.
이렇듯, 바보라고 놀림 당하던 자신을 우등생으로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은 진정한 우등생으로 변화시킨 멘토이자 은인이기에 카 짱은 한순간도 모리타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런 카 짱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답사는, 선생님과 며칠 동안 꼼꼼히 수정하고 조율해 가며 완성한 의례적인 글이다.
드디어 졸업식 날. 담담히 답사를 읽어 내려가던 카 짱은 문득 자신이 해야 할 바를 깨닫는다. 즉 호된 꾸지람과 질책을 각오하고, 마음에 없는 형식적인 답사가 아니라 모리타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담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답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처음에 술렁이던 식장은 이내 감동의 물결로 뒤덮이고 기립박수로 떠나갈 듯 요란해진다.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휩싸인 채 울음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두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서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는 모리타 선생님, 그리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또 한 사람…… 바로 어머니다.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만일 그해 봄방학에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을 거라고―.”
- 프롤로그 중에서 -
“이 책에는 보통 엄마의 모습과 훌륭한 선생님, 그리고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 낸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공담을 뛰어넘는 감동의 눈물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읽을 때마다 다양한 느낌과 깨달음을 주는 것은 작가가 특정한 캠페인성 목적을 갖지 않고 50년 삶의 산전수전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 양윤옥(최고의 일본어 번역자에게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 국내 유일 수상자) ―
▷ ▷ ▷ 본문 속으로
“빨리 대답하라니까!”
어머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험악한 투로 말했다. 그래도 대답을 못하자 어머니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잣대를 천천히 오른손으로 바꿔 쥐었다.
찰싹―!
어머니는 카 짱의 반바지 밖으로 나온 허벅지를 때렸다.
“아야얏!”
카 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올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걸 왜 몰라! 어째서 너는 그렇게 팔푼이냔 말이야!”
팔푼이라는 건 어딘지 좀 모자라다는 뜻으로 바보보다는 약간 나은 말이라고나 할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몇 번을 가르쳐줘야 알겠어, 이 바보야!”
찰싹, 찰싹, 찰싹!
어머니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대나무 잣대를 카 짱의 양쪽 허벅지에 가차없이 내리쳤다. 카 짱은 그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한여름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갈 때처럼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깡충깡충 뛰었다. 양쪽 허벅지에는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자국이 생기고 정말로 아팠지만, 카 짱은 울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매를 맞을 때는 카 짱보다 어머니가 더 괴로운 얼굴을 하며 울었기 때문에 울 기회마저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때리기에도 지쳤는지, 아니면 그제야 좀 정신이 돌아왔는지, 어머니는 발판에서 내려와 카 짱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잘 들어, 츠카사. 공부를 안 하면 진짜로 바보가 돼. 그러면 두고두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엄마가 이렇게 엄하게 하는 거야, 알겠어?”
어머니는 또다시 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며 애가 타는 듯 말했다.
“응…….”
카 짱도 항상 하던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공부를 못하면 어째서 살기 힘들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카 짱이 가장 좋아하는 외할머니는 글자도 못 읽고 산수도 못하지만 살기가 힘든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에 한 번 그런 얘기를 했다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만 골라 하냐며 된통 꾸지람을 듣고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카 짱은 어머니가 하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도록 매번 조심했다.
“츠카사, 제발 엄마 말 좀 들어. 네가 해바라기 반에 들어가면 아버지나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돼. 도저히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단 말이야.”
그제야 카 짱은 어머니가 이토 선생님 앞에서 왜 그렇게 엉엉 울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12-14p.
“그렇겠지. 글씨를 모르면 만화나 책도 못 읽고 편지도 못 써. 산수를 못하면 물건을 사러 갔는데 거스름돈을 슬쩍 속여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자, 그러면 우선 어디까지 모르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줄래? 어디 보자, 이건 알고 있을까?”
모리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칠판에 다가가 분필로 ‘1+1= ’이라고 쓴 뒤 카 짱을 돌아보았다. 카 짱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이거에다 이것을 더하면 얼마가 되지?”
선생님은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먼저 내밀고, 그 다음에는 왼손 둘째손가락을 내밀었다. “2…….”
카 짱이 대답하자 모리타 선생님은 얼굴이 환해졌다.
“뭐야, 잘하는데? 그러면 칠판에 답을 한번 써 봐.”
그렇게, 몹시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 분필을 내밀었다. 카 짱은 분필을 받아들고 11이라고 썼다. 뭘 제대로 알고 쓴 게 아니었다. 갑자기 써 보라고 하니까 얼결에 그렇게 쓴 것이었다.
“아하, 그렇군!”
모리타 선생님은 감탄했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분명 1에다가 1을 더하면 그렇게 되지. 하지만 카 짱, 이렇게 쓰면 십일이라고 읽는 거 아닐까?”
카 짱은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모리타 선생님은 카 짱의 손을 잡았다.
“아, 잠깐. 지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 짱은 이제는 틀렸다 하고 내심 포기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막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하면 2가 되잖아?”
그리고 11의 위아래에 가로선을 그어 Ⅱ를 만들었다.
“이거 봐, 이것도 2야. 하지만 이건 로마숫자라는 거야. 본 적이 있니?”
카 짱은 어머니에게 매를 맞으며 배웠던 벽시계가 생각났다.
“본 적 있어요. 옛날 집에 있었던 벽시계에 그런 숫자가 있었어요.”
그 벽시계는 너무 오래 되어 자꾸 시간이 틀리는 바람에 이사할 때 버리고 왔다.
“그렇구나. 그러면 로마숫자가 아니라 보통 숫자로 답을 한번 써 볼까?”
카 짱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생각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고 Ⅱ를 지운 다음에 2라고 썼다.
“그렇지, 그렇지! 1과 1은 로마숫자가 아니니까 똑같이 아라비아숫자인 2라고 쓰는 게 좋겠지? 카 짱, 산수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자, 그러면 이건?”
선생님은 방금 쓴 덧셈을 지우고 새로 1+2= 이라고 썼다. 카 짱은 오른손과 왼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헤아려본 뒤에 3이라고 썼다.
“정답! 카 짱, 이렇게 잘하는데 산수를 왜 못한다고 했지?”
103-107p.
“달려라~! 모리타 선생님~!!”
저마다 목청껏 응원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던 5학년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환성을 올렸다. 모리타 선생님은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입을 앙다문 채, 마치 도깨비 같은 얼굴로 세 사람, 네 사람, 우엉을 쑥쑥 뽑아내는 기세로 따라잡고도 다시 흙먼지를 날리며 쭉쭉 스피드를 올려 갔다. 선생님의 팔은 육안으로는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미친 듯이 앞뒤로 흔들리고, 다리는 만화 속 인물이 쌔앵 달릴 때처럼 놀랍도록 빨리 회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죽을 둥 살 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질 만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모리타 선생님~! 달려라~!!”
이윽고 다른 선생님을 응원하던 학생과 학부모까지 나섰다.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리타 선생님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앞에 달리는 선생님과 모리타 선생님의 간격은 10미터쯤 되었고 골인 지점은 바로 눈앞이었다.
“모리타 선생니임~!!”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성난 물결과도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모리타 선생님은 뭔가에 들씌운 사람처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맹추격하여 마침내 골인 직전에 1등으로 달리던 선생님과 나란히 섰다. 그때였다.
“니시카와, 포기하지 마! 지고 싶지 않거든 남보다 더 열심히 해! 머리가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키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그딴 거 아무 상관도 없어!”
모리타 선생님은 운동장 저 건너에서 뛰고 있었다. 그런 소리가 들려올 리는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카 짱의 귀에는 그런 모리타 선생님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골인의 순간! 1등으로 달리던 선생님과 나란히 선 모리타 선생님은 마지막 순간, 머리를 쑥 내밀어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테이프를 먼저 끊었다. 그리고 달리던 기세대로 몇 미터나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갔다.
“우와아아아~!”
운동장 전체가 땅울림 같은 환성에 휩싸였다. 그 환성 속에서 얼굴도 몸도 먼지투성이가 된 모리타 선생님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손에 든 바통을 높이 쳐들었다.
‘아아, 굉장하다……!’
카 짱은 모리타 선생님의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선 채로 바라보았다. 달리는 모습도 흙 범벅이 된 모습도 결코 보기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울 만큼 못 생겨서 관객석에서는 피식피식 웃음소리까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모습이 카 짱에게는 그야말로 기적으로 보였다. 감동으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선생님, 멋져요! 정말 멋있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봐요, 모리타 선생님!’
카 짱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눈물은 아프거나 슬퍼서 울 때의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아주 따스하고, 흘리면 흘릴수록 가슴 한복판이 환해지는 그런 눈물이었다.
‘사람은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는구나! 소리도 없이 조용히 울게 되는구나.’
카 짱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저자의 어릴 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감동실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글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써, 지적장애아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는 ‘해바라기 반’에 편성될 정도로 열등생에 ‘바보’ 소리를 듣던 카 짱. 그런 카 짱 때문에 엄마의 치맛자락에는 눈물 자국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그해 봄방학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모리타 선생님과의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꾸준히 변화되어 마침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데…….
1+1이 뭐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11’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하던 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2년 만에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 되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4학년 말 봄방학, 그 2주 동안 모리타 선생님과 카 짱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 짱이 답사를 낭독하던 졸업식장은 왜 눈물바다가 되었을까?
이 책 『해바라기 카 짱』은 라디오, 텔레비전의 각본 구성, 만화 원작, 동화,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니시카와 츠카사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감동실화다.
'1+1=11’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거기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는 선생님
일본 홋카이도의 바닷가 작은 마을. 이 책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름은 니시카와 츠카사, 어린 시절에는 ‘카 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4형제 중 둘째인 카 짱은 말썽꾸러기에 고집쟁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불량하다고 수군덕거리는 동네 형과 어울려 못된 짓을 하고 다니고, 한번 틀어지면 그 울화를 삭이지 못해 이부자리에 억지 똥을 싸기도 한다.
게다가 엉뚱한 생각만 골라서 하는 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같은 반찬을 매일 먹으면 금세 질리는데 밥은 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산수의 =과 한자의 二는 왜 똑같이 생겼는지’, ‘왜 일본 사람들은 귀찮게 히라가나와 한자와 가타가나를 섞어 쓰는지……’. 또한 다른 아이들이 1+1=2라고 의심 없이 생각할 때 카 짱은 1+1을 어째서 11이라고 하지 않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정답인 2를 놓쳐 버린다.
그 결과 정상적인 학습이 불가능한 지적장애아로 규정되어 해바라기 반으로 가게 되고, 어머니는 그런 카 짱을 ‘바보’에 ‘팔푼이’라고 구박하며 속상해 한다. 만일 카 짱이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프롤로그에서 고백한 대로, 그의 인생은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엉뚱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그의 수많은 물음표들은 ‘팔푼이 같은 질문’으로 묵살되고, 결국에는 진짜 팔푼이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모리타 선생님이 카 짱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것이 있다. 선생님은 1+1=11이라는 카 짱의 엉뚱하고 바보스런 대답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낸다. 카 짱이 아무리 황당한 대답을 내놔도 다른 사람들처럼 “틀렸어!”라든가 “그게 아니지!”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사소한 대답 하나에도 진심으로 감탄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맞장구와 칭찬으로 대해 준다. 그러는 사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이나 친구들, 친척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한테마저도 ‘구제불능’에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아이로 낙인 찍혀 늘 주눅 들어 있던 카 짱은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기 시작한다.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등생이었던 카 짱은 초등학교 4학년 말 전학 간 학교에서 모리타 선생님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2주간 특별수업을 통해 2년 후 우등생으로 졸업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는 ‘전 과목 올 수’에 ‘전교 1등’이라는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첫 만남에서 모리타 선생님은 카 짱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부를 못해도 반듯하게 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어. 그리고 공부에 소질이 없어도 나중에 훌륭하게 된 사람이 아주 많아…….” 실제로 봄방학 2주 동안의 특별수업은 히라가나 쓰고 외우기, 산수 공부 같은 기본적인 학습 말고도 달리기, 철봉 거꾸로 매달리기, 뜀틀 뛰어넘기, 야구공 던지고 받기 등 카 짱이 잘하고 싶지만 자신 없어 하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이루어진다.
선생님은 카 짱이 무슨 일에서든 주눅 들거나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이끌어 준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빨리 달리고 싶으면 다리만 빨리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팔을 빨리 흔들어.”, “뜀틀을 넘을 때는 앞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천장을 향해 뛴다는 마음으로 해봐.”, “글자를 외우거나 산수공부를 할 때는 머리로만 외우려 하지 말고 몸으로 외워.”…….
모리타 선생님이 카 짱에게 야구공 받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더욱 뭉클하다.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카 짱은 야구공을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그 바람에 날아오는 공을 볼 수가 없어 모조리 놓치고 만다. 이를 간파한 선생님은 처음엔 글러브 대신 포수가 쓰는 마스크만 준다. 그러고는 점점 거리를 띄고 강도를 높여 가며 (포수 마스크를 쓴) 카 짱의 얼굴에 공을 던져 공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준다. 그 결과 카 짱은 야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재미에 푹 빠져 나중에는 반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아이가 된다.
이렇듯, 바보라고 놀림 당하던 자신을 우등생으로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은 진정한 우등생으로 변화시킨 멘토이자 은인이기에 카 짱은 한순간도 모리타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런 카 짱이 전체 졸업생을 대표하여 답사를 낭독하게 된다. 답사는, 선생님과 며칠 동안 꼼꼼히 수정하고 조율해 가며 완성한 의례적인 글이다.
드디어 졸업식 날. 담담히 답사를 읽어 내려가던 카 짱은 문득 자신이 해야 할 바를 깨닫는다. 즉 호된 꾸지람과 질책을 각오하고, 마음에 없는 형식적인 답사가 아니라 모리타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담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답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처음에 술렁이던 식장은 이내 감동의 물결로 뒤덮이고 기립박수로 떠나갈 듯 요란해진다.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휩싸인 채 울음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두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서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는 모리타 선생님, 그리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또 한 사람…… 바로 어머니다.
뒤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다가,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는 누구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