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공감
- 0
- 0
• 지은이 : 손병일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138x210, 200쪽
• 펴낸날 : 2011-02-16
• ISBN : 9788958073208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대한출판문화협회 추천도서
어린이문화진흥회 좋은 어린이책 추천도서
어린이문화진흥회 좋은 어린이책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손병일
중3 아들과 중1 딸의 아버지이자 중학교에 몸담고 있는 교사다. 첫 번째 책 『내 마음의 방은 몇 개인가』에서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이후 보다 많은 십대들을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오늘날 교사들은 심리학의 대가가 되거나 상당한 심리학적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버거운 학습량에 짓눌려 있는 아이, 갈팡질팡 마음이 들떠 있는 아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숨어 버린 아이… 이들의 심리를 읽지 못하면 마음을 열어 소통하고 관계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암흑의 터널과도 같은 교육 현실을 뚫고 가며 나날이 진화하는 교사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 덕분이다. 또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과의 만남도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목차
추천의 글 - 4
들어가는 이야기 - 8
1학기 1학기 - 마음속 고통을 마주하게 될 떼
어린 시절 상처에 갇힌 아이
1학년 2학기 - 아이들이 스스로를 패배자로 여기지 않기 위하여
모범생과 찌질이 50
십대, 왜곡된 이미지에 갇히다 73
2학년 1학기 -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시기
못생긴 나 vs. 예쁜 나 vs. 싫은 나 86
2학년 2학기 - 교실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다는 아이들
왜 나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 106
자꾸 몸이 아픈 아이 122
3학년 1학기 - 아직은 감정 표현이 서툰 나이
봄날은… 온다! 138
3학년 2학기 - 천의 얼굴을 가진 아이들
가면을 벗게 되는 순간 158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170
이 아이는 정말 지옥에서 왔을까? 179
마치는 글 - 188
들어가는 이야기 - 8
1학기 1학기 - 마음속 고통을 마주하게 될 떼
어린 시절 상처에 갇힌 아이
1학년 2학기 - 아이들이 스스로를 패배자로 여기지 않기 위하여
모범생과 찌질이 50
십대, 왜곡된 이미지에 갇히다 73
2학년 1학기 -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시기
못생긴 나 vs. 예쁜 나 vs. 싫은 나 86
2학년 2학기 - 교실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다는 아이들
왜 나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 106
자꾸 몸이 아픈 아이 122
3학년 1학기 - 아직은 감정 표현이 서툰 나이
봄날은… 온다! 138
3학년 2학기 - 천의 얼굴을 가진 아이들
가면을 벗게 되는 순간 158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170
이 아이는 정말 지옥에서 왔을까? 179
마치는 글 - 188
편집자 추천글
우리 때는 안 이랬어! vs. 왜 나만 갖고 그래요?
소통의 사각지대에 갇힌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무너진 것은 오래전이다. 온몸에 돋아난 가시로 어른을 찌르는 청소년들…. 어른들은 그들의 가시가 곧 마음의 상처라는 걸 알고 있지만,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답답하기는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른들을 향해 ‘그냥 나를 좀 가만히 두세요’라고 꽉 막힌 숨을 토해낸다.
『십대 공감』은 중학교 교사인 저자가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왕따, 흡연, 폭력, 가출 등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십대 관찰기’이자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생활 에세이’다. 저자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에 처한 십대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문제의 근원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법을 제시한다. 부모와의 소통, 어른의 역할이 사춘기 아이들 문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깨달은 저자는 아이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에 관한 심도 있는 모색을 한다.
『십대 공감』은 저자가 경험한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통의 사각지대에 갇힌 부모와 청소년들이 한 발짝 가까이 마주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지금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따끔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 조언은 십대뿐 아니라 십대와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 어른들에게도 명약이 되기에 충분하다. 체벌이나 강요가 아닌, ‘말’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통의 길을 열어 주는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과 소통하고 서로를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 교육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는 부모들,
버릇없고 막 나가는 십대들을 나무라기 전에 이 책을 읽어라
『십대 공감』에는 등장하는 열 개의 이야기는 겉보기에 범상치 않은 내용들이다. 왕따를 당하고, 이혼한 부모 때문에 방황을 하고, 친구 책상에 침을 뱉어 대걸레로 닦고, 가출을 일삼고, 하루가 멀다 하고 패싸움을 하는 등 불량한 아이들의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이것이 그저 어느 학교의 어떤 학생에 국한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십대 공감』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가족, 성적, 친구, 불안, 스트레스에 갇힌,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십대들 모두의 현실인 것이다.
저자는 십대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차분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 이럴까?’ 하는 놀라움은 책을 읽는 동안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변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버릇없고 막 나가는 청소년에 대한 푸념 대신 그들을 따듯한 마음으로 보듬고 싶은 희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경쟁을 위한 도구로 자라나는 청소년들,
자신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기 모습을 부족하다 여기고 ‘나는 아직 모자라다’고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고. 그래야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연봉이 높은 회사에 들어가고 남부럽지 않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그래야 ‘찌질한’ 어른이 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강요된 경쟁의식이 내면화된 아이들은 공부 못하는 자신에게, 못생긴 자신에게, 남보다 잘나지 못한 자신에게 절망하고 스스로를 패배자로 낙인찍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자란 자기 모습’을 사랑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십대 공감』은 공부 잘하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삶의 지혜, 즉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에 힘쓴다. 아이들이 자신의 못난 모습을 미워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상처와 고민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학년이 바뀌어 교체해야 하는 학습 교재가 아닌, 평생 곁에 두고 읽어도 좋은 진정한 ‘마음 학습’을 지향한다.
책 속으로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 사고가 터진다. 급식 지도하던 담임 선생님 앞에서 국자를 집어던지고, 반 친구에게 기분 나쁜 놈이라며 라이터로 급소에 불을 지르려 했던 일도 있다. 창문 난간에 올라 운동장으로 뛰어내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녀석도 있었다. 지금 아이들과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대체 얼마나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기에 그런 괴물로 변해 버린 것일까. 그건 그들이 십수 년 동안 이런 말을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못하면, 일류 대학에 가지 못하면, 돈 잘 버는 직업을 갖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 - 12-13쪽
때로 인생에서 원치 않게 바보가 되는 때가 있다. 그 충격이 가장 큰 시기는 아마도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 시절일 것이다. 성격이 강하고 외향적인 아이라면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기회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극도로 소심한 아이가 수십 명의 친구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면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중학교에서는 10월 즈음이 되면 왕따 사건이 빈번하게 터진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비해 몇 배나 늘어난 학습량에 허덕이다가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지칠 대로 지쳐 버린다. 이때쯤에는 중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게 되면서 마음마저 느슨해진다. 그중에서 부모로부터 억압을 많이 받는 우등생들이 종종 예기치 못한 폭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중에 연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왕따 행위’로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 50-51쪽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찬정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찬정이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씨앗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찬정이도 서머힐 아이들처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아이’가 될 거라 믿었다. 무엇보다 찬정이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 내가 찬정이에게 강조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찬정아, 선생님은 네가 어떤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해.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학교 규칙을 어길 수도 있어.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너는 그럴 때마다 반드시 한 가지씩 배워 가면 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지난번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 교내 봉사 3일 징계를 받았잖아. 여기에서 뭘 느껴야 할까?”
“또 그런 위원회가 열리면 안 된다는 거요….”
“왜 안 되지?”
“교내 봉사를 5일 이상 받게 될 거고, 그러면 회장도 그만둬야 하니까요.”
“그렇지!” - 96-97쪽
세상 쓴맛을 다 본 사람처럼 수진이가 씁쓸하게 말했다.
“이젠 아빠가 무섭지도 않아요. 아빠가 때리면 가출해 버릴 거예요. 작년에도 아빠가 때려서 두 달 동안 친구네서 살았어요. 그때부터 아빠는 몽둥이를 옆에 놓고 협박만 해요.”
잃을 게 없는 수진이가 가장 싫어했던 건 핸드폰을 뺏기는 일이었다. 시험이 끝나는 날 아빠에게 핸드폰을 뺏긴 수진이는 금단 현상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교실에서 지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나 말고 다른 애들은 전부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 같아요. 쉬는 시간마다 은별이에게 문자 보내고 통화를 할 수 있을 때는 견딜 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핸드폰이 없으니까 정말 정신병자가 될 거 같아요.”
수진이는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풀어내지 않으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수진이에게 수업보다 대화가 더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3학년으로 진급하느냐, 못하느냐는 둘째 문제였다. - 118쪽
영호의 첫사랑은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채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나는 영호의 이야기를 소재로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고는 다음 해 학교 축제 때, 아이들과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15분짜리 영화를 만들어서 교내 상영을 했다. 아이들은 영호의 오그라드는 대사와 행동이 나올 때마다 비명을 지르거나 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영호의 첫사랑은 자기애에 갇혀서 사랑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시들고 말았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연애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 150-151쪽
아이들이 가면 속으로 숨거나 가면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잘 받는 학생. 방과 후 학원에 가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성실히 하는 학원생. 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숙제와 예습 복습을 충실히 하는 학생. 논술 대비를 위해서 꾸준히 책을 읽는 학생. 내신 관리를 위해 과목의 수행 평가까지 완벽하게 제출하는 학생…. 중학교가 대충 이 정도다. 이 가면의 실체는 무엇인가? 다름 아닌 슈퍼맨 가면이다. 누가 이토록 지독한 페르소나를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씌워 준 것인가. 인간에게 슈퍼맨은 가능하지 않다. 그건 기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공부 기계가 되거나 아니면 비뚤어진 날라리가 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찌질이가 되거나.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도 협소하다. - 166-167쪽
책 속으로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 사고가 터진다. 급식 지도하던 담임 선생님 앞에서 국자를 집어던지고, 반 친구에게 기분 나쁜 놈이라며 라이터로 급소에 불을 지르려 했던 일도 있다. 창문 난간에 올라 운동장으로 뛰어내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녀석도 있었다. 지금 아이들과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대체 얼마나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기에 그런 괴물로 변해 버린 것일까. 그건 그들이 십수 년 동안 이런 말을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못하면, 일류 대학에 가지 못하면, 돈 잘 버는 직업을 갖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 - 12-13쪽
때로 인생에서 원치 않게 바보가 되는 때가 있다. 그 충격이 가장 큰 시기는 아마도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 시절일 것이다. 성격이 강하고 외향적인 아이라면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기회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극도로 소심한 아이가 수십 명의 친구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면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중학교에서는 10월 즈음이 되면 왕따 사건이 빈번하게 터진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비해 몇 배나 늘어난 학습량에 허덕이다가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지칠 대로 지쳐 버린다. 이때쯤에는 중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게 되면서 마음마저 느슨해진다. 그중에서 부모로부터 억압을 많이 받는 우등생들이 종종 예기치 못한 폭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중에 연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왕따 행위’로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 50-51쪽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찬정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찬정이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씨앗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찬정이도 서머힐 아이들처럼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아이’가 될 거라 믿었다. 무엇보다 찬정이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 내가 찬정이에게 강조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찬정아, 선생님은 네가 어떤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해.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학교 규칙을 어길 수도 있어.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너는 그럴 때마다 반드시 한 가지씩 배워 가면 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지난번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서 교내 봉사 3일 징계를 받았잖아. 여기에서 뭘 느껴야 할까?”
“또 그런 위원회가 열리면 안 된다는 거요….”
“왜 안 되지?”
“교내 봉사를 5일 이상 받게 될 거고, 그러면 회장도 그만둬야 하니까요.”
“그렇지!” - 96-97쪽
세상 쓴맛을 다 본 사람처럼 수진이가 씁쓸하게 말했다.
“이젠 아빠가 무섭지도 않아요. 아빠가 때리면 가출해 버릴 거예요. 작년에도 아빠가 때려서 두 달 동안 친구네서 살았어요. 그때부터 아빠는 몽둥이를 옆에 놓고 협박만 해요.”
잃을 게 없는 수진이가 가장 싫어했던 건 핸드폰을 뺏기는 일이었다. 시험이 끝나는 날 아빠에게 핸드폰을 뺏긴 수진이는 금단 현상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교실에서 지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나 말고 다른 애들은 전부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 같아요. 쉬는 시간마다 은별이에게 문자 보내고 통화를 할 수 있을 때는 견딜 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핸드폰이 없으니까 정말 정신병자가 될 거 같아요.”
수진이는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풀어내지 않으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수진이에게 수업보다 대화가 더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3학년으로 진급하느냐, 못하느냐는 둘째 문제였다. - 118쪽
영호의 첫사랑은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채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나는 영호의 이야기를 소재로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고는 다음 해 학교 축제 때, 아이들과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15분짜리 영화를 만들어서 교내 상영을 했다. 아이들은 영호의 오그라드는 대사와 행동이 나올 때마다 비명을 지르거나 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영호의 첫사랑은 자기애에 갇혀서 사랑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시들고 말았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연애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 150-151쪽
아이들이 가면 속으로 숨거나 가면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잘 받는 학생. 방과 후 학원에 가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성실히 하는 학원생. 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숙제와 예습 복습을 충실히 하는 학생. 논술 대비를 위해서 꾸준히 책을 읽는 학생. 내신 관리를 위해 과목의 수행 평가까지 완벽하게 제출하는 학생…. 중학교가 대충 이 정도다. 이 가면의 실체는 무엇인가? 다름 아닌 슈퍼맨 가면이다. 누가 이토록 지독한 페르소나를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씌워 준 것인가. 인간에게 슈퍼맨은 가능하지 않다. 그건 기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공부 기계가 되거나 아니면 비뚤어진 날라리가 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찌질이가 되거나.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도 협소하다. - 166-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