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 조막이 (큰숲동화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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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추천도서
서울시교육청도서관 - 대상별 추천도서-초등고학년
오픈키드 선정 좋은 어린이책
저자소개
지은이 : 김소연
그린이 : 홍선주
책정보 및 내용요약
그 험난하고도 거친 운명을 걷게 된 소년
열두 살 흥수는 부모 형제 없이 외삼촌 집에서 병약한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텃새 심한 파평 윤씨 집성촌에서 타성바지로 외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 마을에 남사당 놀이패가 들어온다. 우연히 남사당패의 놀이마당을 구경하게 된 흥수는 그들의 신기한 재주와 혼이 담긴 연희에 묘한 울림을 느낀다. 얼마 후, 외할머니가 죽고 사촌 동생이 태어나면서 더욱 오갈 데 없게 된 흥수는 남사당 단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우여곡절 끝에 무쇠패에 들어간다.
무쇠패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삐리로 입성하게 된 흥수에게 이전의 과거는 다 덮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꼭두쇠(우두머리)는 조막이란 이름을 지어 준다. 살판쇠(땅재주꾼)의 수하에 들어가 땅재주를 익히고 단원으로서 제법 한몫을 해내게 된 조막이. 타고난 재주와 몸놀림으로 살판쇠의 빈자리를 메울 만큼 성장하지만, 어름(줄타기)에 대한 갈망을 지울 수가 없다.
온 나라의 놀이패들을 불러들여 일꾼들의 노고를 풀어 주라는 왕명에 따라 경복궁에 간 조막이는 그곳에서 최초의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는다.
경복궁에서의 연희를 마치고 또 방방곡곡을 돌며 유랑하던 어느 날, 조막이가 방심한 탓에 범한 실수로 무쇠패는 위기를 맞는다. 게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곰뱅이를 틀게 된 마을은 동학군이 덮쳐 아수라장이 되고 무쇠패는 그 지역 유생들에게 붙잡혀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그 후 무쇠패와 조막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험난하지만 아름다운 남사당패의 여정과, 광대로서의 운명을 택해 예인으로 성장하는 조막이의 이야기가 먹먹하게 그려진다.
목차
2. 놀이패 구경
3. 세 번째 사촌 동생
4. 새로 얻은 이름
5. 밥 한 그릇
6. 뜨거운 화로
7. 경복궁 타령
8. 털 배자
9. 불타는 고래 등
10. 끊어진 줄
11. 마지막 약속
12. 남사당 조막이패
편집자 추천글
재주를 넘으며 슬픔을 넘기고
줄 위에 올라 운명을 타고 놀았던
조막이와 남사당패의 이야기가 신명 나게 펼쳐진다.
■『명혜』의 김소연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역사 동화
조선 사회의 타성바지 남사당패를 이야기하다!
뜨인돌어린이 고학년 창작 동화 시리즈인 큰숲동화 두 번째 책『남사당 조막이』는 조선 시대 천민으로 이루어졌던 놀이패 남사당패의 삶과 그 안에서 아름답게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06 어린이동산 중편 동화 공모에서『꽃신』으로 최우수상을, 2007 창비어린이책 공모에서 장편『명혜』로 대상을 수상해 이미 역사 동화 분야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 김소연이 이번에는 조선 후기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조명했다. 의지가지 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며 조선 팔도에 웃음을 팔고 재주를 팔았던, 사회의 변두리에서 작은 빛을 뿜어내며 흥으로 예술로 삶을 새겨 나갔던 타성바지들의 운명을 애잔한 시선으로 그렸다.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문제작, 민족 문제와는 또 다른 층위로 존재하는 개인의 문제가 구체적인 사건 속에서 실감나게 전해진다는 격찬을 받았던 김소연 작가는 문예진흥기금 수혜작이기도 한『남사당 조막이』에서 한층 더 성숙한 의식을 작품 속에 투영했다. 이전의 작품에서 역사의 줄기를 관통했던 개인의 삶을 그렸다면『남사당 조막이』에서는 역사의 뿌리가 되는 가장 낮은 곳, 어둡고 소외되어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었다.
그림자 같았던 남사당패의 행보는 공식적인 문헌이나 사료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지 않다. 역사의 변두리에 있던 민중의 문화였기에 자료가 희소했던 상황에서, 작가는 긴 시간에 걸쳐 남사당패에 관한 모든 기록을 수집하고 취재하면서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남사당패의 이야기에 생생한 숨을 불어 넣었다.
■ 너무나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던 그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을, 문학으로 만나다!
몇 해 전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남사당패’에 관한 관심이 모아졌다. 영화가 전한 감동은 남사당패로 살았던 주인공의 삶에 주목하게 했지만, 그 배경이 되었던 남사당패의 이야기는 금세 잊혔다. 국사 교과서의 조선 후기 서민 문화 부분에서도 남사당패는 천민 계급 중 하나였던 광대패 정도의 간단한 언급만 되어 있을 뿐이다.
조선 후기 가장 낮은 신분이었지만 일단 연희가 시작되면 나라님도 고관대작도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던 예인. 높으신 분들보다는 가난한 백성들의 곁에서 한바탕 웃고 떠듦으로 온갖 시름을 거둬 주었던 민중의 광대. 남사당패의 삶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뜨내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천민 집단이었지만 그 안에도 엄격한 규율이 있었고, 여섯 가지 놀이마당엔 제각각 뛰어난 예술혼이 담겨 있었다. 비록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가장 낮은 계급이었지만 그들의 재능과 예술혼만큼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사당 조막이』는 시대의 불운 속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를 끈끈하게 부여잡고 온 몸으로 시련을 이겨냈던, 남사당패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한 소년이 남사당으로서의 삶에 뛰어들어 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안에 녹아 있다. 머슴살이가 싫어 도망치듯 택한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세상을 배우고 마음을 키우고 예술을 만들어 낸 소년의 삶이 남사당패의 운명적인 행로와 더불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가장 낮은 곳의 역사를 당당하게 건너왔건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가『남사당 조막이』를 통해 어린이 문학으로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 여보게! 세상 가장 낮은 곳에 곰뱅이를 틀어 보세!
철저한 고증과 감수로 다시 태어난 남사당패의 놀이마당
남사당패의 놀이마당은 총 여섯 마당으로 구성된다. 무동을 던지고 노는 무동놀이와 상모를 돌리며 노는 상모놀이 등이 포함된 풍물놀이(첫째 놀이), 곡물을 거르는 데 쓰는 체로 만든 버나를 높이 던지고 돌리며 노는 버나놀이(둘째 놀이), 오늘날 비보이들이 하는 텀블링을 연상시키는 갖가지 묘기로 ‘잘 하면 살 판이요 못 하면 죽을 판’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살판놀이(셋째 놀이), ‘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걷듯이 어렵다’는 뜻의 줄타기 어름놀이(넷째 놀이), 샌님·취발이·말뚝이 등의 탈을 쓰고, 해학적인 풍자와 만담을 풀며 노는 탈춤놀이(다섯째 놀이), ‘목덜미 혹은 뒷덜미를 쥐고 노는 인형놀이’라는 뜻의 꼭두각시놀음(여섯째 놀이)으로 이루어진다.
이 다채롭고 화려한 민중의 놀이마당이 2011년 『남사당 조막이』를 통해 새롭게 구현된다. 문학 작품이지만 실제 역사 속 대상을 그리는 만큼 각종 문헌 자료를 세심하게 조사하고, 남사당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 및 기관에 자문을 구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민속학 연구의 대가 심우성 선생님의 감수를 바탕으로 당시의 남사당패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이야기 속 그림 또한 의상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철저한 자료 분석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남사당패를 만나는 어린이 독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 조막이가 걸어가는 길 위에 놓인
세도 정치, 동학농민운동, 경복궁 중건 등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
평범했던 소년 흥수가 조선 팔도를 들썩이는 남사당 조막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엔 조선 후기 어지럽고 혼란했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조막이가 가는 길목마다 세도 정치로 인해 더욱 살기 어려웠던 농민들의 삶, 그 황량하고 쓸쓸한 들녘의 모습이 그려진다. 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백성들이 봉기하고 그에 반발한 지역 유생들에게 애먼 무쇠패가 곤욕을 치루는 장면에서는 당시 극에 달했던 민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백성들의 고통을 뒤로 하고 조정에서는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경복궁을 재건축하겠다는 공포를 하고, 일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나라 안의 놀이패들을 불러들이라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조막이가 오고 가는 계급의 경계 속에서 대조적인 상황을 비추어 우리 역사의 비극을 조명한다. 하지만 비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찾아가는 민초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애환에 더욱 주목한다. 또한 경복궁 안에서 실존 인물로 추정되는 남사당패 최초의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를 만나는 장면 역시 실제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 본문 중에서
"지금껏 썼던 이름을 없앤다는 말은 네가 살아온 옛일을 모두 땅에 묻어 버리고 남사당 삐리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니 남사당패로 사는 이상 너는 죽든 살든 조막이다." <53쪽>
“그런데 조막아, 돌아다니면서 잘 봐라. 황량하고 쓸쓸한 것이 우리 남사당패뿐이 아니다. 우리들 앞에 서서 구경을 하는 백성들 얼굴도 더 없이 황량하고 쓸쓸하지. 내 남사당으로 길을 헤맨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백성들 살기가 어려운 때도 없었다. 아니,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백성들은 힘겨워지고 양반들만 배를 불렸어. 참 이상하지. 사람이 힘들어도 꾹 참는 건 내일이 오늘보다 좀 낫겠지 싶은 희망 때문 아니냐. 그런데 어째 백성들은 발버둥 치면 칠수록 살기가 더 어려워지니 무슨 조홧속인지 모르겠다. 내 언젠간 이 요지경 같은 세상 제대로 한번 들여다볼 참이다.” <66쪽>
“낮에 땡볕 아래에서 본 이들은 집에 돌아갈 기약 없이 부역에 시달리는 백성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고향에 내쳐 두고 온 농사 걱정, 식구 걱정에 시달리던 일꾼들이었죠. 그런데 그 일꾼들이 밤만 되면 신바람 내는 구경꾼이 되더라고요. 모든 근심 걱정 훨훨 벗어 던지고 꼭두쇠 재담 한마디에 웃고 노는 사람이 되더란 말입니다. 벼슬아치 눈에야 다 똑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연희를 펼치는 제 눈에는 분명 다르게 보였어요. 그게 보고 싶어 자꾸만 꼭두쇠 어름판에 가 앉아 있곤 했어요. 저도 언젠간 어른처럼 사람들 마음을 되살리는 재인이 될 수 있겠지 하고요.” <113쪽>
조막이는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겨울 한기에 꽁꽁 얼어붙은 줄은 예리한 칼날처럼 살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조막이는 아픈 줄 몰랐다. 그저 지금 서 있는 이 끝에서 줄이 다하는 저 끝까지 가면 딴 세상이 있을 것만 같았다. 슬픔도 억울함도 없는 환한 세상, 그런 세상에 닿을 것 같았다. <134쪽>
“줄을 탄다는 것은 원숭이 재주 부리듯 기예만 익히는 게 아니다. 어름은 세상 이치를 타고 노는 것과 같아. 외줄 위에 서면 땅에서는 안 보이던 세상사가 한 눈에 훤히 내려다보이거든. 그러니 발밑 아래 세상을 타고 놀려면 몸 기술 말고도 마음 기술이 필요한 게지.” <135쪽>
“따지고 보면 돈을 받고 기예를 파는 건 줄광대나 남사당 어름산이나 다를 게 없어. 다만 누구 앞에서 줄을 타느냐 하는 것이 다를 뿐이지. 줄광대가 기와집 마당에 불려가 양반들 위해 줄을 탄다면 우리 어름산이는 저잣거리에서 백성들 모아놓고 줄을 타거든. 그래서 어름산이는 매호씨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들까불 수 있지만 줄광대는 그게 안 돼. 줄광대는 화려한 기예로 양반들 눈만 즐겁게 해 주면 그만이거든. 그래서 나 같은 천둥벌거숭이는 줄광대는 죽어도 못해. 암, 못하지.” <173-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