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도난 사건 (| 원제 The Case of the Missing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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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이언 샌섬(Ian Sansom)
• 옮긴이 : 이윤혜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45x210, 388쪽
• 펴낸날 : 2012-04-05
• ISBN : 9788958073734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서울시교육청도서관 - 대상별 추천도서-일반
저자소개
지은이 : 이언 샌섬(Ian Sansom)
이언 샌섬은 영국 「가디언」 지 ‘Review of Books and Poetry’의 고정 필자다. 이 책 『도서관 책 도난 사건』은 《MOBILE LIBRARY》시리즈 제1권으로 책에 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유쾌한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재미와 감동뿐 아니라 아일랜드인의 역사의식까지 담긴 이 시리즈는 『Mr. Dixon Disappears』『The Delegate's Choice』『The Book Stops Here』로 이어지는데 후속권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렸다.
옮긴이 : 이윤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과를 졸업했다. 옥상에 핀 민들레 한 송이가 울고 있는 꼬마의 마음을 위로했던 것처럼, 좋은 책을 번역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번역서로는 『아빠 딸이라 행복해요』『내 주변의 싸이코들』 등이 있다.
목차
1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다니
2 책이 망친 이 사나이의 우유부단함을 보라
3 이동도서관과의 우울한 만남
4 주인공은 대체 언제까지 매를 맞을 것인가
5 “내 침대에 닭이 있어!”
6 책이 없는 도서관과 친구 없는 주인공
7 첫날도 역시 망쳤다
8 전직 사서는 죽지 않는다 다만 청소부가 될 뿐이다
9 지금은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도시에서 진취성을 발휘해야 할 때
10 주인공은 점점 홀대에 익숙해지고 있다
11 끄나풀과 커피 한잔의 중요성은 하나님도 인정하실 터
12 주인공만 빼고 다 안다 그가 이 동네에 말뚝을 박으리라는 걸
13 뭐지, 몸에 불이 붙은 듯한 이 느낌은!
14 해고를 원했지만 계약 연장
15 주인공의 인상적인 첫 번째 술주정
16 14,641? 나쁘지는 않구먼
17 주인공을 친 사람은 용의자인가?
18 책을 찾았다고 착각하다니 유감이다
19 문학이, 정확히 말하면 해리 포터가 주인공을 구원했다
20 어디에 살든, 삶은 거기에 있다
2 책이 망친 이 사나이의 우유부단함을 보라
3 이동도서관과의 우울한 만남
4 주인공은 대체 언제까지 매를 맞을 것인가
5 “내 침대에 닭이 있어!”
6 책이 없는 도서관과 친구 없는 주인공
7 첫날도 역시 망쳤다
8 전직 사서는 죽지 않는다 다만 청소부가 될 뿐이다
9 지금은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도시에서 진취성을 발휘해야 할 때
10 주인공은 점점 홀대에 익숙해지고 있다
11 끄나풀과 커피 한잔의 중요성은 하나님도 인정하실 터
12 주인공만 빼고 다 안다 그가 이 동네에 말뚝을 박으리라는 걸
13 뭐지, 몸에 불이 붙은 듯한 이 느낌은!
14 해고를 원했지만 계약 연장
15 주인공의 인상적인 첫 번째 술주정
16 14,641? 나쁘지는 않구먼
17 주인공을 친 사람은 용의자인가?
18 책을 찾았다고 착각하다니 유감이다
19 문학이, 정확히 말하면 해리 포터가 주인공을 구원했다
20 어디에 살든, 삶은 거기에 있다
편집자 추천글
■ 불시착하고 싶은 마을, 툼드럼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도서관 책 도난 사건』
북아일랜드의 잿빛 소도시 툼드럼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의 책 도난 사건을 다룬 코믹 미스터리. 《MOBILE LIBRARY》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저자의 박람강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갓 부임한 사서 이스라엘이 사라진 도서관 책 1만 5,000권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며 책 중독자들과 사정없이 충돌하는데 그 와중에 터지는 영국식 유머와 책에 대한 은유가 남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툼드럼 구립도서관 사서로 부임한 주인공 이스라엘의 불운으로부터 시작된다. 환영 인파가 없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도착한 첫날 도서관 폐쇄 공고문을 보게 된 것은 너무 심하다. 담당자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예산이 조정되어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폐쇄했으니 대신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라고 말한다. 비록 단기 계약직 사서와 할인서점 판매원 정도의 경력뿐인 주인공이지만 이동도서관은 뭐랄까……, 너무 멋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런던으로 돌아가 봤자 어머니와 여자친구의 멸시밖에 기다릴 게 없는 주인공에게는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할 수 없이 이동도서관을 시작하려는데 두 번째 찾아온 시련- 도서관 책 1만 5,000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농사일에 바쁜 농부에게 읽을 만한 책을 배달해주는 게 당연한 일로 통하고, 평범한 운전기사가 단테의 『신곡』 번역에 대해 논하며,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우리에게 책을 달라!”라고 외치는 마을, 툼드럼. 이곳은 책을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불시착하고 싶은 ‘책의 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주의] 이 소설을 읽고 헤이온와이 가듯이 찾아가려는 노력일랑은 하지 마시라. 이 마을은 저자가 만들어낸, 책 냄새가 진동하는 가상의 도시다.
■ 이 소설은 위대한 작가들로부터 나온 자식이다
『도서관 책 도난 사건』은 책 마니아들이 공감할 만한 정서를 잔뜩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건 대화 중에 끊임없이 책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이 수없이 인용하고 비유하는 수많은 소설과 작가, 소설 속 인물들은 그걸 모르는 이들에게는 짜증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짜릿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책은 어떻게 찾으실 거예요?”
“아직 모르겠어.”
“파이프 담배 두 대짜리 문제예요?”
“아무리 못해도.” - 141쪽
“파이프 담배 두 대짜리”라는 말이 셜록 홈즈가 특별히 어려운 사건을 만났을 때 쓰는 표현이라는 걸 알아채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서 건져낼 즐거움이 유별날 것이다. 물론 셜록 홈즈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인용문에는 역주를 달았으며, 가능한 한 인용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을 묘사할 때 직접적인 설명을 하기에 앞서 그의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부터 살피기도 한다.
엘모어 레너드, 칼 하이어센……. 대부분 실제 범죄를 다룬 책들이었고 연쇄살인범과 오컬트에 관한 책도 몇 권 있었다.
“어이쿠, 목사님이 읽으시기엔 매우 자극적인 책이네요.”
“글쎄요.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죄에 대한 감각을 고도로 발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 호! 호!”
잉글랜드가 책들을 테이블 위로 쌓았다. 소설뿐 아니라 공인경영연구소의 『브랜드를 만드는 안내서』, 폴 매케나의 『최면세상』, 스티븐 R.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도 있었다. - 215쪽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어떤 장소의 분위기를 알아내는 것도 책을 통해서다.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불가사의할 정도로 조용했다. 침을 섞어 우적우적 씹는 소리와 틀니가 딸깍대는 낮은 소리, 차락차락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뿐이었다.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듯했다. 격동기의 비엔나 혹은 1960년대 파리도 이런 분위기였을 것 같았다. 다만 카를 크라우스나 장 폴 사르트르가 아닌 큰 활자로 된 캐서릭 쿡슨의 책을 읽고 있다는 점, 신선한 커피와 지탄, 그리고 막 구운 패스트리의 향이 아닌 시골찻집이자 마을회관이자 동시에 원예용품점인 장소 특유희 냄새를 풍기는 점을 보면 비엔나나 파리는 아닌 게 확실했다.
168-169쪽
누군가를 더 알고 싶을 때 그의 트위터 멘션 창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그가 입은 옷을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읽는 책, 그 사람의 책장에 꽂힌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관찰할 시간도, 스스로 경험을 축적할 시간도 넉넉해야 한다. 그러니 이런 방법은 몹시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는 느리지만 즐거운 길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에 빚지고 태어난 소설『도서관 책 도난 사건』은 독서의 은밀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이렇듯 남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 영국식 유머,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감정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가 속한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차이들을 두고 끊임없이 비아냥거리거나 유머의 소재로 삼는다. 주인공 이스라엘은 런던 출신으로 북아일랜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으며 다만 IRA가 활개 치는 말썽쟁이 나라로 인식한다.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출신지인 잉글랜드, 그중에서도 런던을 선망하는 듯하면서도 그를 ‘도시 촌뜨기’ 취급하며 의도적으로 냉랭하게 대한다. 한 예로 주인공 이스라엘은 북아일랜드에 도착해서 커피다운 커피를 마셔 보지 못하고 런던의 베이글 냄새를 그리워하는데,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런 이스라엘을 놀리며 자신들의 식문화를 거칠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스라엘은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그곳 문화에 자연스레 익숙해지는 식이다. 저자는 이렇듯 잉글랜드 사람과 북아일랜드 사람 사이의 뿌리 깊은 감정을 대화 속에 세밀하게 녹여냈다. 이는 먼저 이 소설을 만난 독자들이 가장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연감이다!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
주인공 이스라엘은 도서관에서 1만 5,000권이나 되는 책을 누가, 왜 훔쳤는지 추적하며 마을 사람들을 한 사람씩 용의선상에 올린다. 툼드럼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눈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이스라엘의 수사는 작은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에게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스라엘의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 혹은 이스라엘을 속이거나 쓸데없는 조언을 일삼은 개성만점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이스라엘_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지식은 얕은 편. 런던에서 왔다는 이유로 툼드럼 사람들에게 ‘도시 남자’ 인상을 주지만 실은 런던에서 별 볼 일 없던 축이었다. 툼드럼 사서로 취업해 드디어 팔자 피나 했는데 도서관은 폐쇄되고 책은 몽땅 사라졌다. 사라진 도서관 책만 얼른 찾고 이 도시를 뜨려 했지만, 왠지 괴상하기 이를 데 없는 툼드럼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테드 카슨_ 마을에 하나뿐인 택시회사 사장이자 기사. 이동도서관 차량을‘시민권적’이유로 숨겼다가 의회에 되팔았던 행적 때문에 이스라엘의 용의선상에 맨 처음 오르지만 사라진 책을 찾는 이스라엘을 끝까지 돕는 의리파다. 물론 처음에 이스라엘을 때리려 한 건 장난이었을 것이다.
조지_ 이스라엘에게 숙소랍시고 축사를 내준 농장주인. 어린 나이에 IRA 테러로 부모를 잃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이번 작품에서는 배신했지만 《MOBILE LIBRARY》시리즈는 세 권이나 더 있으니 앞날은 모를 일이다.
브라우니_ 조지의 남동생. 마을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에게 처음부터 호의를 보인 청년. 매우 똑똑하여
어려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탓에 무식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스라엘을 당황케 하지만, 그게 어디 이 청년 잘못이랴! 도서관 책을 찾는 중요한 국면마다 이스라엘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해준다.
드바인 할아버지_ 엄청난 육식주의자이면서도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금욕주의자. 조지와 브라우니 남매의 할아버지로 평소에 딴소리를 많이 하지만 잘 들어보면 엄청난 독서가임을 알 수 있다.
린다 웨이_ 이스라엘을 툼드럼으로 불러들인 툼드럼 의회 직원. 언제나 뭔가 먹고 있고 냄새나 트림으로 내용물을 주위 사람에게 확인시켜준다. 도서관 책이 없어진 것을 이스라엘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책들을 찾아내도록 몰아세운 장본인이다.
베로니카 버드_ 툼드럼의 지역신문 「공정한 기록자」의 여기자. 세련된 외모와 매력적인 화술로 이스라엘을 유혹하여 사라진 도서관 책에 관한 특종을 터트린다. 린다 웨이로부터 마타 하리라는 평을 듣고 있다.
노먼 캐닝_ 툼드럼 도서관의 전직 사서로 ‘노老 사서는 죽지 않는다. 다만 청소부가 될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잘리고 청소용역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도서관과 의회에 앙심을 품고 있어 책 도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다.
젤다, 미니_ 조지의 이모들. 광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조지네 식구들과는 왕래를 하지 않고 지낸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는 젤다는 도서관 책 도난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지만 이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본문 속으로
이스라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게 이스라엘의 문제였다. 책이 이스라엘을 망쳤다. 책은 여름날 오후에 방치한 크림처럼, 버터와 섞어 마구 휘저은 달걀처럼 이스라엘의 사고를 흩트렸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책만 파고드는 아이였다. 4남매 중 막내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 읽기를 좋아한 아이, 어린 나이에 놀라운 속도로 비소설을 읽던 아이, 십대가 되기 전에 잭 케루악을 읽은 아이, 16세 무렵 프랑스와 러시아의 대문호 작품 대부분을 읽은 아이였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지적이지만 소심하고 성미가 급하고 예민한 사람, 생각과 고민이 많으며 어휘력이 풍부하지만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16쪽
린다 웨이는 알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사서 직무 강좌를 들은 다음 단기계약직을 전전했던 사실을.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장 오래 일한 곳은 중심부에서 벗어난 에식스 써록의 레이크사이드 쇼핑센터 할인서점이라는 사실을. 잘나가는 사서라면 그런 직장에서는 잠깐이라도 일하지 않은 거라는 사실도. 이스라엘은 거기서 3년 하고도 2개월 5일 일했다. …… 지저분한 사무실에 앉아 게걸스레 과자를 먹고 콜라를 들이켜는 문화여가와 지역봉사 부서의 차장 린다 웨이는 이스라엘을 빤히 내려다보며 이 남자에게는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32쪽
테드가 이스라엘을 도서관 뒤편으로 데려갔다. 검은색 쓰레기 봉지들이 발목까지 차 있었기에 둘은 철문까지 봉지를 걷어차며 걸었다. 문은 주먹으로 치고, 망치로 두드리고, 칼로 찌르고, 불로 그을린 흔적 때문에 지옥문처럼 보였다.
테드가 커다란 열쇠 꾸러미를 꺼내더니 녹슨 철문을 열었다.
“단테의 지옥 편 같네요.” 이스라엘이 농담을 건넸다.
“단타이?”
“단테는 작가예요. 13세기에 살았던.”
“아, 그렇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테드가 말했다. “카슨의 번역본이 최고지.”“예?”
“존 D. 싱클레어나 도로시 L. 세이어즈보다는 훨씬 낫다고.”
“『신곡』을 아세요?”
“그럼. 여러 가지 번역본을 읽었지. 이동도서관 운전수가 운전하지 않는 동안에 뭘 하겠나.”
100쪽
“주위를 둘러보세요. 뭐가 보이세요?”
“도서관?”
“맞아요. 그런데 도서관에 오면 뭘 하죠?”
“술 마시기?”
“아니지요!”
“모르겠는데.”
“책을 읽잖아요.”
“책?”
“그래요, 책이오. 여기엔 책이 없어요!”
105쪽
“그사이에 당신은 사라진 책들을 찾아야 해요. 그게 당신 일이에요.”
“저는 도서관 사서라고요!”
“그러니 당신의 책들을 찾으라고요.”
“저는 빌어먹을 브라운 신부가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종파적인 언어를 쓸 필요는 없어요!”
“제기랄!”
113쪽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시오?”
노먼이 턱짓으로 현관께의 청소도구함과 커다란 진공청소기를 가리켰다.
“모릅니다.”
“청소용역이오. 그게 뭔지 아시오?”
“글쎄요.”
“사무실이나 중산층 가정집을 청소하는 일이오. 그들은 자신의 오물을 스스로 치우는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오. …… 스스로 책을 사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오.”
이스라엘은 말이 없었다.
“노老 사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노먼이 말했다. “단지 전직 사서가 될 뿐이다.”
“맞습니다.” 희미하게 웃으려고 노력하며 이스라엘이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지. 그렇지 않소? 노사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단지 청소부가 될 뿐이다.”
158쪽
이스라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애석하지만 그래도 이스라엘에게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한 권을 포함해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책이 서너 권 더 있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전에 일했던 에식스 써록의 할인서점에서 이별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스라엘은 노골적으로 조앤 K. 롤링을 싫어했기에 여태껏 그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에는 두툼하고 문장이 난해하고 등장인물들이 제멋대로 구는 아동 판타지 책이 필요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책이 형태가 완벽하고 목적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이번 세기에 출판된 최고의 책이었다. 이스라엘은 그 책을 꺼내 단단히 잡고 앞으로 내려찍어서 가게의 견고한 유리문 윗부분을 때려부쉈다. 그다음 안으로 손을 넣어 걸쇠를 만지작거리다가 경첩을 떼어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상황이 매슈 아널드가 ‘문학이 당신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때 의미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구원의 역할을 완수했다.
362쪽
“왜요? 왜 그랬어요?” 이스라엘이 물었다.
“왜 그랬을 것 같아요? 의회는 도서관을 빼앗았어요. 우리는 의회가 책까지 빼앗아가게 놔둘 수 없었어요.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서관을 폐쇄하겠다고 의회가 공고했을 때 우리는 책을 가지고 나와서 우리들의 도서관, 시민들의 도서관을 세웠던 것뿐이에요.”
381쪽
북아일랜드의 잿빛 소도시 툼드럼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의 책 도난 사건을 다룬 코믹 미스터리. 《MOBILE LIBRARY》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저자의 박람강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갓 부임한 사서 이스라엘이 사라진 도서관 책 1만 5,000권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며 책 중독자들과 사정없이 충돌하는데 그 와중에 터지는 영국식 유머와 책에 대한 은유가 남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툼드럼 구립도서관 사서로 부임한 주인공 이스라엘의 불운으로부터 시작된다. 환영 인파가 없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도착한 첫날 도서관 폐쇄 공고문을 보게 된 것은 너무 심하다. 담당자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예산이 조정되어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폐쇄했으니 대신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라고 말한다. 비록 단기 계약직 사서와 할인서점 판매원 정도의 경력뿐인 주인공이지만 이동도서관은 뭐랄까……, 너무 멋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런던으로 돌아가 봤자 어머니와 여자친구의 멸시밖에 기다릴 게 없는 주인공에게는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할 수 없이 이동도서관을 시작하려는데 두 번째 찾아온 시련- 도서관 책 1만 5,000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농사일에 바쁜 농부에게 읽을 만한 책을 배달해주는 게 당연한 일로 통하고, 평범한 운전기사가 단테의 『신곡』 번역에 대해 논하며,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우리에게 책을 달라!”라고 외치는 마을, 툼드럼. 이곳은 책을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불시착하고 싶은 ‘책의 달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주의] 이 소설을 읽고 헤이온와이 가듯이 찾아가려는 노력일랑은 하지 마시라. 이 마을은 저자가 만들어낸, 책 냄새가 진동하는 가상의 도시다.
■ 이 소설은 위대한 작가들로부터 나온 자식이다
『도서관 책 도난 사건』은 책 마니아들이 공감할 만한 정서를 잔뜩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건 대화 중에 끊임없이 책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이 수없이 인용하고 비유하는 수많은 소설과 작가, 소설 속 인물들은 그걸 모르는 이들에게는 짜증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짜릿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책은 어떻게 찾으실 거예요?”
“아직 모르겠어.”
“파이프 담배 두 대짜리 문제예요?”
“아무리 못해도.” - 141쪽
“파이프 담배 두 대짜리”라는 말이 셜록 홈즈가 특별히 어려운 사건을 만났을 때 쓰는 표현이라는 걸 알아채는 독자라면 이 소설에서 건져낼 즐거움이 유별날 것이다. 물론 셜록 홈즈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인용문에는 역주를 달았으며, 가능한 한 인용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을 묘사할 때 직접적인 설명을 하기에 앞서 그의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부터 살피기도 한다.
엘모어 레너드, 칼 하이어센……. 대부분 실제 범죄를 다룬 책들이었고 연쇄살인범과 오컬트에 관한 책도 몇 권 있었다.
“어이쿠, 목사님이 읽으시기엔 매우 자극적인 책이네요.”
“글쎄요.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죄에 대한 감각을 고도로 발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 호! 호!”
잉글랜드가 책들을 테이블 위로 쌓았다. 소설뿐 아니라 공인경영연구소의 『브랜드를 만드는 안내서』, 폴 매케나의 『최면세상』, 스티븐 R.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도 있었다. - 215쪽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어떤 장소의 분위기를 알아내는 것도 책을 통해서다.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불가사의할 정도로 조용했다. 침을 섞어 우적우적 씹는 소리와 틀니가 딸깍대는 낮은 소리, 차락차락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뿐이었다.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듯했다. 격동기의 비엔나 혹은 1960년대 파리도 이런 분위기였을 것 같았다. 다만 카를 크라우스나 장 폴 사르트르가 아닌 큰 활자로 된 캐서릭 쿡슨의 책을 읽고 있다는 점, 신선한 커피와 지탄, 그리고 막 구운 패스트리의 향이 아닌 시골찻집이자 마을회관이자 동시에 원예용품점인 장소 특유희 냄새를 풍기는 점을 보면 비엔나나 파리는 아닌 게 확실했다.
168-169쪽
누군가를 더 알고 싶을 때 그의 트위터 멘션 창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그가 입은 옷을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읽는 책, 그 사람의 책장에 꽂힌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관찰할 시간도, 스스로 경험을 축적할 시간도 넉넉해야 한다. 그러니 이런 방법은 몹시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는 느리지만 즐거운 길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에 빚지고 태어난 소설『도서관 책 도난 사건』은 독서의 은밀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이렇듯 남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 영국식 유머,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감정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가 속한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차이들을 두고 끊임없이 비아냥거리거나 유머의 소재로 삼는다. 주인공 이스라엘은 런던 출신으로 북아일랜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으며 다만 IRA가 활개 치는 말썽쟁이 나라로 인식한다.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출신지인 잉글랜드, 그중에서도 런던을 선망하는 듯하면서도 그를 ‘도시 촌뜨기’ 취급하며 의도적으로 냉랭하게 대한다. 한 예로 주인공 이스라엘은 북아일랜드에 도착해서 커피다운 커피를 마셔 보지 못하고 런던의 베이글 냄새를 그리워하는데,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런 이스라엘을 놀리며 자신들의 식문화를 거칠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스라엘은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그곳 문화에 자연스레 익숙해지는 식이다. 저자는 이렇듯 잉글랜드 사람과 북아일랜드 사람 사이의 뿌리 깊은 감정을 대화 속에 세밀하게 녹여냈다. 이는 먼저 이 소설을 만난 독자들이 가장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연감이다!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
주인공 이스라엘은 도서관에서 1만 5,000권이나 되는 책을 누가, 왜 훔쳤는지 추적하며 마을 사람들을 한 사람씩 용의선상에 올린다. 툼드럼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눈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이스라엘의 수사는 작은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에게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스라엘의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 혹은 이스라엘을 속이거나 쓸데없는 조언을 일삼은 개성만점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이스라엘_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지식은 얕은 편. 런던에서 왔다는 이유로 툼드럼 사람들에게 ‘도시 남자’ 인상을 주지만 실은 런던에서 별 볼 일 없던 축이었다. 툼드럼 사서로 취업해 드디어 팔자 피나 했는데 도서관은 폐쇄되고 책은 몽땅 사라졌다. 사라진 도서관 책만 얼른 찾고 이 도시를 뜨려 했지만, 왠지 괴상하기 이를 데 없는 툼드럼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테드 카슨_ 마을에 하나뿐인 택시회사 사장이자 기사. 이동도서관 차량을‘시민권적’이유로 숨겼다가 의회에 되팔았던 행적 때문에 이스라엘의 용의선상에 맨 처음 오르지만 사라진 책을 찾는 이스라엘을 끝까지 돕는 의리파다. 물론 처음에 이스라엘을 때리려 한 건 장난이었을 것이다.
조지_ 이스라엘에게 숙소랍시고 축사를 내준 농장주인. 어린 나이에 IRA 테러로 부모를 잃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이번 작품에서는 배신했지만 《MOBILE LIBRARY》시리즈는 세 권이나 더 있으니 앞날은 모를 일이다.
브라우니_ 조지의 남동생. 마을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에게 처음부터 호의를 보인 청년. 매우 똑똑하여
어려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탓에 무식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스라엘을 당황케 하지만, 그게 어디 이 청년 잘못이랴! 도서관 책을 찾는 중요한 국면마다 이스라엘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해준다.
드바인 할아버지_ 엄청난 육식주의자이면서도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금욕주의자. 조지와 브라우니 남매의 할아버지로 평소에 딴소리를 많이 하지만 잘 들어보면 엄청난 독서가임을 알 수 있다.
린다 웨이_ 이스라엘을 툼드럼으로 불러들인 툼드럼 의회 직원. 언제나 뭔가 먹고 있고 냄새나 트림으로 내용물을 주위 사람에게 확인시켜준다. 도서관 책이 없어진 것을 이스라엘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책들을 찾아내도록 몰아세운 장본인이다.
베로니카 버드_ 툼드럼의 지역신문 「공정한 기록자」의 여기자. 세련된 외모와 매력적인 화술로 이스라엘을 유혹하여 사라진 도서관 책에 관한 특종을 터트린다. 린다 웨이로부터 마타 하리라는 평을 듣고 있다.
노먼 캐닝_ 툼드럼 도서관의 전직 사서로 ‘노老 사서는 죽지 않는다. 다만 청소부가 될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잘리고 청소용역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도서관과 의회에 앙심을 품고 있어 책 도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다.
젤다, 미니_ 조지의 이모들. 광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조지네 식구들과는 왕래를 하지 않고 지낸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는 젤다는 도서관 책 도난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지만 이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본문 속으로
이스라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게 이스라엘의 문제였다. 책이 이스라엘을 망쳤다. 책은 여름날 오후에 방치한 크림처럼, 버터와 섞어 마구 휘저은 달걀처럼 이스라엘의 사고를 흩트렸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책만 파고드는 아이였다. 4남매 중 막내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 읽기를 좋아한 아이, 어린 나이에 놀라운 속도로 비소설을 읽던 아이, 십대가 되기 전에 잭 케루악을 읽은 아이, 16세 무렵 프랑스와 러시아의 대문호 작품 대부분을 읽은 아이였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지적이지만 소심하고 성미가 급하고 예민한 사람, 생각과 고민이 많으며 어휘력이 풍부하지만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16쪽
린다 웨이는 알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사서 직무 강좌를 들은 다음 단기계약직을 전전했던 사실을.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장 오래 일한 곳은 중심부에서 벗어난 에식스 써록의 레이크사이드 쇼핑센터 할인서점이라는 사실을. 잘나가는 사서라면 그런 직장에서는 잠깐이라도 일하지 않은 거라는 사실도. 이스라엘은 거기서 3년 하고도 2개월 5일 일했다. …… 지저분한 사무실에 앉아 게걸스레 과자를 먹고 콜라를 들이켜는 문화여가와 지역봉사 부서의 차장 린다 웨이는 이스라엘을 빤히 내려다보며 이 남자에게는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32쪽
테드가 이스라엘을 도서관 뒤편으로 데려갔다. 검은색 쓰레기 봉지들이 발목까지 차 있었기에 둘은 철문까지 봉지를 걷어차며 걸었다. 문은 주먹으로 치고, 망치로 두드리고, 칼로 찌르고, 불로 그을린 흔적 때문에 지옥문처럼 보였다.
테드가 커다란 열쇠 꾸러미를 꺼내더니 녹슨 철문을 열었다.
“단테의 지옥 편 같네요.” 이스라엘이 농담을 건넸다.
“단타이?”
“단테는 작가예요. 13세기에 살았던.”
“아, 그렇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테드가 말했다. “카슨의 번역본이 최고지.”“예?”
“존 D. 싱클레어나 도로시 L. 세이어즈보다는 훨씬 낫다고.”
“『신곡』을 아세요?”
“그럼. 여러 가지 번역본을 읽었지. 이동도서관 운전수가 운전하지 않는 동안에 뭘 하겠나.”
100쪽
“주위를 둘러보세요. 뭐가 보이세요?”
“도서관?”
“맞아요. 그런데 도서관에 오면 뭘 하죠?”
“술 마시기?”
“아니지요!”
“모르겠는데.”
“책을 읽잖아요.”
“책?”
“그래요, 책이오. 여기엔 책이 없어요!”
105쪽
“그사이에 당신은 사라진 책들을 찾아야 해요. 그게 당신 일이에요.”
“저는 도서관 사서라고요!”
“그러니 당신의 책들을 찾으라고요.”
“저는 빌어먹을 브라운 신부가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종파적인 언어를 쓸 필요는 없어요!”
“제기랄!”
113쪽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시오?”
노먼이 턱짓으로 현관께의 청소도구함과 커다란 진공청소기를 가리켰다.
“모릅니다.”
“청소용역이오. 그게 뭔지 아시오?”
“글쎄요.”
“사무실이나 중산층 가정집을 청소하는 일이오. 그들은 자신의 오물을 스스로 치우는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오. …… 스스로 책을 사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오.”
이스라엘은 말이 없었다.
“노老 사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노먼이 말했다. “단지 전직 사서가 될 뿐이다.”
“맞습니다.” 희미하게 웃으려고 노력하며 이스라엘이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지. 그렇지 않소? 노사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단지 청소부가 될 뿐이다.”
158쪽
이스라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애석하지만 그래도 이스라엘에게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한 권을 포함해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책이 서너 권 더 있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전에 일했던 에식스 써록의 할인서점에서 이별 선물로 받은 책이다. 이스라엘은 노골적으로 조앤 K. 롤링을 싫어했기에 여태껏 그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에는 두툼하고 문장이 난해하고 등장인물들이 제멋대로 구는 아동 판타지 책이 필요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책이 형태가 완벽하고 목적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이번 세기에 출판된 최고의 책이었다. 이스라엘은 그 책을 꺼내 단단히 잡고 앞으로 내려찍어서 가게의 견고한 유리문 윗부분을 때려부쉈다. 그다음 안으로 손을 넣어 걸쇠를 만지작거리다가 경첩을 떼어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상황이 매슈 아널드가 ‘문학이 당신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때 의미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구원의 역할을 완수했다.
362쪽
“왜요? 왜 그랬어요?” 이스라엘이 물었다.
“왜 그랬을 것 같아요? 의회는 도서관을 빼앗았어요. 우리는 의회가 책까지 빼앗아가게 놔둘 수 없었어요.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으니까요.”
“하지만…….”
“도서관을 폐쇄하겠다고 의회가 공고했을 때 우리는 책을 가지고 나와서 우리들의 도서관, 시민들의 도서관을 세웠던 것뿐이에요.”
3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