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터 프로젝트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드는 영웅적이면서도 무모한 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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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명 : 원제 The Toaster Project
• 지은이 : 토머스 트웨이츠(Thomas Thwaites)
• 옮긴이 : 황성원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48x224, 208쪽
• 펴낸날 : 2012-07-11
• ISBN : 9788958073871
• 도서상태 : 절판
저자소개
지은이 : 토머스 트웨이츠(Thomas Thwaites)
디자이너. 주로 기술, 과학, 경제가 트렌드, 문학, 신념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현대와 미래사회를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작품에 주력하고 있다. 런던대학교 학부 시절에 공부한 경제학과 생물학은 지금의 디자인 작업에 밑천이 되었다. 2009년에 왕립예술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서 세계 곳곳의 갤러리, 축제, 중국국립박물관과 런던과학발물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슐로스 솔리튜드 아카데미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옮긴이 : 황성원
대학에서 영문학과 지리교육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생태담론, 탈자본주의적 주체성, 사회운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역서로 『세계의 빈곤, 누구의 책임인가』『혁명을 표절하라』 『음식의 종말』 등이 있고, 공역으로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슬로푸드, 맛있는 혁명』,『불경한 삼위일체』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절대 빵을 넣어서는 안 될 토스터가 있다. 이미 청중 앞에서 빵 대신 제 몸을 태운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제적인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가 맨손으로 만든 토스터 얘기다. 『토스터 프로젝트』는 이 젊은 예술가가 원재료 채취부터 시작해서 토스터를 제작한, 무모하고도 강렬한 모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스터는 “우리가 사용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 갖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갖고 있기도 쉬워서 하나 샀다가 고장 나거나 더러워지거나 낡으면 쉽게 내버리는, 그런 물건들의 대표”(본문 36쪽)이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5 : 대체로 무해함』에 나오는 문장 “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내버려두면 그는 토스터조차 만들 수 없었다. 겨우 샌드위치 정도나 만들 수 있을까?” 때문. 인류가 큰 위기에 빠진다면 이전에 쓰던 가전제품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그 점이 궁금했다.
토스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마저 재치 있고 익살맞게 그렸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외부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실용적인 기능이라고는 죄다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 망가지는 환경 문제, 결국 아무도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소박한 깨달음까지.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까지 받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소비문화의 문제점과 그 안에서 우리가 점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스터는 “우리가 사용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 갖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갖고 있기도 쉬워서 하나 샀다가 고장 나거나 더러워지거나 낡으면 쉽게 내버리는, 그런 물건들의 대표”(본문 36쪽)이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5 : 대체로 무해함』에 나오는 문장 “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내버려두면 그는 토스터조차 만들 수 없었다. 겨우 샌드위치 정도나 만들 수 있을까?” 때문. 인류가 큰 위기에 빠진다면 이전에 쓰던 가전제품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그 점이 궁금했다.
토스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패마저 재치 있고 익살맞게 그렸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외부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실용적인 기능이라고는 죄다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 망가지는 환경 문제, 결국 아무도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소박한 깨달음까지.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까지 받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소비문화의 문제점과 그 안에서 우리가 점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목차
추천사 _ 이우일(일러스트레이터)
들어가며
분해DECONSTUCTION
강철STEEL
운모MICA
플라스틱PLASTIC
구리COPPER
니켈NICKEL
조립CONSTRUCTION
프로젝트를 마치며
참고문헌
들어가며
분해DECONSTUCTION
강철STEEL
운모MICA
플라스틱PLASTIC
구리COPPER
니켈NICKEL
조립CONSTRUCTION
프로젝트를 마치며
참고문헌
편집자 추천글
세상은 당신이 소비자로만 남기를 원하고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점점 커진다
토스터 제작에 나선 저자에게 첫 번째 닥친 미션은 철광석을 제련하는 것. 토스터의 뼈대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강철이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더 이상 채광은 하지 않고 관광지로만 명맥을 유지하는 광산에 가서 몇 덩이 주워 왔다. 그리고 아직은 붉은 돌덩어리에 불과한 철광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로 추출야금을 할 때 요즘 책들은 쓸모가 없다. 복잡한 산업공정을 설명하는 흐름도와 화학 반응을 보여 주는 등식 등 풍부한 자료를 갖춘 책들은 타타철강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직접 이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58쪽)
도시에 사는 이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자판 두드리는 일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고도로 문명화되었다고 믿으며 만들 줄 아는 게 없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혹시 만에 하나 직접 뭔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이미 완벽하게 정립된 기술을 구글링해서 찾을 수 있고 또한 금세 숙련될 거라고 믿는다. 저자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실상은 달랐다. 소비문화에 익숙한 도시인은 실용적인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점점 산업시스템에서 부속화되었고 이익은 불공평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이 문제를 눈치 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리를 채취할 때 문제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저자가 찾은 광산은 사적지라서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채취해서는 안 되었다. 할 수 없이 가장 표가 덜 날 것 같은 ‘구리 녹은 물’을 담아오기로 했다. 광산 근처에 있는 강은 노출된 암석과 물이 반응하여 빨간색으로 아주 강한 산성을 띠었다. 토스터 등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물건을 만드느라 땅을 파헤쳐서 인근의 강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된 것이다. 빨간색 물이 흐르는 강은 우리 집과는 머니까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당장은 당신 앞마당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그건 언제 당신의 일이 될지 모른다. 저자는 차라리 이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여 적절하게 분배하는 편이 공정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만일 토스터 생산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계산에 넣는다면 토스터는 비싸질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토스터를 그렇게 자주 새로 사지는 못할 것이며, 따라서 당연하게도 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토스터를 사지 못할 것이다.” (본문 184쪽)
저자의 두 가지 제안
1. 모든 물건에 설명서 두 개를 넣기 2. 간단한 전자제품 조립해보기
그렇다고 갑자기 꼬치에 빵을 끼워 모닥불에 구워 먹거나 9개월간 생업을 포기하고 토스터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토스터 프로젝트』에서 그랬듯이 일상적인 물건에 녹아 있는 역사와 투쟁, 사상과 에너지, 원료들의 기원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값싼 물건에 대한 비용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할 방법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자나 정치가가 제시해야 할 거대한 담론이나 정책은 남겨 놓고, 대신 자신이 상상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모든 상품에 설명서를 두 개 넣는 것이다. 하나는 조립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하나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이걸 다시 분류한 뒤 다른 제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업체인 액시온리사이클링 사를 견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재활용업체는 수지타산을 맞추느라 쓰레기를 대충대충 분류한다. 그러나 ‘얼핏’ 비슷해 보이는 부품들을 같은 재료로 간주하고 재가공하면 그 재료의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래된 비행기에서 알루미늄을 분리해 재활용해도 다시 비행기 부품으로는 쓸 수 없고 알루미늄 캔이 되었다가 또 불순물이 섞이면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수밖에 없는 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사용을 마치고 스스로 제품을 분리할 수 있다면, 혹은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아직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얼른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더 사라고만 요구한다.
저자의 두 번째 제안은 학교에서 토스터나 주전자, 혹은 작은 전자레인지를 직접 조립해보는 것이다. 물건에 역사성이라든지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할 것이 아닌가. 단순히 전자대리점에서 골라온 물건 이상이 된다면 소비자는 더 오래 간직하면서 잘 관리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고쳐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작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괴물 같은 토스터나마 만들었을까?
어떤 사람은 『토스터 프로젝트』를 실패라고 볼지도 모른다. 저자가 한국 독자를 위한 에필로그에 고백했다시피 마지막 시연을 했을 때 토스터는 빵을 굽는 대신 제 몸을 스스로 구웠다. 그러나 이 패기만만한 디자이너는 이 프로젝트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첫째,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고(실제로 위험하다 싶은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둘째, 열판이 실제로 뜨거워졌으며 셋째, 토스터를 만든 과정 자체가 일종의 모험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자대리점의 진열대 위에 반짝거리고 늘씬한 모양의 토스터들이 조명을 받아 멋지게 빛나고 있다. 그 옆에 치즈가 녹아내린 듯한 모양의 토스터가 하나 있다. 가격은 처음 모델로 삼았던 토스터의 250배가 넘고, 같은 진열대에 있는 토스터와도 비교할 수 없이 비싸다. 아마 이 토스터를 제정신으로 살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토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는 영국 곳곳을 여행하고 역사를 여행했으며 산업시스템의 문제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현대인이 누리는 문명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갔다. 토스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절대 닿지 못했을 세계였을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을 이렇게 맺고 있다.
“무언가를 실제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 절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 책을 디자인서라 칭한다 - 재치 있는 글과 사진 배치를 만나는 즐거움
디자인을 전공한 이답게 9개월간의 대장정을 시각적으로도 재치 있게 담았다. 싼 제품이라면 부품도 간단하리라 믿고 가장 저렴한 토스터를 하나 모델로 삼아 분해해봤더니 부품은 총 404개. 재료에 따라 분류하자면 이보다 더 숫자가 커질 게 뻔했다. 저자는 3.94파운드(한화로 10,000원이 채 안 된다)짜리 토스터에 이렇게나 많은 부품들이 들어 있다는 데에 놀라며(이때의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신이 만들 토스터는 ‘토스터스러움’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기로 한다. 그 결과 남은 재료가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이었다. 그리고 원료를 채취하여 부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모델로 삼은 부품을 앞에, 자신이 만든 부품을 뒤에 배치하고 중간에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서술하는 식이다. 부품들은 모델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토스터인지 치즈가 끓어 넘친 냄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토스터가 매장 진열대에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장면으로 이 책은 끝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제작과정과 실패담을 재치 있는 사진 배치와 입담으로 한층 흥미롭게 풀어냈다.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점점 커진다
토스터 제작에 나선 저자에게 첫 번째 닥친 미션은 철광석을 제련하는 것. 토스터의 뼈대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강철이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더 이상 채광은 하지 않고 관광지로만 명맥을 유지하는 광산에 가서 몇 덩이 주워 왔다. 그리고 아직은 붉은 돌덩어리에 불과한 철광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정말로 추출야금을 할 때 요즘 책들은 쓸모가 없다. 복잡한 산업공정을 설명하는 흐름도와 화학 반응을 보여 주는 등식 등 풍부한 자료를 갖춘 책들은 타타철강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직접 이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58쪽)
도시에 사는 이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자판 두드리는 일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고도로 문명화되었다고 믿으며 만들 줄 아는 게 없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혹시 만에 하나 직접 뭔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이미 완벽하게 정립된 기술을 구글링해서 찾을 수 있고 또한 금세 숙련될 거라고 믿는다. 저자의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실상은 달랐다. 소비문화에 익숙한 도시인은 실용적인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점점 산업시스템에서 부속화되었고 이익은 불공평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이 문제를 눈치 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리를 채취할 때 문제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저자가 찾은 광산은 사적지라서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채취해서는 안 되었다. 할 수 없이 가장 표가 덜 날 것 같은 ‘구리 녹은 물’을 담아오기로 했다. 광산 근처에 있는 강은 노출된 암석과 물이 반응하여 빨간색으로 아주 강한 산성을 띠었다. 토스터 등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물건을 만드느라 땅을 파헤쳐서 인근의 강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된 것이다. 빨간색 물이 흐르는 강은 우리 집과는 머니까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당장은 당신 앞마당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그건 언제 당신의 일이 될지 모른다. 저자는 차라리 이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여 적절하게 분배하는 편이 공정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만일 토스터 생산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계산에 넣는다면 토스터는 비싸질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토스터를 그렇게 자주 새로 사지는 못할 것이며, 따라서 당연하게도 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토스터를 사지 못할 것이다.” (본문 184쪽)
저자의 두 가지 제안
1. 모든 물건에 설명서 두 개를 넣기 2. 간단한 전자제품 조립해보기
그렇다고 갑자기 꼬치에 빵을 끼워 모닥불에 구워 먹거나 9개월간 생업을 포기하고 토스터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토스터 프로젝트』에서 그랬듯이 일상적인 물건에 녹아 있는 역사와 투쟁, 사상과 에너지, 원료들의 기원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값싼 물건에 대한 비용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할 방법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자나 정치가가 제시해야 할 거대한 담론이나 정책은 남겨 놓고, 대신 자신이 상상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모든 상품에 설명서를 두 개 넣는 것이다. 하나는 조립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하나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이걸 다시 분류한 뒤 다른 제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설명서.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업체인 액시온리사이클링 사를 견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재활용업체는 수지타산을 맞추느라 쓰레기를 대충대충 분류한다. 그러나 ‘얼핏’ 비슷해 보이는 부품들을 같은 재료로 간주하고 재가공하면 그 재료의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래된 비행기에서 알루미늄을 분리해 재활용해도 다시 비행기 부품으로는 쓸 수 없고 알루미늄 캔이 되었다가 또 불순물이 섞이면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수밖에 없는 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사용을 마치고 스스로 제품을 분리할 수 있다면, 혹은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아직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얼른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더 사라고만 요구한다.
저자의 두 번째 제안은 학교에서 토스터나 주전자, 혹은 작은 전자레인지를 직접 조립해보는 것이다. 물건에 역사성이라든지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할 것이 아닌가. 단순히 전자대리점에서 골라온 물건 이상이 된다면 소비자는 더 오래 간직하면서 잘 관리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고쳐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작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괴물 같은 토스터나마 만들었을까?
어떤 사람은 『토스터 프로젝트』를 실패라고 볼지도 모른다. 저자가 한국 독자를 위한 에필로그에 고백했다시피 마지막 시연을 했을 때 토스터는 빵을 굽는 대신 제 몸을 스스로 구웠다. 그러나 이 패기만만한 디자이너는 이 프로젝트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첫째,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고(실제로 위험하다 싶은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둘째, 열판이 실제로 뜨거워졌으며 셋째, 토스터를 만든 과정 자체가 일종의 모험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자대리점의 진열대 위에 반짝거리고 늘씬한 모양의 토스터들이 조명을 받아 멋지게 빛나고 있다. 그 옆에 치즈가 녹아내린 듯한 모양의 토스터가 하나 있다. 가격은 처음 모델로 삼았던 토스터의 250배가 넘고, 같은 진열대에 있는 토스터와도 비교할 수 없이 비싸다. 아마 이 토스터를 제정신으로 살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토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는 영국 곳곳을 여행하고 역사를 여행했으며 산업시스템의 문제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현대인이 누리는 문명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 사이를 오고 갔다. 토스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절대 닿지 못했을 세계였을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을 이렇게 맺고 있다.
“무언가를 실제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 절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 책을 디자인서라 칭한다 - 재치 있는 글과 사진 배치를 만나는 즐거움
디자인을 전공한 이답게 9개월간의 대장정을 시각적으로도 재치 있게 담았다. 싼 제품이라면 부품도 간단하리라 믿고 가장 저렴한 토스터를 하나 모델로 삼아 분해해봤더니 부품은 총 404개. 재료에 따라 분류하자면 이보다 더 숫자가 커질 게 뻔했다. 저자는 3.94파운드(한화로 10,000원이 채 안 된다)짜리 토스터에 이렇게나 많은 부품들이 들어 있다는 데에 놀라며(이때의 감정은 당혹감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신이 만들 토스터는 ‘토스터스러움’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기로 한다. 그 결과 남은 재료가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이었다. 그리고 원료를 채취하여 부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모델로 삼은 부품을 앞에, 자신이 만든 부품을 뒤에 배치하고 중간에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서술하는 식이다. 부품들은 모델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토스터인지 치즈가 끓어 넘친 냄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토스터가 매장 진열대에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장면으로 이 책은 끝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제작과정과 실패담을 재치 있는 사진 배치와 입담으로 한층 흥미롭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