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호에 사세요? (큰숲동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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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김소연
• 그린이 : 김효진
• 가격 : 11,000원
• 책꼴/쪽수 :
163x230, 204쪽
• 펴낸날 : 2013-06-24
• ISBN : 9788958074366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하반기 우수문학도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선정 우수문학도서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겨울방학 권장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어린이)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여름방학 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초등고학년)
꿈꾸는도서관 추천도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선정 우수문학도서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겨울방학 권장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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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소연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우리나라 역사와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동화작가입니다. 미래의 역사가 될 우리 어린이들에게 재밌고 건강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열심히 생각하고 상상합니다. 단편「행복한 비누」가 2004 샘터문학상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선생님은「꽃신」으로 월간「어린이동산」제15회 중편 동화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장편『명혜』로 제11회 창비어린이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남사당 조막이』『나불나불 말주머니』『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김효진
짧은 이야기를 짓고 작은 그림들을 그리면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작가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국 킹스턴대학을 졸업하고, ‘보림창작그림책’ 공모전과 ‘노마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는『나랑 화장실 갈 사람?』『마음아, 작아지지 마』『손으로 그려 봐야 우리 땅을 잘 알지』『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 등이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
하나하나 건져 올린 ‘진짜 나와 너의 이야기’
뜨인돌어린이 고학년 창작동화 시리즈인 큰숲동화 세 번째 책『몇 호에 사세요?』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대하고도 솔직한 시선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지만 괜찮은 듯 의연해 보이지만 실은 삐져나오려는 마음속 상처를 홀로 달래고 있는 아이들. 바로 우리가 오늘도 어딘가에서 어깨를 스친 평범한 친구들의 모습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갈등과 힘겹게 맞서고 있는 아이들. 『몇 호에 사세요?』에서는 여러 빛깔 삶의 모습 안에서 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가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단짝 친구와의 갈등을 통해 욕심보다 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정민「피에로 엽서」, 아빠의 실직과 엄마의 가출로 해체된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여 가는 성수「컵라면」, 나 아닌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 안에서 먼저 다가가고자 용기를 내는 재민「몇 호에 사세요?」, 칭찬에 인색한 엄마 때문에 받은 상처를 유쾌하게 극복해 가는 수빈「칭찬 좀 해 봐」, 자신과 너무나 다른 성격의 누나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승준 「호떡 두 개」, 가난에 주눅 들어 놓칠 뻔한 행복을 다시 보게 되는 승민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시작하는 정훈「장난감 트럭」, 한부모 가정이라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와 마음을 나누게 되는 지영「꽃병」.
책에 모인 여덟 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지금도 우리 옆에서 갈등하고 생각하며 단단해져 가는 보통 아이들이기에, 독자들에게 편안히 다가가며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풀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여덟 편의 동화가 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열심히 아파하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동화작가 김소연과 함께 8년이란 긴 시간을 걸어온 아이들
마침내 그 아이들이 독자에게 다가가다
『꽃신』『명혜』『남사당 조막이』 등 풍부한 역사 소재를 통해 깊이 있는 생각거리를 던졌던 작가 김소연이 이번에는 현실 소재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의 삶에 주목하였다. 이전의 역사동화들에서 주인공이 사는 과거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삶과 시대상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절제된 문체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다양한 갈등 양상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럼으로써 친절한 해설보다는 독자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고 자신의 모습과 빗대어 반추해 볼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며,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다. 김소연 동화집 『몇 호에 사세요?』는 2013 「창비어린이」 봄호에 우수 작품으로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표제작을 포함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진정성 있는 ‘살아 있는 동화’ 여덟 편으로 구성되었다.
각 작품에는 남다르고 유별난 아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보다는 조용히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보통 아이들의 특별한 마음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우정, 가족애, 어른들에게 상처받는 아이들, 타인과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들이 ‘사랑’이라는 하나의 줄기 안에서 세심하고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여기 모인 작품들은 마침표를 찍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각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후에도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은 뒷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을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탄탄한 서사력과 세심한 관찰력, 안정감 있는 문체와 따뜻한 시선을 지닌 작가 김소연이 그린 생활동화 모음집『몇 호에 사세요?』는 오랫동안 김소연의 동화를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연약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세계를 가꾸며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
이기적인 어른들의 행동에 짓눌리고 무심한 사회의 외면에 상처받은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이들. 학업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족 간의 소통 단절, 물질주의로 인한 삭막한 정서, 소외와 결핍 등 기성세대들이 지어 놓은 틀 안에 갇힌 채 현재를 사는 아이들의 삶 앞에는 어른 세계 못지않은 다양한 문제가 놓여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 앞에서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려 애쓰고 있다.
『몇 호에 사세요?』 안에 모인 동화 속 등장인물들 역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씩씩하게 자신들의 세계를 가꾸며 자란다.
「몇 호에 사세요?」에서 재민이는 낯선 이는 무조건 경계하라는 엄마의 과잉보호를 벗어나 치매 할머니와의 소통을 위해 한 발짝 다가서고, 「컵라면」의 성수는 가족이 해체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나아가 닫힌 아빠의 마음도 움직인다. 「장난감 트럭」의 정훈이는 부모의 별거를 원망스러워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이 되기까지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며 감정을 억누른다. 하지만 잊고 있던 장난감 트럭에서 간절했던 꿈을 발견하고, 더 이상 참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에서 승민이네 가족은 갑작스레 찾아온 가난에 가족 모두가 지치고 상처받지만, 옥상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올라서며 서로를 사랑으로 따뜻이 안는다. 이렇듯 각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내면에는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들이 크고 작은 대립과 혼란을 반복하고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외부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내면 갈등을 적극적으로 치유해 내며 씩씩하게 성장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실패와 시련을 겪으며 현실에 부딪히는 불완전한 인물들이다. 가정과 사회의 강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엔,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에 휘청거리는 이 시대의 어른들. 어른들 역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 놓인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각 작품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무작정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포장하지 않고 확대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의 기회를 던진다. 이렇듯 여덟 편의 단편 안에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타인을 향한 소통과 애정이 담겨 있다.
■ 차례 및 작품 소개
피에로 엽서_ 특이한 엽서를 모으는 게 취미인 정민이는 어느 날 단짝 친구 현지에게 그동안 모았던 엽서들을 보여 준다. 항상 조용하고 착했던 현지가 갑자기 피에로 모습이 담긴 엽서를 달라고 하자 정민이는 정색하며 거절하고, 그 일로 인해 둘 사이는 차츰 멀어지게 된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지만 어찌할 줄 몰라 망설이던 찰나 마침내 현지가 먼저 정민이를 불러내는데…….
컵라면_ 아빠의 실직 후 엄마는 직접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가고, 남겨진 성수는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지낸다. 혼자 밥을 차려먹는 게 귀찮아 컵라면으로 때우는 게 일상인 성수. 예전엔 싫어했던 엄마표 햄버거가 몹시 그립다. 그러던 어느 날, 컵라면 속에 햄버거가 들어 있는 믿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몇 호에 사세요?_ 아파트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된 재민이. 처음엔 모르는 척 지나쳤지만 자꾸 마주치게 되는 할머니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할머니를 경계하던 재민이는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할머니를 기다리는데…….
칭찬 좀 해 봐_ 아무리 잘해도 칭찬은커녕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며 수빈이에게 잔소리만 해대는 엄마.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흉을 보는 엄마가 수빈이는 그저 못마땅하고 서운하다. 그런 수빈이에게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호떡 두 개_ 승준이는 가족들보다 친구들을 더 좋아하고 공부보다는 노는 것에 심취한 누나 상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성적이 안 나와도, 엄마한테 자존심 상하는 소리를 들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누나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누나를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_ 엄마 아빠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탓에 연립주택에 이사 오게 된 승민이와 하민이. 옥상 위에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주인집의 눈치에 상처만 받는다. 몸도 마음도 지쳐 우울해진 크리스마스날, 집에 돌아오니 옥상에 뜻하지 않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장난감 트럭_ 정훈이에겐 한마디 상의도 없이 별거를 결정한 엄마와 아빠. 아빠가 떠난 후 유독 싱글맘 흉내를 내는 엄마가 정훈이는 불편하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책장 위에서 잊었던 꿈과 함께 장난감 트럭을 발견하게 되는데…….
꽃병_ 아빠를 따라 낚시터에 간 지영이는 그곳에서 엄마를 도와 일하는 선주를 만나게 된다. 마음과 달리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는 지영이와 선주. 술병 사건으로 오해를 풀고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 책 속에서
“어?”
그릇 안을 들여다보던 나는 흠칫 놀랐다.
용기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라면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웬 햄버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빵 한가운데 꽂혀 있는 젓가락을 빼고 햄버거를 꺼내 들었다.
“어라, 이건…….”
동그란 빵 사이에 두툼한 쇠고기 부침과 양파, 그 위에 양상추와 계란이 얹힌 그것은……, 그것은 틀림없는 엄마표 햄버거였다. 계란 부침이 들어간 햄버거가 어디 있냐고 놀릴 때마다 옛날 햄버거에는 다 들어 있었다며 우기던 엄마.
-「컵라면」에서
재민이는 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제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고 아까 했던 얘기도 까먹고…….”
할머니는 재민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틀림없었다. 삼각 김밥을 쥔 손아귀에 슬며시 힘이 빠졌다. 그러다 머리를 세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기억 못 하면 내가 하면 되지.”
재민이는 할머니 앞으로 다가섰다.
“몇 호에 사세요?”
할머니는 그 말에 눈을 깜짝거리며 재민이를 올려다봤다.
-「몇 호에 사세요?」에서
“아니, 왜 만날 다른 엄마들한테 날 깎아내리냐고요. 난 엄마가 어디 가서 내 자랑하는 거 한 번도 못 들었어. 칭찬은커녕 다른 엄마들이 나보고 뭐라고 좋은 얘기하면 절대 아니라고 박박 우기고. 엄마는 내가 그렇게 못나 보여요?” 쌓아 두었던 말이 팍 터져 나왔다.
엄마는 내가 씩씩거리는 걸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 몰라? 남들 앞에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삐끗해서 창피 당하는 것보다 조용히 실력으로 보여 주는 게 진짜 자랑하는 거야.”
엄마는 마치 남들보다 한 수 위라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자랑하고 싶어도 자랑할 거리가 있어야지. 지금껏 네가 받아 온 점수를 봐라. 엄마가 배짱 좋게 남들한테 딸 자랑하게 생겼나.”
“엄마는 딸 자랑할 게 시험 점수밖에 없어요?”
나는 팩 토라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칭찬 좀 해 봐」에서
“바쁘긴 뭐가 바빠? 만날 베란다에 멍하니 서 있기만 하면서.”
내 말에 엄마가 뚝 멈추었다.
“멍하니 서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만날 그러잖아요. 틈만 나면 베란다에 나가서 앞집 벽만 보고 서 있잖아요.”
엄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찌할 줄 몰랐다.
엄마가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나는 내 말이 그토록 심한 말이었나 싶어 가슴이 쿵쿵 뛰었다.
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심심하던 차에 재미난 구경이나 난 듯 눈길을 모았다.
엄마와 난 우스꽝스런 구경거리가 된 줄도 모르고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그때, 가운데 서 있던 하민이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오빠, 엄마 멍하니 있는 거 아니야.”
“뭐라고?”
“엄마 하늘 보면서 쉬는 거라고. 선생님 하느라 힘드니까.”
나는 하민이 목소리에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옥상 위의 크리스마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