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지나친 관용으로 균형 잃은 교육을 지금 다시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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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베른하르트 부엡
• 옮긴이 : 유영미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2,000원
• 책꼴/쪽수 :
135x210, 164쪽
• 펴낸날 : 2014-05-28
• ISBN : 9788958075226
• 십진분류 : 사회과학 > 교육학 (37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책
저자소개
지은이 : 베른하르트 부엡
탄자니아에서 태어났다. 철학과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고, 30년 동안 유럽의 명문 기숙학교로 꼽히는 독일 살렘학교(Schule Schloss Salem)에서 교장을 역임했다. 살렘학교의 3대 덕목인 ‘진리에 대한 사랑’, ‘용기’, ‘공동체 정신’을 온 삶으로 실천하면서 진실과 정직이 사람을 사람답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한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인간 사회에 대한 해법 역시 정직이라고 말한다. 정직은 인간의 본성이며, 이기심에 자리를 내준 본성을 되찾을 때만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단언한다. 그의 강력한 촉구는 강한 울림을 준다. 지은 책으로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아이들을 지도할 의무』 등이 있다.
옮긴이 :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도서에서부터 인문, 교양과학, 사회과학, 에세이, 기독교 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비교하지 않는 습관》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추천의 글
1부 왜 다시 엄한 교육인가?
엄하게 가르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는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절대로 아이에게 지지 마라
권위 없는 어른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2부 감정만 읽어 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와 모든 일을 토론할 필요는 없다
왜 무질서한 아이로 키우는가?
벌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3부 엄하게 가르치는 기술
아이에게 공동체를 선물하라
아이에게 노는 것을 허하라
노력이 습관이 되도록 가르쳐라
맺는 글
편집자 추천글
독일 명문 살렘학교 교장이
왜곡된 교육 현실에 던지는 쓴소리
‘엄하게 가르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공격적이고 차가운 태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 안에 있는 능력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는 못해 줄망정 아이들을 평가절하하고 억압하는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 교육은 원칙과 관용, 훈련과 사랑, 일관성과 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 어른들이 엄격한 교육을 버리고 지나치게 사랑하고 배려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작 사랑할 줄 모르고 배려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아이의 도덕성과 질서를 잡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감정을 읽어 주고 위로하기에 바쁘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아 일반 교육에서 제외되고,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발견되지 않은 천재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은 자아가 약하거나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현상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물론 감정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이의 인성 발달에 큰 문제가 생긴다. 노력이 부족하고, 버릇이 없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게 원인일 수 있는데, 자율과 신뢰라는 이름 하에 무질서한 행동에 면죄부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원칙과 일관성 없이 아이들을 그저 내버려두다가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은 지금까지 강도 높게 독일 교육제도를 비판해 온 저명한 교육자이자 독일 명문 살렘학교 교장으로, 그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명제들을 이 책에 조목조목 정리해 내 놓았다. 히틀러 정권 이후 독일에는 자유주의 교육이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교육관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절과 배려를 모른 채 컸고, 그 결과 자신의 욕망만 남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는 찌든 구석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었고, 부모는 아이의 끝도 없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자유주의 교육의 부작용을 꼬집으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와 훈련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과 사례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은 상전(上典)의 자리에 앉거나 부모 혹은 교사의 스스럼없는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과 끝도 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떼를 쓰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다. 어른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힘들지만, 일방적으로 규칙을 제시하고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아이들을 바로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새롭게 주목받는 교육법이 있다. 바로 프랑스 교육법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기에 당연히 자유로운 교육을 할 것 같지만 이 나라에는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교육법은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하수인이 아니라 사령관이다. 사령관은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기본과 상식을 담은 규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밀어붙인다. 그래야 어른과 아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아이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도 이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하게 교육한다는 것은 강압과 폭력이 아니다. 대신, 아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훈련하고, 혼자서 설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보아 온 잘못된 교육의 예와 그 안에서 끈기 있게 실천해 온 엄한 교육의 좋은 예를 함께 보여 준다. 저자는 엄하고 일관성 있는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절제와 끈기, 배려를 배워 목표를 끝까지 성취해 낼 줄 알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다고 단언한다.
저자 또한 자유로운 교육을 추구했던 때가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에게 해가 되거나 퇴행하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아이들은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 잘해 낼 수 있는 아이는 없다.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훈련과 절제, 포기를 통해서만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 갈 수 있다. 저자는 힘을 주어 주장한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어 폐허가 된 아이들의 정원에 물을 주고, 가지를 쳐 주고, 거름을 줄 때다!” 저자가 보여 주는 심도 깊은 고민과 수많은 실패, 성공 사례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단호하고 실제적인 답을 들려준다.
교육에 새로운 담론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독일 사회와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자유방임적인 교육법과 훈련을 강조하는 엄격한 교육법이 서로 부딪친 것이다. 자유로운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던 많은 사람들은 ‘균형 잡힌 교육’에 대한 화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텔레비전 토론회와 일간지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담론들이 구체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사회의 기본이 무너지고, 책임감과 원칙이 사라진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교육의 책임이 크다. 사회의 기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질서하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일관성 있고 엄격한 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배려하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 민주적인 사회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저자는 집, 학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절제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밀어 붙이는 ‘용기 있는 어른들’을 통해 이뤄질 거라고 단언한다.
추천의 글
요즘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서 질서가 무너져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질서 있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지 못한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른들이 먼저 엄격할 것을, 그리고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칠 것을 요구합니다. 엄하고 일관성 있는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은 삶의 질서를 세우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어른이 됩니다.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서 질서 안에서 자유로운 교육, 엄격함 속에서 사랑하는 교육을 실천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김태현 | EBS 다큐프라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수업코칭전문가,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저자
부엡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용기를 북돋운다. 디 차이트 지 | Die Zeit, 독일의 대표 주간지
이 책은 오래 전에 목표를 이뤘다. 독일에서 교육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었으니 말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지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독일의 대표 일간지
본문 미리보기
지금의 교육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교육의 위기는 다른 게 아니라 인성 교육의 위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방치되어 있지요. 예기치 않은 공격적인 교육자들-텔레비전, 스마트폰,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둘러싸여서 말입니다. 아이들의 의욕에 날개를 달아 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덕분에 저만치 밀려났습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자기중심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끝이 없습니다. 미래가 불안한 아이들은 미래를 준비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즉 스스로를 단련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리지 않습니다. - 16쪽
교육하려는 사람은 아이들을 훈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훈련은 교육학의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동시에 모든 교육의 기초이기도 하지요. 훈련에는 인간이 싫어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복종, 포기, 절제, 인내. 훈련은 쾌락의 원칙이 아닌 성과의 원칙을 따릅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제한하고 규제를 두고 심지어 명령하기도 합니다. 좋은 훈련은 타율로 시작해 자율로 끝난다고들 합니다. 훈련의 마지막 열매는 자기훈련(self-discipline)입니다. 그런데 이 훈련은 교사의 강압이 아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바탕에 두어야만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육은 대치되는 개념들 사이에서 끝없이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부모와 교사는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는 것과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원칙과 관용 사이에서, 훈련과 사랑 사이에서, 일관성과 배려 사이에서, 통제와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상반되는 개념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개념이며, 그것들을 잘 선택해 활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21~22쪽
최근 몇십 년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겨난 결과들을 심리학으로 만회해 보려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교육자들이 훈련과 사랑의 균형 잡기에서 사랑 쪽으로 기울었을 때 심리학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교육의 심리학화는 교육의 인본주의화와 맥을 같이했습니다. 노력 부족, 공격적인 태도, 집중력 장애는 다양한 심리학파가 만들어 낸 심리 모델을 통해 설명되었습니다. 더 이상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심리적 진단을 받았고,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발견되지 않은 천재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은 나약한 자아나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현상으로 결론이 났으니까요.
우리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아이들에게 주목해야 하며, 그들의 행동을 너무 성급하게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풍요롭고 소비주의에 물들기 쉬운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이 소비주의의 압박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75쪽
교육자들의 벌 목록에서 없어져야 할 벌들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체벌입니다. 체벌은 인간의 존엄성을 망가뜨립니다. 사랑과 관심을 박탈해 버리는 것도 비열하고 비교육적인 벌입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해서 불안을 유발합니다. 그런 벌을 주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한 가지 중단해야 하는 악습은 태도가 나쁘다고 점수를 깎는 것입니다. 점수는 학생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여야지,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이 유쾌한 행동을 하는지, 불쾌한 행동을 하는지가 점수에 반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다른 벌을 주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 벌로 점수를 깎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자들끼리는 이를 ‘점수 회초리’라 부릅니다. 많은 교사들은 지각하는 것, 버릇없이 구는 것, 게으른 것, 수업을 방해하는 것을 ‘점수 회초리’로 다스리려고 합니다.
교사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잘못된 행동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것이 공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수업을 빼먹었다면 남아서 공부하게 하고, 버릇없이 굴었다면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하게 하고, 수업을 방해한다면 일시적으로 수업에서 퇴장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점수가 벌로 잘못 사용될 때 교사는 정의롭게 행동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합법적인 벌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118~119쪽
왜곡된 교육 현실에 던지는 쓴소리
‘엄하게 가르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공격적이고 차가운 태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 안에 있는 능력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는 못해 줄망정 아이들을 평가절하하고 억압하는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 교육은 원칙과 관용, 훈련과 사랑, 일관성과 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 어른들이 엄격한 교육을 버리고 지나치게 사랑하고 배려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작 사랑할 줄 모르고 배려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아이의 도덕성과 질서를 잡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감정을 읽어 주고 위로하기에 바쁘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아 일반 교육에서 제외되고,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발견되지 않은 천재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은 자아가 약하거나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현상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물론 감정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이의 인성 발달에 큰 문제가 생긴다. 노력이 부족하고, 버릇이 없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게 원인일 수 있는데, 자율과 신뢰라는 이름 하에 무질서한 행동에 면죄부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원칙과 일관성 없이 아이들을 그저 내버려두다가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은 지금까지 강도 높게 독일 교육제도를 비판해 온 저명한 교육자이자 독일 명문 살렘학교 교장으로, 그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명제들을 이 책에 조목조목 정리해 내 놓았다. 히틀러 정권 이후 독일에는 자유주의 교육이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교육관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절과 배려를 모른 채 컸고, 그 결과 자신의 욕망만 남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는 찌든 구석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었고, 부모는 아이의 끝도 없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자유주의 교육의 부작용을 꼬집으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와 훈련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과 사례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은 상전(上典)의 자리에 앉거나 부모 혹은 교사의 스스럼없는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과 끝도 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떼를 쓰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다. 어른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힘들지만, 일방적으로 규칙을 제시하고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아이들을 바로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새롭게 주목받는 교육법이 있다. 바로 프랑스 교육법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기에 당연히 자유로운 교육을 할 것 같지만 이 나라에는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교육법은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하수인이 아니라 사령관이다. 사령관은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기본과 상식을 담은 규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밀어붙인다. 그래야 어른과 아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아이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도 이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하게 교육한다는 것은 강압과 폭력이 아니다. 대신, 아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훈련하고, 혼자서 설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보아 온 잘못된 교육의 예와 그 안에서 끈기 있게 실천해 온 엄한 교육의 좋은 예를 함께 보여 준다. 저자는 엄하고 일관성 있는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절제와 끈기, 배려를 배워 목표를 끝까지 성취해 낼 줄 알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다고 단언한다.
저자 또한 자유로운 교육을 추구했던 때가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에게 해가 되거나 퇴행하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아이들은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 잘해 낼 수 있는 아이는 없다.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훈련과 절제, 포기를 통해서만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 갈 수 있다. 저자는 힘을 주어 주장한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어 폐허가 된 아이들의 정원에 물을 주고, 가지를 쳐 주고, 거름을 줄 때다!” 저자가 보여 주는 심도 깊은 고민과 수많은 실패, 성공 사례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단호하고 실제적인 답을 들려준다.
교육에 새로운 담론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독일 사회와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자유방임적인 교육법과 훈련을 강조하는 엄격한 교육법이 서로 부딪친 것이다. 자유로운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던 많은 사람들은 ‘균형 잡힌 교육’에 대한 화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텔레비전 토론회와 일간지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담론들이 구체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사회의 기본이 무너지고, 책임감과 원칙이 사라진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교육의 책임이 크다. 사회의 기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질서하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일관성 있고 엄격한 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배려하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 민주적인 사회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저자는 집, 학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절제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밀어 붙이는 ‘용기 있는 어른들’을 통해 이뤄질 거라고 단언한다.
추천의 글
요즘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서 질서가 무너져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질서 있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지 못한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른들이 먼저 엄격할 것을, 그리고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칠 것을 요구합니다. 엄하고 일관성 있는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은 삶의 질서를 세우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어른이 됩니다.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서 질서 안에서 자유로운 교육, 엄격함 속에서 사랑하는 교육을 실천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김태현 | EBS 다큐프라임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수업코칭전문가,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저자
부엡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용기를 북돋운다. 디 차이트 지 | Die Zeit, 독일의 대표 주간지
이 책은 오래 전에 목표를 이뤘다. 독일에서 교육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었으니 말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지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독일의 대표 일간지
본문 미리보기
지금의 교육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교육의 위기는 다른 게 아니라 인성 교육의 위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방치되어 있지요. 예기치 않은 공격적인 교육자들-텔레비전, 스마트폰,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둘러싸여서 말입니다. 아이들의 의욕에 날개를 달아 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덕분에 저만치 밀려났습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자기중심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끝이 없습니다. 미래가 불안한 아이들은 미래를 준비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즉 스스로를 단련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리지 않습니다. - 16쪽
교육하려는 사람은 아이들을 훈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훈련은 교육학의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동시에 모든 교육의 기초이기도 하지요. 훈련에는 인간이 싫어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복종, 포기, 절제, 인내. 훈련은 쾌락의 원칙이 아닌 성과의 원칙을 따릅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제한하고 규제를 두고 심지어 명령하기도 합니다. 좋은 훈련은 타율로 시작해 자율로 끝난다고들 합니다. 훈련의 마지막 열매는 자기훈련(self-discipline)입니다. 그런데 이 훈련은 교사의 강압이 아닌 아이에 대한 ‘사랑’을 바탕에 두어야만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육은 대치되는 개념들 사이에서 끝없이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부모와 교사는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는 것과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원칙과 관용 사이에서, 훈련과 사랑 사이에서, 일관성과 배려 사이에서, 통제와 신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상반되는 개념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개념이며, 그것들을 잘 선택해 활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21~22쪽
최근 몇십 년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겨난 결과들을 심리학으로 만회해 보려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교육자들이 훈련과 사랑의 균형 잡기에서 사랑 쪽으로 기울었을 때 심리학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교육의 심리학화는 교육의 인본주의화와 맥을 같이했습니다. 노력 부족, 공격적인 태도, 집중력 장애는 다양한 심리학파가 만들어 낸 심리 모델을 통해 설명되었습니다. 더 이상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심리적 진단을 받았고,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발견되지 않은 천재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은 나약한 자아나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현상으로 결론이 났으니까요.
우리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아이들에게 주목해야 하며, 그들의 행동을 너무 성급하게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풍요롭고 소비주의에 물들기 쉬운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이 소비주의의 압박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75쪽
교육자들의 벌 목록에서 없어져야 할 벌들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체벌입니다. 체벌은 인간의 존엄성을 망가뜨립니다. 사랑과 관심을 박탈해 버리는 것도 비열하고 비교육적인 벌입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해서 불안을 유발합니다. 그런 벌을 주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한 가지 중단해야 하는 악습은 태도가 나쁘다고 점수를 깎는 것입니다. 점수는 학생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여야지,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이 유쾌한 행동을 하는지, 불쾌한 행동을 하는지가 점수에 반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다른 벌을 주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 벌로 점수를 깎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자들끼리는 이를 ‘점수 회초리’라 부릅니다. 많은 교사들은 지각하는 것, 버릇없이 구는 것, 게으른 것, 수업을 방해하는 것을 ‘점수 회초리’로 다스리려고 합니다.
교사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잘못된 행동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것이 공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합니다. 수업을 빼먹었다면 남아서 공부하게 하고, 버릇없이 굴었다면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하게 하고, 수업을 방해한다면 일시적으로 수업에서 퇴장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점수가 벌로 잘못 사용될 때 교사는 정의롭게 행동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합법적인 벌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118~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