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 (VIVAVIVO 23 | 원제 Winter Shad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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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마거릿 버피(Margaret Buffie)
• 옮긴이 : 윤보라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52x210, 344쪽
• 펴낸날 : 2014-09-15
• ISBN : 9788958075387
• 십진분류 : 문학 > 영미문학 (84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마거릿 버피(Margaret Buffie)
캐나다 매니토바 주 위니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 졸업 후, 패션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1985년부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출간한 첫 작품 『Who is Frances Rain?』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9편의 청소년 소설을 발표했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청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중국 등에도 번역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청소년 문학 공로상인 맥낼리 로빈슨 어린이·청소년 도서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캐나다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인 비키 멧캘프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문학 공로상인 맥낼리 로빈슨 어린이·청소년 도서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캐나다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인 비키 멧캘프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윤보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겨레 어린이책 번역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좋은 청소년 책을 찾아 소개하는 출판 기획자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엄마를 병으로 잃은 캐스는 아빠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괴롭다. 엄마와 정반대인 새엄마는 집을 자기 식대로 뜯어고치고 캐스는 엄마의 흔적들을 지키려 새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러던 어느 날, 캐스의 눈앞에 오래된 일기장이 나타난다. 일기장의 주인은 150년 전, 캐스와 같은 집에 살았던 비어트리스. 비어트리스도 캐스처럼 엄마를 잃고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캐스가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을 본 이후, 두 소녀는 15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교감을 나누게 되는데….
일기로 끈끈하게 이어진 비어트리스와 캐스는 서로를 보듬으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간다.
일기로 끈끈하게 이어진 비어트리스와 캐스는 서로를 보듬으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간다.
편집자 추천글
상처 받은 두 소녀의 시간을 초월한 공감 일기
캐스는 오늘도 마음이 답답하다. 새엄마는 엄마의 가구를 창고에 처박고 아빠는 새엄마의 행동에 은근히 동조하면서 새엄마의 눈치만 살핀다. 얄미운 의붓동생은 캐스의 방을 함께 쓰면서 방을 마구 어질러 놓는다. 게다가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내 캐스를 모함하기까지 한다. 답답한 마음이 폭발하기 직전, 캐스의 눈앞에 150년 전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이 나타난다. 비어트리스도 캐스처럼 새엄마 때문에 답답한 날들 연속이다. 두 소녀는 일기장을 통해 150년이란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의 가슴 아픈 상황과 마음을 공유한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21세기 캐스 이야기와 19세기 비어트리스 이야기를 교차해 나가는 구성으로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나누는 교감을 부각시킨다.
캐스는 같은 처지에 놓인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면서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탁자 위에 일기장이 있었다. 새엄마와 비어트리스의 대화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새엄마가 왜 그렇게 굴었는지 이해됐다.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아줌마가 왜 그러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_ p.310 캐스 이야기 중
새엄마가 슬프게 웃었다.
“우리가 여기에 왔을 때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어. 잔뜩 긴장했고. 내가 너를 괴롭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 나도 네 아빠가 얼마나 네 엄마를 사랑했는지 알아. 사진을 보니까 너는 네 엄마를 더 닮은 것 같더라. 그래서 위협을 느꼈던 건지도 몰라. 아빠가 널 무척 아끼고 사랑하잖아.”
그때 비어트리스의 새엄마가 비어트리스에게 한 말이 귓속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난 용기를 내어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아줌마도 사랑해요.”
놀랍게도 나는 이 말을 하면서 말을 더듬지 않았다. _ p.317 캐스 이야기 중
캐스는, 비어트리스가 새어머니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읽으면서 새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서툴지만 조금씩 가족들에게 다가간다. 비어트리스 또한 캐스의 환상을 만나면서 새 가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서서히 바꿔 나간다.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두 소녀의 성장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따뜻한 위로와 함께 삶에 대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십 대의 속마음이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
이 책은 새 가족을 받아들이는 십 대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촘촘한 심리 묘사는 독자들이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책의 저자 마거릿 머피는 이전 작품에서도 십 대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 내는 감각을 인정받아 청소년문학 공로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캐나다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새 가족을 대하는 십 대의 속마음을 포착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각진 얼굴에 검은 생머리, 굵은 다리, 사계절 내내 입고 있는 스웨터와 축 늘어진 치마. 어느 것 하나도 엄마랑 닮은 구석이 없다. 그럼 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왜일까.
새엄마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다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새엄마를 이긴 건가? 모르겠다. 나는 절대 사과 안 할 거다. 새엄마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 내가 가장 아끼는 시디에다 껌을 붙여 놓고 거짓말까지 한 건 바로 저 아줌마 딸 데이지다. 근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데? _ p.10 캐스 이야기 중
재혼 가정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다
이 책은 새엄마, 의붓동생, 아빠, 의붓오빠 등 주인공과 얽힌 가족들의 상황과 감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리고 상처를 다루는 데 서툰 사람들의 입장과 속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캐스의 새엄마는 새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캐스 엄마의 물건을 치우고 인테리어를 바꿨다. 캐스와 새엄마가 충돌할 때 아빠가 미온적이었던 건 새 가족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의붓 동생이 캐스를 괴롭혔던 건 그렇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였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재혼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각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이의 편에 서서 상황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편견의 벽이 깨지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탁월한 성장소설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세계문학 《비바비보》시리즈의 스물세 번째 책
비바비보는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 어이며,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이기도 하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2007년 첫 권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22권『고3의 완벽한 휴가』: 대입시험을 코앞에 둔 주인공의 일주일을 통해 무엇이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
21권『내 꿈은 세계평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데 왜 사람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20권『공사장의 피아니스트』: 우리나라 십 대들의 답답한 현실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희망이 절묘하게 조합된 성장 소설.
19권『류명성 통일빵집』: 남북한 청소년들이 함께 호흡하는 이야기를 담은 6편의 단편 소설.
18권『나의 영웅 제이크맨』: 아이들의 사흘길 여정을 통해 재소자 자녀들의 불편한 진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17권『강은 언제나 옳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을 둘러싼 소년들의 모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16권『모든 일의 발단은, 고양이』: 뼛속까지 도시 소년인 주인공이 시골에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알아 가는 이야기.
15권『메모리 보이』: 열여섯 살 소년이 전해 주는 불안한 지구 위에서 살아남는 법.
14권『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종족인 중학생의 속내를 시원하게 보여 주는 소설로 십대들에게 공감과 성장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13권 『열아홉의 프리킥』: 세계 최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레아가 아빠의 암 선고 소식을 접하고 겪는 갈등과 성장기를 다룬다. 책따세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12권『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용기 없고 겁 많은 소녀 프랜신의 당당하고 솔직한 자아 찾기 프로젝트.
11권 『그래도 언제나 캡틴』: 양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알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열다섯 소년의 가슴 시린 성장통은 발 딛고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10권 『우리 옆집에 요정이 산다』: 또래와 하나가 되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풍자하면서 편견 없이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9권 『바람에게 부탁했어』: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 남겨진 아홉 살 소녀의 생존 분투기를 그린 소설. 인간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바라보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당시의 참상을 오롯이 보여 준다.
8권 『굿바이, 찰리』: 다른 세계와 충돌하면서 자라나는 십대들의 이야기. 용기 없는 한 친구가 대단히 포용력 있고 용감한 친구를 만나면서 그리는 우정과 성장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다.
7권 『기관차 선생님』: 말을 못하는 선생님이 전하는, 또렷하고 울림 있는 가르침. 말을 하지 못하는 섬마을 교사를 통해 부드러움의 힘과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증명해 내는 것임을 전해 준다.
6권 『트레버』: 12살 소년의 세상을 바꾼 제안. 주인공 트레버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세 사람 도와주기를 실천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출범한 PIFF(Pay it Forward Foundation)은 지금도 실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5권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어린이 노동착취를 고발하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 아동학대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4권 『태양이 없는 땅』: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새로운 접근으로 담아낸 SF 소설. 온난화로 인해 육지마저 잃은 세상을 그려내면서 극한 상황 속에서 엇갈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다.
3권 『황허에 떨어진 꽃잎』: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의 정체성과 용서의 문제를 다룬다. 그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해와 용서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2권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어른이 멸종되고 아이들만 남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도 있게 그린다.
1권 『티모시의 유산』: 백인 소년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흑인 노예 티모시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인종차별과 편견이 난무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내용 미리보기
p.15 캐스 이야기 중
나는 죽은 벽난로의 불 피우는 그날을 기다려 왔다. 며칠 전에 그 얘기를 아빠한테 한 내가 바보다. 그것도 그 아줌마가 아빠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을 때 말이다.
“위험해서 안 돼. 굴뚝은 안 쓸 거야. 이제 벽난로는 없어. 우리 집에 벽난로가 있다면 그건 그냥 장식용이야.”
새엄마는 단호했다. 그리고 마치 내가 등 뒤에 성냥을 감추고 불낼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새엄마는 내가 자기 딸을 불태워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아줌마 생각이 맞을지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잔인한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특히 저 아줌마 딸같이 학교에서 겉도는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하지만 저 아줌마의 거들먹거리는 태도와 나와 이 집을 대하는 데이지의 역겨운 태도가 내 잠재된 심통에 불을 댕겼던 모양이다. 처음 저들과 한바탕하고 나서는 나도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p.22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이곳에 돌아와서는 일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일기가 새어머니 손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하지만 아주 완벽하게 일기를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새어머니라도 절대 찾지 못할 곳이다. 맨 첫 장에 명상일기, 1856년 12월 8일이라고 적었다.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지만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 나는 내 감정을 적어 두는 것이 새어머니가 안주인이 된 이 집에서 긴 겨울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를 보살피고 집을 관리하는 건 할머니와 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는 너무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셨고 나는 이 집의 안주인이 아닌 딸의 자리로 돌아갔다.
p.27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새어머니가 억센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성난 듯이 말했다.
“너네 인디언 할머니 난로를 왜 우리 아들이 챙겨 줘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챙기면 어디가 덧나니?”
그러고는 내 얼굴에 나이프를 들이밀더니 말을 이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네 할머니는 원주민 마을에서 자기랑 똑같은 종자들과 살고 있을 텐데.”
그동안 꾹 참고 있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에요. 다시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새어머니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그때까지 나는 화를 참는 것이 바늘을 삼킨 것처럼 힘들 때도 새어머니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새어머니에게 대들면 내가 없을 때 새어머니가 할머니를 더 괴롭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다. 어디 할 테면 해보라지!
p.65 캐스 이야기 중
크게 재채기를 하자 책이 내 손에서 사라졌다. 할머니도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손가락에는 여전히 책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열이 나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거야, 캐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넌 아파. 그냥 잊어버려. 할머니, 불붙은 벽난로, 갑자기 나타난 책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p.146 캐스 이야기 중
잠에서 깼는데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이 탁자 위에 있었다. 나는 무거운 이불을 재빨리 걷어 젖혔다. 비어트리스가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일기를 써야 할까? 하지만 데이지가 알게 된다면? 데이지는 그 일기를 아줌마한테 주고 아줌마는 그걸 다시 아빠에게 주겠지. 그러면 아빠는 나를 데리고 신경정신과에 상담받으러 갈 게 뻔하다.
비어트리스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확실히 불안해 하고 있었다. 나는 두려웠다. 내가 비어트리스에게 편지를 쓰면 비어트리스는 자기 안의 그늘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난 비어트리스와의 연결 고리가 끊기는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p.258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집을 나서기 전, 나는 일기장을 펼쳐 마지막으로 쓴 페이지를 보았다. 마지막 줄에 내가 쓰지 않은 글씨가 마구 휘갈겨져 있었다. 요정 소녀가 쓴 글이다! 요정 소녀의 이름은 캐스다. 요정 소녀는 댈하우지와 결혼하는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강해지라고. 할머니가 본 영혼이 할머니에게 강해지라고 말했던 것처럼.
캐스는 오늘도 마음이 답답하다. 새엄마는 엄마의 가구를 창고에 처박고 아빠는 새엄마의 행동에 은근히 동조하면서 새엄마의 눈치만 살핀다. 얄미운 의붓동생은 캐스의 방을 함께 쓰면서 방을 마구 어질러 놓는다. 게다가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내 캐스를 모함하기까지 한다. 답답한 마음이 폭발하기 직전, 캐스의 눈앞에 150년 전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이 나타난다. 비어트리스도 캐스처럼 새엄마 때문에 답답한 날들 연속이다. 두 소녀는 일기장을 통해 150년이란 시간을 넘나들며 서로의 가슴 아픈 상황과 마음을 공유한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21세기 캐스 이야기와 19세기 비어트리스 이야기를 교차해 나가는 구성으로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나누는 교감을 부각시킨다.
캐스는 같은 처지에 놓인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면서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탁자 위에 일기장이 있었다. 새엄마와 비어트리스의 대화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새엄마가 왜 그렇게 굴었는지 이해됐다.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아줌마가 왜 그러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_ p.310 캐스 이야기 중
새엄마가 슬프게 웃었다.
“우리가 여기에 왔을 때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어. 잔뜩 긴장했고. 내가 너를 괴롭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 나도 네 아빠가 얼마나 네 엄마를 사랑했는지 알아. 사진을 보니까 너는 네 엄마를 더 닮은 것 같더라. 그래서 위협을 느꼈던 건지도 몰라. 아빠가 널 무척 아끼고 사랑하잖아.”
그때 비어트리스의 새엄마가 비어트리스에게 한 말이 귓속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난 용기를 내어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아줌마도 사랑해요.”
놀랍게도 나는 이 말을 하면서 말을 더듬지 않았다. _ p.317 캐스 이야기 중
캐스는, 비어트리스가 새어머니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읽으면서 새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서툴지만 조금씩 가족들에게 다가간다. 비어트리스 또한 캐스의 환상을 만나면서 새 가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서서히 바꿔 나간다.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는 두 소녀의 성장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따뜻한 위로와 함께 삶에 대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십 대의 속마음이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
이 책은 새 가족을 받아들이는 십 대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촘촘한 심리 묘사는 독자들이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책의 저자 마거릿 머피는 이전 작품에서도 십 대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 내는 감각을 인정받아 청소년문학 공로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캐나다작가협회가 선정하는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새 가족을 대하는 십 대의 속마음을 포착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각진 얼굴에 검은 생머리, 굵은 다리, 사계절 내내 입고 있는 스웨터와 축 늘어진 치마. 어느 것 하나도 엄마랑 닮은 구석이 없다. 그럼 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왜일까.
새엄마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다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새엄마를 이긴 건가? 모르겠다. 나는 절대 사과 안 할 거다. 새엄마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 내가 가장 아끼는 시디에다 껌을 붙여 놓고 거짓말까지 한 건 바로 저 아줌마 딸 데이지다. 근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데? _ p.10 캐스 이야기 중
재혼 가정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다
이 책은 새엄마, 의붓동생, 아빠, 의붓오빠 등 주인공과 얽힌 가족들의 상황과 감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리고 상처를 다루는 데 서툰 사람들의 입장과 속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캐스의 새엄마는 새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캐스 엄마의 물건을 치우고 인테리어를 바꿨다. 캐스와 새엄마가 충돌할 때 아빠가 미온적이었던 건 새 가족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의붓 동생이 캐스를 괴롭혔던 건 그렇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였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재혼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각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이의 편에 서서 상황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편견의 벽이 깨지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탁월한 성장소설이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세계문학 《비바비보》시리즈의 스물세 번째 책
비바비보는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 어이며,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이기도 하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2007년 첫 권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22권『고3의 완벽한 휴가』: 대입시험을 코앞에 둔 주인공의 일주일을 통해 무엇이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
21권『내 꿈은 세계평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데 왜 사람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20권『공사장의 피아니스트』: 우리나라 십 대들의 답답한 현실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희망이 절묘하게 조합된 성장 소설.
19권『류명성 통일빵집』: 남북한 청소년들이 함께 호흡하는 이야기를 담은 6편의 단편 소설.
18권『나의 영웅 제이크맨』: 아이들의 사흘길 여정을 통해 재소자 자녀들의 불편한 진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17권『강은 언제나 옳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을 둘러싼 소년들의 모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16권『모든 일의 발단은, 고양이』: 뼛속까지 도시 소년인 주인공이 시골에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알아 가는 이야기.
15권『메모리 보이』: 열여섯 살 소년이 전해 주는 불안한 지구 위에서 살아남는 법.
14권『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종족인 중학생의 속내를 시원하게 보여 주는 소설로 십대들에게 공감과 성장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13권 『열아홉의 프리킥』: 세계 최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레아가 아빠의 암 선고 소식을 접하고 겪는 갈등과 성장기를 다룬다. 책따세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12권『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용기 없고 겁 많은 소녀 프랜신의 당당하고 솔직한 자아 찾기 프로젝트.
11권 『그래도 언제나 캡틴』: 양아버지의 비열한 모습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알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열다섯 소년의 가슴 시린 성장통은 발 딛고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10권 『우리 옆집에 요정이 산다』: 또래와 하나가 되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풍자하면서 편견 없이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9권 『바람에게 부탁했어』: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 남겨진 아홉 살 소녀의 생존 분투기를 그린 소설. 인간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바라보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당시의 참상을 오롯이 보여 준다.
8권 『굿바이, 찰리』: 다른 세계와 충돌하면서 자라나는 십대들의 이야기. 용기 없는 한 친구가 대단히 포용력 있고 용감한 친구를 만나면서 그리는 우정과 성장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다.
7권 『기관차 선생님』: 말을 못하는 선생님이 전하는, 또렷하고 울림 있는 가르침. 말을 하지 못하는 섬마을 교사를 통해 부드러움의 힘과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증명해 내는 것임을 전해 준다.
6권 『트레버』: 12살 소년의 세상을 바꾼 제안. 주인공 트레버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세 사람 도와주기를 실천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출범한 PIFF(Pay it Forward Foundation)은 지금도 실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5권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어린이 노동착취를 고발하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 아동학대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4권 『태양이 없는 땅』: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새로운 접근으로 담아낸 SF 소설. 온난화로 인해 육지마저 잃은 세상을 그려내면서 극한 상황 속에서 엇갈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다.
3권 『황허에 떨어진 꽃잎』: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의 정체성과 용서의 문제를 다룬다. 그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해와 용서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2권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어른이 멸종되고 아이들만 남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도 있게 그린다.
1권 『티모시의 유산』: 백인 소년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흑인 노예 티모시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인종차별과 편견이 난무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내용 미리보기
p.15 캐스 이야기 중
나는 죽은 벽난로의 불 피우는 그날을 기다려 왔다. 며칠 전에 그 얘기를 아빠한테 한 내가 바보다. 그것도 그 아줌마가 아빠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을 때 말이다.
“위험해서 안 돼. 굴뚝은 안 쓸 거야. 이제 벽난로는 없어. 우리 집에 벽난로가 있다면 그건 그냥 장식용이야.”
새엄마는 단호했다. 그리고 마치 내가 등 뒤에 성냥을 감추고 불낼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새엄마는 내가 자기 딸을 불태워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아줌마 생각이 맞을지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잔인한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특히 저 아줌마 딸같이 학교에서 겉도는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하지만 저 아줌마의 거들먹거리는 태도와 나와 이 집을 대하는 데이지의 역겨운 태도가 내 잠재된 심통에 불을 댕겼던 모양이다. 처음 저들과 한바탕하고 나서는 나도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p.22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이곳에 돌아와서는 일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일기가 새어머니 손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하지만 아주 완벽하게 일기를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새어머니라도 절대 찾지 못할 곳이다. 맨 첫 장에 명상일기, 1856년 12월 8일이라고 적었다.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지만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 나는 내 감정을 적어 두는 것이 새어머니가 안주인이 된 이 집에서 긴 겨울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를 보살피고 집을 관리하는 건 할머니와 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는 너무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셨고 나는 이 집의 안주인이 아닌 딸의 자리로 돌아갔다.
p.27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새어머니가 억센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성난 듯이 말했다.
“너네 인디언 할머니 난로를 왜 우리 아들이 챙겨 줘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챙기면 어디가 덧나니?”
그러고는 내 얼굴에 나이프를 들이밀더니 말을 이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네 할머니는 원주민 마을에서 자기랑 똑같은 종자들과 살고 있을 텐데.”
그동안 꾹 참고 있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에요. 다시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새어머니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그때까지 나는 화를 참는 것이 바늘을 삼킨 것처럼 힘들 때도 새어머니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새어머니에게 대들면 내가 없을 때 새어머니가 할머니를 더 괴롭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다. 어디 할 테면 해보라지!
p.65 캐스 이야기 중
크게 재채기를 하자 책이 내 손에서 사라졌다. 할머니도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 손가락에는 여전히 책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열이 나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거야, 캐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넌 아파. 그냥 잊어버려. 할머니, 불붙은 벽난로, 갑자기 나타난 책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p.146 캐스 이야기 중
잠에서 깼는데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이 탁자 위에 있었다. 나는 무거운 이불을 재빨리 걷어 젖혔다. 비어트리스가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일기를 써야 할까? 하지만 데이지가 알게 된다면? 데이지는 그 일기를 아줌마한테 주고 아줌마는 그걸 다시 아빠에게 주겠지. 그러면 아빠는 나를 데리고 신경정신과에 상담받으러 갈 게 뻔하다.
비어트리스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확실히 불안해 하고 있었다. 나는 두려웠다. 내가 비어트리스에게 편지를 쓰면 비어트리스는 자기 안의 그늘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난 비어트리스와의 연결 고리가 끊기는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p.258 비어트리스 이야기 중
집을 나서기 전, 나는 일기장을 펼쳐 마지막으로 쓴 페이지를 보았다. 마지막 줄에 내가 쓰지 않은 글씨가 마구 휘갈겨져 있었다. 요정 소녀가 쓴 글이다! 요정 소녀의 이름은 캐스다. 요정 소녀는 댈하우지와 결혼하는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강해지라고. 할머니가 본 영혼이 할머니에게 강해지라고 말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