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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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김현아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45x210, 336쪽
• 펴낸날 : 2017-02-27
• ISBN : 9788958076292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교사·학부모 추천도서
내일신문 추천도서
한국일보 추천도서
꿈꾸는도서관 추천도서
조한혜정 교수(하자센터 대표) 추천도서
내일신문 추천도서
한국일보 추천도서
꿈꾸는도서관 추천도서
조한혜정 교수(하자센터 대표)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김현아
시인. 로드스꼴라 대표.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숱한 풍경과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만났고, 그 고갱이들을 다양한 글 속에 담아내고 있다. 여행이 삶의 들숨이라면 글쓰기는 삶의 날숨이다.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한 시민네트워크 ‘나와 우리’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여행과 인문학의 행복한 만남을 추구하는 청소년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대표 교사로 활동 중이다. 1993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고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나의 여행 이력서』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목차
책을 내며
<프롤로그>
- 프롤로그 하나 ; 여행학교 이전
- 프롤로그 둘 ; 새로운 길을 떠나다
모시는 글 | 여행학교 로드스꼴라로 초대합니다
제1부 길머리 과정
1. 여행자의 몸만들기
1) 여행에 앞선 준비운동
2) 여행자의 몸만들기 프로젝트 수업 목표
3) 실전! 여행자의 몸만들기
로드스꼴라 엿보기 1 | 금단재의 하루
<여행의 기록들>
- 밥 해 먹고 농사짓고 | 아띠
- 일상을 잘 사는 몸 | 멀대
- 여행은 비질을 타고 | 고담
2. 도보여행
1) 걷기의 의미
2) 도보여행의 수업 목표
<여행의 기록들>
- 웬일이니, 다 걸었어 | 아띠
- 우리는 지금 듣는 중입니다 | 어딘
3. 마을을 만나다
1) 마을프로젝트의 수업 목표
2) 마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3) 우정과 환대의 공간, 마을을 만나다
<여행의 기록들>
- “친환경은 어딘가 거칠어” | 조아
-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라파엘
- “최석근 할아버지한테 가 봐” | 라온
로드스꼴라 엿보기 2 | 떠별들의 방학
제2부 길가온 과정
별들이 지구를 여행하는 방법
1장 |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길가온 1과정)
경계와 경계에 꽃을 피우다 ; 디아스포라 여행을 기획하며
1. 일본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일본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백제라는 아득한 나라 | 고담
- 계절들 피고 지는 아스카 | 미아
- 그날의 풍경, 그날의 빛깔 | 고담
2. 하와이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하와이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황금 열매가 열리는 지상낙원 하와이로 떠납니다 ; 하와이 한인 이민단 | 아띠
- 초기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의 삶 | 도로롱
- 사진신부 ; 당신에게 보내는 사진 한 장 | 랏차
- 하와이 한인 독립운동 ; 머나먼 곳에서 희망을 | 바리
3. 베트남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베트남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나의 베트남 일기 | 이치
- 이름을 불러 주세요 | 길담
- 미안해요 베트남, 진짜? | 반월
4.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연해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황금땅에서 | 결
- 어디 성씨야? | 제제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차가운 기억 | 완득
- 그림엽서로 남은 기억들 | 로드스꼴라 6기
로드스꼴라 엿보기 3 | 평가 테이블 풍경
2장 | 동시대와 만나다(길가온 2과정)
1. 네팔 여행
눈물 없는 초콜릿, 세계화 그리고 네팔 프로젝트
<여행의 기록들>
- 우리 삼촌 얘기, 들어 보실래요? | 미아
- 네팔 서신 ; Nothing but Everything | 어딘
2. 남미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남미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우유니, 이야기하게 하다 | 아띠
- 광장과 공원 사이 | 가재
- 페이스북을 탈퇴한 이유 | 여치
3. 영국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영국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 민중역사박물관 | 길담
- 자본주의의 아웃사이더 | 소울
3장 | 수료 학기(길가온 3과정)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1. 출판 프로젝트
1) 『백제의 길, 백제의 향기』 출판 기획안
2)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 출판 기획안
추천의 글│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 | 조한혜정
2. 레이블 프로젝트
3. 공연(뮤지컬, 연극) 프로젝트
4. 여행 기획 및 실행 296 런닝 인 부산, 좌충우돌 여행기 | 아띠
5. 젊은 문화기획자들 306 ‘신나’에서 오해리 감독으로 | 조아
로드스꼴라 엿보기 4 | 길별의 고민 - 스마트폰에게 길을 묻다
제3부 길너머 과정
가재의 인턴 일기
<에필로그>
- 에필로그 하나 ; 길 위에서 만난 것들
- 에필로그 둘, 혹은 새로운 프롤로그 ; 로드스꼴라가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일들
<프롤로그>
- 프롤로그 하나 ; 여행학교 이전
- 프롤로그 둘 ; 새로운 길을 떠나다
모시는 글 | 여행학교 로드스꼴라로 초대합니다
제1부 길머리 과정
1. 여행자의 몸만들기
1) 여행에 앞선 준비운동
2) 여행자의 몸만들기 프로젝트 수업 목표
3) 실전! 여행자의 몸만들기
로드스꼴라 엿보기 1 | 금단재의 하루
<여행의 기록들>
- 밥 해 먹고 농사짓고 | 아띠
- 일상을 잘 사는 몸 | 멀대
- 여행은 비질을 타고 | 고담
2. 도보여행
1) 걷기의 의미
2) 도보여행의 수업 목표
<여행의 기록들>
- 웬일이니, 다 걸었어 | 아띠
- 우리는 지금 듣는 중입니다 | 어딘
3. 마을을 만나다
1) 마을프로젝트의 수업 목표
2) 마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3) 우정과 환대의 공간, 마을을 만나다
<여행의 기록들>
- “친환경은 어딘가 거칠어” | 조아
-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라파엘
- “최석근 할아버지한테 가 봐” | 라온
로드스꼴라 엿보기 2 | 떠별들의 방학
제2부 길가온 과정
별들이 지구를 여행하는 방법
1장 |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길가온 1과정)
경계와 경계에 꽃을 피우다 ; 디아스포라 여행을 기획하며
1. 일본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일본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백제라는 아득한 나라 | 고담
- 계절들 피고 지는 아스카 | 미아
- 그날의 풍경, 그날의 빛깔 | 고담
2. 하와이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하와이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황금 열매가 열리는 지상낙원 하와이로 떠납니다 ; 하와이 한인 이민단 | 아띠
- 초기 하와이 한인 이민자들의 삶 | 도로롱
- 사진신부 ; 당신에게 보내는 사진 한 장 | 랏차
- 하와이 한인 독립운동 ; 머나먼 곳에서 희망을 | 바리
3. 베트남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베트남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나의 베트남 일기 | 이치
- 이름을 불러 주세요 | 길담
- 미안해요 베트남, 진짜? | 반월
4.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연해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황금땅에서 | 결
- 어디 성씨야? | 제제
-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차가운 기억 | 완득
- 그림엽서로 남은 기억들 | 로드스꼴라 6기
로드스꼴라 엿보기 3 | 평가 테이블 풍경
2장 | 동시대와 만나다(길가온 2과정)
1. 네팔 여행
눈물 없는 초콜릿, 세계화 그리고 네팔 프로젝트
<여행의 기록들>
- 우리 삼촌 얘기, 들어 보실래요? | 미아
- 네팔 서신 ; Nothing but Everything | 어딘
2. 남미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남미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우유니, 이야기하게 하다 | 아띠
- 광장과 공원 사이 | 가재
- 페이스북을 탈퇴한 이유 | 여치
3. 영국 여행
모별님께 드리는 편지 | 영국 답사에 즈음하여
<여행의 기록들>
-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 민중역사박물관 | 길담
- 자본주의의 아웃사이더 | 소울
3장 | 수료 학기(길가온 3과정)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1. 출판 프로젝트
1) 『백제의 길, 백제의 향기』 출판 기획안
2)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 출판 기획안
추천의 글│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 | 조한혜정
2. 레이블 프로젝트
3. 공연(뮤지컬, 연극) 프로젝트
4. 여행 기획 및 실행 296 런닝 인 부산, 좌충우돌 여행기 | 아띠
5. 젊은 문화기획자들 306 ‘신나’에서 오해리 감독으로 | 조아
로드스꼴라 엿보기 4 | 길별의 고민 - 스마트폰에게 길을 묻다
제3부 길너머 과정
가재의 인턴 일기
<에필로그>
- 에필로그 하나 ; 길 위에서 만난 것들
- 에필로그 둘, 혹은 새로운 프롤로그 ; 로드스꼴라가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일들
편집자 추천글
세계 유일의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모든 것
여행은 어떻게 한 인간을 삶의 주인으로 키워 내는가!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며 성장해 온 ‘기적의 학교’ 이야기
로드스꼴라는 이름 그대로 ‘길Road 위의 학교Schola’를 표방하는 한국 유일의, 어쩌면 세계 유일의 여행대안학교다. ‘여행과 인문학의 행복한 조우’라는 모토답게 이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외국어, 역사, 철학, 문학, 경제학, 글쓰기, 음악 등)은 여행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멀리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까지, 그들이 여행하는 모든 곳들이 교실이고 토론장이며 작업실이다.
배움의 결과는 눈부시다. 엄청난 독서량, 발군의 글쓰기 실력, 매 기수마다 발표되는 창작 음반과 창작극과 뮤지컬… 그들의 글은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고, 그들의 공연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늘 관객들로 북적거린다.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독립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학생도 여럿이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예체능 학교도 아닌 작은 대안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들을 낼 수 있었던 걸까?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이야기>는 그동안 당위와 기대에만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성과와 가능성을 담아낸 인상적인 보고서다. 글쓴이를 비롯한 교사들의 치열한 고민과 모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이뤄낸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여행이 공부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대안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하자센터 대표로서 오랫동안 대안교육 발전에 힘써 온 조한혜정 교수가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라고 단언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어디로 떠나고 무엇을 배우는가
이들의 여행 목적은 단순히 감성을 키우거나 호연지기를 기르거나 견문을 넓히는 데에 있지 않다. 글쓴이는 “여행이란 인류가 쌓아 온 지혜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와 접속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세상에 귀를 여는 법을 배우고, 삶을 다르게 사는 방법을 발견하고, 누구와 연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을 살아갈 배포가 생기게 된다는 게 작가이자 여행가로 살아온 글쓴이의 믿음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가 있다면-부모와의 갈등, 또래 집단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차별, 불평등, 전쟁, 난민, 핵 따위-그곳에 교실을 열자! 책상과 칠판과 교무실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토론과 스승,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한 소통이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학교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치열한 배움의 현장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속으로 관계를 확장해 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다문화를 수용하는 감수성이 계발되도록,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본문 중에서)
목적이 남다른 만큼 주제도 예사롭지 않다. 2학기 때는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라는 테마 아래 일본, 하와이, 연해주와 중앙아시아 등지로 떠나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좇고, 3학기엔 ‘동시대를 만나다’라는 테마 아래 네팔, 남미, 영국으로 가서 이주노동과 공정무역과 자본주의 경제사(혹은 민중사)를 더듬는다. 혹은 베트남으로 가서 전쟁의 기억과 기억의 전쟁을 몸소 체험한다.
길 위의 청춘들을 인도하는 길잡이들
로드스꼴라에선 여행 기간보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학습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만만찮은 이 테마들을 학교 내부의 강사진만으로 감당하는 건 불가능할 터, 그걸 채워주는 건 외부에서 달려온 ‘초대 길별’들이다(이 학교에선 교사를 ‘길별’, 학생을 ‘떠별’이라 부른다. 각각 ‘길잡이별’과 ‘길 떠나는 별’을 뜻한다).
남미 여행을 준비할 때는 남미문학 전문가인 송병선, 조구호 교수가 길별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국으로 가기 전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열 차례나 되는 자본주의 특강을, 김현숙 교수가 영국문학 특강을 기꺼이 떠맡았다. 그밖에도 문화평론가 정윤수, 사회학자 엄기호, 소설가 김남일 등 쟁쟁한 전문가들과 아름다운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이들의 ‘공부’를 도왔다.
빡빡한 공부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면 이번에는 현지의 여러 NGO와 대학, 작가, 한인단체 등 ‘현지 길별’들이 여행길을 인도하고 지원한다. 이렇듯 촘촘한 나라 안팎에서의 지원과 연대와 네트워킹은 로드스꼴라의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여행의 기록, 혹은 길 찾기의 기록
여기까지가 ‘떠먹여 주는’ 단계였다면 남은 건 스스로 먹고 소화시키는 일이다. 이 책에는 학생들이 각자의 깜냥대로 냄새 맡고 맛보고 소화시킨 결과물들이 실려 있다. 20여 편에 이르는 이 글들을 통해 독자들은 비로소 로드스꼴라의 진면목을 파악하게 된다. 여행길에서의 고민과 갈등, 깨달음 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글들이야말로 이 학교의 ‘교육적 성과’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일 터이니.
어느 떠별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 앞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왜 사과를 해야 하지?”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는 기어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답을 발견해 낸다. 아르헨티나 오월광장에서 어머니들의 시위를 목격한 또 다른 떠별은 ‘그곳’과 ‘이곳’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귀국 후에 어딘가로 달려간다. 고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에 온 뒤 줄곧 방황하던 한 떠별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는다. 중앙아시아의 늙은 고려인을 만나면서 평상시 제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문득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엄마도 힘들다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라는 걸 깨닫기도 한다.
이들의 글쓰기는 그러니까 단순히 자기들이 방문한 지역을 설명하거나 묘사하기 위한 게 아니다. 혹은 흔히 볼 수 있는 감상문도 아니다. 그곳의 역사 앞에서 이곳의 오늘을 반추하며 스스로의 삶을 집요하게 되돌아보는 것! 바로 이게 로드스꼴라의 여행 방식이고 글쓰기의 목적이다. 글 자체도 훌륭하거니와, 교사들이 제시한 여행의 목표와 학생들의 글에서 드러나는 여행의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 ‘싱크로율’을 확인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청춘들,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러가 되다
이 학교의 마지막 학기에는 ‘수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여행지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내거나(출판 프로젝트), 직접 만들고 연주하고 부른 자작곡들로 앨범을 만들거나(레이블 프로젝트), 기획과 대본과 연기를 직접 맡아서 연극 또는 뮤지컬 공연을 한다(공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로드스꼴라의 졸업생이 될 수 없다.
‘그곳’의 이야기를 ‘이곳’으로 실어 나름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다른 곳과 연결시키는 수료 프로젝트는 “여행자=스토리텔러”라는 로드스꼴라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 책에는 지금까지 냈던 책들의 출판기획안, 앨범 수록곡들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 각 공연의 개요와 포스터 등이 실려 있다.
학업을 마친 떠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길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힌 모든 것들이 훗날 삶의 자양분이 되고 길잡이가 되리라. 이 책은 작은 대안학교에 관한 이야기지만 대안교육 관계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뿐 아니라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교사, 청소년 교육여행을 지도하는 활동가들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 로드스꼴라
‘길’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ROAD와 ‘학교’라는 뜻의 라틴어 SCHOLA를 합친 말로,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대안학교의 이름. 오래전부터 여행과 학교, 놀이와 배움의 경계를 넘나들고 지역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행복하고 창의적인 배움의 틀을 꿈꾸던 사람들이 2009년에 한 지붕 아래 모여 본격적인 여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로드스꼴라는 ‘길 위의 학교’라는 모토에 걸맞게 철학과 역사와 인문학이 행복하게 조우하는 방법을 계발하고, 젊은 문화작업자들이 여행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행의 결과물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들을 키워 낸다. 교육과정은 총 4학기이며 16~22세의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 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다.
<본문 속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가 있다면-부모와의 갈등, 또래 집단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차별, 불평등, 전쟁, 난민, 핵 따위-그곳에 교실을 열자! 책상과 칠판과 교무실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토론과 스승,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한 소통이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학교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치열한 배움의 현장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속으로 관계를 확장해 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다문화를 수용하는 감수성이 계발되도록,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23-24쪽)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것들이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여행들을 튼튼하게 받쳐 주는 토대가 됐다. 관광 아닌 여행이라면 그렇다. 그래서 로드스꼴라는 첫 학기 첫 여행에서 의식주와 습관과 배려를 훈련한다.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다. (56쪽
기꺼운 헌신, 다정한 연대, 의로운 전승. 세상의 모든 밤하늘에서 빛나던 길잡이별. 그 별빛을 따라 우리는 여행했다. (114쪽)
역사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겨지고 누구의 이야기는 교묘하게 은폐되고 은밀하게 삭제되는가. 성과 계급과 인종과 종교는 한 개인을 어떻게 운명 짓고, 운명을 뛰어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낯선 세계는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발견하는 일이 길가온 과정 첫 학기의 목표다. 로드스꼴라는 특히 디아스포라를 중심에 놓고 역사 여행을 한다. (115쪽)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상처는 남아 있었다. 죽은 사람의 상처도, 살아남은 사람의 상처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령비에 적혀 있는 이름들은 모두 프엉 할머니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가족들이었다. 할머니는 참혹한 학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우리는 함께 이름을 불렀고 그 이름들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가득 껴안기엔 조금 벅차 계속 흘러내리곤 했지만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했다. 할머니와 함께 이름을 부르던 그때의 바람과 공기, 소리,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그 순간. (179-180쪽)
미안한 감정은 이해해도 내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했던 여행, 팜티호아 할머니를 만나고 증오비 앞에서 참배하고 베트남전쟁과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려고 하는 노력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185쪽)
포옹을 하고 나니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짧은 러시아어로 말하고 할아버지가 서툰 한국어로 대답하는 게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처음에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던 것이 포옹 한 번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199쪽)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들은 다들 같은 것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관점이나 시각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뿐이라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나라만 생각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206쪽)
공정무역 가게 ‘그루’에서 옷을 사며 어린 시절의 장터 생각이 났다. 내가 사는 옷이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양탄자를 짜는 소년이 학교에 갈 수 있는 씨앗 자금이 되고 가난한 젊은 여성에게 또 하나의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어디서 옷을 사 입을 건지. (220쪽)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의 편안함이 누군가의 피와 땀과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힘든 일상과 여행에서 잊기 쉬운 그 사실을 광장과 공원에 가서 새삼 다시 떠올렸다. 세상 곳곳에선 여전히 누군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5월광장과 탑골공원 사이,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251쪽)
나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 역시 아옌데의 양부가 그녀에게 해 주었던 그 한마디를 떠올린다. 나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헤매고 넘어지는 순간이 있음을. 삶은 원래 헤매고 넘어지는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질투어린 맘으로 읽던 아옌데의 소설은 어느새 제법 따뜻한 위로가 되어 있었다. (257쪽)
1844년에 로치데일의 가난한 노동자 28명이 첫 벽돌을 쌓은 이후 170년간 다른 누군가들이 벽돌을 쌓아 왔다. 내게 너무나 익숙한 생협도 그 일부로서 쌓여 왔을 것이다. 벽돌은 지금도 여전히 쌓이고 있다. 천천히, 꾸준히, 단단하게. (271쪽)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 배움이 불가능한 시대에 배움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조한혜정 교수의 추천사 중)
여행은 어떻게 한 인간을 삶의 주인으로 키워 내는가!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며 성장해 온 ‘기적의 학교’ 이야기
로드스꼴라는 이름 그대로 ‘길Road 위의 학교Schola’를 표방하는 한국 유일의, 어쩌면 세계 유일의 여행대안학교다. ‘여행과 인문학의 행복한 조우’라는 모토답게 이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외국어, 역사, 철학, 문학, 경제학, 글쓰기, 음악 등)은 여행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멀리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까지, 그들이 여행하는 모든 곳들이 교실이고 토론장이며 작업실이다.
배움의 결과는 눈부시다. 엄청난 독서량, 발군의 글쓰기 실력, 매 기수마다 발표되는 창작 음반과 창작극과 뮤지컬… 그들의 글은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고, 그들의 공연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늘 관객들로 북적거린다.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독립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학생도 여럿이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예체능 학교도 아닌 작은 대안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들을 낼 수 있었던 걸까?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이야기>는 그동안 당위와 기대에만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성과와 가능성을 담아낸 인상적인 보고서다. 글쓴이를 비롯한 교사들의 치열한 고민과 모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이뤄낸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여행이 공부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대안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하자센터 대표로서 오랫동안 대안교육 발전에 힘써 온 조한혜정 교수가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라고 단언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어디로 떠나고 무엇을 배우는가
이들의 여행 목적은 단순히 감성을 키우거나 호연지기를 기르거나 견문을 넓히는 데에 있지 않다. 글쓴이는 “여행이란 인류가 쌓아 온 지혜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와 접속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세상에 귀를 여는 법을 배우고, 삶을 다르게 사는 방법을 발견하고, 누구와 연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을 살아갈 배포가 생기게 된다는 게 작가이자 여행가로 살아온 글쓴이의 믿음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가 있다면-부모와의 갈등, 또래 집단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차별, 불평등, 전쟁, 난민, 핵 따위-그곳에 교실을 열자! 책상과 칠판과 교무실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토론과 스승,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한 소통이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학교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치열한 배움의 현장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속으로 관계를 확장해 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다문화를 수용하는 감수성이 계발되도록,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본문 중에서)
목적이 남다른 만큼 주제도 예사롭지 않다. 2학기 때는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라는 테마 아래 일본, 하와이, 연해주와 중앙아시아 등지로 떠나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좇고, 3학기엔 ‘동시대를 만나다’라는 테마 아래 네팔, 남미, 영국으로 가서 이주노동과 공정무역과 자본주의 경제사(혹은 민중사)를 더듬는다. 혹은 베트남으로 가서 전쟁의 기억과 기억의 전쟁을 몸소 체험한다.
길 위의 청춘들을 인도하는 길잡이들
로드스꼴라에선 여행 기간보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학습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만만찮은 이 테마들을 학교 내부의 강사진만으로 감당하는 건 불가능할 터, 그걸 채워주는 건 외부에서 달려온 ‘초대 길별’들이다(이 학교에선 교사를 ‘길별’, 학생을 ‘떠별’이라 부른다. 각각 ‘길잡이별’과 ‘길 떠나는 별’을 뜻한다).
남미 여행을 준비할 때는 남미문학 전문가인 송병선, 조구호 교수가 길별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국으로 가기 전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열 차례나 되는 자본주의 특강을, 김현숙 교수가 영국문학 특강을 기꺼이 떠맡았다. 그밖에도 문화평론가 정윤수, 사회학자 엄기호, 소설가 김남일 등 쟁쟁한 전문가들과 아름다운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이들의 ‘공부’를 도왔다.
빡빡한 공부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면 이번에는 현지의 여러 NGO와 대학, 작가, 한인단체 등 ‘현지 길별’들이 여행길을 인도하고 지원한다. 이렇듯 촘촘한 나라 안팎에서의 지원과 연대와 네트워킹은 로드스꼴라의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여행의 기록, 혹은 길 찾기의 기록
여기까지가 ‘떠먹여 주는’ 단계였다면 남은 건 스스로 먹고 소화시키는 일이다. 이 책에는 학생들이 각자의 깜냥대로 냄새 맡고 맛보고 소화시킨 결과물들이 실려 있다. 20여 편에 이르는 이 글들을 통해 독자들은 비로소 로드스꼴라의 진면목을 파악하게 된다. 여행길에서의 고민과 갈등, 깨달음 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글들이야말로 이 학교의 ‘교육적 성과’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일 터이니.
어느 떠별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 앞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한다.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왜 사과를 해야 하지?”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는 기어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답을 발견해 낸다. 아르헨티나 오월광장에서 어머니들의 시위를 목격한 또 다른 떠별은 ‘그곳’과 ‘이곳’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귀국 후에 어딘가로 달려간다. 고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에 온 뒤 줄곧 방황하던 한 떠별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는다. 중앙아시아의 늙은 고려인을 만나면서 평상시 제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문득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엄마도 힘들다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라는 걸 깨닫기도 한다.
이들의 글쓰기는 그러니까 단순히 자기들이 방문한 지역을 설명하거나 묘사하기 위한 게 아니다. 혹은 흔히 볼 수 있는 감상문도 아니다. 그곳의 역사 앞에서 이곳의 오늘을 반추하며 스스로의 삶을 집요하게 되돌아보는 것! 바로 이게 로드스꼴라의 여행 방식이고 글쓰기의 목적이다. 글 자체도 훌륭하거니와, 교사들이 제시한 여행의 목표와 학생들의 글에서 드러나는 여행의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 ‘싱크로율’을 확인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청춘들,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러가 되다
이 학교의 마지막 학기에는 ‘수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여행지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내거나(출판 프로젝트), 직접 만들고 연주하고 부른 자작곡들로 앨범을 만들거나(레이블 프로젝트), 기획과 대본과 연기를 직접 맡아서 연극 또는 뮤지컬 공연을 한다(공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로드스꼴라의 졸업생이 될 수 없다.
‘그곳’의 이야기를 ‘이곳’으로 실어 나름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다른 곳과 연결시키는 수료 프로젝트는 “여행자=스토리텔러”라는 로드스꼴라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 책에는 지금까지 냈던 책들의 출판기획안, 앨범 수록곡들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 각 공연의 개요와 포스터 등이 실려 있다.
학업을 마친 떠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길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힌 모든 것들이 훗날 삶의 자양분이 되고 길잡이가 되리라. 이 책은 작은 대안학교에 관한 이야기지만 대안교육 관계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뿐 아니라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교사, 청소년 교육여행을 지도하는 활동가들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 로드스꼴라
‘길’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ROAD와 ‘학교’라는 뜻의 라틴어 SCHOLA를 합친 말로,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대안학교의 이름. 오래전부터 여행과 학교, 놀이와 배움의 경계를 넘나들고 지역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행복하고 창의적인 배움의 틀을 꿈꾸던 사람들이 2009년에 한 지붕 아래 모여 본격적인 여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로드스꼴라는 ‘길 위의 학교’라는 모토에 걸맞게 철학과 역사와 인문학이 행복하게 조우하는 방법을 계발하고, 젊은 문화작업자들이 여행 과정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행의 결과물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들을 키워 낸다. 교육과정은 총 4학기이며 16~22세의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이 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다.
<본문 속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가 있다면-부모와의 갈등, 또래 집단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차별, 불평등, 전쟁, 난민, 핵 따위-그곳에 교실을 열자! 책상과 칠판과 교무실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토론과 스승,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한 소통이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학교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치열한 배움의 현장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속으로 관계를 확장해 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다문화를 수용하는 감수성이 계발되도록, 주변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23-24쪽)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것들이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여행들을 튼튼하게 받쳐 주는 토대가 됐다. 관광 아닌 여행이라면 그렇다. 그래서 로드스꼴라는 첫 학기 첫 여행에서 의식주와 습관과 배려를 훈련한다.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다. (56쪽
기꺼운 헌신, 다정한 연대, 의로운 전승. 세상의 모든 밤하늘에서 빛나던 길잡이별. 그 별빛을 따라 우리는 여행했다. (114쪽)
역사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겨지고 누구의 이야기는 교묘하게 은폐되고 은밀하게 삭제되는가. 성과 계급과 인종과 종교는 한 개인을 어떻게 운명 짓고, 운명을 뛰어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낯선 세계는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발견하는 일이 길가온 과정 첫 학기의 목표다. 로드스꼴라는 특히 디아스포라를 중심에 놓고 역사 여행을 한다. (115쪽)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상처는 남아 있었다. 죽은 사람의 상처도, 살아남은 사람의 상처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령비에 적혀 있는 이름들은 모두 프엉 할머니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가족들이었다. 할머니는 참혹한 학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우리는 함께 이름을 불렀고 그 이름들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가득 껴안기엔 조금 벅차 계속 흘러내리곤 했지만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했다. 할머니와 함께 이름을 부르던 그때의 바람과 공기, 소리,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그 순간. (179-180쪽)
미안한 감정은 이해해도 내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했던 여행, 팜티호아 할머니를 만나고 증오비 앞에서 참배하고 베트남전쟁과 민간인 학살을 기억하려고 하는 노력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185쪽)
포옹을 하고 나니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짧은 러시아어로 말하고 할아버지가 서툰 한국어로 대답하는 게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처음에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던 것이 포옹 한 번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199쪽)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들은 다들 같은 것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관점이나 시각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뿐이라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나라만 생각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206쪽)
공정무역 가게 ‘그루’에서 옷을 사며 어린 시절의 장터 생각이 났다. 내가 사는 옷이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양탄자를 짜는 소년이 학교에 갈 수 있는 씨앗 자금이 되고 가난한 젊은 여성에게 또 하나의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어디서 옷을 사 입을 건지. (220쪽)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의 편안함이 누군가의 피와 땀과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힘든 일상과 여행에서 잊기 쉬운 그 사실을 광장과 공원에 가서 새삼 다시 떠올렸다. 세상 곳곳에선 여전히 누군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5월광장과 탑골공원 사이,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251쪽)
나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 역시 아옌데의 양부가 그녀에게 해 주었던 그 한마디를 떠올린다. 나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헤매고 넘어지는 순간이 있음을. 삶은 원래 헤매고 넘어지는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질투어린 맘으로 읽던 아옌데의 소설은 어느새 제법 따뜻한 위로가 되어 있었다. (257쪽)
1844년에 로치데일의 가난한 노동자 28명이 첫 벽돌을 쌓은 이후 170년간 다른 누군가들이 벽돌을 쌓아 왔다. 내게 너무나 익숙한 생협도 그 일부로서 쌓여 왔을 것이다. 벽돌은 지금도 여전히 쌓이고 있다. 천천히, 꾸준히, 단단하게. (271쪽)
로드스꼴라는 기적의 학교다. 배움이 불가능한 시대에 배움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조한혜정 교수의 추천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