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랑 논다 (서툰 어른들이 발견한 혼자 노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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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김별, 이혜린, 이민영
• 그린이 : 김화연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4,000원
• 책꼴/쪽수 :
140×200, 220쪽
• 펴낸날 : 2017-06-22
• ISBN : 9788958076452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꿈꾸는도서관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김별
198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영학을 전공한 직장여성이다. 매년 금쪽같은 연차휴가를 마지막 하루까지 탈탈 털어서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중독자. 태양과 바다와 낮술을 사랑한다. 18년째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가끔 길을 잃는 길치고, 수영을 못하는 스쿠버다이버다. 익숙한 길에만 머무르는 것보다는 낯선 길 위에서 헤매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내일’과 ‘다음 생’ 중 어떤 게 먼저 올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충실한 낭만주의자이다.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라는 노랫말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는 흐릿하게나마 선명해질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별스럽게 보내고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과 『세상에 이런 가족』,『서른, 우리 술로 꽃피우다』를 썼다. 달콤한 게으름과 책과 그림을 사랑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과 『세상에 이런 가족』,『서른, 우리 술로 꽃피우다』를 썼다. 달콤한 게으름과 책과 그림을 사랑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지은이 : 이혜린
마음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의 부대표이자 늦깎이 대학원생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니 엄마’를 운영하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열혈 엄마이자 쿨내와 짠내가 공존하는 희귀로운 인간이다.
지은이 : 이민영
이 시대를 대표하는 철 안 든 어른아이다. 생각의 속도보다 행동의 속도가 빨라서 가끔 아차 하지만, 절대 내일 일은 걱정하지 않는 낙천주의자다.
그린이 : 김화연
인스타그램에 일상의 기록을 남기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마음속 다양한 모습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공감을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_ @7hwa
목차
프리랜서 별이는 시간을 낚으며 자유롭고 여유 있게
지하철 독서 게임 / 자유인의 자유 수영
문방구 쇼퍼홀릭 / 타박타박 동네 지도 / 도심 속 사찰 나들이
네버 엔딩 미술관 놀이 / 두근두근 대학 캠퍼스 / 가슴이 뻥, 그네 타기
여행보다 공항 놀이 / 함께 행복해지는 놀이
혼술보다 혼낮술 / 새벽 꽃 시장의 매력 / 빠져 보자, 만화방
짜릿짜릿 손맛, 실내 낚시터 / 높이 올라가서 작아지기
맘튜던트 린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야무지게
필사의 즐거움 / 소분의 재발견 / 냉장고 파먹기
밤 까기의 미학 / 내 총알을 피하지 마 / 본격 남의 집 구경
SNS는 인생의 놀이터 / 구글 지도의 무한한 세상
간판을 간파하기 / 나에게 쓰는 협박 편지 / 도청 놀이
키덜트의 비싼 취미 / 오늘은 창업가 / 나 혼자 심리검사
직장인 민영이는 회사 밖에서 새롭고 알차게
밑줄 긋는 여자 / 하얗게 불태우자, 심야 서점 / 생각 멈춤
퇴근 후 학생 / 내 첫 책은 내가 낸다 / 셀프 뷰티 살롱
오늘은 파리지앵처럼 / 음악 읽는 시간 / 숲속 화백 놀이
혼밥 신입생 / 집에서 나 혼자 영화관 / 나랑 하는 소풍
∴에필로그
지하철 독서 게임 / 자유인의 자유 수영
문방구 쇼퍼홀릭 / 타박타박 동네 지도 / 도심 속 사찰 나들이
네버 엔딩 미술관 놀이 / 두근두근 대학 캠퍼스 / 가슴이 뻥, 그네 타기
여행보다 공항 놀이 / 함께 행복해지는 놀이
혼술보다 혼낮술 / 새벽 꽃 시장의 매력 / 빠져 보자, 만화방
짜릿짜릿 손맛, 실내 낚시터 / 높이 올라가서 작아지기
맘튜던트 린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야무지게
필사의 즐거움 / 소분의 재발견 / 냉장고 파먹기
밤 까기의 미학 / 내 총알을 피하지 마 / 본격 남의 집 구경
SNS는 인생의 놀이터 / 구글 지도의 무한한 세상
간판을 간파하기 / 나에게 쓰는 협박 편지 / 도청 놀이
키덜트의 비싼 취미 / 오늘은 창업가 / 나 혼자 심리검사
직장인 민영이는 회사 밖에서 새롭고 알차게
밑줄 긋는 여자 / 하얗게 불태우자, 심야 서점 / 생각 멈춤
퇴근 후 학생 / 내 첫 책은 내가 낸다 / 셀프 뷰티 살롱
오늘은 파리지앵처럼 / 음악 읽는 시간 / 숲속 화백 놀이
혼밥 신입생 / 집에서 나 혼자 영화관 / 나랑 하는 소풍
∴에필로그
편집자 추천글
■ 혼자가 편한 어른들을 위한 취향저격 놀이 지도서
혼자의 시대, 혼자서 뭘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0%를 넘고 1인용, 1인분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더 이상 쭈뼛거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의논하지 않고도 나 혼자, 내가 즐거운 것을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한 시대. 이 시대를 대표하고 싶은(!) 마음에 세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 책은 한 문장에서 시작했다. Dolce Far Niente, 돌체 파 니엔떼. 이탈리아어로 무위의 즐거움, 또는 달콤한 게으름을 뜻한다. 즉 ‘쓸데없는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말이다. 단언컨대, 이 책은 돌체 파 니엔떼를 99% 구현해 냈다.
세 작가는 공통점이라고는 없다. 직업, 성격, 패션 스타일, 영화 스타일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쓸데없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들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데는 완벽하게 의견을 일치했다. 이 책은 혼자 노는 법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외롭게 버려두지 않고 따뜻하게 품을 줄 아는 말랑말랑한 어른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일상을 공유할 뿐이다. 예상했겠지만, 이들의 일상은 스펙터클하지도, 반전이 숨어 있지도 않다. 다만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아채고, 그것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즐기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 동선을 쫓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 꼭두새벽 꽃 시장 방문부터 공항 가서 엽서 쓰기까지
오늘 행복하고 내일 또 행복할 수 있는 42가지 놀이
혼자 놀기 대표 리스트
지하철에서 책 한 권 다 읽고 내리기 | 공항 가서 엽서 쓰기 | 혼자 낮술하기
문방구에서 득템하기 | 냉장고 파먹기 | 밤늦도록 밤 까기 | 혼자 라면 먹고 만화방 가기
남의 말 엿듣기 | 멍 때리기 | 혼자서 미용실 열기 | 새벽 꽃시장 방문하기
정말 사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 놀이들 속에는 작가들의 취향,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색깔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작가는 시끄러운 지하철에서도 책으로 놀 궁리를 하고, 자기 관리가 중요한 작가는 퇴근 후 집에서 부산스럽게 미용실을 연다.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작가는 누군가가 까 준 밤이 고마워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 밤늦도록 밤을 까고, 오지랖 레이더 덕에 남의 말을 엿듣다 자기 성찰을 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분명 잉여롭게도 시간을 버리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왠지 부러워진다. 세상 쓸데없어 보이는 놀이를 하면서 ‘나다운 것,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낙산공원. 성곽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그냥 멍하니 앉아 머릿속 잡념들이 지들 멋대로 굴러다니는 것을 구경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천천히 즐기는 것이 나의 놀이다. 논다는 건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을 뜻한다. 너무 쉽지 않나. 노는 건 별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고 즐거우면 된다. 특별한 것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기 때문에, 내게는 그냥 높은 곳에 올라가 앉아 있는 것이 최고의 놀이다.
재미와 즐거움 같은 건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와 함께 놀 때보다 혼자 놀 때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시간을 가장 여유롭고 게으르게 쓰면서 혼자 놀기 위해 서울 성곽 길 한편에 있는 벤치에 드러누워 언젠가는 더 높이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며 ‘하하하, 별것도 아니잖아!’ 하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높이 올라가서 작아지기’ 중에서
■ 재미없는 삶에 권하는 유쾌한 구호
“나는 나랑 논다!”
책을 집필하면서 작가들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프리랜서였던 김별은 역시 책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다며 출판사에 들어갔다. 맘튜던트 이혜린은 그토록 바라던 창업을 시작했다. 직장인 이민영은 퇴근 후 자유 시간으로는 성에 안 차 대륙으로 떠났다. 그림 작가 김화연은 이 책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학교 가는 걸 잊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이제 그림만 그린다. 4명의 작가는 혼자 놀다가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원했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혹시 사는 게 재미없고, 관계 맺기가 어렵고, 의욕이 없다면 이 책을 열 페이지만 읽어 보기를 권한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 않고 혼자서 사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실에 매여 잠시 잊고 있었던 꿈과 의욕들이 다시 둥둥 떠오를 것이다.
■ 미리보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거나, 머릿속이 밤고구마처럼 뻑뻑해서 돌아가지 않을 때, 또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 고단할 때면 사무실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라는 무료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앞보다 몇 배는 됨직한 줄이 항상 늘어서 있는 1층을 지나, 기념품 가게 옆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놀랍도록 한적한 전시관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천경자의 상설 전시관이다. 평일 오전이나 점심시간 즈음에 가면 10번에 9번은 나 혼자이고, 아주 가끔 나 같은 사람이 불쑥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사람도 나도 흠칫 놀란다. ‘뭐야,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하며 말이다. 그러고는 이내 동지애(?) 가득한 짧은 눈빛 교환을 한 뒤 각자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_네버 엔딩 미술관 놀이
나는 공항에 가는 게 좋다. 김포공항도 좋지만 공항은 역시 인천공항이다. 가는 방법은 지하철보다는 공항 리무진이 좋다. 물론 일반 버스 요금보다 훨씬 비싸지만, 공항에 가는 그 자체가 작은 여행이 되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 나를 태운 버스가 서쪽으로 달리다가 이윽고 서해에 가까워지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면 어김없이 작은 흥분이 나를 감싼다.
흥분의 바다를 지나 공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고나는 복잡한 카페보다는 커피를 들고 비행기의 이착륙이 보이는 커다란 창 옆 벤치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이야말로 사람과 비행기 구경을 한 방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니까. 예전에 비행기를 처음 탄 친구가 이륙할 때 내 옆자리에서 “어우야 XX, 라이트 형제 이 미친 XX들 진짜 대애박~ 대단한 XX들~ 끼효올~” 하고 소리를 질렀던 게 생각난다. 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뭐, 그 친구의 말에 동의한다. ‘라이트 형제 너님들 짱.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서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하심?’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비행기 구경이 조금 질린다 싶으면 고개를 돌려 공항에 가득 찬 사람들을 구경한다. 외국에 드나드는 것이 지루한 일상인 듯 보이는 간편한 차림의 중년 남자, 정말 한국에서는 김치 냄새가 날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입국장에 들어서는 외국 관광객, 분명 안이 텅 비어 있을 것 같은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때는 아마도 꽉 찰)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핑크 색 하이힐의 여자, 대체 왜 공항에서부터 일란성 쌍둥이 룩을 뽐내는지 알 수 없는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신혼부부,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교포 느낌의 학생들까지.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다 보면 괜히 내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공항 서점에서 엽서를 사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공항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거다. 공항 소인이 찍힌 엽서를 받은 지인이 오글거린다며 욕할 수도 있지만 괜찮다. 좋으면서 괜히들 그러는 거 다 아니까.
_여행보다 공항 놀이
업체 미팅을 하는데 상대편 업체 신입사원이 노란색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사각사각 펜 끝 소리에 절로 눈이 가서 계속 그 손끝만 쳐다보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초록색 검색 창에 ‘노란색 만년필’을 치고는 바로 주문해 버렸다. 그게 나의 첫 만년필 라미다.
펜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던 나에게 꽤 오랜 시간 붙어 있었던 라미. 그렇게 만년필을 쓴 지 4년 차. 이제 일반 볼펜은 미끄러워 잘 쓰지 못할 지경이 되었고, 만년필로 무언가를 꾹꾹 눌러 옮겨 적는 필사는 꽤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다.
필사를 돕는 필기구는 다양하다. 필기구에 따라 필사의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날이 잘 선 연필로는 시 한 구절을 옮겨 적어 본다. 윤동주의 시는 꼭 연필로 적게 된다. 거칠게 서걱거리는 소리가 시인의 아픔과 닮아서일까.
붓펜으로는 아주 진지한 궁서체로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말들을 적어 본다. ‘마더파더 젠틀맨’, ‘저스틴비버후뤠이’ 같은 말들을 한글로 음독해 적다 보면 별 쓸데없는 것에 정성을 쏟고 있는 내가 한심하면서도 조금은 신선하고 대견하다. 분노가 훅 하고 올라올 때면 붓펜을 들고 욕을 적기도 한다. ‘네 이년’, ‘꺼져’ 같은 독설들을 크게 적고 나면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_필사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