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 (장애 비장애 커플의 예측불가 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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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박윤영, 채준우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5,800원
• 책꼴/쪽수 :
145x210, 260쪽
• 펴낸날 : 2018-01-19
• ISBN : 9788958076735
• 십진분류 : 역사 > 유럽 (92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상반기 세종도서(교양)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인디고서원 추천도서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인디고서원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박윤영
커다란 휠체어에 인형을 올려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은 사람이다. 강아지처럼 발랄하고 고양이처럼 예민해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챈다. 특히 무례한 시선은 너무나 피곤해서, 아무도 자기를 쳐다보지 않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은이 : 채준우
떡볶이를 좋아하는 갈색 곰이다. 떡볶이를 위해 겨울잠도 포기했다. 남이 뭐라고 하건 끄떡도 하지 않지만 윤영에게는 유독 약해서, "우리 얘기 좀 해"라고 윤영이 말하면 숨이 턱 막힌다. 여행을 좋아하고, 멀리멀리 떠나는 꿈을 늘 품고 산다. 윤영과 함께 어디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휠링 wheeling 가이드 : 여행 전 체크!
Chapter 1 영국
런던
매너에 흠뻑 취하다
휠링wheeling 가이드
Chapter 2 프랑스
파리
로망과 현실을 이야기하다
휠링wheeling 가이드
디종
이곳을 몰랐다면 영원히 내 기억 속 프랑스는
파리가 전부였겠지!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프랑스 → 스위스
Chapter 3 스위스
인터라켄
나는 유럽의 지붕에 오를 수 있을까?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스위스 → 이탈리아
Chapter 4 이탈리아
베네치아
물 위로 피어난 달빛 도시
휠링wheeling 가이드
피렌체
여기, 나만 힘들어?
휠링wheeling 가이드
로마
편의시설 완벽한 로마행 타임머신
휠링wheeling 가이드
니스
상상 속 유럽 여행이 실현되는 곳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니스 → 스페인
Chapter 5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그리아처럼 달콤한, 가우디처럼 강렬한
휠링wheeling 가이드
마드리드
완벽한 마지막 하루
휠링wheeling 가이드
에필로그
휠링wheeling 가이드 : 유럽의 장애인 화장실
프롤로그
휠링 wheeling 가이드 : 여행 전 체크!
Chapter 1 영국
런던
매너에 흠뻑 취하다
휠링wheeling 가이드
Chapter 2 프랑스
파리
로망과 현실을 이야기하다
휠링wheeling 가이드
디종
이곳을 몰랐다면 영원히 내 기억 속 프랑스는
파리가 전부였겠지!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프랑스 → 스위스
Chapter 3 스위스
인터라켄
나는 유럽의 지붕에 오를 수 있을까?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스위스 → 이탈리아
Chapter 4 이탈리아
베네치아
물 위로 피어난 달빛 도시
휠링wheeling 가이드
피렌체
여기, 나만 힘들어?
휠링wheeling 가이드
로마
편의시설 완벽한 로마행 타임머신
휠링wheeling 가이드
니스
상상 속 유럽 여행이 실현되는 곳
휠링wheeling 가이드
길 위에서 : 니스 → 스페인
Chapter 5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그리아처럼 달콤한, 가우디처럼 강렬한
휠링wheeling 가이드
마드리드
완벽한 마지막 하루
휠링wheeling 가이드
에필로그
휠링wheeling 가이드 : 유럽의 장애인 화장실
편집자 추천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유럽 배낭여행을 할 수 있을까?
장애 비장애 커플의 유럽 여행 분투기!
누군가의 간절한 꿈을 실현시켜줄 휠링(Wheeling) 가이드!
유럽을 여행하는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배낭여행을 꿈꾸는 휠체어 장애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서점의 여행서적 코너를 가득 채운 수많은 가이드북들은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즐비한 장애인 휴먼스토리들 역시 용기는 줄 수 있을지언정 길 떠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있어도 휠체어 여행 가이드북은 없는 지구의 책방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모여 있다는 ‘바벨의 도서관’에는 혹시 한 권쯤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 일단 그곳으로 가는 저상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입구에 혹시 계단이나 문턱은 없는지, 실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먼저 나와야 한다.
이 책은 커다란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작은 여자와 두 발로 걷는 비장애인 남자 커플이 45일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의 기록이다. 여행 준비과정부터 시작해 유럽 각지의 장애인 여행 정보들까지, 글쓴이들이 맨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에 흔한 게 유럽 여행이라지만, 물리적 제약이 많은 글쓴이들에게 유럽은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왔다는 풍문조차 들려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선뜻 유럽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여건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절실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정보들을 글쓴이들은 직접 수집하고 정리했다. 전동 휠체어를 비행기에 실을 때 배터리 사진을 왜 미리 찍어두어야 하는지, 런던에서는 왜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한지, 휠체어를 탄 채로 런던아이와 에펠탑에 오를 수 있는지, 베르사유 궁에서는 왜 입구가 아닌 출구로 입장해야 하는지 등등. 베네치아의 수상버스나 인터라켄 유람선은 경사로가 제공되어 휠체어도 거뜬히 탈 수 있으며,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입장은 가능하지만 계단 때문에 옥상과 지하 예배당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섬세하게 정리된 5개국 10개 도시의 휠체어 여행 정보에 글쓴이들은 ‘휠링 가이드(wheeling guide)’라는 인상적인 제목을 붙여놓았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예상치 못한 위기들로 가득한 에세이를 읽으며 이들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여행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난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생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휠체어를 탄 채 유레일에 오르고 작은 호스텔에 여장을 풀고 오래된 광장을 천천히 거니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제 휠체어 장애인들은 막연한 꿈이 아닌 현실로서의 여행을 도와줄 한 권의 책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행이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라는 뒤표지의 추천사처럼.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했던 유럽에서의 시간들!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비장애인들은 혹시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장애인에게 실례는 아닐지,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인지 고민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뭔가 굉장히 신경을 써가면서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 뜻밖의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의외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유럽에서 언제 감동했고 언제 행복했는지를 유심히 보면 된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들이다.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녀도 ‘물건’ 보듯 신기해하는 시선이나 무례한 질문 없이 자유를 만끽한 것, 한국에서는 몇 발짝만 이동하려 해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지만 유럽에서는 잠깐 길을 비켜준 것만으로도 거꾸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은 일,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군소리 하나 없이 휠체어가 안전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준 일……. 이들이 진정 바랐던 것은 장애인이라서 받는 무조건적이고 특수한 배려가 아니라 그저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리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번번이 무참해지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나중엔 스스로 무감각해져야 했던 한국과 달리, 특별하지 않은 유럽인들의 시선과 태도 속에서 오히려 아주 특별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글쓴이들은 “우리 여행을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 굉장히 싫습니다”라고 말한다. ‘대단하다’는 말은 ‘장애인은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전동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여자와 비장애인 남자 커플의 여행기는 딱히 유별나거나 특별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도 아니다. 세상의 반응이 어떠하든, 당사자인 글쓴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유럽의 풍경을 좇다 보면 도리어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터무니없이 불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찬사와 갈채 뒤에 도사린 편견이 보인다. 이들의 여행이 그저 ‘대단’하다고만 여겼던 우리의 생각이 바뀔 때, 이들이 힘겨워하는 이 땅의 현실도 조금씩 바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길 위에서!
세상 모든 ‘특별한’ 연인들을 위한 사랑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 과정에서 두 사람이 겪었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각자의 시점에서 교차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서술 방식이 때로는 무참히 엇갈리고 때로는 완벽하게 일치하기도 하는 젊은 연인들의 마음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자와 비장애인 남자라는 둘의 특성은 독자들에게 매우 큰 ‘차이’로 다가가기 쉽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 그만큼의 차이가 없는 연인이 어디 있을까. 장애나 휠체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바라보면 이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커플이다. 휠체어에 배낭을 주렁주렁 매달고 호스텔을 전전한 가난한 배낭여행자였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식사를 때우기 일쑤였으며, 연인들이 흔히 그렇듯 사소한 문제로 울고 싸운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며, 여행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간다. 그리고 그 차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이 책은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여행 안내서인 동시에, 연인들의 사랑이 어떻게 깊어지고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장애가 있든 없든 세상 모든 연인들은 서로 다른 인격체의 만남이기에 ‘특별’하다는 것을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진 두 사람의 “다른 듯 온전하게 같았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하는 여행의 감동이 독자들에게도 남김없이 가 닿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책을 덮고 눈을 감았더니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의 체온과 휠이 달릴 때 울퉁불퉁한 길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내게로도 전해져왔다. 아름다움과 맞닥뜨렸을 때 이들이 내지르는 탄성마저 들린다. 세상 흔하디 흔한 ‘연인’이 떠난 여행은 ‘대단’하진 않지만 애정의 밀도에는 한없이 질투가 인다. 무엇보다 이 쫄깃한 ‘여행체’는 처음 맛보는 문체라 읽는 재미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그만 밥때를 놓치고 말았다.
─ 김민아『아픈 몸, 더 아픈 차별』저자
소설처럼 재미있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여행 정보도 풍성하다. 이따금씩 엿보이는 그들의 연애가 애꿎게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휠체어가 세상과의 접점인 그녀와 두 발로 걷는 그의 여행이 다른 듯 온전하게 같았단 점에서도 울림을 준다. 지금 이 순간, 여행이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 이시목『소설, 여행이 되다』저자
그녀의 유럽 배낭여행이 건장한 남자 친구 덕분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연하의 비장애인 남자는 의외로 덤벙이에 로맨티시스트이며, 걸핏하면 부러지는 뼈를 가진 여자는 매사에 야무지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어쩌면 유럽은 조연이다.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혼자 하는 여행은 좋다. 둘이 하는 여행은 행복 하다!
─ 류미 정신과 의사.『리스너』저자
■ 책 속의 한 줄
언젠가는 꼭 멀리 떠나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오래된 욕망이다. 일 년 열두 달 깁스를 하고 있느라 생겨난 어떤 갑갑증에서 비롯된. 이유도 모른 채 뼈가 셀 수 없이 부러졌는데 열여섯이 되어서야 내 장애가 ‘골형성부전증’인 것을 알았다. 아마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도 골절을 겪었을 거라고 했다. … 현관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내 모습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상영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 머리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지 않고 보낸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가 낯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녔고 더 많이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었다. 우리에게 런던은 처음 느끼는 자유였다. ─ 36쪽
윤영은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탈 때도, 길을 갈 때도 자기를 보면 이런 ‘것’이 왜 여기에 있냐며 불편해하는 것만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 런던의 한 골목에서 ‘길을 막고 있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여겨진 것에 감동하고 있는 것 같다. 윤영의 기분을 알 것도 같다. 나 역시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며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는 주야장천 외쳤어도 “감사합니다”를 들은 기억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 40쪽
준우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 방법은 나의 감정을 숨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옳지 않았다.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모든 순간을 함께 경험하며 감정을 나누기에, 말하지 않는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려던 노력을 집어치우고 계단에 대고 함께 욕을 쏟아낼 수 있게 되자 우리의 파리 여행은 비로소 솔직하고 즐거워졌다. ─ 61쪽
휠체어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설원을 힘차게 달려주었고, 눈앞에는 그토록 바라던 융프라우가 하얗게 웃고 있다. 나는 멈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파랗고 새하얀 세상이 너무나 황홀해서, 가까워진 태양이 너무나 따스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드디어 꿈을 이룬 것이 믿기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플라토를 달리고 또 달렸다. ─ 101쪽
떠나기 전 나는 몇 번이고 준우에게 말했다. “어딘가 들어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내 생각 말고 꼭 해야 해. 알겠지?” 그때마다 웃어넘기는 준우가 영 못 미더웠지만 다짐받고 싶어 나중에는 거의 채근하듯 대답을 받아냈다. 나는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가능과 불가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삶을 산다. 그런 한계 앞에서 포기하는 것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나처럼 똑같이 포기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178쪽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있다. 같이 뛰어들지 않아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우리의 사랑도 그중 하나다. 준우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행복하다. ─ 179쪽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보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는 그녀의 말이 정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포기인지. (…)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종탑은 그림의 떡이었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종탑,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쿠폴라까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포기와 무관심을 동시에 보였다. 그것이 이제야 느껴지는 것이다. “높은 곳은 융프라우로 족해.” 이런 그녀의 말에 얼마나 많은 포기가 담겨 있었던 걸까. 나는 차마 가늠도 못하겠다. ─ 221쪽
윤영은 이번 여행에서 참 많은 것들이 명확해진 것 같다고 했다. 하긴, 꿈으로만 상상했던 곳, 정말 가고 싶었지만 정보가 없어 두려웠던 곳에 직접 뛰어들지 않았는가. 어쩌면 나에게도 불확실에 맞설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데이트를 계획해도 그 장소의 편의시설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백 퍼센트 즐길 수 없다면 아예 후보에서 지워버리곤 했다. 그러나 접근성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장소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었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행을 즐기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는 듯했다. ─ 233쪽
누구에게나 여행은 막막하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곤란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새롭고 낯선 곳으로 향하기까지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행이 두려웠던 만큼 새로운 곳에서 더 큰 전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나를 평생 지배하던 강력한 억압을 넘어섰기 때문에 여행으로 인한 자부심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거죠. ─ 에필로그
책을 쓰자고 마음먹은 것도 여행을 다녀오고 한참 뒤였어요. “대단하다”라는 말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45일 유럽 여행은 돈이 얼마나 들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꿈틀거리는 거예요. 그 질문 속에 내가 있었거든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아 막막함과 무기력에 빠져있던 내 모습이요. 떠남에 대한 열망이 강해질수록 물리적, 물질적 장애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나'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에필로그
장애 비장애 커플의 유럽 여행 분투기!
누군가의 간절한 꿈을 실현시켜줄 휠링(Wheeling) 가이드!
유럽을 여행하는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배낭여행을 꿈꾸는 휠체어 장애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서점의 여행서적 코너를 가득 채운 수많은 가이드북들은 휠체어 여행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즐비한 장애인 휴먼스토리들 역시 용기는 줄 수 있을지언정 길 떠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있어도 휠체어 여행 가이드북은 없는 지구의 책방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모여 있다는 ‘바벨의 도서관’에는 혹시 한 권쯤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 일단 그곳으로 가는 저상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입구에 혹시 계단이나 문턱은 없는지, 실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먼저 나와야 한다.
이 책은 커다란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작은 여자와 두 발로 걷는 비장애인 남자 커플이 45일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의 기록이다. 여행 준비과정부터 시작해 유럽 각지의 장애인 여행 정보들까지, 글쓴이들이 맨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에 흔한 게 유럽 여행이라지만, 물리적 제약이 많은 글쓴이들에게 유럽은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왔다는 풍문조차 들려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선뜻 유럽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여건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절실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정보들을 글쓴이들은 직접 수집하고 정리했다. 전동 휠체어를 비행기에 실을 때 배터리 사진을 왜 미리 찍어두어야 하는지, 런던에서는 왜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한지, 휠체어를 탄 채로 런던아이와 에펠탑에 오를 수 있는지, 베르사유 궁에서는 왜 입구가 아닌 출구로 입장해야 하는지 등등. 베네치아의 수상버스나 인터라켄 유람선은 경사로가 제공되어 휠체어도 거뜬히 탈 수 있으며,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입장은 가능하지만 계단 때문에 옥상과 지하 예배당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섬세하게 정리된 5개국 10개 도시의 휠체어 여행 정보에 글쓴이들은 ‘휠링 가이드(wheeling guide)’라는 인상적인 제목을 붙여놓았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예상치 못한 위기들로 가득한 에세이를 읽으며 이들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여행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난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생생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휠체어를 탄 채 유레일에 오르고 작은 호스텔에 여장을 풀고 오래된 광장을 천천히 거니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제 휠체어 장애인들은 막연한 꿈이 아닌 현실로서의 여행을 도와줄 한 권의 책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행이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라는 뒤표지의 추천사처럼.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했던 유럽에서의 시간들!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비장애인들은 혹시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장애인에게 실례는 아닐지,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인지 고민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뭔가 굉장히 신경을 써가면서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 뜻밖의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의외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유럽에서 언제 감동했고 언제 행복했는지를 유심히 보면 된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들이다.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녀도 ‘물건’ 보듯 신기해하는 시선이나 무례한 질문 없이 자유를 만끽한 것, 한국에서는 몇 발짝만 이동하려 해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했지만 유럽에서는 잠깐 길을 비켜준 것만으로도 거꾸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은 일,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군소리 하나 없이 휠체어가 안전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준 일……. 이들이 진정 바랐던 것은 장애인이라서 받는 무조건적이고 특수한 배려가 아니라 그저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리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번번이 무참해지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나중엔 스스로 무감각해져야 했던 한국과 달리, 특별하지 않은 유럽인들의 시선과 태도 속에서 오히려 아주 특별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글쓴이들은 “우리 여행을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 굉장히 싫습니다”라고 말한다. ‘대단하다’는 말은 ‘장애인은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전동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여자와 비장애인 남자 커플의 여행기는 딱히 유별나거나 특별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도 아니다. 세상의 반응이 어떠하든, 당사자인 글쓴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유럽의 풍경을 좇다 보면 도리어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터무니없이 불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찬사와 갈채 뒤에 도사린 편견이 보인다. 이들의 여행이 그저 ‘대단’하다고만 여겼던 우리의 생각이 바뀔 때, 이들이 힘겨워하는 이 땅의 현실도 조금씩 바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길 위에서!
세상 모든 ‘특별한’ 연인들을 위한 사랑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 과정에서 두 사람이 겪었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각자의 시점에서 교차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서술 방식이 때로는 무참히 엇갈리고 때로는 완벽하게 일치하기도 하는 젊은 연인들의 마음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자와 비장애인 남자라는 둘의 특성은 독자들에게 매우 큰 ‘차이’로 다가가기 쉽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 그만큼의 차이가 없는 연인이 어디 있을까. 장애나 휠체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바라보면 이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커플이다. 휠체어에 배낭을 주렁주렁 매달고 호스텔을 전전한 가난한 배낭여행자였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식사를 때우기 일쑤였으며, 연인들이 흔히 그렇듯 사소한 문제로 울고 싸운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며, 여행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간다. 그리고 그 차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이 책은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여행 안내서인 동시에, 연인들의 사랑이 어떻게 깊어지고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장애가 있든 없든 세상 모든 연인들은 서로 다른 인격체의 만남이기에 ‘특별’하다는 것을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진 두 사람의 “다른 듯 온전하게 같았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하는 여행의 감동이 독자들에게도 남김없이 가 닿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책을 덮고 눈을 감았더니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의 체온과 휠이 달릴 때 울퉁불퉁한 길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내게로도 전해져왔다. 아름다움과 맞닥뜨렸을 때 이들이 내지르는 탄성마저 들린다. 세상 흔하디 흔한 ‘연인’이 떠난 여행은 ‘대단’하진 않지만 애정의 밀도에는 한없이 질투가 인다. 무엇보다 이 쫄깃한 ‘여행체’는 처음 맛보는 문체라 읽는 재미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그만 밥때를 놓치고 말았다.
─ 김민아『아픈 몸, 더 아픈 차별』저자
소설처럼 재미있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여행 정보도 풍성하다. 이따금씩 엿보이는 그들의 연애가 애꿎게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휠체어가 세상과의 접점인 그녀와 두 발로 걷는 그의 여행이 다른 듯 온전하게 같았단 점에서도 울림을 준다. 지금 이 순간, 여행이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 이시목『소설, 여행이 되다』저자
그녀의 유럽 배낭여행이 건장한 남자 친구 덕분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연하의 비장애인 남자는 의외로 덤벙이에 로맨티시스트이며, 걸핏하면 부러지는 뼈를 가진 여자는 매사에 야무지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어쩌면 유럽은 조연이다.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혼자 하는 여행은 좋다. 둘이 하는 여행은 행복 하다!
─ 류미 정신과 의사.『리스너』저자
■ 책 속의 한 줄
언젠가는 꼭 멀리 떠나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오래된 욕망이다. 일 년 열두 달 깁스를 하고 있느라 생겨난 어떤 갑갑증에서 비롯된. 이유도 모른 채 뼈가 셀 수 없이 부러졌는데 열여섯이 되어서야 내 장애가 ‘골형성부전증’인 것을 알았다. 아마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도 골절을 겪었을 거라고 했다. … 현관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내 모습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상영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 머리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지 않고 보낸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가 낯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녔고 더 많이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었다. 우리에게 런던은 처음 느끼는 자유였다. ─ 36쪽
윤영은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탈 때도, 길을 갈 때도 자기를 보면 이런 ‘것’이 왜 여기에 있냐며 불편해하는 것만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 런던의 한 골목에서 ‘길을 막고 있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여겨진 것에 감동하고 있는 것 같다. 윤영의 기분을 알 것도 같다. 나 역시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며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는 주야장천 외쳤어도 “감사합니다”를 들은 기억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 40쪽
준우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 방법은 나의 감정을 숨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옳지 않았다.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모든 순간을 함께 경험하며 감정을 나누기에, 말하지 않는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려던 노력을 집어치우고 계단에 대고 함께 욕을 쏟아낼 수 있게 되자 우리의 파리 여행은 비로소 솔직하고 즐거워졌다. ─ 61쪽
휠체어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설원을 힘차게 달려주었고, 눈앞에는 그토록 바라던 융프라우가 하얗게 웃고 있다. 나는 멈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파랗고 새하얀 세상이 너무나 황홀해서, 가까워진 태양이 너무나 따스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드디어 꿈을 이룬 것이 믿기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플라토를 달리고 또 달렸다. ─ 101쪽
떠나기 전 나는 몇 번이고 준우에게 말했다. “어딘가 들어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내 생각 말고 꼭 해야 해. 알겠지?” 그때마다 웃어넘기는 준우가 영 못 미더웠지만 다짐받고 싶어 나중에는 거의 채근하듯 대답을 받아냈다. 나는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가능과 불가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삶을 산다. 그런 한계 앞에서 포기하는 것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나처럼 똑같이 포기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178쪽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있다. 같이 뛰어들지 않아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우리의 사랑도 그중 하나다. 준우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행복하다. ─ 179쪽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보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는 그녀의 말이 정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포기인지. (…)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종탑은 그림의 떡이었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종탑,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쿠폴라까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포기와 무관심을 동시에 보였다. 그것이 이제야 느껴지는 것이다. “높은 곳은 융프라우로 족해.” 이런 그녀의 말에 얼마나 많은 포기가 담겨 있었던 걸까. 나는 차마 가늠도 못하겠다. ─ 221쪽
윤영은 이번 여행에서 참 많은 것들이 명확해진 것 같다고 했다. 하긴, 꿈으로만 상상했던 곳, 정말 가고 싶었지만 정보가 없어 두려웠던 곳에 직접 뛰어들지 않았는가. 어쩌면 나에게도 불확실에 맞설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데이트를 계획해도 그 장소의 편의시설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백 퍼센트 즐길 수 없다면 아예 후보에서 지워버리곤 했다. 그러나 접근성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장소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었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행을 즐기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는 듯했다. ─ 233쪽
누구에게나 여행은 막막하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곤란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새롭고 낯선 곳으로 향하기까지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행이 두려웠던 만큼 새로운 곳에서 더 큰 전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나를 평생 지배하던 강력한 억압을 넘어섰기 때문에 여행으로 인한 자부심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거죠. ─ 에필로그
책을 쓰자고 마음먹은 것도 여행을 다녀오고 한참 뒤였어요. “대단하다”라는 말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45일 유럽 여행은 돈이 얼마나 들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꿈틀거리는 거예요. 그 질문 속에 내가 있었거든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아 막막함과 무기력에 빠져있던 내 모습이요. 떠남에 대한 열망이 강해질수록 물리적, 물질적 장애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나'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