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 (그런 법이 어딨냐고 묻고 싶을 때)
- 0
- 0
• 지은이 : 김민철
• 출판사 : 뜨인돌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35x190, 297쪽
• 펴낸날 : 2019-04-30
• ISBN : 9788958077152
• 십진분류 : 사회과학 > 법학 (360)
• 도서상태 : 정상
• 추천기관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김민철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아 어린 시절부터 뉴스와 신문을 가까이했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사회는 문제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 자체도 즐기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본업은 변호사이고 간간이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노빈손과 천하무적 변호사 사무소』『소파 위의 변호사』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나를 지키는 생존법률』 『사장이 가장 많이 겪는 회사 소송 33』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노빈손과 천하무적 변호사 사무소』『소파 위의 변호사』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나를 지키는 생존법률』 『사장이 가장 많이 겪는 회사 소송 33』이 있다.
목차
김변의 인사 006
1장 법에도 기본 원칙이 있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014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환수하는 건 아무 문제도 없을까? 016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탄핵되었을까? 034
두 명이 된 동방신기 050
땅콩회항의 주인공이 풀려난 이유는 뭘까? 06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강자의 횡포를 왜 ‘갑질’이라고 부를까? 082
2장 법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088
강원랜드는 카지노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090
구속됐던 이재용 부회장은 어떻게 석방되었을까? 108
학원의 야간 수업을 법으로 금지해도 될까? 12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돈이 없어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142
3장 법이 왜 이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148
낙지 살인 사건의 피고인은 왜 무죄 선고를 받았을까? 150
120억 원을 기부받았지만 연세대가 돈을 쓰지 못한 까닭은? 168
우리나라는 왜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관대할까? 184
민중은 개돼지라고 막말한 공무원이 잘리지 않은 까닭은? 202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살인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게 더 쉽다고? 218
4장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224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될까? 226
학교 선생님에게 밥을 살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242
양심 때문에 군대에 못 가겠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260
왜 대형마트는 일요일에 문을 닫을까? 27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법은 누구의 편인가? 292
1장 법에도 기본 원칙이 있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014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환수하는 건 아무 문제도 없을까? 016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탄핵되었을까? 034
두 명이 된 동방신기 050
땅콩회항의 주인공이 풀려난 이유는 뭘까? 06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강자의 횡포를 왜 ‘갑질’이라고 부를까? 082
2장 법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088
강원랜드는 카지노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090
구속됐던 이재용 부회장은 어떻게 석방되었을까? 108
학원의 야간 수업을 법으로 금지해도 될까? 12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돈이 없어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142
3장 법이 왜 이래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148
낙지 살인 사건의 피고인은 왜 무죄 선고를 받았을까? 150
120억 원을 기부받았지만 연세대가 돈을 쓰지 못한 까닭은? 168
우리나라는 왜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관대할까? 184
민중은 개돼지라고 막말한 공무원이 잘리지 않은 까닭은? 202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살인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게 더 쉽다고? 218
4장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
법을 마주하기 전에 224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될까? 226
학교 선생님에게 밥을 살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242
양심 때문에 군대에 못 가겠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260
왜 대형마트는 일요일에 문을 닫을까? 276
법, 조금 더 친해지기 : 법은 누구의 편인가? 292
편집자 추천글
친절한 변호사, 김변이 들려주는 진짜 시민을 위한 맨 처음 법 수업
법 없이 살기는 더 힘든 법
법은 누구의 편인가? 힘센 이들은 법망을 술술 빠져나가고, 보통의 사람들은 유난히 엄중한 판결을 받는 것만 같다. 재벌의 딸은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켜도 무죄 판결을 받고, 16년 동안 성실히 일한 버스 기사는 요금 2400원이 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는 판결을 받는다. 게다가 ‘조두순 사건’처럼 처벌의 공백이 보이는 일들이 벌어지면 ‘그런 법이 어딨냐’고 묻고 싶은 때가 적지 않다. 솔직히 법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이하 『방과 후 법률사무소』)를 쓴 저자 김민철 변호사는 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공감하며, ‘법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법 없이 사는 것은 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함께 살기 위해선 질서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정한 것이 ‘법’이다.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짜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해 알아 둬야 한다.
어떤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과 판결이 다를 때면 덮어놓고 법에 반감을 가지기보다는 법의 존재 이유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러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법에 대한 기초 교양을 제공해, 우리 스스로가 보다 합리적인 법체계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저자는 『노빈손과 천하무적 변호사 사무소』 『소파 위의 변호사』 등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을 위한 법 이야기를 쓴 현직 변호사이다. 누구든 쉽게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풀어 가는 김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법이 바로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15가지 실제 사건으로 살펴보는 법의 기본
저자는 실제 사건들에 내려진 판결을 통해 법의 논리를 풀어낸다. 특히, 우리가 ‘판결이 왜 이래? 법이 이래도 되나?’ 하며 의아한 판결들을 살펴보며, 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 내고 그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저자는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 ‘어떠한 행위가 범죄인지 법률에 명시해 놓아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중요성과, 어떤 범죄에 대해 명확한 법률이 없을 때 비슷한 것을 가져와 해석하는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항로’란 ‘하늘길’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상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비행기가 지상로에서 움직인 것을 ‘항로’ 변경이라고 보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기에 조현아의 ‘항로변경죄’ 혐의에 무죄를 판결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벌인 난동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를 항로변경죄로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전에는 하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게 존재하고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건, 이를 어겨서 사람들을 처벌하게 된다면 범죄의 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나아가 국가가 처벌 법규도 없이 공권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소재로, 법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독자는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이유를 살펴보며, 법의 기본 원칙과 논리를 이해하여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을 갖출 수 있다.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법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법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 이슈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는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며, 많은 이들과 직결된 군입대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실은 헌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6월, 기존의 입장을 깨고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한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법이 우리의 실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 이외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듯해 보이는 학원 야간수업 금지 조례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우리 법은 왜 그동안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관대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일상 속에 있는 법의 존재감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법이 처음으로 궁금해진 사람들을 위한 맞춤 구성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처음 법을 접하는 사람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법에도 기본 원칙이 있나요?’에서는 법의 뿌리가 되는 주요 이념과 기본 원칙을 살피며 기본기를 다진다. 2장은 ‘법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요?’를 주제로 법이 어떻게 사건에 적용되는지, 법조인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본다. 3장 ‘법이 왜 이래요?’에서는 정당해 보이지 않았던 판결들 속에 숨은 법의 논리를 발견하며 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 내고 아쉬운 점은 없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4장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에서는 논쟁적인 이슈들을 살펴보며 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함께 토론한다.
또한 법적 용어와 개념을 정리한 팁 박스가 본문 곳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장의 도입부에 나오는 ‘법을 마주하기 전에’ 코너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법, 조금 더 친해지기’와 ‘한 방 정리’ 코너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본문에서 못 다한 뒷이야기와 심화된 지식들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각 사건과 법의 특징들을 재밌게 표현한 일러스트가 풍성하게 들어가, 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러한 장치들로 법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법이 처음으로 궁금해진 사람들이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책 속의 한 줄
법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왠지 법은 딱딱하고 낯설었죠. 하지만 막상 공부해 보니 법이 그렇게 먼 존재가 아니라는 걸,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법 없이 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 법의 간극이 조금이라도 좁혀지길 바랍니다.
_ p.8~9 (김변의 인사)
헌법재판소는 이런 엄격한 잣대 아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에 참여한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 전 대통령은 공익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민주주의의 원칙을 크게 위반하고 국민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린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이 헌법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났다는 의미입니다.
_ p. 47~48 (1장)
민법의 기본 원칙인 사적자치의 원칙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각 개인이 동등한 지위와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합니다.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갑을 관계라는 표현은 힘센 사람인 갑(甲)과 힘이 없는 사람인 을(乙)의 수직 관계를 의미합니다. 만약 갑이 마음대로 계약 내용을 정하고, 을은 자신에게 굉장히 불리한 계약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그 계약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_p.57~58 (1장)
민사소송에서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는 몇 명일까 요? 정답은 1명! 그리고 3명도 정답입니다. 답이 왜 두 개냐 고요? 사건에 따라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판사 혼자서 재판을 할 때, 우리는 그 판사를 단독판사라 부릅니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은 단독판사가 재판을 책임집니다. 그에 반해 조금 더 복잡한 사건은 판사 3명이 함께 재판에 참여합니다. 이들 판사 3명을 일컬어 합의부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 복잡한 사건을 처리할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재판해서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_p.102 (2장)
이제는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약하게 처벌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법원도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약하게 처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법률이 개정되고, 법원의 태도가 바뀐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조두순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조금 이라도 더 빨리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_p.200 (3장)
넓게 보면 법도 사회과학의 일종입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상태 이며,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요. 그런데 ‘바람직하다, 옳다’와 같은 표현은 굉장히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주관적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그러니 판결에도 판사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고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판결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판결에 대해 고민하고 혹시 더 바람직한 결론이 있지 않은지 토론할 필요가 있지요.
_p.225 (4장)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권한은 정말 막강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결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사회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막강한 힘을 법원에 주는 이유는 법원이 객관 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어서이지요.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에 빠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 법원입니다. 그런데 법원이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사법부 자체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일을 하는 데 앞장선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법원을 믿을 수 있을까요.
_ p.294~295 (4장)
법 없이 살기는 더 힘든 법
법은 누구의 편인가? 힘센 이들은 법망을 술술 빠져나가고, 보통의 사람들은 유난히 엄중한 판결을 받는 것만 같다. 재벌의 딸은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켜도 무죄 판결을 받고, 16년 동안 성실히 일한 버스 기사는 요금 2400원이 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는 판결을 받는다. 게다가 ‘조두순 사건’처럼 처벌의 공백이 보이는 일들이 벌어지면 ‘그런 법이 어딨냐’고 묻고 싶은 때가 적지 않다. 솔직히 법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이하 『방과 후 법률사무소』)를 쓴 저자 김민철 변호사는 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공감하며, ‘법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법 없이 사는 것은 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함께 살기 위해선 질서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정한 것이 ‘법’이다.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짜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해 알아 둬야 한다.
어떤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과 판결이 다를 때면 덮어놓고 법에 반감을 가지기보다는 법의 존재 이유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러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법에 대한 기초 교양을 제공해, 우리 스스로가 보다 합리적인 법체계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저자는 『노빈손과 천하무적 변호사 사무소』 『소파 위의 변호사』 등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을 위한 법 이야기를 쓴 현직 변호사이다. 누구든 쉽게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풀어 가는 김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법이 바로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15가지 실제 사건으로 살펴보는 법의 기본
저자는 실제 사건들에 내려진 판결을 통해 법의 논리를 풀어낸다. 특히, 우리가 ‘판결이 왜 이래? 법이 이래도 되나?’ 하며 의아한 판결들을 살펴보며, 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 내고 그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저자는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 ‘어떠한 행위가 범죄인지 법률에 명시해 놓아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중요성과, 어떤 범죄에 대해 명확한 법률이 없을 때 비슷한 것을 가져와 해석하는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항로’란 ‘하늘길’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상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비행기가 지상로에서 움직인 것을 ‘항로’ 변경이라고 보는 것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기에 조현아의 ‘항로변경죄’ 혐의에 무죄를 판결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벌인 난동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를 항로변경죄로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전에는 하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게 존재하고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건, 이를 어겨서 사람들을 처벌하게 된다면 범죄의 범위는 점점 확대되고, 나아가 국가가 처벌 법규도 없이 공권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소재로, 법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독자는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이유를 살펴보며, 법의 기본 원칙과 논리를 이해하여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을 갖출 수 있다.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법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법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 이슈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는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며, 많은 이들과 직결된 군입대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실은 헌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6월, 기존의 입장을 깨고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한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법이 우리의 실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 이외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듯해 보이는 학원 야간수업 금지 조례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우리 법은 왜 그동안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관대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일상 속에 있는 법의 존재감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법이 처음으로 궁금해진 사람들을 위한 맞춤 구성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처음 법을 접하는 사람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법에도 기본 원칙이 있나요?’에서는 법의 뿌리가 되는 주요 이념과 기본 원칙을 살피며 기본기를 다진다. 2장은 ‘법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요?’를 주제로 법이 어떻게 사건에 적용되는지, 법조인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본다. 3장 ‘법이 왜 이래요?’에서는 정당해 보이지 않았던 판결들 속에 숨은 법의 논리를 발견하며 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 내고 아쉬운 점은 없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4장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에서는 논쟁적인 이슈들을 살펴보며 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함께 토론한다.
또한 법적 용어와 개념을 정리한 팁 박스가 본문 곳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장의 도입부에 나오는 ‘법을 마주하기 전에’ 코너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법, 조금 더 친해지기’와 ‘한 방 정리’ 코너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본문에서 못 다한 뒷이야기와 심화된 지식들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각 사건과 법의 특징들을 재밌게 표현한 일러스트가 풍성하게 들어가, 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방과 후 법률사무소』는 이러한 장치들로 법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법이 처음으로 궁금해진 사람들이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책 속의 한 줄
법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왠지 법은 딱딱하고 낯설었죠. 하지만 막상 공부해 보니 법이 그렇게 먼 존재가 아니라는 걸,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법 없이 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 법의 간극이 조금이라도 좁혀지길 바랍니다.
_ p.8~9 (김변의 인사)
헌법재판소는 이런 엄격한 잣대 아래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에 참여한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 전 대통령은 공익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민주주의의 원칙을 크게 위반하고 국민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린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이 헌법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났다는 의미입니다.
_ p. 47~48 (1장)
민법의 기본 원칙인 사적자치의 원칙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각 개인이 동등한 지위와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합니다.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갑을 관계라는 표현은 힘센 사람인 갑(甲)과 힘이 없는 사람인 을(乙)의 수직 관계를 의미합니다. 만약 갑이 마음대로 계약 내용을 정하고, 을은 자신에게 굉장히 불리한 계약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그 계약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_p.57~58 (1장)
민사소송에서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는 몇 명일까 요? 정답은 1명! 그리고 3명도 정답입니다. 답이 왜 두 개냐 고요? 사건에 따라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판사 혼자서 재판을 할 때, 우리는 그 판사를 단독판사라 부릅니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은 단독판사가 재판을 책임집니다. 그에 반해 조금 더 복잡한 사건은 판사 3명이 함께 재판에 참여합니다. 이들 판사 3명을 일컬어 합의부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 복잡한 사건을 처리할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재판해서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_p.102 (2장)
이제는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약하게 처벌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법원도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약하게 처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법률이 개정되고, 법원의 태도가 바뀐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조두순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조금 이라도 더 빨리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_p.200 (3장)
넓게 보면 법도 사회과학의 일종입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상태 이며,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요. 그런데 ‘바람직하다, 옳다’와 같은 표현은 굉장히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주관적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그러니 판결에도 판사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고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판결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판결에 대해 고민하고 혹시 더 바람직한 결론이 있지 않은지 토론할 필요가 있지요.
_p.225 (4장)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권한은 정말 막강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결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사회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막강한 힘을 법원에 주는 이유는 법원이 객관 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의로운 판결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어서이지요.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에 빠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 법원입니다. 그런데 법원이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사법부 자체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일을 하는 데 앞장선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법원을 믿을 수 있을까요.
_ p.294~295 (4장)